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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인데, 과외 해주는 오빠에게 호감이 가요. 대인관계의 셔터를 오래 내리고 살다 보면,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14박 15일의 여행준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떼고 우체국에 가서 그 서류를 어딘가로 부치는 일만 하고도 ‘하아, 오늘 정말 많은 일을 했어. 바쁜 하루였다.’ 할 수 있으며, 동사무소에서 서류 뗄 때 이성인 직원이 내게 지은 표정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망상까지를 하게 될 수 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머리하러 간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와의 짧은 수다가 당장 이쪽에겐 가장 가까우며 강렬한 대인관계이니 거기다 의미부여를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친구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면 홀로 상처를 받곤 ‘역시 얘한테 연락할 필요 없는 거였어’라며 그 친구를 얼마 남지 않은 이쪽의 인맥관리장부.. 2018. 12. 21.
4년 연애, 남친의 취직 후 자주 다투다 헤어졌어요. 세 번째 다시 쓰는 매뉴얼이다. J양과 상대 사이에 끈끈하게 얽힌 것이 많아 모든 부분에서 조심스러운데, 여하튼 오늘은 좀 끝장을 봤으면 한다. 이전에 쓰다 만 두 편의 매뉴얼을 한편씩 요약하고, 내내 고민했던 결론을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꾸려보도록 하자. 출발. 1. 첫 번째 결론은, 남자가 좀 별로. 처음 썼던 매뉴얼의 주제는 ‘남자가 좀 별로’라는 것이었다. 우유부단하며 거절을 못 하고, 또 누구도 실망시키려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결국 모두를 실망시키거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양해를 구함. 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J양의 남친이 그랬다. 약속을 이중으로 잡거나, 선약이 있어도 다음 약속을 아무 생각 없이 잡은 후 선약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있었고, 자기 감정에 빠져 있을 때에는 먼저 제안을 했.. 2018. 12. 19.
모임에서 만난 남자랑 썸탔는데, 식어가는 게 느껴져요. 이건 상대가 마음이 떠서 식어간다기보다는, H양이 대화의 멍석도 깔지 못하며 혼자 조급한 마음에 아무렇게나 질렀다가 부담을 줘서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H양의 기대도 너무 크고, 망설이다가 했다는 멘트 역시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내 기대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빈정이 상해 이상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건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어느 대원은 “상대가, 카톡을 세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하고 답장하더라고요? 그것도 별로 성의 있는 대답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 일부러, 그 사람이 보낸 답장 똑같이 세 시간 지나서 확인하고 단답만 했어요. 대답이 오긴 하던데, 그건 안 읽고 넘긴 뒤 다음 날 확인했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 2018. 12. 14.
저 같은 여자 처음 본다며 차였어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아무 갈등도 없어서 그냥 기분 좋을 때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이 다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또 J양의 구남친이 한 성격 하는 사람인데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며, J양이 불평하면 거기에 불같이 화를 내며 이기고 마는 사람이었던 까닭에, J양의 문제만 짚어보기가 좀 난감하다. J양이 심술 나 자전거로 들이받으면, J양의 구남친은 자신이 받힌 부위를 꼭 차로 다시 들이받아 복수하는 타입이었다고 할까. 때문에 J양의 멘탈은 현재 산산조각이 나고 많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걸로 심술 내며 들이받은 게 문제’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또 J양이 ‘자전거로 들이받은 게 대체 왜 문제? 심하게 다칠 정도도 아니고 경고의 의미로 그런 건데?’ 라며 뭐가 왜 문제인지를 전혀 모르며 합리화만 .. 2018.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