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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짝사랑만 반복하게 되는 사람의 세 가지 특징

by 무한 2011. 2. 25.
사연을 보내는 일부 대원들은 꾸준히 자신의 '연애상황'를 알린다. 그 중 가장 오랜 기간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는 대원은 올해 29세의 K양으로, 2009년 여름쯤부터 계속해서 사연을 보내고 있다.

근 2년간 K양이 마음에 품었던 남자는 세 명. 모두 짝사랑이었다. 그간 매뉴얼을 통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K양은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짝사랑하는 남자가 내게 반하게 하는 방법]같은 매뉴얼을 발행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는데, 그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상대'에 관한 글이 아니라, 오늘의 [짝사랑만 반복하게 되는 사람의 특징]과 같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에게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글이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습관처럼 짝사랑을 하게 되는 것인지,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아침, 함께 달려보자.


1. '실패'에 관한 공포

연애를 '멀리뛰기' 라고 해보자. 그리고 '멀리뛰기'의 순서를 '발구르기'나 '공중자세'등 자세한 용어 대신 '준비-도약-착지'의 순서로만 얘기해 보자. 바로 이전 사랑이 '짝사랑'이었던 이유를 이런 가정 하에 살펴보면,

ⓐ 준비과정에서 부정출발, 혹은 준비과정에서의 속력 부족.
ⓑ 도약 직전까지 갔으나 스텝이 맞질 않아 구름판을 밟지 못함.
ⓒ 도약을 위해 구름판을 밟았으나 긴장한 탓에 발목이 겹질림.
ⓓ 착지까지 무사히 마쳤으나 자신의 차례가 아니었음.



대략 이와 같은 원인들을 꼽을 수 있겠다. 각 항목들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앞서 여러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했으니 생략하고, 이렇게 한 번 맛본 '실패'는 당신의 마음에 '공포'로 각인된다.

이 공포에 대해선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에서 J양의 사연을 통해 이야기 한 적 있다. 면허를 딴 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새로 산 중고차를 몰고 출근을 했는데, 맨 앞에서 좌회전 대기하고 있다가 멈춰선 차. 자신의 차 때문에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와 사람들이 보내는 짜증의 눈빛, 그런 경험이 결국 J양에게 '운전 공포증'을 가져다주지 않았는가.

이 공포로 인해 당신은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거나 상대를 과대평가하게 되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일들에 겁을 먹거나 '비련의 주인공'이라는 역할을 선택하게 된다. 친구와 만나기 위해 전화를 걸고, 통화를 하고, 약속을 잡고, 약속한 날짜에 나가는 일은 잘 하면서 '연애'에선 전화를 거는 것부터 어려워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한 행동들을 다 해 놓고는, 훗날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으로 "이 사람과 사귀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친구로라도 지낼 방법이 없을까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답안지를 이미 제출 해 결과가 나왔는데 어떻게 답을 고치겠는가. 다음 시험을 기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단, '다음 시험'이 꼭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라면 당신은 가장 먼저 이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실격 처리 되어 당신이 '부전승'하게 되는 요행을 바라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치유 시집'의 제목을 떠올려 보자. 그곳에 답이 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2. 운명, 인연, 진실한 사랑 등에 대한 맹목적 믿음

'운명'이나 '인연'이라는 말로 의미를 부여하기는 사타구니를 긁는 일 보다 쉽다. 사타구니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긁기가 어렵지만, '운명'이나 '인연'은 언제 어디서든 갖다 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대부분 '선택'이라는 힘으로 삶을 굴려나가고 있는 까닭에, '운명'이나 '인연'은 삶에 만능접착제처럼 잘 붙는다.

버스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가는 바람에 만나게 된 사람은 얼마나 운명적인가. H군이, 그 운명을 졸다가 종점까지 간 많은 사람 중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아줌마가 아니라, 그나마 비슷한 또래의 여성분에게 느꼈다는 걸 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녀와 대화를 나눈 H군은 과거에 둘 다 독립문에 살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뭐, 이쯤되면 '운명'이라고 불러줄 만 하다. 나도 어렸을 적에 독립문에 살았지만 뭐, 이건 내 얘기가 아니니 넘어가고,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둘은 연락을 하며 지낸다.

H군은 전에 짝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지만, 이젠 그 흑역사에서 로그아웃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번에 알게 된 이 여자는 정말 운명이니 말이다. 이전의 그녀도 운명이긴 했지만, 임팩트가 약했다. 고향이 같은 것도 아니고 같이 버스에서 졸다가 만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전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깨어있으며 철이 들긴 했지만 서른에 가까운 나이에 철 안 들고 안 깨어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아무튼, 이번에야 말로 진실한 사랑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H군에게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먼저 연락하는 법이 거의 없고, H군의 연락을 그냥 사뿐히 즈려 밟을 때가 많다. 그래도 H군은 포기하지 않는다. 왜? 이건 운명이고 진실한 사랑이니까. H군은 짝사랑 마니아답게 고백도 한 번 했다. 그 고백에 그녀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

좋은 친구가 끝이란 얘기는 아니니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니까, H군은 노력했다. 마트를 사랑하시는 어머니께는 상품권 한 장 선물해 드린 적 없지만,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끊고 차까지 빌렸다.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가도 되냐는 말에 김이 새긴 했지만, H군은 기죽지 않았다. 왜? 이건 운명이고 진실한 사랑이니까.

촉이 무딘 독자라고 해도 이 이야기를 읽으며 H군이 현재 그녀의 어장에서 '1등 참치'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H군 본인만 자신이 '1등 참치'라는 걸 모른다. 왜? 이건 운명이고 진실한 사랑이니까.

운명, 인연, 진실한 사랑에 대해 자신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경험들을 훗날 '그 때만큼 내가 열정적으로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며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간식거리가 될 테니 말이다. 단, 그런 노력으로 인해 누군가의 마음을 등가교환 하려는 거라면, 당신에겐 두꺼비가 필요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밑 빠진 독을 등으로 막아 줄 두꺼비 말이다.


3. 말 안하기, 혹은 돌려 말하기


수년간 연락이 없던 친구가 전화해 "야, 내가 널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 거 알지?"라고 말한다면, 당신에겐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물론, 그 친구가 정말 당신을 제일 친한 친구로 생각하며 늘 당신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화 한 통 없었고, 둘의 우정을 확인할 만한 어떤 일을 함께한 것도 아니니 그 말이 마음에 전해지지 않는 것 아닌가.

혼자 마음만 키우지 말고 일단 상대를 만나거나 연락을 하거나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라고 늘 이야기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열 열 번쯤 얘기한 것 같은데, 짝사랑 진행 중인 대원들은 오늘도 혼자 마음만 키우며 '상상연애'만 하고 있다.

그 '상상연애'와 현실의 격차에서 오는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그러니 어찌 힘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선에서 연락을 하는 거다.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경우들에 대해서는 이미 매뉴얼을 통해 수차례 설명하지 않았는가. 끝도 없이 주고받으려는 문자, 선약이 있다는 데에도 불구하고 취소하고 만나자고 하는 말, 상대에 대한 실망을 목소리에 덕지덕지 바르는 일 따위 말이다. 문자하나 보내면 될 걸 가지고 그 문자를 못 보내고 전화기만 붙잡은 채 끙끙 앓지 말자. 누가 떠먹여 주길 바라지 말고, 일단 숟가락을 드는 거다.

단, 그렇다고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하거나 짝사랑하는 대원들의 특징인 '돌려 말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좋아한다는 뜻을 전하긴 전했는데, 이건 고백을 한 것도 아니고 고백을 안 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만들지 말란 얘기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는 "정식으로 고백을 하려 합니다. 용기를 주세요."라고 이야기 하는 대원들 때문에 내가 웃을 수가 없다.

전단지 알바를 모집하듯 상대의 주변 사람들을 섭외해 자신의 마음을 들려준 뒤, 그 마음이 상대의 귀에 들어가게 만드는 최악의 행동도 하지 말길 권한다. 그 행동을 했다면, 그 이후는 상대에게 가는 길 내내 삼보일배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상대의 귀에 자신의 마음이 들어가게 한 뒤, 당신은 그냥 시치미를 떼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당신이 스스로를 고문하는 것 아닌가. 절대 상대의 주변사람들이 '지원군'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당신의 드라마에 그들은 자신들이 각색한 대본을 가지고 와 자신의 드라마를 찍으려 할 테니 말이다.


이렇게 글을 읽을 때엔 이성적으로 생각이 되다가도, 혼자 멍하게 있는 시간엔 '상상의 늪'으로 빠져들며 혼자 희-노-애-락 을 반복해서 겪는다는 걸 안다. 그럴 때면 그 이야기들과 현재의 상황을 normalog@naver.com 으로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길 권한다. 그 사연을 적으며 자신의 머릿속에서 엄청나게 컸던 이야기들이 글로 옮겨지니 한 없이 가볍게 보이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야기를 옮기며 스스로 해결책을 보물처럼 찾아내는 일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사연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철저한 각색을 거쳐, 다른 솔로부대원들의 성장을 위한 거름으로 쓰일 테니 부담 없이 보내면 된다. 늘 얘기하지만, 사람이 바뀌어야 상황이 바뀐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기가 어려운가? 그럼 그것보다 쉬운 '당신의 마음'을 바꾸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상처에 바르는 연고 같은 매뉴얼을 난 늘 이 자리에 적어두고 있을 테니, 당신은 필요한 만큼 바르고, 상처가 나으면 훨훨 날아가면 되는 거다. 당신이 훨훨 날아갈 그 날을 기원하며, 후라이데이 매뉴얼을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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