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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괴로운 삼각관계의 세 가지 사연, 해결책은?

by 무한 2011. 2. 20.
이 평화로운 주말에 "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덩치가 큰 곰 암컷 같다고 할까요? 그 반면 제 경쟁상대인 J양은..."이라는 사연을 읽다보니 눈에서 땀이 난다. 이런 대원들을 두고 어찌 나 혼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는가. 오늘은 스스로를 곰, 코끼리, 고래, 개미핥기 등으로 소개하며 경쟁상대와 배교하는 대원들, 그리고 삼각관계의 괴로움에 역류성 식도염 및 위염을 앓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주말특집 '삼각관계 매뉴얼'을 작성하기로 했다.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매뉴얼에서 이야기 하는 '해결책'의 기준은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거나, 수면 전 2시간 이내에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실 경우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성이 큽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는 걸 미리 알려둔다.

다량의 카페인을 섭취하였더라도 운동을 병행하였다면 운동이 카페인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시켜 수면장애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나처럼 커피를 냉면그릇으로 마셔도 잠을 잘 잘 자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이한'경우들까지 다 열거하다보면 이 매뉴얼을 오늘 저녁 개그콘서트가 끝나는 시간까지 써도 다 쓰지 못할 테니, 오늘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결말'에 기대어 해결책을 함께 생각해 볼까 한다. 자, 그럼 달려보자.


1.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그러니까,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29세 B양. 그녀는 다른 여자들이 질투할만한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 그녀에게 "소개팅 나갈래? 아이스크림 먹을래? 둘 중 하나 골라."라고 하면 아이스크림을 택할 정도로 '아이스크림 마니아'다. 그녀의 별명은 북극곰. 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북극곰'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그녀를 얼핏 봤을 때 그 크기(응?)가 북극곰 만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이다.

그녀가 흠모하고 있는 남자는 올해 31세의 K씨. '언빈(언뜻보면 현빈)'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K씨를 좋아하는 또 한 여자. 그녀는 올해 25살의 H양이다. H양은 사연의 주인공인 B양과 친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서로 K씨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연을 보낸 B양은 H양과 K씨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운을 그녀의 새끼발가락 감각을 사용해 인지한 상태. 이렇게 지내온 지도 벌써 5개월이 된 상황에서 B양은 "K씨와 친한 오빠동생으로라도 지내고 싶어요."라는 사연을 보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B양에게 지금 필요한 건 '로그아웃'이다. 이미 본인도 알고 있지 않은가. H양과 K씨가 서로 암호 같은 말을 주고받고, 더 이상 H양이 "언니, 주말에 뭐해?"라고 묻지 않는 것, 그리고 둘의 미니홈피에 같은 날 같은 배경으로 찍은 '다른' 사진들이 올라와 있는 것 등등. 눈에 보이는 그 증거들을 '아닐 거야'라거나 '아니겠지'라며 애써 떨쳐내진 말자.

H양에게 "혹시 너 K씨랑 사귀어?"라고 물었을 때, H양이 부정했다는 사실을 신앙처럼 간직하지 말자. 사귀는 것이 알려지면 부담으로 변할 수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밀연애'를 택하지 않는가. 난 B양의 사연을 읽으며 그래도 K씨가 '나쁜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거의 모든 사연들이 '남자의 양다리'로 결말을 맺는다. 한 사람과 비밀연애를 하며, 다른 한 사람과도 비밀연애를 한단 얘기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좋은 오빠동생이라도'라며 '2지망(응?)'원서 쓰지 말고, 로그아웃 하자.

위의 '북극곰'이야기는 B양에게 자신이 한 이야기를 남의 얘기처럼 읽어 보라는 의미로 일부러 적어 두었다. 자신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부분을 개그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유머'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콤플렉스를 개그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그냥 '자학'이다. 위에 다 옮기지는 않았지만, B양의 사연에 가득한 학력, 연봉, 외모에 대한 '자학'은 스스로를 태만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심어주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을 누가 사랑하고 싶을까? 남을 웃기기 위해 우스운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잊지 말자.


2. 당신만 아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삼각관계'가 아니라 '짝사랑'폴더에 넣어야 맞다고 생각하지만, 사연을 주신 분 스스로가 '삼각관계'라고 하도 우기셔서 여기에 담아 봤다. 이 분이 주장하고 계신 것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A.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녀는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B. 그녀는 그저 남자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계속 사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 세상에 여자 많다거나, 기다리라는 얘기는 나한테 하지 마라.
D.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녀가 나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E.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지금 그녀의 남자친구보다 조건이 낫다.
F. 내가 그녀를 뺏어 오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내게 매달리게 만드는 방법은 뭔가?


요약하자면, "난 사진을 찍어서 상을 타고 싶은데, 수상작들을 살펴봐도 내가 더 잘 찍는 것 같으니, 심사위원들이 내 사진에 상을 주고 싶다고 연락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 공모전에 출품을 해 보라거나 내 사진실력을 먼저 인정받으라는 말은 하지 마라." 와 비슷한 얘기다.

그 거대한 자신감을 뒷받침 해줄 근거는 무엇인가? 설마 근거라고 내미는 얘기들이 "나야말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라거나 "분명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보다 괜찮은 사람이다."따위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사연에 자신을 '착한사람'이라고 소개했던가? 미안하지만 내 입장에서 그대를 봤을 땐, '착한사람'보다는 그냥 '급한사람'같다.

그대가 '객관적으로 낫다'고 이야기 한 조건들의 기준은 무엇인가? 외모? 키? 학력? 연봉? 그대의 기준은 그렇다 치고, 그녀의 기준이 그저 '다정함'이라면? 연인 사이엔 불타오르는 뜨거움도 필요하지만, 그 외에도 자상함, 다정함, 포근함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녀가 매달리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는 당신에겐 소유욕 말고 뭐가 있는가?

난 당신의 '사기'에 공범이 되고 싶지 않다. 상대에 대한 진실한 마음도 없고, 상대를 자신처럼 아낄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어찌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그저 아주 단순한 이 이야기 하나만 전하고 싶다. 당신이 정말 그녀의 남자친구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본인이라고 믿는다면, 당신만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그녀도 알 수 있게 전달하길 바란다. 그 이야기가 그녀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당신이 행동으로 그 이야기들을 증명한다면, 그땐 '매달리게 하는 방법' 따위를 찾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3. 당신이 해결해야 할 이야기


'전 남친'의 치졸한 행동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이 종종 도착한다. 꼬꼬마 대원들의 "내가 선물해 줬던 것들 다 내놔."라며 윽박지르는 사연부터, 만취한 상태에서 새벽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전 여친 부모님'에게 술주정을 한 사연, 미니홈피 파도타기를 해가며 '전 여친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연, 직장에 찾아와 난동을 부린 사연 등등 이런 다양한 사연들 중 '삼각관계'에 해당하는 사연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A. 사이버 스토킹을 해가며 "주원이란 놈이 잘해주니?"라는 글을 남기는 순정파.
B. 전 여친의 '새 남친'을 찾아가 협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막가파.
C. 이상한 소문을 내거나 둘의 과거 연애담을 무기 삼아 괴롭히는 고전파(응?)


A의 경우야 어차피 지구력도 없을 뿐더러 주 활동지역이 '음지'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만, B나 C로 발전할 경우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발생한다. 신문의 사회면에서도 이와 연관된 참혹한 사건들을 종종 볼 수 있지 않은가.

끝가지 이기적이며 과거 연애담을 당신을 위협하는 흉기로 사용하고 있는 상대라면, 그 상대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길 권한다. 생계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이유라면 모르겠지만, 전에 사귀던 동호회 오빠가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과거 연애사를 계속 말하는 까닭에 힘들다는 대원의 경우, 왜 그 동호회를 아직도 나가고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교회에서 늘 마주치는 '전 남친'과 관련된 사연도 그렇다. 헤어진 옛 연인을 길에서 잠시 스쳐도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자신에게 이별을 말하곤 다른 남자와 앉아 있는 당신을 보면 상대는 어떻겠는가. 그 '전 남친'이 불편하다고 했나? 난 그 '전 남친'이 그대가 느끼는 '불편함'이상의 저주를 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누가 더 나쁜 건지, 누가 잘못하는 건지를 따지기 전에 당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해결하잔 얘기다. 상대가 집요하게 문자를 보내거나 발신자 제한의 전화로 새벽에도 당신을 괴롭힌다면 전화번호를 바꿀 수 있을 것이고, 당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저주가 가득한 글들을 매번 남긴다면 미니홈피를 닫을 수 있을 것이다. '거절'의 뜻을 확실히 밝히고, '여지'를 남기지 말자. 그리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지도 말자. 종종 '전 남친'의 그러한 행위들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 사연들이 보이는데,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지 말자. 난 당신의 소식을 신문 사회면에서 읽고 싶지 않다.


양 극단에 놓여 있는 대원들의 마음을 서로 반반 나눠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없이 혼자 침전하고 있는 대원들에게는 구명조끼를, 대책 없이 자신감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대원들에게는 닻을. 그리고 신발에 돌멩이가 들어가 걷기 어렵다는 대원들에게는 잠시 멈춰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를 먼저 빼라는 얘기를.

운전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는 다들 어딘가로 차를 몰고 가는 중인데, 앞에 신경 쓰이는 차가 나타났다고 그 차만 바라보다간 신호를 어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갈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도로에 나 밖에 없는 듯이 마음껏 차선을 변경하고 내고 싶은 만큼 속도를 내었다간 역시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연료가 부족하거나 피곤한 까닭에 휴게소 들렀다가 다시 출발할 땐, 바퀴에 바람은 적당히 들어 있는지, 차 문은 잘 닫았는지를 확인하고 출발하자. 차가 막힐 땐 라디오라도 들으며 주변을 감상하는 여유도 좀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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