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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관심 있는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by 무한 2011. 2. 22.

매뉴얼을 통해 그간 계속 "일단, 친해지는 것이 답입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친해지는 것'자체를 어려워하는 남성대원들이 많은 것 같다. 뭐, "주변에 친해질 수 있는 여자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에게는 '홍차 동호회''십자수 동호회'에 나가보길 권하는 것밖엔 해 줄 말이 없고, 오늘은 이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시작하자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난 슬프다.

"저.. 제가 연락해도 될까요?"
"그럼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는 거죠?"
"이렇게 연락하는 게 부담스러우신가요?"


이런 재미도, 감동도, 영양가도 없는 이야기를 대체 왜 하고 있는가. 당신은 그렇게 숨어서 돌 던지며 상대의 마음을 떠 볼 게 아니라, 상대 마음을 당신 쪽으로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혹시 그거 아세요?"정도의 이야기로 만남을 유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대가 "뭐요?"라고 한다면, "문자로 얘기하긴 좀 그렇고, 얼큰한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알려 드릴게요."라며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거다.

저 얘길 그대로 핸드폰에 적어 보내라는 말이 아니라, 연락이나 만남에 대한 당신의 부담부터 버리란 얘기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간다고 따귀를 올려붙일 여자는 없다. "전 그렇게 다가갔다가 따귀를 맞은 적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대원들은, 대부분 감정에 취해 설레발을 쳤거나 관심을 간섭으로 바꿔 들이댄 까닭에 따귀를 맞은 거다.

확인 받으려 하지 말고, 확인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거다. 당신의 마음이 전력질주 하려 폼을 잡거든, 단단히 묶어 두길 권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 아닌가. 문제를 다 풀면 볼 수 있는  해답지, 문제를 풀기도 전에 들춰보려다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지 말자.


2. 당신보다 어린 외국인 소녀를 만난다고 생각하자

 

상대를 무슨 '여신'쯤 으로 생각하며 종교활동을 하듯 상대를 대하고, 만남에 자리에선 예배드리는 모양으로 앉아 있으니 친해지기가 어려운 거다. 이 고민은 상대를 '나이 어린 외국인 소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자, 당신 보다 나이가 어린 외국인 소녀를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먼저, 당신과 상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할 테니 혹시나 못 듣게 되는 말이 없도록 귀를 기울일 것 아닌가. 당신도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을 테니 그녀의 말을 중간에 자를 위험도 없고 말이다. '경청'이 자연히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상대는 외국에서 온 까닭에 한국의 지리나 문물에 대해서 잘 모를 테니, 당신은 상대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고를 수 있고, 상대를 '외국에서 온 손님'이라고 생각할 테니 그에 맞게 좀 더 상대를 배려하게 될 것이다. 길을 걸을 때도 입 꽉 닫고 땅만 쳐다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발걸음에 당신의 발걸음을 맞추고, 혹시 길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쓸 수 있다. 역시, '배려'가 자연스럽게 실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은 상대의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음악, 가보고 싶은 곳 등을 모르니 그 부분을 알아내려 노력할 것이다. 상대를 앞에 두고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대신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단 얘기다. 무엇보다 '내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너희 나라는 어떤데?"라며 상대의 의견이나 생각을 묻는 최고의 대화법도 자연스레 발휘할 수 있고 말이다.

뜬금없지만, '카사노바'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난 개인적으로 카사노바가 여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에 익혔다고 생각한다. 군에서 상관 부인의 치치스베오(공식적 애인)였던 카사노바는 자신이 담당한 상관부인의 신발을 신겨주고, 침실에 초콜릿을 가져다주는 등의 일을 담당했다. 지금으로 치자면 '비서'와 같은 일인데, 그 일을 하며 카사노바의 몸에 밴 친절과 배려, 인내 등이 훗날 다른 여성들의 마음을 얻는 데에 분명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서비스'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정도 읽어 보라고 권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선천적으로 활발하며 사교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고난을 겪기 마련이다. '사랑'에서 '표현'부분을 떼어다가 기형적으로 발전시킨 부분이 바로 '서비스'니,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대원들이 있다면 꼭 한 번쯤 읽길 권한다.


3.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되자

 

오래 전,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업(응?)으로 하고 있었을 때, 자기소개서 첨삭을 돕기 가장 어려웠던 학생들은 '진로 계획'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성적을 보니 답은 안 나오는데, 괜찮은 대학엔 가고 싶고, 그렇게 억지로 꾸역꾸역 쓴 소개서. 그런 자기소개서를 볼 때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감이 안 올 뿐더러 고쳐봐야 그게 그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메일로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면서도 종종 하게 된다.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라든지, 동정만 구하는 모습이라든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패배감에 절어있는 이야기들. 미안하지만 나부터도 그런 대원들과 친해지고 싶지 않다.

마음속에 손바닥만한 여유도 없으면서, 왜 다른 사람보고 자꾸 그 마음에 들어오라고 하는 건가? 요행히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당신은 계속 비교로 인한 열등감에 시달리게 될 거고, 상대의 이야기들을 당신의 자격지심으로 왜곡해 둘 다에게 아픔만 남길 위험이 크다. 아는 영어 단어가 500개 밖에 안 되는데 명문대 영문학과에 입학하긴 힘든 일이며, 마침 그 학과에 미달이 난 까닭에 입학을 하게 되었더라도 당신의 영어 실력은 금방 드러나고, 결국 좋지 않은 마지막을 맞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그간 사회에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지 않으려고 하나씩 달아 놓았던 가시부터 떼자. 가리고 감추던 습관에서 벗어나자. 난 누구에게나 '고운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악마'라고 밖에는 할 수 없던 한 고참이, 주말에 면회 온 부모님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하며 보여줬던 바로 그 '사랑스런 아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 '고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거다.


위의 글들을 읽고도 여전히 상대와 친해지는 것이 어렵다면, "지금 세상엔 단 둘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해보길 권한다. 상대와 친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은, 대부분 너무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쓴다. 왜 벌어지지 않은 일들까지 미리 대출받아 '걱정'이란 이자를 물고 있는가?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오늘은 오늘 해야 할 일들에만 신경을 쓰자.

상대가 당신의 예측이나 기대와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찾아오는, 그 암울증에서도 벗어나자. 친구에게 "야, 놀자. 나와."라는 얘기를 했는데, 친구가 "지금 손님이 오셔서 못 나가."라는 답을 했다고, "넌 나랑 놀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라거나 "알았어... 이제 연락 안 할게."따위의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친구의 전화기에 어두운 장문자를 남겨두거나, 말줄임표 가득한 메일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말이다.

난 요즘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에게 '친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 녀석은 내가 잠깐 슈퍼를 다녀와도 수년간 못 봤던 사이처럼 반겨주고, 휴지를 물어뜯어 혼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가와서 꼬리를 흔든다. 공원에 나가서도 처음 보는 아주머니들에게 '손, 앉아, 이리와'등의 개인기를 보여주며 금방 친해지고, 간식을 얻어먹는다. 휘파람을 불면, 무슨 소리인지 자세히 듣기 위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녀석. 이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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