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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좋은 오빠동생 사이,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by 무한 2011. 2. 21.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글루미 선데이'를 찍고 계시는 '좋은 오빠''좋은 동생'들의 사연이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상대에게 "우리,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라는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절망'부터 찾는단 사실이다.

여러 어려움을 뚫고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렸는데, 그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오면 다리에 힘이 풀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람들(응?)'이 절망을 찾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 할 순 있다. 하지만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그 공이 다시 당신 쪽으로 굴러오고 있다면 주저앉을 게 아니라 일단 공을 향해 달려가야 하지 않겠는가. 공이 당신 쪽으로 굴러 오지 않더라도 아직 경기는 계속 진행 중이니, 공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다시 뛰어야 하고 말이다.

공이 라인을 벗어나 아웃이 되었거나, 키퍼가 공을 잡아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더라도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신속히 당신의 진영으로 돌아와야 한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진 절대 주저앉아서 후회나 절망을 하지 말란 얘기다. 이미 마음을 시련당한 사람처럼 축 늘어트리고 있다면 바랄 수 있는 것은 '요행'밖에 없지 않은가. 내가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을 갈 때면 늘 속으로 되뇌는,

"고통은 순간이다. 하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랜스 암스트롱


라는 말을 소개하며 '좋은 오빠'와 '좋은 동생'을 위한 상황파악, 시작해보자.


1. 상대 골문을 향해 뛰어야 할 사례들


중앙선을 이제 막 넘은 상태에서 중거리 슛을 날리듯, 고백도 그렇게 했는가? 이러한 중거리 슈팅은 주로 혼자 마음을 키워오다 갓 상대의 연락처를 알게 된 대원들이나, 상대에게 첫 눈에 반한 까닭에 사귀고 싶다는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대원들이 주로 하는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골대 맞고 튕겨 나온 걸 아쉬워 할 게 아니라 골대라도 맞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상대 골문을 향해 뛰자. 당신이 얼마나 빠른지, 드리블을 얼마나 잘 하는지는 공을 몰고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려야 증명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가까워질 기회가 있는데 왜 그 기회를 놔두고 엄하게 중거리 슛만 하고 있는가. 왜 방문판매원들이 "물건 하나 팔러 왔습니다."가 아니라 "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요?"라며 일단 현관문을 열도록 유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나쁜 오빠'들은 "나 너희 집에 가서 만화책 좀 빌려가도 돼?"라며 은근슬쩍 키퍼의 집(응?)까지 찾아와 만화책 고른다는 핑계로 집에도 안가고 뭉그적대는데, '좋은 오빠'들은 저 먼 '즐거운 나의 집'에서 "오늘도 힘내고 밥 잘 챙겨먹고!"따위의 문자만 보내는 것이 가슴 아프다. 오죽하면 일부 여성대원들이, 

"누가 보면 제가 헐벗고 굶주린 줄 알겠어요. 끼니 때 마다 밥 얼른 먹으라고 문자 보내고, 나 엄청 건강한데 걸핏하면 아프지 말라고 하고, 아니, '아프지마 ㅠ.ㅠ' 저 뒤에 이모티콘은 왜 늘 찍는 건가요? 제 친구가 문자 보더니 저보고 불치병 앓고 있냐고 묻더라고요."


이런 사연을 보내겠는가.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상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거다. 단, "야, 내가 너랑 더 친해지고 고백 다시 할 거야."라는 암시를 말, 글, 표정, 행동에 담아 알리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확인 받으려 하지 말고, 당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봄처럼 다가가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벌써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봄처럼 그렇게.

봄처럼 다가가라고 하면, 선물공세를 하거나 감동이벤트 따위를 준비하는 대원들이 가끔 있는데, 그건 전에 중거리 슛을 날린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중거리 슛을 날리는 것과 같은 행위라는 걸 잊지 말자.


2.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야 할 사례들

 

그러니까, 요즘 들어 단둘이 만나는 일도 잦았고, 상대도 고백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심증이 있었고, 전화기 뜨거워질 때 까지 통화도 했고, 주변에서 둘이 사귀냐는 물음도 들었고, 여러 가지 정황상 분명 확실한 타이밍이라 생각해 고백을 했는데, 상대에게 "우리 좋은 오빠동생으로..."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상대 진영에 멍하니 있지 말고 돌아오자.

전에 한 번 이야기 했지만, 그런 상황은 대부분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를 두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당신에게 '연인'으로 등업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부분들은 다 얻을 수 있단 얘기다. 심심할 때 전화하면 통화할 수 있고, 만나자고 얘기하면 언제든 나오고, 뭐 하나 부탁하면 '오지랖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작동해 다 들어주니, 연애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단 얘기다.

이와 같은 시기에 계속해서 상대에게 다시 고백하며 들이대는 것은, 자신의 고백을 더 가치 없게 만드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단칼에 둘의 관계를 자르며 "너랑 나는 이제 남남."이란 듯이 등 돌리지 말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일상을 돌보며 숨을 고르자. 업힌 사람을 업은 사람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법이다. 무작정 상대를 업으려 하지 말고, 옆에 서서 함께 걷자.


3. 쉬는 시간을 좀 가져야 할 사례들

 

상대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있는 관계로 당신이 '좋은 오빠' 혹은 '좋은 동생'이 된 경우, 전반전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좀 쉬자. 자전거가 아무리 타고 싶더라도, 밖에 폭설이 내린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현명한 선택 아닌가. 모든 상황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지금껏 열심히 달린 자신을 좀 쉴 수 있게 해 주자.

그리고 하나 더, 현재 자신이나 상대가 '연애'를 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크고 넓은 시각으로 살펴보길 권한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상대에게 "좋은 오빠동생 사이로..."라는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연들 중엔, 고백을 하는 상대나 자신이 연애를 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책 없이 연애만 요구했었다는 이야기가 꽤 많았다. 

포기하라거나 단념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거 해봐야 지키기도 어렵고 괜히 삼일 쯤 지나 혼자 더 불타오르게 된다. 그냥 지치고 긴장한 당신의 마음을 좀 눕힌다고 생각하자. 그걸 또 남들 보라고 메신저나 트위터에 적어 알리지 말고, 정말로 편안하게 누워 쉬는 거다. 당신 이외의 모든 것들에게서 잠시라도 당신을 자유롭게 해 주자.

지금 그 상황은, 당신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거나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정열적으로 누군가에게 임했기에 당신이 방전되어 벌어진 일일 수 있다. 깜빡이는 경고 신호에 급한 마음 갖지 말고, 쉬는 시간을 좀 가지며 당신을 충전하길 권한다. 


이렇게 적어두고도 마음 한 편이 불편한건, 당신의 그 마음을 혹시 상대가 '긴급출동 서비스'처럼 이용하진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혹, 상대가 '좋은 오빠동생'과 '연인'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당신을 '외로움의 킬러'로 고용하려 한다면, 대각선의 벽을 세우길 바란다. 그건 연인들 사이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인데, 서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부분이 없다면 '존경'과 '배려'도 없고, '사랑'도 없다는 걸 기억해 두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연애를 '오디션'처럼 생각하지 말길 권한다. 관심 있는 상대에게 도전하듯 고백하고 그 고백이 '합격'처럼 받아들여져야만 연애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 당신과 제일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를 떠올려 보자. 그 친구와 "너랑 내가 제일 친한 친구인 거지?"라고 물은 적 있는가? 아니면, "우리 앞으로 평생 제일 친한 친구 하자."라고 약속한 적 있는가? 당신과 친구의 그 '우정'처럼, '사랑'도 어떠한 계기로 '만남'이 있은 후, 둘의 관계가 뿌리와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는 법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싹튼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 돌봄의 노력, 따뜻함 등이 계속 필요한 것, 이라는 얘기는 나중에 '커플생활'과 관련된 매뉴얼에서 더 이어 살펴보기로 하고, 부담의 밀도가 높은 월요일, '좋은 오빠'와 '좋은 동생'들의 혼란스럽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잔잔해졌기를 바라며 여기서 매뉴얼을 마친다.



"좋은 동생 많아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노멀로그 슬로건이 생각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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