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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 공백기로 굳은 마음, 다시 뛰게 하려면?

by 무한 2011. 2. 10.

작년 가을에 이별한 Y군(29세, 회사원)에게 슬슬 '솔로부대 상병 진급'의 조짐이 보인다. 크리스마스까지만 해도 길거리의 커플을 보며 "저런 거 하나도 안 부러워. 쟤들도 얼마 안 가 다 헤어질 애들이라니까. 지금이야 좋다고 손잡고 껴안고 그러지. 시간 지나 봐봐. 난 진짜 그냥 지금 엄청 편해."라고 이야기 하던 Y군 이었다.

그런 Y군이 "괜찮은 사람 없냐? 소개 좀 시켜줘 봐. 소개팅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만나고 그러는 걸로. 저번에 홍제동 사는 자전거 좋아하는 친구 있다며? 불러서 같이 라이딩이나 가자."라며 '솔로부대 일병 진급'을 알린 것은 올해 초였다. 자연스럽긴 개뿔. 얼굴을 벨 것같은 칼바람이 부는데, 자전거 라이딩이라니. 솔로부대 일병 시절엔 이처럼 '대책없는 과감함''물 불 가리지 않는 조급함'이 빛을 발한다.

솔로부대 상병에 접어들면, 지치기 시작한다. 소개팅을 나가서 깨달을 수 있는 거라곤 '소개팅을 여자가 주선할 경우, 자신보다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 줄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하다.'라든가, '소개팅에 나온 상대를 보면, 주선자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정도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옛말은 잘 맞아 떨어지면서, 궁하면 통한다는 옛말은 먹히지 않는다. 궁하면 계속 궁하다. 어느 정도 친하게 지냈던 이성들은 대부분 연애 진행 중이고, 솔로로 지내고 있는 이성들에겐 솔로부대 일병 시절 '과감함'과 '조급함'으로 들이댄 까닭에 엉망인 관계가 되었다.

이렇게, 마음은 폐허가 되었다.

뭐, 이게 끝은 아니다. 솔로부대 병장에 진급 전에 다시 한 번 달달한 로맨스가 찾아올 것이다. 그 로맨스에서 '이성에 대한 두 번째 회의'를 느끼거나, '상대의 역할을 정해 놓고 다급하게 밀어 붙이다가 자빠지기' 정도의 경험을 쌓아야 병장 진급이 가능하다. 그 후, 하사, 중사, 상사, 준위, 소위, 중위, 대위, 소령, 대령 등으로 이어지는 솔로부대 계급에 대해선 '모태솔로부대원'의 경우, 대부분 '하사'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고,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오늘 살펴볼 것은 바로 솔로부대원의 '질풍노도의 시기'라 할 수 있는 '일말상초(일병 말기, 상병 초기)'에 대한 부분이다. 솔로부대에 막 입대하는 후임들을 보며 이제 위로도 할 수 있을 만큼 솔로부대원 생활을 했지만, 그렇다고 제대가 가까운 것도 아닌 어중간한 시기. 이 시기에 점점 굳어가고 있는 그대의 마음을 다시 뛰게 해보자.


1. 마음의 방 청소하기

 

간디(애완견)을 키우며, 강아지에 대한 책이나 영상들을 많이 접했다. 아쉽게도 간디와 대화를 할 수 없기에, 미리 강아지를 키우거나 강아지의 행동을 연구한 사람들의 자료를 보며 '강아지는 왜 그럴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간디가 왼 손을 핥을 경우 '님아, 저 물 좀요.'라는 걸 맞출 정도가 되었다. (배가 고플 땐 오른 손을 핥기로 간디와 약속해 두었다.)

강아지와 파트너가 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강아지에 관련된 자료들을 보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강아지 집'에 관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한다. '안 돼.', '기다려.', '짖지 마.' 같은 훈련들도 중요하겠지만, 여러 가지 훈련이 이루어지기 전 가장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강아지 집'이다. 그 집은 치외법권 지역으로 어떤 잘못을 하더라도 강아지가 혼나지 않아야 하며, 그 집에선 언제나 강아지가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어야 한다.

그 '집'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강아지에겐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난다.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회사원이 회사 앞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이야기였는데, 그 강아지는 늘 그 회사원이 퇴근할 시간이면 회사원의 승용차를 따라가 차도로 나섰다. 차도에 접어든 회사원이 강아지의 안전을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오며 몇 번이나 그 강아지를 달랬지만, 여전히 그 강아지는 회사원의 차를 따라 나섰고 다른 차들을 보며 맹렬하게 짖어댔다. 맛있는 간식들을 주곤 강아지가 간식에 한 눈을 파는 사이 살그머니 떠나기도 해 봤지만, 강아지는 맛있는 간식들도 팽개치고 그 회사원의 차를 따라 나섰다.  

애견 행동 교정 전문가가 그 모습을 보고 내린 처방은 '강아지 집 마련'이었다. 그간 방석을 깔아 자리를 마련해 주었던 것을, 지붕이 있으며 그 안에 들어가 스스로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란 얘기였다. 난 사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목줄을 해서 묶어 두세요.'라거나 '강아지가 도로로 나갈 때 폭죽 등을 터트려 충격을 주세요. 도로로 나가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걸 인식 시키는 거죠.'라는 해답이 나오리라 생각했었다.

강아지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그 집에 예전부터 강아지가 깔고 있던 방석을 넣어주니, 강아지는 더 이상 자동차를 쫓아오지 않고 그 집에서 편안히 쉬었다.

솔로부대원들의 사연 중, 위험한 차도로 뛰어들려 하는 듯한 사연을 접할 때 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혼자 일 때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는가? 그런 보금자리가 없다면, 전에 이야기 한 것처럼 늘 상대에게 기대야 하고 상대가 곁에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다른 방법 없이 늘 남의 차를 얻어 타야 하는 입장이라면, 상대가 언제 "너, 내려."라고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단 얘기다.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의지만 하고 있었기에, 연애에서 하차하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폐허가 된 듯해 돌아보기 싫은 '마음의 방'이라면, 깨끗한 다른 곳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방을 먼저 청소하자. 울고 싶으면 울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찌질한 모습을 보이고 싶으면 찌질한 모습을 보이자. 별로 권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바닥을 칠 수 있을 것 같다면, 그렇게 하자. 피하고, 접어두고, 미뤄둔 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다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만 갖지 말고 말이다.


2. 피폐함을 경계하자


내 지갑에 삼만 원 있는데 백화점에서 점원이 이십만 원 짜리 시계를 권하면 마음이 불편해 지는 법이고, 백수로 지낸 지 백 일이 넘었다면 어딘가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봐야 한다는 것이 두려워 지는 법 아닌가. 이와 비슷하게 솔로의 시간을 오래 갖다 보면 마음이 점점 피폐해진다. '독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피폐함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는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자존심'과 관련된 피폐함이다. 긴 솔로의 시간으로 인해 자존심은 풍화작용을 겪는다. 보통의 풍화작용은 닳고 깨지며 작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자존심은 닳고 깨지며 작아지는 동시에 날카로워진다. 작아진 자존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변하며,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상대에게 먼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존심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이별이 남기고 간 '의심'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 그런 대원에겐 누군가 다가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이성관계의 '사막화'가 이루어진다. 안타깝게도, 이성관계의 사막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자기 관리에 대한 열정도 점점 수그러든다. 가장 친한 친구 자리에 귀차니즘을 앉히고, 점점 편한 것만 찾게 된다.

암울한 얘기를 더 할 것도 없이, 그대는 '블링블링' 해야 한단 얘기다. 가끔 "제가 빛나지 않아도 진흙 속에 묻혀 있는 진주 발견하듯 절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거나 "이것도 제 모습이잖아요. 전 제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해요."라고 얘기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뭐, 감나무 아래에서 계속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얘기에 굳이 뭐라 더 할 말은 없다. 단, 초인종이 고장 난 집에서 현관문을 걸어 잠근 채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그냥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 정도만 말해주고 싶다.

마음속의 피폐함은 금방 드러난다. 지금 바로 트위터든 메신저든 채팅방이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이 남긴 글이나, 대화명, 혹은 그들이 하는 말들을 가만히 살펴보자. 보이는가? 당신이 그러한 것들을 통해 상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당신 또한 당신이 한 말, 표정, 행동 등을 통해 상대에게 보여 진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자신을 살펴보자. 당신의 모습이 만족스러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들을 정비해 보자.

거울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는 고치면서, 왜 헝클어진 마음은 그대로 두는가? 당신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발자국들을 돌아보자. 


3. 준비가 끝났으면? 달리자


아, 달리기 전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학창시절의 친구와 사회에 나와서 만난 친구는 그 둘의 느낌이 다르듯이, 이별 전에 만나던 사람과 이별 후에 만난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다. 이별로 인해 당신은 이제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 얘기다.

이 어마어마한 간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난 당신에게 상대를 데리고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볼 것을 권한다. 이것저것 다 떼어 놓고 코 질질 흘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해 당신은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대의 발자국부터 돌아보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의 발자국을 살펴보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렇다고 '과거 연애사'를 추궁하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어떤 아이였고, 어떻게 지내왔으며, 무슨 생각을 하며 자라 왔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뭐, 열 네 살때 가장 심각하게 했던 고민에 대해 서로 털어 놓을 수도 있고, 부모님과 가장 크게 싸운 경험이라든가, 애완동물을 키웠던 이야기 등등 그런 것들에 대해 서로 나누길 권한다. 이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함께 영화를 백 번 보고, 밥을 백 번 먹는 것 보다 훨씬 값지다는 것에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둘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고, 이 방법을 통해 당신은 '현재'라는 끈만이 아닌 '과거'라는 끈으로도 둘의 인연을 묶을 수 있다. 과거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현재'라는 버팀목 하나에 서 있는 것보다는 훨씬 든든하게 서 있을 수 있단 얘기다. 게다가 이 방법을 사용하면 그저 서로에 대해 예상한 '이미지'만으로 만나다 실망만 할 일도 줄어든다. 간단히 말해 이건, 서로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다. 꼭 기억해 두었다 그대의 달콤한 연애에 잘 활용하길 권한다.

자꾸 다음으로 미루면, 계속 미루게 되는 법이다. "그냥 누가 확 날 잡아 줬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힘이 없네요."라는 건 슬픔을 쟁여 놓고 있는 게으름뱅이의 변명일 뿐이다. 당신이 그냥 가만히 있을수록 당신의 창문에는 먼지가 쌓이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아무도 당신을 볼 수 없게 된단 얘기다.

밥을 먹을 힘이 있다면, 사랑하자. 그게 꼭 누구를 만나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의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당신의 관심이 필요한 것들을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자. 당신이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비통함을 가질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사랑하잔 얘기다. 아무 사랑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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