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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돌아보니 미안해져서 구남친 잡으려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7. 18.

돌아보니 미안해져서 구남친 잡으려는 여자 외 1편

공쥬님(여자친구)도 참 까칠하다. 그래서 난 공쥬님에게

 

"예쁘게 좀 말해줘. 좀 더 예쁘게 말할 수 있잖아.

그래야 듣는 나도 기분이 좋지.

친구들한테는 예쁘게 말하면서, 나한테만 그렇게 말하면 난 속상해."

 

라며 종종 엄살을 피울 때가 있다. 공쥬님의 저런 태도가 나에게는 없을까 유심히 관찰해 본 적도 있다. 날 가만히 지켜봤더니, 공쥬님에게는 안 그러면서 어머니께는 심드렁한 듯 대답할 때가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심드렁한 대답 같은 걸, 어머니께는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아들 키워봤자 다 소용 없다고 하는 것 같다.(응?)

 

[여기서 잠깐!]

연애 중 상대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까칠한 모습'을 보이면, 연애 초보인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 난 이런 대접만 받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동굴로 들어가게 될 수 있다. 상대의 태도에 실망한 채 이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입을 닫거나, 그 태도에 기분이 상해 "오늘 그냥 집에 들어가자. 나 집에 갈 테니까, 너도 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럴 땐, 그 태도가 상대의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태도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지 말길 권한다. 내가 보증하는데, 그건 일시적인 것이며, 상대에게 "그런 태도가 나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 즐겁게 데이트 하려고 만나서 서로 짜증을 내거나 화풀이만 하면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밖에 더하겠는가.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답을 구해보자. 날 좀 도와줘라."라고 부탁을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같이 입 닫은 채 서로 다른 곳 보며 '생각할수록 빡치네. 그냥 헤어져버릴까.'라며 속 끓이지 말자. 사랑한다면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상대는 괴물이 아니며, 그대를 해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상대 역시도 속상해서 그러는 거다. 그러니 똑같이 굴려고 하지 말고, 더 넓은 마음으로 감싸보길 권한다.

 

편한 상대일수록 예의나 미소를 생략한 채 대하는-혹은 더 까칠하거나 못 되게, 심술궂게 대하는- 이 증상은, 내게 도착하는 많은 사연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 처음으로 다룰 사연의 주인공인 K양 역시, 사랑하던 남친에게 일부러 더 얄밉게 굴고, 마음에도 없는 날선 말들을 하며, 푸닥거리 하듯 며칠에 한 번씩 불만인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곤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 남친이 보인 태도로 봐서는 사과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고, 또 다시 만나봐야 똑같이 불만족스러운 연애가 될 것 같으며, 그렇다고 이대로 없던 일 하자니 풀지 않은 문제 미뤄둔 듯한 기분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갈팡질팡 하고 있는 K양에게, 저 쪽에 표지판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자.

 

 

1. 돌아보니 미안해져서 구남친 잡으려는 여자.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보라고 먼저 얘기하고 싶다. 가끔 내가 이렇게 질문을 하면 이걸 K양이 남자친구에게 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듯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고 비슷한 의미지만 좀 더 강한 어조로 되묻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말자.

 

내가 K양의 남자친구인데, K양에게 이런 말을 한다.

 

"결혼? 좀 더 사귀어 봐야 아는 거지."

"우리 부모님이 널 허락할지 반대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미안한데, 나 권태기가 온 것 같아. 네가 별로 좋지 않네."

 

어떤가? 나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아니면 자존심을 공격당하는 기분이 느껴지며 이 연애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가? 이게 바로, K양이

 

"헤어지던 날, 오빠가 처음엔 그래도 잘 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태도가 급변해 저에게 상처 되는 말들을 하더라구요.

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라고 한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이다. 그는 L양의 말들을 처음엔 그저 투정인 줄 알고 들었는데, 듣다 보니 답도 없는 얘기고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 더럽고 짜증만 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투정이나 짜증도 받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 결혼한 부부를 예로 들어보자. 몇 년 전 이혼한 내 지인 중 하나는,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에게서 "내가 오빠랑 결혼한 게 잘못이지."라는 말을 듣고는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간 싸울 때 아내가 심한 말을 해도 어떻게든 아내를 달래던 그였는데, 저 말을 듣자 마음속 무언가가 깨져 더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가 사과하고 아내 쪽 식구들이 회유했지만, 그는 이혼을 했다. 자존심 뭉개는 여러 소리 들으며 함께 살 때보다, 오히려 이혼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쩔쩔맬 일 없어 좋다고 그는 말했다. 난 그의 이혼을 막기 위해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었는데, 어제 이야기 한 것처럼 당시 내 슬로건이 '나나 잘 하자'인 까닭에 그러질 못했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지금 와서 과거에 상대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열심히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학력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넌 진짜 보면 볼수록 멍청한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냐. 아는 게 뭐냐?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 후 내가 아무리 "진심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그랬다. 널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열심히 말해도 저 말을 하기 이전의 관계로는 절대 못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K양은 이성적으로 이 사람과 헤어질 것인지, 아니면 감성적으로 이 사람을 잡을 건지, 잡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잡아야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데, 난 이게 확인사살까지 완전히 끝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예전에도 여러 번 이렇게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고 해서 이번에도 똑같이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예전 이별이 상대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구석으로 몰다가 헤어졌던 거라면, 이번 이별은 아예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린 것과 같다. 마지막 대화 중반부터 상대가 작정하고 그간 참아왔던 말을 모두 쏟아낸 것만 보더라도 그에겐 K양을 향한 애정보다 미움이 더 큰 것 같아 보인다. 그게 순간적인 분노였다면 예전처럼 며칠 지나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이건 오랫동안 축적된 미움이 밖으로 흘러 넘쳐버린 것이기 때문에,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난 사실 이번 연애보다도 K양의 다음 연애가 더 걱정된다. K양의 연애 스타일은, 연애가 분명 둘이 함께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보고 다 책임지라고 미뤄두는 식이다. 그게 구남친이 K양에겐 '감성적으론 좋지만 이성적으로는 별로인' 남자여서 더 그랬을 가능성이 있긴 한데, 만약 그런 거라면 다음 연애는 반드시 이성적으로, 또 감성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사람과 하길 권해주고 싶다. 더불어 '사랑 받으려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야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사귀는 사이라고 해서 받을 사랑 맡긴 사람처럼 내 놓으라고 손만 벌리고 있어선 안 된다. K양은 상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이나 상대를 칭찬하는 말은 얼마나 했는가? 사랑한다는 말은 몇 번이나 했는가?

 

공쥬님과 연애를 한 지 7년 째 되는 해에, 공쥬님이 나에게 "나보다 먼저 죽지 마. 절대 그러면 안 돼."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먼저 죽으면 본인도 죽을 거라며 짓궂은 애정표현을 했다. 공쥬님께 난 "내 꿈이 뭔 줄 알아? 난 생명연장의 꿈을 꾸고 있어."라고 답했는데, 여하튼 난 우리 연애의 궂은 날이 올 때면 공쥬님의 저런 표현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낸다. 그러면 감사한 마음이 들고, 저렇게 맑은 날도 우리에게 많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그런데 공쥬님이 저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 없이, "지금 별로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전화로 말 해."라는 이야기만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즐거울 때 웃고, 열 받을 때 화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화가 날 때에도 상대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는 일 없이 그저 내 자존심 살리고자 늘 상대를 기죽이기만 한다면, "그래 다 내 잘못이고, 다 내 탓이지. 우리 그만 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며 도망가게 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남산 위에 소나무세요? 왜 철갑을 두르시고….

 

폰을 바꾼 뒤, 저는 폰으로 카톡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에 쓰던 휴대폰 자판 배열에 익숙해진 까닭에 현재 폰으로는 오타가 계속 나기 때문입니다. 자판 배열은 거의 비슷한 걸 사용하고 있는데, 이전에 쓰던 건 자음 두 번 누르면 쌍자음이 되던 것과 달리 이건 쉬프트 키를 눌러야 하고, 게다가 화면 크기도 이전 폰과 달라 자꾸 다른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커플폰인지라(염장 죄송) 공쥬님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공쥬님은 계속 사용해 이제는 손에 익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탈자로 인해 짜증이 나 차라리 전화를 하거나 PC카톡만 사용하다 보니, 여전히 폰으로는 메시지를 적어 보내는 게 어렵습니다.

 

저는, 이성과 대화하는 것이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안 해봐서 못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에게 내 얘기를 꺼내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보다, 그냥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결론을 내는 것이 편하기에 그렇게 지내다 굳어진 겁니다. 성격이나 가정사 등의 일로 인해 그쪽으로 흘러 버린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렇듯 안 하는 게 편해서 안 하다 보니 못 하게 된 문제를 가지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 L양. 이렇게 계속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끔하지만 효과가 있는 예방주사 한 방 맞으시겠습니까? 물론 선택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L양은 사연을 보냈고, 이곳은 사연 보낼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마음대로가 아닌, 노멀로그 입니다. 어차피 이대로 살면 이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하든, 아니면 다른 사람과 만나든 제대로 의사표현도 못 한 채 늘 비슷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으니 예방주사는 맞아야 합니다. 맞아 봅시다.

 

L양은 너무 진지합니다. 만약 제가 L양에게, "집에 쓰던 로션이 다 떨어져서, 이번 주말엔 홍콩에 다녀올까 합니다. 쇼핑하러 제가 홍콩 자주 가거든요. 아, 물도 스위스 가서 사다 마셔요. 스위스 물 맛 좋은 거 아시죠? 다음 주 주말에 같이 다녀올래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L양은

 

"다음 주요? 아뇨, 전 괜찮아요. 무한님 다녀오세요."

 

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저 말은 그냥 "아, 직접 다녀오시나봐요? 저희 집에서는 일하시는 분이 가서 사오시거든요."정도로 받으면 되는 건데, L양은 저게 '진지한 대화'라고 생각해 버리는 겁니다. 중간 중간 L양의 썸남이 당황했던 건, 그는 누가 봐도 농담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한 건데 L양이 다큐로 받아 버리니 그 역시 당황했던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L양과 둘이 차타고 가면서 대놓고

 

"L양은 완전 나만 부려먹으려고 해."

 

라고 말하는 건, 누가 봐도 장난입니다. 저 말에 급 무안해져서 정색하며 며칠씩이나 상대와 말도 섞지 않을 필요가 없는 일이란 얘깁니다. 이건 뭐랄까요, 지인이 저희 집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을 때 제가 "숙박료는 시간 당 삼만 원 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자, 지인이 '날 공짜로 재워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 걸 저렇게 돌려 말하는 건가?'라며 "안 자고 그냥 가겠다."라며 막무가내로 가 버리는 것과 같은 겁니다. 저 말에 남들은 "어익후, 카드결제 됩니까?"라며 같이 웃고 넘어가는데, L양은 상대와 인연을 끊어버릴 생각까지 하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런 고지식함과 더불어 L양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저는 서운한 마음에 그 메시지를 씹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이상행동입니다. L양은 서운하면 철갑을 두르고, 화가 나도 철갑을 두르며, 뭔가 마음에 안 들어도 철갑을 두르고,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도 철갑을 두릅니다. 이러면 그냥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되는 겁니다. 겉씨식물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침엽 교목 말입니다.

 

오늘부터는 무조건 말을 해야 합니다. 서운해도 말하고, 화가 나도 말하고, 뭔가 마음에 안 들어도 말하며,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도 일단 말을 해야 합니다. 간단한 대답도 괜찮고, 정말 말을 할 줄 모르겠을 땐 이모티콘만 보내도 괜찮으니 무조건 응답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알아서 다 해주는 남자'가 L양에게 반해 청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더라도, 음식물 쓰레기 안 버리고 오는 걸로 화가 나선 각방 쓰게 될 수 있습니다.

 

"가사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던 남편이,

침대에 누워있는 저에게 화 풀라며 건드리는 것이 소름끼쳐 집을 나왔습니다."

 

같은 사연을 보내게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저 멘트 보면서 L양도 '저거 왜 내가 한 말 같지? 미래의 내가 쓴 건가?'하며 살짝 어리둥절하지 않습니까? 저 모습이 바로 현재 L양의 모습입니다. L양도 나름 화가 나는 부분들이 있어 그런 행동들을 했다고 신청서에 적어 주셨는데, 말을 안 하면 사람이 모르는 겁니다. 아, 남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예전에 남친이 남산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발이 너무 아파 걷기 힘든 상황에서도 남친이 계속 남산을 올라가 나중에 대판 싸운 여자 분이 계십니다. L양이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발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면 되는 걸, 말 안하고 뒤꿈치 다 까질 때까지 말없이 뭐 씹은 얼굴만 하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넌 그런 것도 몰랐냐? 나 구두 신은 거 안 보여?"라고 이야기하는 여자가, 뭔가 좀 이상하고 답답하지 않습니까?

 

싫거나 힘든 것, 또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로 부탁을 하시기 바랍니다. 배고프니 밥 먹자, 힘드니 좀 앉았다 가자, 라고 말하면 되는 겁니다. 이런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해도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흘려버리니 상대는 모르는 게 당연한 겁니다. 이건 남자의 문제가 아니라 L양의 문제입니다. L양은 자신이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섬세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남자…."

 

같은 이야기 하고 있으면 연애는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아니면 전국 각지를 돌며 관심법을 쓰는 궁예 같은 남자를 찾아보거나 말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걱정됩니다. L양은 마음이 여린 까닭에 상처도 잘 받는 편인데, 그러면서도 철갑을 두르는 까닭에 상대에게는 더 큰 상처를 내게 되니 말입니다. 힘들면 힘들다, 싫으면 싫다, 배고프면 배고프다, 어려우면 어렵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말을 하시기 바랍니다. '아닌 척'하며 속으로 분노하다 나중에 폭발해 버리면, 상대는 L양을 보며 이유도 없이 화내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말로 못 하겠으면 몸으로라도 하시길 권합니다. '몸' 얘기만 나오면 음란한 상상을 하시는 음란마귀 씌인 독자 분들이 몇 몇 계신데 그런 뜻 아니고, 상대가 힘들어 하면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라는 얘깁니다. 무슨 말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표정으로 창밖만 보면서 가거나, 언제나처럼 그저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현재 썸남과 L양은 그 정도의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사이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꼭 '터치'를 하지 않더라도, L양이 상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술자리로 불렀으면, L양은 그 자리가 파할 때까지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겁니다. L양이 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가 오자 왜 갑자기 다시 철벽녀로 돌변해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자리를 뜨신 건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L양은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다가 기분이 나빠져 그런 것이지만, 이건 지나가는 사람 백 명을 붙잡고 물어도 "여자가 이상하네."라는 답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 반대로만 하는 '청개구리'의 모습에서 벗어나시길 권합니다. 표정은 삐쳐 있지만 몸으로는 상대를 챙기면 그건 '츤데레'로라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정도 삐쳐있고, 몸으로도 휙 토라져 가 버리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로는 꼭 진심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의 적극성을 이끌어 낼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는 지금까지 충분히 적극적이었습니다.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은 채 L양에게 표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여기서 그가 더 적극적이길 바라는 건, 그가 다 알아서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올리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입에 떠 먹여주기까지 바라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L양이 조만간 만나 그의 손 한 번 잡아주거나, 그에게 선물을 한 번 하거나, 같은 공간에 있다가 없어지니 너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는 말 한 마디 해도 이건 잘 될 관계입니다. 그러니 "그가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시나요?"라는 엄한 질문 하지 마시고, 이 글을 보는 즉시 그에게 먼저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 그냥 흘러간 불금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불금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L양이 불을 당기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불금이다. 오늘은 공쥬님이 아파 누워 있는 관계로 서둘러 글을 마치고 간호하러 가봐야 할 것 같다. 다들 아프지 마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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