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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부정적인 생각으로 꽉 차있던 구여친 외 1편

by 무한 2014. 7. 12.

부정적인 생각으로 꽉 차있던 구여친 외 1편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연애상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난 '세 가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 친구.

- 취미.

- 살고 싶은 생각.

 

저 세 가지가 없는 사람은 자기 마음의 집을 마련하지 못한 홈리스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도 늘 자신을 이방인처럼 생각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기대했다가 쉽게 실망하기도 한다. 연애를 할 때 그들은 상대의 호의와 관심, 그리고 애정을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타듯 받아 잠시 버티긴 하지만, 그 배부름이 가시고 나면 다시 시궁창처럼 느껴지는 현실과 조우하며 자폭하곤 한다. 연애 덕분에 그나마 얼마간을 연명했다 하더라도 결국 문제는 발생한다. 상대가 해주는 응원에도 내성이 생겨 효과가 없게 되고, 열심히 참았지만 여전히 제자리라는 것을 인식하며 다시 '아무 기쁨이 없는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저런 상황에 있는 한 여자와, 맹목적인 이해와 헌신으로 상대를 위하는 남자가 만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남자는 그녀의 인생까지를 대신 살아주려 하거나 그녀를 안고 가려고 하고, 여자는 그에게 안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에게 피해만 준다는 게 싫어.

피해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마. 나도 다 알고 있으니까."

 

하며 안긴 상태에서 자폭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남자가 겨우 진정시키면 여자는 한 숨 자고 일어나 '잠시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만, 그녀의 자폭으로 인한 남자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분명 그녀가 나쁜 여자는 아니고 그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신도 괴로워하는 가여운 처지에 놓여 있는 거지만, 자폭으로 인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까닭에 결국 남자도 더 버티지 못한 채 몸을 피하는 일이 벌어진다.

 

첫 사연의 주인공인 L군도, 그렇게 구여친을 놓아버렸다. 그녀가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L군은 피가 말랐고, 그녀가 자신의 삶까지를 L군에게 얹어 놓고 있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기에게서 24시간 눈을 뗄 수 없기에 내 생활이 없어져 버렸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L군 역시 24시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기에 그녀의 삶과 자신의 삶 두 가지를 다 살아야 하는 게 버거워졌다. 현재 L군은 그녀와 헤어졌지만, 잡자니 이전과 같은 상황의 연속일 것 같고, 연을 끊자니 그녀만 떠올리면 눈물부터 흘러 괴로워하는 중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L군에게, 우리가 함께 동아줄을 던져보자.

 

 

1. 부정적인 생각으로 꽉 차있던 구여친.

 

쩔쩔 매며 무조건 "그래, 다 괜찮으니까 마음대로 해. 나한테 다 풀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오늘부로 L군의 인생에서 접어두길 권한다. 그렇게 다 받아주는 태도를 계속 유지해봐야 그녀에겐 그냥 L군이 화풀이 대상이 될 뿐이고, 당장은 그녀의 화가 풀릴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 너한테 화 풀어도 화가 풀리지 않아.'

 

라며 그녀는 점점 더 강도 높은 방법을 사용해 감정을 표출할 것이다.

 

"우린 안 맞는 것 같아."

"너에 대한 내 감정이 설렘은 아니야."

"너에게 100% 믿음은 안 가."

 

등의 가시 돋친 말들로 상처를 내가며 말이다. 때문에 L군이 받아주면 줄수록 그녀의 짜증과 화풀이, 그리고 신세한탄은 늘어가게 될 것이고, 자연히 L군도 지치게 될 수밖에 없다.

 

난 L군에게, 내가 공쥬님(여자친구)과 한 약속을 하나 소개해주고 싶다. 그것은 바로

 

"짜증나."

 

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서로에 대해 저 말을 하지 않는 건 당연한 거고, 외부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린 저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짜증난다는 말은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의 사기마저도 꺾어 버리는 저주스러운 힘이 있다.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서 속상했다며 감정을 표현한다든지, 아니면 누구 때문에 화가 났다는 얘기는 하더라도, 서로의 영혼을 좀먹기만 할 뿐인 저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우리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다른 관점에서도 그 문제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다.

 

- 이 감정이 한 달 후에도 계속 지속되며 우리를 괴롭힐 것인가?

- 이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도 우리처럼 계속 이 문제에 매달려 있을 것인가?

- 그 사람이 정말 우리를 해할 목적으로 이 문제를 발생시킨 것인가?

- 이를 갈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효과적으로 복수할 방법이 있는가?

-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린 그걸 어떻게 자극할 수 있는가?

- 화내며 맞서지 않고, 웃으면서 상대를 잡아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사람은, 사실 며칠 후에는 생각도 안 날 일에 매달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느라 에너지를 다 쏟곤 한다. 그리고 남이 모나서 그 모난 부분에 부딪혔을 뿐인데도 그게 아파 그를 증오하거나 저주할 수 있다. 정작 그 일을 발생시킨 사람은 소고기를 구워 먹고 머리하러 가는데, 당한 쪽에서는 분해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도 즐길 걸 즐기면서 복수 할 방법을 생각해 내곤 한다.

 

공쥬님이나 나 역시 사람인지라 자포자기를 하려는 순간이나 신세한탄을 하려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자폭 주의"라는 경고를 해준다. 지금 거기서 혼자 터져 버리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자폭 예방'만 하는 건 아니다. 참을 수 있는 수위를 넘겨 눈물이 먼저 쏟아져 나올 때에는, 내게 안겨 울라고 품에 안아주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서로의 편이니까.

 

하나 더. 우리는 서로의 외부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연애의 함정 중 하나가, 서로가 서로에게 제일 편하고 가깝기에 둘이서만 연애하다 고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지인들에게까지 신경을 쓰며 처세에 대한 부분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 지인들과의 추억까지 공유하며 이번에 만나고 와서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물론 위와 같은 모습으로 연애를 해도 L군 커플이 보였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위에는 가장 중요한 '둘이 함께 이루려는 목표'에 대한 부분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밝힐 순 없지만 우리는 단기목표, 장기목표 등을 세워 함께 이뤄가고 있다. "나중에 뭘 하자."같은 막연한 계획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번 10월, 그리고 내년 5월 등으로 구체화 되어 있다. 난 L군에게, 이 '둘이 함께 이루려는 목표'를 상대와 함께 세워보길 권해주고 싶다. 이런 목표 없이 그저 매번 자취방에서 둘이 뒹굴기만 하며 나중에 결혼해서 강아지를 키우자느니 하는 얘기를 해봐야 소용없다. 지금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해보도록 하자.

 

여자친구가, 훗날 함께 해외여행 나갔을 때 자신도 영어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내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까지는 되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하면 되지."

 

라고 대답하지 말길 바란다. 그건 상대를 안심시키는 기능보다는, 현 상태로 정지시켜두는 기능이 더 큰 대답이다. L군이 다 해주려 하면, 상대는 혼자선 아무 것도 못 하는 바보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저런 경우엔 강의를 추천해 주거나, 책을 선물하는 것이 더 낫다. 두 사람 다 스스로의 힘으로 걸을 수 있어야 함께 여행을 해도 즐거울 것 아닌가. "내가 업고 갈 테니 걱정 마."라고 이야기 했다간, 여행 이틀째부터 "걸으려는 액션이라도 좀 취해봐. 나도 진짜 힘들어."라는 얘기밖에 할 수 없을 테니,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은 상대가 감당할 수 있도록 응원과 격려만 해주자.

 

당장 대신 해줄 수 있는 힘이 있어도 무작정 나서지 말고 참아야 한다. 다 컸음에도 불구하고 둥지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아기 독수리에게 어미 독수리가 먹이 공급을 끊고 둥지에서 쫓아내는 건, 아기 독수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기 독수리가 영영 날지 못 하며 어미에게 의존하고, 그러다 둥지 밖으로는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 얘기를 L군이 잊지 않길 바란다.  

 

"무한님, 근데 L군 커플은 헤어졌다는데,

왜 사귀고 있을 때 어떻게 하길 바란다는 얘기만 하신 거죠?"

 

난 다시 만나는 건 둘에게 그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적었다.

 

 

2.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남자.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듯, 난 어느 지인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 그와 전화를 하게 되면 최소 2시간은 통화를 해야 하는데, 그 내용이 전부 지인의 하소연 및 고민, 신변잡기들에 대한 내용이다. 그래서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내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것에 짜증이 나고, 결국은 '답정너'인 그 말들에 호응을 해주는 게 무의미한 일처럼 느껴진다. 지인의 회사 후배직원이 사내연애 하는 것이나, 새로 들어온 여직원이 개념 없다는 일 같은 건 난 전혀 알고 싶지 않은데, 그 지인은

 

"완전 대박이지?"

 

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내가 지겨워하는 기색을 보이면, "아, 그런데 말야. 그거 기억나?"하면서, 대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이어가려한다. 공쥬님 지인 중에도 이런 사람이 하나 있는데, 휴대폰 무제한 요금 신청해 놓고는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중이다. 물론 그 사람 본인은 모를 것이다. 자신은 자기 얘기 하는 까닭에 그저 재미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은 내가 총대를 딱 메고 M양에게 이 얘기를 해줄까 한다.

 

"M양은 말이 너무 많다."

 

남친과 한 번 헤어졌을 때, 그가 간접적으로 저런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M양이 못 알아듣는 부분에서 난 참 가슴이 아팠다. 그가

 

"난 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너는 네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가 맞지 않는 부분이야."

 

라고 한 말이, 바로 M양이 "코를 팠더니 시원하더라." 같은 지극히 사소하고 재미와 감동도 없는 이야기들까지 늘어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저걸 M양은 달리 받아들여

 

"난 내 모습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것일 뿐이야."

 

라고 답했다. 남친의 저 말을 바르게 이해하자. 저 말에서 '다른 사람'은 남친을 말하고, '네 모습'이라는 건 M양의 신변잡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말한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M양과 남친의 대화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M양 - 오늘 나오는데 구두 굽이 부러져서 완전 블라블라.

남친 - 응 고쳐야겠다. 다치진 않았고?

M양 - 응. 아 그리고 지금 점심 먹는데 메뉴가 진짜 별로고 블라블라.

남친 - 그래. 담에 맛난 것 먹어서 상쇄하자.

M양 - 아 내가 우리 회사 A씨 얘기했나? 그 사람이 오늘 아침에 나보고 블라블라.

남친 - 웃긴 사람이네. 아무튼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다.

M양 - 나 퇴근하고 친구 만날 건데, 그 친구가 누구냐면 블라블라.

남친 - 응. 친구 잘 만나고 조심히 들어가.

M양 - 친구 만났어. 친구가 어제 폰 사서 오늘 들고 왔거든. 근데 이게 블라블라.

남친 - 나중에 우리도 그 폰으로 바꿔야겠네.

 

실시간 일상보고라고 할까. 저렇게 M양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M양이 상대에게 받고 싶었던 건 더욱 크고 적극적인 리액션, 그리고 상대가 풀어 놓는 수다였기에 불만족을 표출하기도 한다. 역시 좀 과장된 대화를 보자.

 

M양 - 근데 오빠는 오빠 얘기 나한테 안 하네?

남친 - 난 뭐 그냥, 회사 업무만 계속 해서 할 얘기가 별로….

M양 - 나는 일을 할 때도 일이 잘 된다, 안 된다, 일이 어떻다 얘기 잘 하잖아.

남친 - 이건 보고서 작성해서 올리고 제품 보러 다니는 거라 좀 다른데….

M양 - 알았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

M양 - 근데 오빠가 얼마나 바쁜진 모르겠는데

M양 - 밥 먹고 난 다음이나 쉬는 시간 정도엔 먼저 연락 좀 주지 않으실래요?

남친 - 거래처 갔다가 지금 나가는 길이야. 신경 많이 못 써서 미안해.

M양 - 나도 오빠한테 이런 얘기만 해서 미안해 ㅠ.ㅠ

M양 - 아 그런데, 오늘 전에 말한 우리 회사 A가 커피 사왔는데 부장님이 그걸 블라블라.

 

이래서 헤어졌던 거고, 이래서 확신이 안 선다는 얘기를 남친이 했던 것이다.

 

M양은 스스로에 대해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 크게 모자란 것도 없고, 객관적으로 봐도 누구보다 뒤떨어진 부분도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거기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이건 모자라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넘쳐서 생기는 문제다. 24시간 수다를 떨려 하고, 그걸 다 들어줘도 "왜 나만 말하고 너는 말 안 해?"라고 말하는 사람을 상대하긴 힘든 일이다. M양은 이전 연애를 예로 들어

 

"제가 전에도 연애를 몇 번 해봤는데,

연애 초기엔 대부분 이렇지 않았거든요.

달달하고 다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고 더 만나려고 하는 게 정상이잖아요."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는데, 난 M양에게, 이전의 연애들이 모두 그러다가 끝나 버린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세상에 딱 둘만 있는 것처럼 불타오르는 연애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M양도 이제는 곧 나이가 계란 한 판이고, 상대는 M양을 결혼을 전제로 만나려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와중에 M양은 "나 잘했지? 나 예쁘지? 나 착하지? 나 좋지? 안 좋아? 나 아픈데 호 해줄 거지?"하고 있으니, 남자는 M양과 결혼하게 되면 아내와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아이 같은 어른 여자 하나를 키우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새로 만나는 사람과는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또 이렇게 벌어지니…."

 

그리고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히 실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M양이 보낸 카톡대화를 보면, 거기서 M양은 남친에게 구남친 생일 얘기, 클럽 얘기, 그간 남자들에게 차였던 얘기 등도 하던데, 그런 얘기를 듣고 좋아 할 남자는 아무도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M양이 듣고 싶지 않은 얘기들은, 남친에게도 필터링해서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모 회사가 신형 휴대폰을 발표하며

 

"이거 우리가 새로 만든 제품인데,

이거 만드는 노동자들 노예처럼 일하며 아주 죽어나고 있음.

그리고 우리가 이번 제품 사진 잘 나온다고 광고하는데,

사진은 잘 나오는 대신 통화가 잘 안 됨. 화이트 노이즈 쩔음.

그거 외에도 이어폰 끼우는 위치가 좀 에러인데,

이미 다 만들었으니 어쩔 수 없고, 다음 제품에서는 고칠 예정임."

 

이라고 말하면 누가 그 폰을 사겠는가. 거짓말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드러내진 말라는 얘기다. M양은 만약 M양과 새로 만난 남자가 "아, 우리 아버지 쪽 집안이 완전 엉망이에요. 우리 작은 아버지는 빵에 들어가 계시고, 할아버지는 스무 살 어린 여자랑 바람나서 진작 나갔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가? 들여다보면 곳곳에 비극과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산재해 있는 게 인생인데, 그것들까지 전부 끄집어내선 '솔직함'이라며 상대에게 펼쳐 보이지 말자. 특히 옛 연인과의 연애를 예로 들어 말하는 사람에게선 진중함을 찾아볼 수 없으니, 앞으로는 그 누구를 만나든 과거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말길 권한다.

 

"M양은 재회를 원하는 것 같던데, 재회 방법은 안 써주시나요?"

 

남자가 이미 M양의 한계를 명확하게 정해두고도 그걸 숨긴 채, 그냥 몸으로 하는 연애를 하기 위해 재회를 한 번 한 적 있기에, 이건 가망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면, 아무래도 치맥을 하기 좋은 계절이어서 그런지 술 마시다가 고백을 하거나 받고, 사귀면서는 술 마시며 데이트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술이 들어간 까닭에 과감해지고, 스킨십 진도도 빨라지며, 술김에 여러 약속들을 하기도 한다.

 

난 사람을, 맨정신으로 좀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술 취해선 모텔 앞에서 사귀네 마네 실랑이 하다가 사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렇게 충동적이고, 또 그저 본능적인 유희 때문에 발행한 공수표나 약속은, 술에 취한 그 당시에만 유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경우는 술이 깬 뒤 이별통보를 하더라도, 술에 취하면 다시 전화를 걸어 재회를 요청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러면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이쪽에서는 상대의 술주정을 취중진담이라 생각하며 새벽 한 시에도 버선발로 뛰어 나가는데….

 

그리고 위와 같은 경우, 이쪽에서 다음에 만나 이야기 하자고 해도 상대가

 

"지금 안 나오면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따위의 협박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또 그 협박에 겁먹어서는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마음을 24시간도 지속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 게 답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재회를 승낙하자마자 상대가 "쉬러 가자."라고 말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가끔 상대가 급한 까닭에 재회요청도 건너뛰고 바로 쉬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이쪽에서

 

"난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과 손도 안 잡을 거야. 우리 다시 사귀는 거야, 아니야?"

 

라고 말해 긍정의 답을 받아내도,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 역시 말해주고 싶다. 이런 재회를 해놓고는

 

"밤엔 그가 제게 자길 다시 받아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하고,

아침에 같이 나와서 그가 해장국까지 사줬거든요.

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그 후로 연락두절이에요."

 

라는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이 꽤 많다. 그러니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회는 2014년 7월 기준 05시 14분에서 19시 42분 내에만 하는 걸로….(응?)

 

"저 시간은 무슨 기준인가요?"

 

2014년 7월 일출몰 시간이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신 독자 분들께서는 04시 43분에서 20시 11분 내에 고백 및 재회하셔도 좋다. 이건 시민박명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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