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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고민되는 이성과의 대화, 술술 풀어가는 방법

by 무한 2010. 1. 19.
그동안 매뉴얼을 통해 "군대나 학창시절 무용담은 자제효" 라거나 "자랑하고 싶을 땐 허벅지를 찔러가며 참아야 합니다." 등의 이야기만 했더니, "그럼 대체 무슨 얘길 하라는 거냐!" 라며 안구에 습기가 고인 채 울먹이는 대원들이 있었다. 겨우 궁리를 해서 꺼낸 이야기가 "아는 형이 방송국에 있는데요, 고소영하고 장동건 사귀는 거 이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데요." 따위일 때, 나는 그를 꼭 껴안고 프리허그를 해 주고 싶다.


▲ 남의 얘기만 하다 돌아온 사람들 모두 프리허그 해 드립니다.



이성과의 대화법에 대해서는 많은 제안들이 있지만, 매뉴얼에서는 조금 변칙적인 부분을 다룰 생각이다. 마치 '정석'처럼 굳어진 형식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거다. 이를테면 성적표에 '미'를 받느니, 차라리 '수'를 받거나 '가'를 받을 수 있는 매뉴얼이다. 그러므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밝힌다. 모두가 개성 운운 하지만 막상 개성을 가지면 '튀어나온 못'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오늘도 달려보자.


1. 실패했다고 투정하기 전 약속할 것들


매뉴얼을 읽기 전에 미리 약속을 하나 하자. 정석이든 변칙이든 기본적으로 '대화'의 원칙이 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연애의 스킬' 타령이나 한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집에서 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영화들을 더 보는 것이 낫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뭔 소린지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A. 만지지 않는다. 
손으로 머리를 빗거나 코를 긁거나 안경을 치켜올리지 않는다. 한 두 번이야 상관없지만 반복되면 산만해지고 머릿속은 점점 하얗게 될 것이다. 자신 뿐만 아니라 상대도 만지지 않는다. 남자들 사이에선 여자에게 스킨십을 했을 때 그녀가 설레여 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상대가 이쪽을 마음에 두고 있을 때의 얘기다. 무작정 만진다고 다 설레는 거 아니다. 불필요한 동작은 멈추고 그녀에게 집중해야 한다.

B.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
어떻게든 잘 해야 한다는 의욕은 상대의 입을 막아버릴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고 무작정 말을 자르고 자기 얘기를 하는 자책골을 넣기도 한다. 그 말이 아무리 재미있거나 적절한 유머라고 할지라도 상대의 말을 자르고 한 얘기라면 별반 효과는 없을 것이다. 탁구를 아무리 잘 치는 사람도 상대가 공을 보내기 전엔 라켓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말자.

C. 오버페이스를 주의한다.
대 놓고 싫은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그 이야기가 기승전결 없이 허무함으로 끝나는 이야기라도 리액션을 해 줄 것이다. 그 리액션에 너무 탄력받는 것은 곤란하다. 당신의 개그욕심이 고개를 들고, 불발로 끝난 개그를 무마하기 위해 상대에게 무차별 개그 폭격을 퍼붓게 될 지도 모른다. 강의하러 나온 거 아니다. 마이크를 놓지 않는 친구와 노래방에 갔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상대에게도 마이크를 건네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들은 중학교에서 한 달에 한 시간 정도라도 수업을 했으면 어떨까 싶다. 그게 힘들다면 고교입시를 위한 시험을 다 끝내고 학교에서 영화 보여주는 시간에 이런 것들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지만, 이러한 부분을 '구멍'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2. 하지 말라는 것을 해보자


대화 중에 속어나 유행어 등을 사용하면 그닥 좋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처음 만난 상대 앞에서 "와, 손 조낸 이쁘시네요" 이런 얘기를 하면 나와 프리허그를 하게 되겠지만, 저속하지 않은 표현들이라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난다면 "아이 씨 유(I see you)"라는 <아바타>의 대사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나자마자 꺼내면 당신에 대해 모르는 상태의 상대는 반감을 가질 수 있으니 일단 외투와 함께 의자에 걸어놨다가, 어느정도 대화가 무르익으면 꺼내는 거다. 그 시점은 요즘 본 영화 이야기를 꺼내다 <아바타>가 나왔을 때가 좋다.

여자 - 최근에 본 영화요? <아바타> 봤어요.
남자 -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 씨 유
여자 - 풉



그러나 이런 활용이 늘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남들이 다 봤다고 하니 극장에서 보고 온 사람이나 위의 대사가 나올 때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매뉴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코드'다. 유행어를 사용하더라도 현재 상황에 맞게 당신의 각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각색은 둘의 일치하는 '코드'를 기반으로 한다.

'코드'라고 하면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사람이 있고, 상대의 전공이나 취미등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나오겠지만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파악될 것이며 상대에게 집중한다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적어두면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실테니, 좀 더 부연설명을 하겠다. 둘의 대화에 '혈액형'에 대한 부분이 나왔다고 해보자. 그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질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눈을 반짝였다고 해서 '혈액형'이 '코드'라고 생각하란 얘기가 아니다. 정의된 것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파악하자. 질색을 하는 경우라면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싶어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자.

그렇다고'혈액형 얘기에 관심을 보이냐 질색을 하느냐'로 판단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둘이 쏟아낸 대화들로 상대의 코드를 읽으란 얘기다. 나라면 전자쪽엔 '행복전도사' 식의 개그를, 후자쪽엔 '나를술푸게하는세상'식의 개그를 꺼내놓을 것 같다. 그렇다고 개그를 외워서 한단 얘기는 아니다. 상황에 맞게 절절히 각색을 하는 것이다. "사실 30분 먼저 와 있으려고 했는데, 계속 모범택시만 오길래 택시 안 잡는 척 하느라 늦었어요." 이 정도로 말이다.


3. 더 해보자


식상한 대화법은 수두룩하게 많다. 웹에서 본 내용이나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들, 책에서 본 이야기들을 지키기위해 만남을 가지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하나만 봐도 교과서 지문처럼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자 - 전 에스프레소로 할게요. 숙희씨는요?
여자 - 카라멜마끼아또요.
(주문 후)
남자 - 달콤한 걸 좋아하시나봐요.
여자 - 네. 부담없이 마시기 편하잖아요.
남자 - 저도 마끼아또를 즐겨 마셨는데, 요즘은 에스프레소만 마셔요.
여자 - 너무 진하지 않아요?
남자 - 뭐, 마시다 보니까 익숙해졌나봐요. 하하.


드럽게 재미없다. 그냥 빨리 얘들 더 만날 건지 '꽝, 다음기회를...'인지 결판을 내 주고 싶을 정도다. 대부분의 연애론을 다룬 이야기가 주어진 소재를 활용하고 상대에게 질문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을 권하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때로는 친구와 장난치듯 놀아보자.

남자 - 음, 숙희씨 먼저 고르세요.
여자 - 전 카라멜마끼아또요. 죽탱씨는요?
남자 - 늘 마시던게 없어서 음, 뭐가 좋을까요?
여자 - 원래 뭐 드시는데요?
남자 - 설탕커피요.
여자 - 풉
(아무튼 주문 후)
남자 - 커피 종류가 많아졌네요. 1998년만 해도 세 종류 였는데.  
여자 - 1998년이요?
남자 - 네. 그때 제 지갑에 IMF가 왔죠.
여자 - 풉
(커피가 나온 후)
남자 - 얼른 드세요. 식기 전에.
여자 - 하하. 네. 식기 전에 마실게요.
남자 - (한 모금 마신 후) 음, 얼큰하네요.
여자 - 풉



주의 할 점은, 이러한 '장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뉴얼 서두에 밝혔든 '수' 아니면 '가'가 되어버린다. 특히 상대가 고지식할 경우 불쾌해 할 위험이 있다.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유머러스한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으며 센스있는 남자를 손가락으로 꼽지만, 막상 말을 잘 하고, 센스있게 대응하면 '선수일거야'라는 누명을 씌우기도 한다. 대략 난감한 일이다.

이전 매뉴얼을 통해 '전문적인 이야기'는 접어두어도 좋다는 얘기를 한 적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모르는' 이란 전제가 붙었을 때의 일이다.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이 제일 잘 아는 전문적인 이야기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같은 전공자에게 이야기 하듯 말하라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풀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상대가 흥미를 느꼈다면 '수박 겉핥기'의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내가 '한국문학'을 전공했다고 해보자. 나에겐 가슴뛰는 '근대문학'의 문인들 얘기를 아무리 꺼내봐야 상대는 '뭥미?'의 심리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라도 상대를 배려하며 이야기 한다면, 또한 적절하게 대입할 수 있다면 분명 좋은 활용이 될 수 있다.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해보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의도'에 의해 일반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도달했다면,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 역시 서열을 정해 선정한 것이 아니라, 일제치하에서 받은 고통과 한을 이야기 하며 '저항'을 주제로 한 글들을 주로 뽑아 민족의 단결을 고취시기키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해 볼 수 있다. 교과서에 실렸다고 해서 그 작가의 대표작이 아니라는 얘기와 함께 말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문학'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에이, 무슨 저런 이야기까지 해?" 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기 불편한 자리라면 밥값이 아깝고 커피값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문학 전공해도 밥 벌어먹기 힘들어요." 따위의 불평만 할 거라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도 되지 않겠는가. 모두가 하는 이야기를 재방송처럼 하는 것 보다, 상대와 눈높이를 맞춘 후 당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만남이 되길 권한다.



단순히 상대가 반할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인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해서 만나는 것은 후일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인'을 만드는 것이 급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과 맞는 코드도 없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어 형식적인 연애만 하는 커플은 얼마나 많은가. 당장 사귀게 되면 '이성'인 까닭에 서로 다른 점을 찾아 금방 불붙겠지만, 그 불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성의 다른 점을 다 찾고 나서도 계속 유지하려면 서로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고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상대를 반갑게 맞이하고, 전쟁 중에 아군을 만난 것 처럼 행동하자. 상대는 결코 적군이 아니다. 다리는 그만 떨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듯이 식사를 하자. 그리고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할 때 처럼 상대에게 집중하자. 그렇게 한다면, 어느새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오빠 차는 있죠?" 라는 물음엔 역시나 "차 있으면 너 만나러 나왔겠냐." 정도의 대답.


▲ 오늘 쭈꾸미 삼겹살 어때요? 어제 먹었는데 아주 괜춘했다는.


▲ "내 인생의 영화" 추천 받습니다. 딱 한편씩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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