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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저 같은 여자 처음 본다며 차였어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by 무한 2018. 12. 13.

아무 갈등도 없어서 그냥 기분 좋을 때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이 다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또 J양의 구남친이 한 성격 하는 사람인데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며, J양이 불평하면 거기에 불같이 화를 내며 이기고 마는 사람이었던 까닭에, J양의 문제만 짚어보기가 좀 난감하다.

 

J양이 심술 나 자전거로 들이받으면, J양의 구남친은 자신이 받힌 부위를 꼭 차로 다시 들이받아 복수하는 타입이었다고 할까. 때문에 J양의 멘탈은 현재 산산조각이 나고 많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런 걸로 심술 내며 들이받은 게 문제’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 하지만 또 J양이

 

‘자전거로 들이받은 게 대체 왜 문제? 심하게 다칠 정도도 아니고 경고의 의미로 그런 건데?’

 

라며 뭐가 왜 문제인지를 전혀 모르며 합리화만 하고 있기에, 다음 사람을 만나도 계속 부딪힐 수 있는 부분들을 함께 짚어봤으면 한다. 자 그럼, 출발.

 

저 같은 여자 처음 본다며 차였어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1. 난 원래 그렇지만, 너는 어쩜 그래?

 

우리 어머니를 까려는 건 아니지만 이게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폰을 사용하지 않으시던 시절 내게 계속 전화를 하셔서 내가 짜증을 낸 적 있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종료 버튼을 눌렀던 건데, 두세 번 그렇게 끊었으면 눈치를 채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선 계속 전화를 하셨다. 난 급한 일이 끝나고 전화를 드려선 ‘못 받는 상황이라 끊으면 그만해야지, 그렇게 계속 전화를….’이라며 짜증을 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는

 

“네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왜 짜증부터 내?”

 

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몇 년이 지나 어머니께서도 폰을 사용하기 시작하셨을 때, 정반대의 상황이 몇 번 일어난 적 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넌 꼭 드라마 중요한 부분 하고 있는데 전화하더라.”

“설거지 시작하려고 장갑 꼈는데 왜 꼭 이때 전화해?”

“안 받으면 그만해야지. 왜 벨을 계속 울려. 중요한 대화 중인데.”

 

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게 사실 십여 년 전 일에 대한 꾸준한 내 복수라는 건 믿거나 말거나고, 여하튼 사람이란 저렇게 같은 상황을 두고도, 내가 어떤 처지냐에 따라 주장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쪽이 늦으면 상대는 ‘차 막힐 것 같으면 더 일찍 나왔어야지’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상대 자신이 늦으면 ‘늦을 수도 있지. 내가 일부러 늦었나. 늦어서 마음 불편한데 거기다 대고 왜 넌 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저 부분에서, J양에게 문제가 있다. J양은 자신이 원래 리액션에도 소질이 없고 원래 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이 못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원래 그렇다’고 말하면서 남친에겐 ‘긍정적이며 늘 내 의견 존중하는 사랑꾼이 돼라’는 주문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둘의 입장이 바뀌어 J양이 가방을 하나 샀는데, 리액션 못한다는 남친이 ‘응, 그래, 잘 샀어, 응’정도의 반응만 하다가, 나중이 되어서 ‘근데 그거 너랑 안 어울리고, 나라면 그렇게 비싼 거 안 사고 실용적인 거 샀을 듯. 그러면 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많으니, 이번에 가방 산 건 아무래도 좀 사치.’라고 하면 뚜껑 열리지 않겠는가.

 

여기엔 J양의 ‘솔직하게만 말한다면 그게 무작정 다 좋은 건 줄 아는 문제’도 있는데, 솔직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며, 솔직함도 상황에 맞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만약 J양이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내가 J양의 지인인데, 청첩장을 받으며 내가

 

“청첩장 디자인이 완전 별로네. 이거 그냥 업체에 있는 템플릿 골라서 한 거지? 걔들은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돈 받고 팔 생각을 하냐.”

 

라는 이야기를 하고, 결혼식 날엔

 

“드레스 왜 이걸로 했어? 무슨 90년대 스타일 드레스 느낌인데? 차라리 머메이드 하지, 이건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 웨딩촬영 할 때 입었던 드레스가 훨씬 낫네.”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난 솔직하게 말한 건데 뭐가 문제?’라며 모르겠단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인연을 끊고 싶어질 것 아닌가. 요 지점들에 대해 반드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난 해주고 싶다.

 

 

2. 나 기분 푼 거 아니야. 근데, 나 기분 나쁜 거 아니었는데?

 

여기서도 두 가지 문제가 보이는데, 그 중 첫 번째는 J양이 남친을

 

-내 기분 풀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

 

이라 생각한다는 거다. J양은 자신이 왜 기분 나쁜지도 말하지 않고, 기분이 나쁠 때면 단답을 하거나 무시해 버리며, 반대로 남친이 화났을 때 남친의 기분을 풀어준 적도 없지 않은가?

 

남친 입장에서 보자면, J양이 단답을 하기 시작했을 땐 이제 갈굼을 당할 일밖에 남지 않은 거다. 예를 하나 만들자면 아까 병원 다녀오겠다는 J양의 톡에 성실하며 애정이 듬뿍 느껴지게 리액션 하지 않은 게 J양이 기분 상한 이유인데, 그걸 알 리 없는 그는

 

“그래.”

“나 잘게.”

“지금 카톡하고 싶지 않아.”

 

정도의 반응만을 경험하며 고통을 받게 된다. 나름 재롱을 부려 겨우 통화까지는 하기로 하는데, 그것에 대해 J양이

 

“알았어. 통화는 하긴 하는데, 할 말은 내일 얼굴 보고 할 거야.”

 

라고 나와 버리니, ‘한두 번 이러는 것도 아니고…. 됐고, 나 안 해.’의 반응이 필연적으로 이어지게 되는 거다.

 

이어지는 두 번째 문제는, 저렇게 싸움이 일어날 경우, 좀 전까지 ‘난 기분 쉽게 안 풀 것’의 태도를 보이던 J양이

 

“근데 나 기분 안 좋았던 것 아닌데? 기분 풀고 말고 할 것도 없는데? 얼굴 보고 얘기하고 싶다는 의미로 말한 건데 오해하게 했나 보네.”

 

라며 급격하게 태세전환을 한다는 거다. 이거 이렇게,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남을 바보로 만들면 안 되는 거다. 누가 봐도 ‘너 두고 보자’고 말한 건 위협과 협박의 뉘앙스가 강한 건데, 거기에 대해 상대가 발끈하자 ‘아, 난 두고 오래오래 보며 행복하자고 한 건데?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이래 버리면 관계가 양화대교 위로 갈 수 있다.

 

그렇게 상대가 기분 풀어줄 때까지 안 풀겠다며 퉁명스럽게 대하는 건, 이별의 뉘앙스를 풍기며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인질극이 될 수 있다. 연애 초기 몇 번은 그게 통할 수 있겠지만, 그걸 계속 하면 상대가 누구든 결국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별을 준비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너 집에 가서 보자. 집에 가서 어떻게 되나 한 번 봐.’라고 계속 위협하면 아이가 가출을 생각하게 될 수 있는 것과 같으니, 기분 나쁜 게 있으면 명확하게 꺼내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길 권한다. J양은

 

“근데 기분 나쁜 건 직접 말하지도 않았는데 왜 문제가 된 거죠? 전 오히려 나름 꾹 참는다고 참은 건데?”

 

라며 내게 호소하던데, 직접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저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상대에게는 더 가혹한 형벌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3. 서로 다른 거니 맞춰가야지?

 

지금까지 이야기 한 부분들에 대해, 저걸 ‘생각의 차이, 성격의 차이’인 거라고만 합리화 해버리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말’과 관련해서도 J양은 내게

 

“전 원래 말을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하는 편이거든요. 말 하나하나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하지 않아요. 단어에 막 긍정적, 부정적 의미를 부여해서 말하지도 않고요. 전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인데 남친은 거기에 상처 받았다고 한 적도 있고, 싸울 때면 심하게 말할 수 있는 건데 그걸 가지고도 꼬투리 잡아서 말했어요. 남친이 그럴 때면 전 대응을 잘 못 했고요. 이건 서로 ‘말’에 대한 태도가 다른 건데, 이런 건 어떡하나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솔직히 말에 대한 태도 뭐 그런 것까지 갈 것도 없이, J양이 같은 말을 해도 미운털 박히게 하며, 그 말이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별로 생각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니 다를 수 있다. 다를 수 있는데, 그게

 

-이걸 내가 다른 사람한테 이래도 그 사람과의 관계가 유지되는가.

-지금 내가 한 걸 상대가 똑같이 해도 난 수긍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가.

-솔직하면 무조건 다 좋은 것인가. 반대로 그 얘길 내가 들어도 괜찮겠는가.

 

등을 따져보았을 때 ‘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그건 ‘다름’의 문제가 아닌 이쪽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J양이 가방 산 것에 대해

 

“가방 너랑 안 어울리는데 잘못 산 건 같네. 차라리 중저가 가방 사고 남은 돈으로 구두를 하나 사지. 구두는 막 다 낡았는데 명품백 들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난 웃기더라.”

 

라는 이야기를 하고, 저렇게 말한 것에 대해

 

“난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걸 말한 건데 뭐가 문제? 널 비하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어쨌든 기분 나쁘게 들렸다면 사과할게. 그런데 이건 생각과 표현이 다른 거지 틀렸다고 할 순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뭐 난 무조건 와 예쁘다, 와 잘 샀네 그래야 하나?”

 

라며 ‘연애는 맞춰가는 것’이란 주장을 한다면 혈압이 오르지 않겠는가. 이 부분 역시, 상대가 저렇게 나왔다면 나는 어땠을지를 차분히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안 그래도 이별해서 슬프고, 상대에게 ‘너 같은 여자 처음 본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헤어진 까닭에 멘붕에 빠져 있을 J양에게 위로는 별로 못 해준 것 같아 미안하긴 한데, 어중간한 토닥토닥 보다는 ‘다음 연애에선 이런 걱정 끝!’ 할 수 있는 오답노트를 함께 살펴보는 게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좀 더 둥글둥글해져 잘 굴러갈 수 있는 연애를 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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