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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이 남자 저랑 결혼할 마음 있나요? 믿어도 되나요?

by 무한 2016. 9. 7.

주연아, 내가 결혼한 커플들의 연애사연을 받으면서 제일 많이 한숨을 쉴 때가,

 

- 남자가 그냥 자신이 와이프를 적당히 컨트롤하며 지내면, 크게 간섭 받지 않고 뒤로는 할 거 다 하면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결혼한 경우.

 

라는 사연을 접할 때야. 겨우 저 정도밖에 사랑하지 않으면서 저 사람들은 왜 결혼한 거냐고? 충격과 공포의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 들어봐, 지금 주연이 네가 그 길의 초입에 있어.

 

“제 남친은 제게 잘 해줄 땐 잘 해주고, 어른스러운 사람인데요?”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다 저러는 건 아니지만, 저런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 앞서 말한 부부들의 경우도, 사연 속 남자는 데이트할 때 여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하지 않으며 다 리드하던 사람들이야. 오히려 보통의 연애에서보다 여자가 남자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 경우도 많고, ‘마지막 사랑’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경우도 많아. 그런 지점이 또 다른 이유가 되어 상대의 오만을 키우는 경우도 있고 말야.

 

주연이가 자신의 사연을 최대한 드러내지 말고 매뉴얼을 써달라고 해서 뭘 어떻게 써야 하나 난감하긴 한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 세 가지만 가져다 살펴볼게. 출발.

 

 

1. 무난하고 적당한 네가 좋다?

 

내가 서두에서 말한 저 부부들 있잖아. 그 남편들이 공통으로 했던 얘기가 뭔 줄 알아?

 

“너랑 결혼하면 사네마네 하며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

“막 죽고 못 살 정도로 네가 좋은 건 아니지만, 적당히 좋다. 이런 게 좋은 거다.”

“내가 잘 맞춰 가면, 우리에겐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소름 돋지 않아? 주연이 네 남친도 저것과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 적 있잖아. 네가 그냥 무난하고 적당하니까 좋아하는 거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야.

 

“이 사람은 저랑 결혼할 맘이 있는 걸까요? 전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걸까요?”

 

상대에게 결혼할 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믿어도 좋은 건 아니야. 주연이는 현재 상대에게 결혼할 마음이 있는 거라면 무조건 믿고 자신의 인생을 둘의 관계에 올인 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관이 다르다면 결혼은 그 차이를 깨닫는 고난의 시작이 될 수 있어.

 

사귀는 사이니까 별 문제 없으면 결혼하는 거고,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이 어떤 건지를 맞춰봐. 무슨

 

“오빠, 결혼하면 담배 끊을 거야?”

“오빠, 결혼하면 회식해도 일찍 들어올 거지?”

 

같은 걸 물어 보라는 게 아니라,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에 대한 대화를 해보라는 거야. 이런 대화 없이 애를 낳으면 글로벌하게 키우겠다느니, 주말이면 짜파구리를 끓여 먹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하다 결혼해선, 짜파구리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짜파구리같은 하루하루가 뭐냐고? 그냥 딱 어감이 별로 좋아보이진 않잖아. 구리단 얘기야.

 

여하튼 주연아, 나중에 이 사람과 결혼을 하든 아니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든, 마음에 남는 게 있으면 꼭 풀고 결혼해. 최소한 그 부분에 대해 대화는 해보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들은 뒤에 결혼을 결정해. 상대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데, 아니면 그 말에 이쪽에서 대꾸하고 싶었던 걸 못 했는데 일단 결혼하고 보자며 결혼부터 하진 말고. 알았지?

 

 

2. 바에 가는 건 어쩌죠? 건전한 바라던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 여동생 남친이 바에 손님으로 다닌다고 하면, 난 내 여동생에게 그와 사귀는 걸 정말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말 할 거야. 그런데 주연이는 내 여동생이 아니니, 주연이가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걸로 대신할게.

 

“아는 오빠한테 물어봤더니, 남자들끼리 양주 먹고 싶고 뭐 친한 여자들 별로 없으면 가서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상한 곳에 간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주연이가 답을 정해 놓고 물었으니까 그 오빠가 그렇게 대답을 한 걸 거야. 주연이가 신청서에 솔직히 다 털어 놓고 한 말대로 그에게 털어놨다면, 그도 내가 하려는 말을 했을 거야.

 

“거긴 여자가 옆에 와서 술 따라주고 안주 잘라주고 같이 술 마시는 곳이라며? 자신은 따라주는 술도 잘 받지 않았다고? 그의 굳은 지조와 순결함이 잘 나타나는 변명이네. 이거 막 그런 것 같아. 옛날에 기생이 옆에서 춤을 춰도 눈길 한 번 안 주는 굳센 선비. 아, 근데 그러면서 왜 거긴 자주 간 거래?”

 

바에 가는 게 어떻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만 할게. 난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관계에서는 그냥 벗어나길 권하고 있는데, 그래도 벗어날 수 없다며 건전한 바가 맞는지 아닌지, 따라주는 술 잘 안 받았다는데 그러면 괜찮은 건지 아닌지를 묻는 얘기에 답하느라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

 

그건 그렇고, 주연이가 자신에게 연락하는 남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걸 가지고 그가 난리를 쳤던 걸 봐봐. 그는, 친분이란 이유로 그런 연락 다정하게 받아줘선 안 되는 거라고 생난리를 쳤던 사람이잖아. 근데 그런 사람이 자신은 바 사장님에게 카톡선물 받고 있네? 그건 그냥 진짜 아무 것도 아니고 왜 요즘 안 오냐고 영업차원에서 그러는 것일 뿐이라고? 에라이.

 

 

3. 오빠는 저랑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난다고 대답했는데요.

 

결혼이 끝이 아니라고 주연아. 결혼 못 해서 죽은 귀신이 붙은 것도 아닌데 왜 그저 결혼, 결혼, 결혼만 생각해? 여기서 보는 주연이의 연애가 어떤지를 솔직히 말해줄게. 딱 봐봐.

 

어차피 주연이와 상대는 1~2년 내로 결혼 못 해. 아직 취직도 안 했는데 무슨 결혼이야. 상대도 그런 상황을 아니까 결혼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 꺼내잖아. 주연이가 옆구리 찔러서 대답을 들으려 하면 그때나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는 중인 거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뿐이고.

 

게다가 둘은 몇 달 뒤엔 장거리 연애를 하게 돼. 이게 또 쉽지 않아. 지금이야 매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만나는 것도 자연스레 만나게 되지만, 장거리 시작되면 ‘연락’만 해도 두 사람 마음에 있는 애정을 동력으로 해야 하는 거거든. 때문에 지금 무슨 약속을 받고 각서를 써서 공증을 받는다 해도 그때 마음이 변하면 아무 소용없어. 지금도 상대는 주연이에게 차갑고 짜증을 잘 내는데, 눈에서 멀어지면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하는 것도 사실 난 좀 마음이 쓰이고.

 

이 상황에서 주연이가 꼭 염두에 두고 생각해야 할 게 뭐냐면,

 

- 결혼약속을 받는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 결혼한다고 지금 모습에서 달라져 따뜻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라는 거야. 무턱대고

 

“저런 부분을 제외하면 좋은 점도 많으니까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간 나중에 저 ‘제외한 부분’ 때문에 판사님 뵈러 가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 ‘일단 결혼을 하면 해결되겠지’하며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제가 한 번 더 믿기로 했습니다. 이 사람, 제가 믿어도 되는 거겠죠?”하며 남에게 확인을 받으려고도 하지 마. 조율이 되는 관계인지 안 되는 관계인지를 주연이가 판단하고, 주연이 여동생이 상대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면 주연이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줄지도 한 번 생각해 봐.

 

 

주연이가 신청서에 적은 글 중

 

“헤어지면, 그렇다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라는 부분이 자꾸 내 눈에 밟히는데, ‘더 좋은 사람 못 만날까봐’라는 게 상대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되면 안 돼.

 

(다툼 후 연애를 이어갈 이유를 찾는 상황에서)

주연 – 오빠는 나 없다고 막 보고 싶어 하거나

주연 - 나 잃으면 세상 끝날 것 같다는 생각 하지 않잖아?

상대 – 너는 그래?

 

꼭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여야 결혼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겨우 저런 이야기나 주고받을 뿐인 관계라면, 결혼하더라도 이후의 생활이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 얼마쯤 참고 있다가 또 결혼 얘기 꺼내 내년쯤엔 결혼하자는 답을 들으려 하지 말고, 진짜 상대와 같이 살면 행복할 것 같은지, 상대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둘은 현재 ‘우리’가 되진 못하고 ‘나 VS 너’의 구도로 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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