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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여자들이 경악하는 삼십대 남자의 행동 BEST5

by 무한 2015. 3. 4.

개별사연만 다루다 보면 아무래도 전체에 대한 '요약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라, 가끔 한 번씩 이렇게 정리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그간 도착한 사연들 중, 여자들이 경악했던 삼십대 남자의 모습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소개팅을 하고 와선 귀신이라도 본 듯

 

"무, 무한님. 이, 이 남자 좀 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던 대원들의 메일, 그리고 귀신에게 잠시 홀린 것 같은 연애를 끝내고 나선

 

"대체 이 남자 뭐죠?"

 

라는 이야기를 했던 대원들의 사연들을 모아 정리했다. '분명 그 사람 이상했는데 뭐가 이상했다고 콕 찝어서 말 할 수가 없네.'라는 생각을 하던 여성대원들은 속 시원함을, 자긴 외모도 평균 이상이고 여자친구 있는 누구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왜 만나는 사람들과 잘 안 되는지 궁금했던 남성대원들은 블랙박스를 돌려 본 것과 같은 명쾌함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1. 엄마의 아바타.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그 사람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나타난 듯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 서른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병원을 못 갈 정도로 자립심이 없다든지, 어른들이 주선해주신 선 자리에 나서기 전

 

"저희 어머니께서, 

만나기 전에 한 번 더 전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전화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사연들이 있었다. 선을 보고 난 뒤에도 그 소감을 어머니께 전하고, 그 어머니는 다시 이쪽 지인에게 전해 결국 몇 다리 지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였다. 만나고 난 뒤에는 자신의 어머니께 "좀 더 만나 볼 생각이 있다."라고 말해 그의 어머니께서 애프터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까닭에 조건으로만 따지면 '고학력, 고소득'인 사례가 많았고, 그 조건에 혹해 여자 쪽에선 그가 '마마보이'라는 걸 애써 못 본 체 한 뒤 연애로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엄마가)너 교회 다닐 수 있는지 물어보시던데…."

 

라는 이야기를 해 충격과 공포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지곤 했지만 말이다.

 

좀 더 진화된 형태로는, 연애할 땐 전혀 그런 내색을 안 비추다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엄마의 아바타임을 커밍아웃하는 사례가 있었다. 같이 저녁 먹으며 어디로 함께 여행 갈지 계획을 세우고, 서로 무엇을 준비할지까지 다 정한 상태에서 집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엄마가 가지 말래."

 

라는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여자 쪽에서 부모님을 설득해보자고 권유해도 남자가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다."라며 갑자기 폭발적인 효심을 내세우는 까닭에, 심각한 내상을 입은 여성대원들이 몇 있었다. 여자가 화를 내면 남자는 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우는 까닭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주화입마에 빠지고 마는 여성대원들도 있었다.

 

 

2. 진단과 비교.

 

기억하는 독자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여자가 서른다섯 넘어가면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생기고….

그러니 그냥 재지 말고 저한테 오시죠."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례가 있었다. 비싼 돈 주고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해, 거기서 마련해준 자리에 나갔다가 저런 이야기를 들은 여성대원은 가벼운 우울증을 얻었다. 저 말을 한 사람은 '의학적 팩트'라는 걸 강조했는데, 나중에 누군가와 만나 사귀게 되더라도 상대 부모님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장모님께는 경계성 인격장애의 증상이 보입니다. 장인어른은 조울증."

 

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불어 꼭 '진단'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상대가 한 마디 하면 그것보다 더 대단하거나 더 스케일이 큰 걸 이야기 해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 - 친구가 그 병원 간호사여서 좀 할인 받았어요.

남자 - 제 친구는 의산데.

 

여자 - 작년에 거기로 여행 다녀왔어요.

남자 - 거기보다 저기가 좋아요.

 

여자 - 그래서 친구 결혼식에 연예인 D가 와서 본 적 있어요.

남자 - 제 친구 결혼식 땐 연예인 A도 오고 B도 오고, C가 축가 불렀는데.

 

이게 참 안타까운 게, '공감대 찾기'를 하려다가 본래 의도와 달리 너무 나가 버린 까닭에 저런 일들이 벌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비슷한 부분을 찾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게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적어두고 싶다.

 

 

3. 저질개그와 끈적거림.

 

이건 주로 오랜 기간 이성과의 접촉이 없던 남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다. 남자들끼리만 있을 때 하면 재미있을 만한 유머를 이성에게 할 경우 상황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이런 유머를 구사한다.

 

"가는 X(年) 잡지 말고, 오는 X(年) 맞아서. 새해 복 많이…."

 

이 외에 여성의 신체부위를 개그소재로 삼거나, 개그욕심이 지나친 까닭에 패륜적 농담이나 지역비하 등을 해 관계를 망치는 사례가 있었다. 십대들이 쓸 만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해 상대로 하여금 정이 뚝 떨어지게 만드는 사례도 있었고 말이다.

 

더불어 감성이 풍부해지는 밤늦은 시간에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혼자 달아올라 결국 상대에겐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고 마는 경우도 있었다. 뜬금 없이 뽀뽀를 해달라고 하거나, 몇 번째 만남에서 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느냐 등을 물어 상대를 경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보다 수위는 좀 낮지만, 아직 아는 건 서로의 이름과 얼굴밖에 없으면서 갑자기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보고 싶다는 말을 해 상대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게 만드는 사례도 있었다.(첫 만남 이후 하트 이모티콘 남발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연락을 해오는 사례도 있었다.)

 

나아가 '난 너를 읽고 있다'라는 듯한 기분 나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해서 관계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러 밀당 하시는 것 같은데. ㅎㅎㅎ"

"그만 튕기시지. ㅎㅎㅎ"

 

살짝 호감 있던 상대도 결국 튕겨나가게 만드는 저 솔로부대원들 때문에, 난 참 가슴이 아프다.

 

 

4. 브리핑 전문가.

 

아무래도 그간 사람, 또는 사람과의 대화가 많이 고팠던 듯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여러 유형이 있기는 한데 그 중 소개팅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고르자면 아래와 같다.

 

① 본인 러브스토리 들려주려 나오신 분.

② 회사사람들 뒷담화 하러 나오신 분.

③ 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해 프레젠테이션 하러 나오신 분.

 

①번의 경우는, '연애'나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부터 그윽하게 달라지며 감정을 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이 걷다가 "저기도 예전엔 참 많이 갔었는데…."하며 말을 흐리거나, 묻지도 않았는데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얘기 등을 꺼내 놓곤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일부러 "뭐뭐씨는 언제 마지막으로 연애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상대가 짧게 대답하면, 그때부터 자세 잡고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례도 있다.

 

②번의 경우는, 아무래도 자신이 매일 하는 일이 업무이고 가장 오래 생활하는 곳이 사무실이다 보니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상대가 리액션을 잘 해주자 정신줄을 놓고 계속 일 얘기만 하는 경우다. 가장 최근에 도착한 사연에도 '세 시간 만났는데 두 시간 반 회사 얘기 했던 남자'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 남자와 만났던 여성대원은 "소개팅이 끝나고 나서 제게 남은 건, 그의 팀장님이 어떻게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지와 그의 차장님이 어떤 부분에서 비효율적으로 업무처리를 하시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③번은, ②번의 사례와 비슷한데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말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하려 드는 경우다. 남자가 보여준 조카 사진에 여자가 리액션을 해주었더니, 자기 폰에 있는 갤러리 사진들 다 열어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사례가 있었다. '이건 꼭 봐야한다'며 상대는 사실 관심도 별로 없는 24분짜리 동영상을 자신의 폰으로 재생시킨 사례도 있고 말이다. 남자가 자신이 보고 큰 감명을 받은 동영상이라며 TED강의를 꾸역꾸역 세 편 연속으로 보여줬을 때, 여자는 더 이상 리액션을 하지 않았다. "우리 형 형수가 동국대 나와서 학원에서 애들 영어를 가르치다 어쩌고저쩌고…." 소개팅 자리에서 본인의 형 카톡 프로필에 있는 형네 가족사진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렇게 참 여기서 보기엔 안타까운 행동을 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위의 사례들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저런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갔지만 분명 서로가 다 즐겁게 기억하는 시간을 만든 사례들도 많다. 다만 위에서 말한 세 사례의 공통점은,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상대에게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아 지루하게 만들고, 또 두 시간 대화하는 동안 상대가 겨우 두 번 웃을 정도의 이야기만을 풀어갔다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위에서 말한 '세 시간 만났는데 두 시간 반 회사 얘기 했던 남자'의 경우는, 상대가 이야기하는 것을 중간에 가차 없이 끊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떠드는 게 리드가 아닌데, 이걸 착각해 혼자 열심히 떠들어 놓곤 '이 정도면 됐어! 반응 좋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5. 간만 보는 수동남.

 

연애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인맥을 하나 더 만들려는 건지 그 생각을 알 수 없는 경우다. 이십대를 보내며 여자나 연애에 대한 환상이 깨진 까닭에 어쩌면 이게 좀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내 생활 80 : 연애 20의 비율로만 산다거나, 오로지 상대에 대해 평가만 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거나,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으며 '진짜 인연이라면 내가 뭘 안 해도 어떻게 잘 겠지 뭐'라는 마음으로 수동적인 태도만을 보이고 있는 경우엔 문제가 된다.

 

최근 남성에 대한 역차별에 반발하는 사회분위기와 일부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한국여성혐오' 때문인지, 내 지인 중에서도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여자친구의 단점만을 지적하는 친구가 있어 놀란 적이 있다. 난 그에게

 

"그게 연애고, 그러니까 네가 남자친구 인 거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어야하지만,

서로 입 닫고 남남처럼 알아서 잘 살 것 같으면 뭐하러 만나?

그리고 내가 지금 네 얘기 들으면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건,

넌 너만 더 최선인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말한다는 거야.

그럼 네 여자친구는? 네 여자친구는 네가 최선인가?

네 여자친구가 지금 널 믿고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걔는 너 아니면 안 되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그녀가 우리보다 훨씬 안정된 사람과 만날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곁들였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 적을 수 없으니 생략하자.

 

여하튼 그 만남이 지금 끝나는 내일 끝나든, 자신은 손톱만큼도 상처를 받거나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가 먼저 표현하길 바라거나, 상대의 마음을 자신이 먼저 확인할 수 있길 바라고만 있다. 이게 남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글은 남자들의 문제를 살펴보는 글이니, 마음에 보호필름 붙인 채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를 보이는 남자 때문에 경악하는 여자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이 외에도 순위권에 근접한 사례로는

 

"만나고 싶지 않은데... 일부러 나오시는 건 아닌지..."

"제 연락이... 부담스러우시면... 말해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유리멘탈 말줄임표 전문가의 사례, 선천적으로 돈에 예민한지 만나자마자

 

"제가 밥 사면 지연씨가 커피 사는 거죠?"

"제가 영화 예매했으니 팝콘은 지연씨가 사는 거죠?"

 

등의 이야기부터 꺼내는 계산기 같은 남자의 사례들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저건 삼십대 남자만이 아닌 이십대 남자들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문제 아니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더 큰 문제인 거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구구단을 못 외우는 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우는 건 심각한 일 아닌가.

 

이거 누가 총대 매고 얘기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모르면 모른 채로 평생 갈 수 있다. 혹자는 관계가 틀어질 때마다 상대에게

 

"제가 왜 싫으신 건지 가감 없이 말해주세요. 그래야 저도 고치죠."

 

라며 비평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상대에게 100분 토론을 신청해도 '진짜 답'을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자기 타입이 아니라든가, 그냥 너무 착한 것 같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그런 대답을 듣고 '나쁜 남자가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했다며 사연을 보내주신 남자 분들도 있었는데, 그랬다간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으니 그런 일만은 저지르지 말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고, 우리는 내일 <밀린사연모음>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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