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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부모님 반대를 거역할 수 없다며 떠난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4. 11. 20.

부모님 반대를 거역할 수 없다며 떠난 남친 외 1편

잔디씨의 선한 마음이 사연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특히

 

"그 사람이 자포자기해서,

그냥 그렇게 어머니가 정해주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그 사람의 우직한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남은 삶을 살아가는 걸 저는 원치 않아요.

어머니의 반대에 맞설 자신이 없다고

나를 포기하고 떠난 그이지만

맞서 나갈 용기와 힘을 그 사람이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라는 부분에서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군대 훈련소에서 종교활동시간에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라는 노래를 듣고 폭풍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잔디씨의 사연을 보며 떠올랐습니다. 시인 한용운이 쓴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제 마음이 창에 맺혀있다 결국 흘러내리고 만 물방울처럼 일순간 주륵, 흘러내렸던 그 느낌이 다시 들었습니다. 소리 내 읽으면 그대로 눈물이 되어 흘러버릴 것 같은….

 

"무한님 왜 갑자기 서정적인 척 하시나요?"

 

들켰습니까? 들켰으니 바로 출발해 보겠습니다.

 

 

1. 부모님의 반대를 거역할 수 없다며 떠난 남친.

 

그러니까 이건 그가 잔디씨와의 연애를 계속 '안 하겠다'로 볼 것이냐 또는 '못 하겠다'로 볼 것이냐의 문제인데, 단 한 톨의 의심도 없이 그의 마음이 '못 하겠다'인 것으로 보는 잔디씨와 달리 저는 이걸 '안 하겠다'의 문제라고 봅니다. 늘 얘기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말'이 아니라 '행동'인 까닭입니다.

 

아니, 사실 잔디씨처럼 '그의 말'을 놓고 본다 하더라도, 잔디씨가 주목하고 있는 '마지막 말'이 아닌 그가 지금까지 한 '모든 말들'을 놓고 보면 이상한 점이 분명히 보입니다. 몇 가지 가져와 보겠습니다.

 

[사귀기 전]

- 네가 나를 초대해줘야, 난 너에게 다가갈 수 있다.

[사귈 때]

- 구여친과 사귀다 상견례까지 했는데,

   양측에서 모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이별했다.

   사실 난 그 결혼을 원치 않았고, 결혼이 무산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헤어질 때]

- 어머니의 반대를 거스를 자신이 없고,

  차라리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여자와 선을 봐서 결혼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잔디씨 입장에선 그에게 그때그때 저런 이야기를 들은 것이 그의 진심어린 고백으로 여겨질 수 있겠습니다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저 말들을 모아 놓고 보면

 

- 비겁하고 수동적인 남자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잔디씨는 그가 '우직한 책임감으로 꾸역꾸역 살아갈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는 어머니의 결정이 만든 길을 걸어가면서 그때도 '남 탓'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이건 내가 원치 않는 결혼이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잔디씨의 남친이 '엄마 핑계'를 대며 이별을 통보한 이후 그가 잔디씨를 '이제는 상관없어진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것>까지를 그의 모습으로 봅니다. 그건 잔디씨에게 온통 미안한 마음뿐이며 어머니께서 가리키고 계신 길을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걸어가는 사람의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엄마 핑계'를 대 관계를 정리하곤 후련해진 사람의 태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잔디씨 역시, 답장조차 귀찮은지 점점 성의 없이 대답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상처를 받지 않았습니까?

 

이런 와중에도 "행여 그가 이 사연을 읽고 자기 얘기인 걸 알게 되어 마음이 상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라며 각색을 요구해 주신 잔디씨의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난 정말 그러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대."라는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여행계획을 없던 일로 만들곤, 그 이후에 연락을 하거나 잘 받지도 않으며 이쪽과 상관없는 사람이 된 듯 행동하는 사람과는 뭔가를 하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때문에 전 잔디씨가 '그가 한 말들'과 '좋았던 추억들'만을 곱씹으며 그를 가엾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어떤 핑계를 대든 유기는 유기인 것이니 말입니다.

 

덩그러니 혼자 놓여진 상황에서도 '유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괴로운 마음'까지를 보듬고 있는 잔디씨. 저는 그가 그 일로 인해 지금도 잔디씨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으며 잔디씨가 힘겨울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걸 '위기'로 볼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처럼 사흘이든 일주일이든 이제 정리 되었으니 연락할 일도, 또 상관도 없는 사이가 된 채 잔디씨가 선톡을 보내도 성의 없는 대답만 할 뿐이라면, 이건 내려놓는 게 맞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2. 벤츠를 타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여자.

 

아이고 혜정씨, 벤츠를 타고 있으면서

 

"이 차는 비포장 길을 잘 달리지 못 하는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시면 답이 없는 겁니다. 어떤 기능을 더 원하시는 겁니까? 포크레인 기능? 크레인 기능? 콤바인 기능?

 

둘이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잠시 보겠습니다. 혜정씨의 남친은 혜정씨에게 최고의 장소에 데려가고 싶다며 멀지만 좋은 곳을 예약했고, 그곳까지 혜정씨를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혜정씨는

 

"그냥 가까운 곳에서 쉬고 싶었는데 오빠는 굳이 먼 곳에 예약을 했다."

"난 먼 곳까지 차타고 가느라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일부러 비싸고 예쁜 속옷 준비해 갔는데 그것에 대한 별 반응이 없었다."

 

라는 이야기만 하고 계십니다. 남친이 지박령이 붙은 듯 동네에서 꿈쩍도 하지 않아 속을 태우는 대원들도 많은데, 혜정씨는 남친이 멀리까지 데리고 갔다며 짜증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생각을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거기까지 조수석에 앉아서 풍경을 보며 가는 게 힘들겠습니까, 아니면 거기까지 왕복운전을 하는 게 힘들겠습니까?

 

혜정씨가 남친의 능력을 질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각색을 해서 적자면, 남친이 의사 친구, 변호사 친구, 변리사 친구 등을 두고 있는 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혜정씨가 치통으로 고생할 때 "내 선배가 치과의사인데, 이야기 해둘 테니 그쪽으로 같이 가자."라는 일은 전혀 예민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닙니다. 그건 절대 인맥을 자랑하고자 한 말이 아니며, 혜정씨에겐 그런 선배가 없지 않냐는 걸 말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남친 선배에게 치아 상태를 다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면 그냥 부담스럽다고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오빠는 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건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입사하고 싶은 곳의 회사 회장님이, 오빠 아버지 친구 분이세요.

그래서 제가 원한다면 얘기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괜히 싫고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럼 그 자리, 제가 조용히 줄 서 봅니다. 물론 농담이고.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친이 피부과를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혜정씨 삼촌 분이 피부과 의사면, 삼촌께 남친 증상에 대해 물어보거나 남친에게 그 병원을 추천해 줄 것 같지 않으십니까? 그거랑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혜정씨의 남친이 좀 짜증나는 형태로 리액션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는, 내가 이번에 필리핀 갔다 온 얘기를 꺼내면 자신이 몰디브 다녀 온 얘기를 꺼내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내가 제주도 여행 얘기를 꺼내면 자신은 유럽여행 다녀왔던 얘기로 받는, 뭐 좀 그런 타입입니다. 하지만 이건 그가 몰라서 그러는 거라는 걸 혜정씨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받았을 때 혜정씨 기분이 급 다운 되면, 대체 왜 그렇게 된 건지 몰라 전전긍긍하지 않습니까? 이건 충분히 교정 가능한 부분이니 그의 그런 태도에 상처만 받진 마시기 바랍니다.

 

"오빠, 이럴 땐 '우와~ 재미있었겠다!'하며 내 얘기를 들어줘도 되는 거야."

 

정도의 이야기를 딱 한 번 하더라도, 그는 금방 알아들을 것입니다. 이런 얘기는 하지 않은 채 계속 혜정씨 혼자만 부글부글 끓다가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고 하시진 말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의 하소연에도 귀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혜정씨는

 

"자기는 날 정말 사랑하는데,

가끔 이렇게 자기가 한두 번 실수하면 제가 너무 몰아붙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않냐고.

이런 부분은 이해해주면 안 되냐고 하면서,

계속 울더라고요…."

 

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의 입장에선 몸이 피곤해도 혜정씨를 위해 한다고 참 열심히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정씨를 위한 이벤트 중 뭔가 하나만 혜정씨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신은 '피고'가 되어야 하는 게 힘든 겁니다. 전에 발행한 사연 중 남자가 일본여행 경비 다 대고, 여친을 위해 계획도 열심히 다 짰는데, 여친은 가서 시간 때문에 관광지 하나 못 봤다고 삐쳐 있었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밖에서 보면 저 여친이 하는 건 없으면서 바라는 게 많은 여자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당시 상대가 헌신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녀는, "남친은 내가 뭘 더 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난 쫓기듯 관광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만 했을 뿐입니다.

 

객관적으로 둘의 관계를 돌아보고 싶다면, 남친이 '친구'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혜정씨를 위해 그만큼 헌신하고 배려하고 이해해줄 친구는 세상에 없지 않습니까? 혜정씨 생일이라고 해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전부지, 혜정씨를 위해 여행계획을 짜고 전부 예약하며 거기까지 모시고 왔다갔다 할 친구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혜정씨의 <그의 친절과 호의에 감사하며, 그것을 칭찬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다 좋은데 이건 싫다고 말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으니, 그러다 결국 그가 지쳐서 손을 놓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마시고, 현명하게 '부탁'과 '내 심정 말하기'를 사용해 남친에게 가르쳐 주시길 권합니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혹 혜정씨의 남친 '조건' 때문에 제가 이런 결론을 내는 걸로 오해할 수 있는데, 혜정씨가 각색을 요구하신 까닭에 여기다 적진 못 하지만, 그가 혜정씨와 혜정씨 가족들에게 한 행동들을 보면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혜정씨는 참 괜찮은 남자를 만난 거라고 전 말할 수 있습니다.

 

현 상황이 전부일 거라 생각하며 평가하는 연애 말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연애를 하면 됩니다. 혜정씨는 "만약 그와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해서도 이런 문제들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얼마든 조율이 가능합니다. 피아노만 하더라도, 나무가 썩거나 건반이 잘못 제작된 문제가 아니라면, 사용하면서 음의 변화 정도는 얼마든 조율 가능하지 않습니까? 그가 혜정씨에게 큰 애정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혜정씨도 그에게 애정을 보이며 여러 대화를 통해 조율하시길 바랍니다. 비싸고 예쁜 속옷 입는 것 정도로 그를 기쁘게 해 줄 생각하기 보다는, 함께 커피 한 잔 마시며 손을 잡고 이야기 하는 것이 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은 먹을 땐 좋은데, 먹고 나면 꼭 탈이 나서 고생을 합니다. 주꾸미나 낚지볶음, 매운갈비찜, 아귀찜 등은 매력적이지만, 먹고 난 다음 날 복통과 함께 식은땀을 흘리며, 화장실에서도 말 못할 고통을 겪는 일들을 불러일으키고 맙니다. 그래서 어제도 글을 쓰다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접어두었습니다. 빈속에 찬물을 마시거나 우유를 마셔도 탈이 나고 마는 여린 장을 가진 까닭에….

 

아직 그 여파가 남아 다리에 힘이 없긴 하지만, 오늘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내일 불금을 맞이하는 것엔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룻밤만 자면 불금이니, 다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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