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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전남친과 편한 친구사이가 된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11. 13.

전남친과 편한 친구사이가 된 여자 외 2편

그러니까 내가 열심히 사연을 읽고 매뉴얼을 발행했는데, 그걸 제보한 대원이 읽고는


제보자 - 매뉴얼 잘 읽었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나요?

무한 - 감사합니다. 아니요.

제보자 - 정말 무한님은 이 남자를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제보자 - 그거 하나만 마지막으로 대답해주세요. 정말 그래야 하나요?

무한 - 네.

제보자 - 왜죠?


라고 물어오면 우린 길고 지루하며 끝이 나지 않는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 게다가 내가 강하게 설득해도 제보한 대원은 '머리론 알지만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며 '쓴소리'나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말'을 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그 '쓴소리'나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말' 여기다 자꾸 적으면 다른 독자들은 내가 까닭 없이 화를 내거나 신경질적인 사람인 줄 안다. 그러니 제발 '듣고 싶은 대답'이 나올 때까지 날 괴롭히는 그 고문을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



1. 전남친과 편한 친구사이가 된 여자.


첫 사연의 S양은, 이전에 매뉴얼로 사연이 소개된 적 있다. 난 당시 S양이 커플부대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S양은 그와 더 사귀었고 결국 이별 후


"나중엔 자기 전에 연락하는 것도 힘들어 하고 피곤해 하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고는 현재 이별 후에도 미련을 놓지 못한 채 그와 '편한 사이'가 되어 만나고 있다고 하는데, 전보다 좀 더 세게 말하자면 이건 그냥 놓아야 맞는 거다.


"제가 궁금한 건, 그냥 이런 관계로 계속 지내도 괜찮은 걸까 하는 거예요.

딱히 힘들다거나 불편하다거나 한 거 없이 마냥 편하고 재밌고 좋은데…."


안 된다. S양은 현재 내게 연애에 대해서는 초월한 듯 훼이크를 쓰고 있지만, 전남친이 바람을 불 경우 S양은 뿌리까지 흔들리고 말 것이라는 데에 내 돈 모두와 귀마개를 걸 수 있다. 반면 전남친은 말 그대로 '아는 동생'의 범주에 S양을 넣어 놓고 언제든 자신이 심심하거나 외로울 때 S양에게 연락을 해서 만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S양은 자신이 상대를 보고 싶어 할 경우에 상대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가?


만약 저게 가능하다면 둘이 '편한 친구'로 지내는 것에 난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이건 '연인'에서 '편한 친구'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전과 다름없는 관계가 되고 만다. 거기다 '스킨십에 후진 없다'는 말대로, 둘은 '편한 친구'지만 알콜이 들어가거나 강한 충동이 드는 날엔 반짝 '임시 연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S양은 이 전남친과 '편한 친구'로 만났다가 그가 스킨십을 시도하는 걸 막은 적도 있잖은가.


"정말 안 되는 건가요? 그에게 연애의 감정을 전혀 갖지 않고 만난다고 해도?"


정말 안 된다. S양이 그래버리면, S양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S양은 현재 전남친과 만나는 것이 마냥 편하고 재미있고 좋다고 말하는데, 그럴 경우 새로운 이성을 만나도 그에게 집중하긴커녕 전남친에게만 계속 마음이 기울어져 있게 된다. S양 마음의 집 거실에 전남친을 들여 놓으면, 새로운 사람을 S양 마음의 집에 초대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S양은


"그냥 이대로 계속 지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라고 물었는데, 난 그 물음에


"계속 그렇게 지내면 그런 상태로 삼십대가 됩니다."


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상대가 이쪽을 '보금자리'가 아닌 '단골집' 정도로 설정해 둔 채 온다간다 기별도 없이 들락거리게 된 까닭에, 그런 어중간한 관계를 지속하며 '정신 차려보니 어느 덧 삼십대'가 된 대원들이 많다. 익숙한 것이 편한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저 편하다고 해서 끝이 명확히 보이는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S양이 타고 있는 버스가 S양이 가려는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라는 걸 발견했으면 얼른 내려야지, 지금 내리자니 밖은 춥고 버스 안이 안락하다고 해서 마냥 앉아 있으면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 돌아 올 방법이 없어질 수 있다. 용기를 내 벨을 누르고 하차하자.



2. 제3의 물결(응?).


안녕 태평씨. 태평씨는 혹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라는 책을 읽어 본 적 있어? 읽어 본 적 없다고 해서 너무 긴장할 건 없어. 어차피 그 책 얘기를 할 건 아니니까.(응?)


내가 태평씨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연애나 이성에 대한 행운은 마치 물결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파도가 밀려오는 걸 생각해 봐. 높은 파도가 한 번 오고 나면 다음 번 파도가 오기 전까지는 그냥 잔잔하기만 한 상태가 지속되잖아. 연애나 이성에 대한 행운도 그와 비슷해. 단, 바다의 파도는 자주 오지만 후자의 경우는 살면서 몇 번 만날지 몰라. 때문에 파도가 다가왔을 때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다음 번 파도는 오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면 과거에 내가 경험했던 그 파도, 즉 '과거의 영광'에 대한 이야기나 할 수밖에 없는 거고 말이야.


여기서 보기에 태평씨는 현재 높은 파도를 타고 있는 중이야. 학교 여자 후배들이 태평씨를 '남자 동기보다 더 편한, 재미있는 오빠'로 생각하며 따르고 있고, 지인들이 소개팅이나 미팅을 시켜주겠다는 제의를 하고 있지. 그런 상황에 놓여있을 때는 그 인기나 태평씨에 대한 이성의 선호도가 천년만년 갈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열기는 태평씨의 주변인들이 연애를 시작하거나 태평씨가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빠르게 식어갈 거야. 만약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태평씨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면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그 수명이 조금 더 연장되겠지만, 태평씨의 연애는 유효기간이 길어봐야 100일 미만이 될 거고.


내가 태평씨를 저주를 하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이미 태평씨의 그 물결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는 게 사연에서 보이거든.


"그때부터 여자 애들 사이에선 제가,

'여자를 밝히는 나쁜 놈'이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잘 봐봐. 태평씨가 주변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익살'과 '장난' 때문이야. 태평씨는 먼저 장난을 걸어주기도 하고, 또 누군가가 장난을 쳐도 잘 받아주기에 친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지. 그래서 빨리 친해질 수 있어. 그러다 보니 친한 여자후배나 지인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었고, 현재는 혼자 여러 명의 '남자친구 역할(물론 서로가 장난일 줄 아는)'을 하고 있어. 이런 와중에 주변인들 중 태평씨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고 말이야.


태평씨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려다가 그녀가 태평씨를 멀리하는 기색이 느껴지자


"그녀와는 사귄다고만 안 했지 거의 연인처럼 지냈기에,

제가 고백만 하면 사귀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네요. 대체 뭐가 문제인지…."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태평씨가 '아는 오빠'로는 익살맞고 재미있는 사람이지만, '남자친구'로서는 '지조가 없으며 아무나와 다 연인처럼 지내는 헤픈 남자'로 느껴지기 때문이야. 태평씨는 장난으로 이성들에게 사랑한다거나 결혼하자는 말을 하고,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다닌다며. 그게 주변인들 각각 개인에게는 잠시나마 '썸'처럼 느껴졌겠지만, 태평씨가 아무나와 다 그러고 다니는 걸 보면서 '여자를 밝힌다'는 말이 돌게 된 거고, 현재는 그걸 알거나 목격한 뒤에도 학교생활에서의 처세로써 관계를 이어가던 사람들만 남아 있게 된 거야. 게다가 그들 역시 태평씨와 깊고 단단한 관계가 아닌 얇고 가벼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까닭에, 이 관계를 맺고 있을 필요성이 없어지면 관계를 금방 정리할 가능성이 높지.


태평씨가 좋아한다는 그녀와 얼마 전에 나눈 대화도 봐봐.


그녀 - 오빠 소개팅 한다며?

태평씨 - 응. 하지 말까?

그녀 - 아냐. 해.


그녀에게 고백하겠다던 태평씨는, 고백해서 바로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자 지인이 주선해 준 소개팅을 하기로 했잖아. 너무 얇고 가벼워. 때문에 상대 입장에선 이런 태평씨가 믿음직스럽지 않으며, 또 태평씨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태평씨가 다른 여자들에게 끼 부리는 모습들을 전부 봐야 한다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거지. 사귀기로 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그 연애가 뒤집혀 버릴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거고.


태평씨는 현 상황에서 지인들에게 그녀와 사귈 수 있게 도와 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거나 '정보원'으로 활동해 달라는 식의 부탁을 늘어놓고 있는데, 이것도 조심해야 해. 그녀가 태평씨와 대화 중 한 얘기를 봐봐.


"내가 오빠한테 말하면 오빤 또 누구한테 말할라고? ㅋㅋ 안 말해!"


태평씨의 그런 행동이, 그녀에겐 태평씨를 '입이 싼 남자'로 여기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마는 거야. 태평씨에게선 진중함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잖아. 이건 훗날 태평씨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 뒀음 좋겠어.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는 거고, '우리'의 힘으로 정 안 되면 그때 비로소 외부에 알리든가 도움을 청해야 하는 거야. 둘 사이에 작은 일 하나 벌어졌다고 그걸 동네방네 다 이야기하고 다니면, 그게 날 선 부메랑이 되어 태평씨와 상대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소개팅까지 받아 버려서 ㅠㅠ"


들뜬 마음에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말고, 그 선택에 태평씨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발을 디뎌. 행운이 따른다고 인생을 붓 가는대로 마킹하듯 살아버리면, 훗날 끔찍한 성적표를 받게 되는 것처럼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어. 사람들은 태평씨의 말과 행동을 통해 태평씨를 알아가게 되거든. 그런데 태평씨가 지금처럼 말하고 행동하면, 태평씨와 친해지기 위한 진입 장벽이 아무리 낮다 해도 잠깐 왔다가 실망하곤 돌아가 버리겠지. 입장을 바꿔 태평씨도 현재 태평씨가 이성들과 지내는 것처럼 행동하는 여자가 있으면, 당연히 그녀가 가볍고 지조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게 될 거잖아.


내가 염려되는 건 태평씨가 그녀에게 고백했다가 그녀가 거절하고, 그러면 또 태평씨는 그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다니며 위로해 달라고 말하다 '그 중 위로 가장 잘 해주는 이성'에게 고백을 하게 되는 거야. 혹시라도 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그땐 모든 걸 태평씨가 감당하겠다고 생각하며 차라리 좀 가라앉아봐. 태평씨의 닻을 내리고 잠시 쉬는 듯한 그 태도가, 그녀에게는 태평씨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는 걸 느끼도록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럼 태평씨, 화이팅!



혹시 지난 주였나 지지난 주였나, 내게 카톡으로 사연 보냈는데 잘 갔는지 확인만 좀 해 달라고 하셨던 독자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카톡 하나만 남겨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내가 당시 도착여부를 확인하고 알려드리느라 메일 클릭을 했는데, 클릭을 해서 '읽은 메일'로 표시된 까닭에 사연을 다루고 싶어도 그게 어떤 메일이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자 그럼, 다들 불금을 하루 앞둔 목요일 무사히 잘 보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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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풀린 줄도 모르고 저장 눌렀다가 오류 떠서 심장 멎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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