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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재회는 했는데 이별 직전과 똑같다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10. 28.

재회는 했는데 이별 직전과 똑같다는 여자 외 1편

세 번째 다시 쓰는 글이다. 첫 사연인 예진씨의 사연 때문에 계속 자꾸 다시 쓰게 되는데, 어쨌든 결론은 같으니 헤어지길 권한다. 요즘 내가 너무 냉정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따뜻하게 말하려고 애쓰다 보니, 빙빙 돌리느라 글만 계속 길어지고 미지근해진다. 아무리 따뜻하게 말한다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이별을 권하는 이유는 아래에 적어두도록 하겠다.

 

 

1. 재회는 했는데 이별 직전과 똑같다는 여자.

 

이별을 권하는 첫 번째 이유는, 남친이 '다른 여자와의 연락 문제'를 가지고 예진씨를 희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친이 연락하는 여자는 새벽에 '여친 있는 남자'에게 카톡을 할 정도로 선이 불분명한 여자다. 그리고 그 둘이 성적인 이야기를 농담 삼아 주고받는 걸 보면, 둘 다 주의를 하거나 자제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런 와중에 남친은 예진씨에게

 

"내 인간관계를 다 잘라내려고 하는 것이냐?"

 

라며 도리어 화를 내고 있고, 나아가

 

"네가 아까 내 전화 그렇게 끊었으니까,

저 모임에 안 나가고 그 여자애랑 연락 안 하겠다는 내 말도 취소되는 거다."

 

따위의 '조건부'의 말들로 괴롭히고 있으며,

 

"사회생활 하면 인간관계도 복잡해 질 텐데,

네가 이렇게 내 인간관계 참견하고 집착하면 나 너 못 만난다."

 

하며 협박도 하고 있다. 사실 난 이것만 가지고도 '그와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남친은 예진씨와 결혼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말로는 그가

 

"이런 내 상황에서 결혼은 솔직히 먼 얘기고,

그러는 동안 너는 나이가 들 거고….

내가 너를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예진씨가 파악한 것처럼 그건 '안전장치'에 불과하다. 훗날 "난 분명 그렇게 경고했는데, 네가 그런 선택을 한 거야."라는 말을 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말이다. 그건 책임회피를 위한 초석을 까는 것이며,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하는 소리가 확실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저 얘기 직후 예진씨의 질문에, 

 

"나보다 더 나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겠다면 보내줘야지.

내가 한 번 그 사람을 만나보고, 믿을 사람이다 싶으면 널 보내줘야지."

 

라는 대답을 한 걸 보길 바란다. 저건 '절대 잃을 수 없다'는 마음이 아니고, '잃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도 아니다. '잃으면 어쩔 수 없지'의 마음일 뿐이다.

 

세 번째 이유는, 남친이 예진씨를 무슨 꼬꼬마 대하듯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그는 연락에 성실하지 않으며, 예진씨의 연락에 자신이 이렇다 할 리액션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런 모습을 주변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내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일 테니,

그건 따지고 보면 네 손해(?)가 된다."

 

따위의 괴상한 얘기를 한다. 하루 종일 연락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너 뿐만 아니라 가족들 연락도 안 받는다.

지금 그 누구도 나랑 연락하는 사람 없다."

 

라는 해괴한 변명을 할 뿐이다. 예진씨가 따지자,

 

"결혼대상으로 날 만난 것도 아니면서 무슨 미래에 대한 약속이니 뭐니 하는 얘길 하냐.

그리고 네가 원하는, 일도 잘 하고 연애도 잘 하는 사람이 나는 될 수 없다.

그 둘 다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거라면 그런 사람 찾아가라."

 

라는 대답을 한 적도 있다. 이건 요약하자면 "난 이것밖에 못 한다. 싫으면 가라."라는 뜻인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자친구와는 헤어지는 게 맞는 거다. 말도 안 되는 남친의 저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해하겠다며 참으면, 암에 걸릴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예진씨는 저런 남친에 대해 "그가 사실탐구형이라 그런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건 술에 취해 호프집에서 깽판을 치는 사람보고 '활발한 성격인 것 같다'고 하는 것과 같다. 남친이 사실탐구형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예진씨가 뭐라고 하든 남친 마음대로 다 하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란 얘기다. 내가 주말 내내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서 공쥬님(여자친구)에게

 

"나도 내 생활이 필요한 거 아니냐.

내가 나가서 다른 여자 만나는 것도 아니고 집에만 가만히 있는데 뭐가 문제냐.

너를 위해 내 생활 다 포기하고 네가 원하는 데이트만 해야겠냐.

난 게임이 하고 싶고 넌 데이트가 하고 싶은 거다. 넌 양보할 줄 모르냐.

데이트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데이트 하고 싶은 사람 만나라."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다 들어주며 '이해하려 노력하겠다'고 참기만 하다간 농담이 아니라 정말 폐인 될 수 있다. 존중이나 책임감,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그저 이별을 인질로 삼아 위협과 협박을 하는 사람과는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길 권한다.

 

 

2. 저희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오늘 두 사연에서 모두 제가 너무 단호박처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남희씨의 사연은

 

"대학 갈 생각이 없어서 공부를 안 했어요.

그런데 수능 점수를 받고 보니, 정말 갈 수 있는 대학이 없네요.

이 점수로라도 인서울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그러기 힘들 겁니다'라는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두 분의 경우는, 내년에도 서로 사귀고 있을 거란 확신도, 또 그럴 마음도 별로 없는 커플입니다. 게임 정모를 하다가 만난 사이라고 해서 전부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남희씨 커플의 경우는 말 그대로 '그냥 같이 놀다 보니' 연인이 하는 일들을 함께 하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물론 저렇게 시나브로 가까워져 정이 들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남희씨 커플의 경우는 서로를 위해 뭔가를 준비한다거나 두 사람의 연애를 위해 서로가 노력한다는 일이 생략된 채, '연애의 즐거움'만을 누렸습니다. 남희씨의 남친은

 

"난 사람 많은 곳 싫다.

그리고 같이 붙어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다른 곳을 뭐하러 다니냐."

 

라면서 '우리가 만나면 숙소만 잡고 거기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와중에 남희씨가 "제가 돈을 벌고 있지 않아서 데이트 비용이 부담됩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남친에게 말하자니 자존심도 상하는데…."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저는 경악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특별히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직장이나 알바를 구할 생각을 먼저 할 텐데, 남희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통해 이걸 해결하려 하는 것이 놀랍습니다. '대화'는 분명 중요한 것입니다만, 내가 해야 할 몫은 분명 내가 하고 나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친구와 아르헨티나를 같이 다녀오기로 계획까지 다 짜 놓고는, 비행기표를 예매해야 하는 날에

 

"아, 미안한데 내가 지금 돈이 없어.

그래서 여행 경비를 대거나 비행기표를 구입하기 힘들 것 같은데 어쩌지?"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대화'라고 보기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돈을 벌어 경비를 마련하든가, 아니면 여행을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제 몫이니 말입니다.

 

정말 죄송한 얘깁니다만, 일반적으로 '부모님 용돈 받아 생활하며 게임하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를 결혼상대자로 생각할 남자는 많지 않습니다. 이게 분명 남희씨가 듣고 싶어 하실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같이 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미래에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친이 이 관계에 불성실하며 남희씨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바로 이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벌어진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둘이 사귀기 전, 남친이 그 '게임생활'을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게임친구'들을 다 삭제하고 남희씨와도 관계도 끊어버린 일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남친이 그런 마음을 다시 한 번 먹는 순간 남희씨를 '정리대상 1호'로 선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이 관계는, 남자친구가 언제 이별을 고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관계로 진행 중인 것이고 말입니다.

 

남희씨의 짐작대로 둘이 안 맞아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절대 아닙니다. 어차피 헤어질 가능성이 높은 관계라고 생각하니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냥 되는대로 사귀는 것이며, 둘의 미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해야겠다는 공통의 목표도 없으니 그저 본능적으로만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남희씨는

 

"저희가 벌써 여섯 번을 헤어졌다가 만났어요.

이렇게 몇 번을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거 보면 좋아하니까 만나는 거긴 할 텐데…."

 

라고 하셨는데, 그건 그냥 현 상황에서 아무렇게나 대하면서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이 관계뿐이라 다시 임시로 이어 놓기만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나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해서 네 친구들도 만나고 싶지 않다, 나 결혼 일찍 할 생각 없다, 숙소에서 같이 있으면 됐지 시간 아깝게 뭐하러 돌아 다니냐, 난 원래 이렇고 이렇게 살아왔는데 문제없었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별통보를 받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관계는 쉽게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남희씨가 남친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 때, 남친이

 

"난 충고 듣는 거 안 좋아한다."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면, 그건 이미 소생불가의 관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친이 하는 말들을 보면, 그는 남희씨에 대해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레벨이 아닌 사람'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남희씨에게 한 지적질을 남희씨가 똑같이 하면 그는 불같이 화를 내고, 그가 말한 논리대로 남희씨가 말하면 그건 경우가 다르니 남희씨가 틀린 거라고 그는 말합니다. 이건 남자친구의 성격이 이상해서라기보다는 남희씨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에게 남희씨를 존중하는 마음이 1g이라도 있었다면, 남희씨가 겪은 그 수많은 일들은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차피 버릴 관계'로 여기며 내일 없는 하루살이처럼 만나는 이 관계는 여기서 내려놓으시고, 우선은 남희씨 자신부터 돌보시길 권합니다. 정신적 학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남친의 행동들로 인해 남희씨는 현재 스스로에 대해 '내가 이상한 여자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건 상대가 함부로 해도 남희씨가 가만히 있으니 그가 점점 함부로 해서 벌어진 일이지, 남희씨가 이상한 여자라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남친의 분풀이에 휘둘리는 일은 이제 그만두시고, 당장 내년의 남희씨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있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생각해 보신 후 즉시 그걸 시작해 나가시길 권합니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살다보면, 내년에도 남희씨는 '부모님 용돈 받아 생활하며 게임하는 이십대 후반의 여자'로 살게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최대한 직구는 피하고 완만한 변화구를 던지려고 했는데, 두 사연 모두 '도로 끝'을 향해 질주하는 느낌이라 얼른 멈춰 세우고픈 마음에 오늘도 직구를 던진 것 같다. 가끔 이렇게 직구를 던지면 우왕좌왕 하시다가 앞으로 걸어 나와 몸으로 받아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상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이별이 무서워서 헤어지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상대가 얼굴에 발을 갖다 대는 듯한 행동을 하며 희롱해도 참고, 연락을 끊은 채 문 밖에 세워놔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이별이 당장은 견딜 수 없이 아플 것 같아 무섭겠지만, 그 무서움으로 인해 1년, 2년 지금처럼 계속 지내면 나이와 주름만 늘게 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쪽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없고, 이쪽의 이야기는 모두 다 틀린 거라 말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될 거 아니냐는 뉘앙스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는 헤어지는 게 답이다. 엄마에게 털어 놓으면, 너 뭐가 아쉬워서 그런 취급당하며 걔랑 만나냐고 당장 등짝을 맞을 이야기들. 미루면 미룰수록 훗날 더욱 아프기만 할 테니, 더 질질 끌지 말고 오늘 바로 용기를 내길 권한다. 공자도 '朽木 不可雕也'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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