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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결혼에 대한 얘기를 불편해하다 결국 떠난 남친

by 무한 2014. 10. 20.

결혼에 대한 얘기를 불편해하다 결국 떠난 남친

남친의 부모님을 뵌 적도 없는데 남친이

 

"우리 부모님이 너랑 만나는 걸 반대하신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곧장 그 관계에서 나오도록 합시다. 그건 사람을 만나 본 적도 없으면서 반대부터 하는 남친의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그 따위 상황을 만들어 놓곤 '부모님 핑계'를 대고 있는 남친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겁니다. 이미 '부모님의 아바타'로 살고 있는 남자는, '내 남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이래서 제가 결혼할 때에는 서로가 '정신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는지 확인하라고 지겹도록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1. 부모님의 아바타인 남자는 개선의 여지가 없는가?

 

물론 여자친구의 지도와 노력으로 개선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만, 전에 '바보온달'에 비유해서 이야기 했듯 '개선의 여지'는 상대방에게 내 말에 귀 기울일 의사가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남친이 속을 썩이고 상처를 주며 내 마음 몰라준다며 그를 '바보온달'에 비유하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남자들이 다 '바보온달'인 것은 아닙니다. 그냥 '바보'인 경우가 더 많으며, 어차피 이 관계엔 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 '바보인 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연을 보낸 B양이

 

"그럼 제 구남친은 어떤 부류에 해당되나요?"

 

라고 묻는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바보인 척 하는 경우'라는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연애 초반, 그는 B양과 사귀며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과 몇 달이나 겹치게 사귀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B양은 이걸

 

'그런 행동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른 채,

그냥 어른들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것.'

 

이라고 생각하며 '그것도 모르는 그는 바보 같다.'고 여기시는 것 같은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척 하면서 양다리 걸치고 훗날 '이기는 편 우리 편'하겠다는 거지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저와 겹치게 사귄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묵인했지요."

 

그 묵인이, 그로 하여금 B양을 '사은품'처럼 여기게 만드는 데 한 몫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의 '이해해주는 여자'가 된 것이고, '기다려주는 여자'가 된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면, B양을 몇 년간 짝사랑 중이라는 A씨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B양은 구남친과 헤어진 후 현재 A씨에게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는 B양이 자신에게 와 준 것에 고마워하며 긍정의 대답을 한 상태고 말입니다.

 

똑같은 겁니다. B양에게 A씨라는 남자가 그냥 딱 그 정도 존재인 것처럼, 구남친에게도 B양이 그냥 딱 그 정도 존재였던 것입니다. B양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 일들은 이러한 이유로 인해 벌어졌던 거지, 그가 심각한 대화를 싫어하거나 부모님의 말씀을 최우선으로 따라서만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B양이 이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그에겐 '그럴 자신'이 없던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었던 것임을 말입니다.

 

 

2. '그럴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가?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B양의 구남친에게 '그럴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입니다. 우선, '비밀연애'로 시작한 연애가 '비밀연애'로 마무리 된 것이 그렇습니다. 솔직히 전 B양과 그가 근무하는 직장에서 둘의 관계를 '비밀'로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동료들과 하루 종일 붙어서 일하는 직업도 아니고, 그곳이 회사도 아닌 까닭에 아무도 둘이 사귀는 것에 참견하거나 눈치 줄 일이 없는데 왜 '비밀연애'를 해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사람들에게 알려진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게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B양도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어필하지 않고 그가 하자는 대로 했으니,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비밀연애' 한 것이라 저도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까지 둘이 사귀는 걸 비밀로 한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둘이 부모님 눈을 피해 만나는 꼬꼬마도 아니고 또 하루 이틀 만난 것도 아닌데, 그냥 딱 둘만 만나는 고립된 연애를 계속해 왔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그런 상황에서 B양이 다급해진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계속 연애만 할 뿐 상대에게선 아무 말이 없고, 또 상대 부모님의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 B양은 상대에게

 

"오빠는 이러려고 나 만나는 거야? 오로지 이러려고만?"

 

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고 했는데, 저는 B양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방법이나 멘트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그 의문 자체는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계는 언제든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면 '연애이력'에는 아무 글자도 추가되지 않고 그 만남이 끝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실제로 둘의 만남이 끝난 지금, 현실은 그렇게 되었습니다.)

 

명절이 몇 번 지나도록 그에게선 아무 말이 없었던 까닭에, 이번 추석 즈음엔 B양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러자 그는

 

"사실 우리 어머니께서는 본인이 아는 집안의 여자,

본인이 알고 주선한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하신다.

우리 사귀는 거 얘기 나오면 한숨부터 쉬신다.

그러니 지금은 때가 아니다. 네가 조급하게 서두를수록 너도 힘들도 나도 힘들다.

그러니 모두를 힘들게 하지 말고 기다려라."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말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그와 꼭 결혼을 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여자'가 되는 거란 얘깁니다. 구남친은 저걸 구남친 부모님의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사실 구남친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B양과 만나는 걸 죄 짓는 것으로 여기며 부모님 앞에서 입을 다물 이유는 없으니 말입니다. 또, 그가 부모님께 B양을 어떻게 소개해 놨길래 그의 부모님께서 B양을 만나보시기도 전에 한숨부터 쉬게 되었는지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부모님께서 B양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고는 전부 그가 전달한 이야기들뿐일 텐데, 대체 뭐라고 이야기를 했기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건지 말입니다.

 

 

3. B양의 잘못된 대처, 그리고 A씨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

 

B양과 구남친의 관계처럼 출발했지만, 상대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 하지 않으면 소중한 걸 잃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 단단한 관계가 되거나, '정말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어 굳은 관계가 된 연인들도 있긴 합니다. 그런 연인들과 B양 커플은 어떤 부분에서 달랐는지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B양이 A씨의 존재를 이야기하며 구남친을 협박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B양은 신청서 마지막 부분에

 

"견디다 못 해 구남친에게 이별을 통보한 건 저지만,

이 관계에서 저는 약자입니다."

 

라고 적어주셨는데, 꼭 그렇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그에게 '결혼할 마음'이 적었기에 B양이 더 매달리는 모습이긴 했지만, 그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나에겐 날 몇 년간 쫓아다니는,

풍족한 집안의, 그의 부모님께서도 날 언제든 오라고 할 정도의 남자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둘이 사랑하는 까닭에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이 결혼인데, B양은 구남친이 결혼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난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다."라는 협박을 한 것입니다. 저 말이 구남친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었을지, 아니면 B양에 대한 정이 떨어지게 만들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B양은 정말로 헤어질 것도 아니면서 그가 결혼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몇 번 꺼냈습니다. 헤어질 때는 "우린 결혼 할 사이가 아니라 그냥 무슨 파트너 같다."라는 이야기도 했고 말입니다. 만약 그에게 조금이나마 '그럴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B양이 한 것처럼 '협박과 위협'을 일삼는 사람과는 결국 헤어져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B양은 구남친에게 완전히 지쳐 그를 떠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최선책인 너를 포기하고 차선책인 A에게 가겠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렇게 보험을 들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 남자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약 결혼했다가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B양이 A에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 테니 말입니다. 실제로 현재 그 일이 벌어진 까닭에, 구남친은 B양과 헤어진 것에 후회를 하기 보다는

 

'저럴 줄 알았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올해 안에 날짜잡고, 내년 봄에는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이 무슨 "내년 초에 유럽 같이 가실 분?"이라며 동행자 모집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B양은 "내년 초에 결혼할 수 있으신 분?"이라는 말을 하듯 A씨를 붙잡았습니다. 그 만남이 어떨지는 저도 둘의 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 하니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아무런 이성적인 매력이 안 느껴진다면서도 A씨를 꿩 대신 닭으로 골라 오로지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A씨에게 결혼하자고 이야기를 한 상황에서, B양이 구남친에게 연락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B양은 구남친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약자였고, 피해자였고, 상처를 받기만 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는데, B양이 A씨에게 결혼을 이야기 하고 결혼이 진행 되고 있을 때 구남친과 다시 잘 된다고 해서 가 버리면 A씨는 철저하게 망가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타인의 호감이나 호의를 그렇게 이용하고, 그걸 또 다른 사람에게 협박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둘 다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피눈물 흘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예상하는 수순은 B양이 구남친에게 연락을 해 "나 A랑 결혼할 예정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절대 그러진 마시길 권합니다. 구남친에게 A는 '호구'정도의 의미 밖에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B양이 위협의 수단으로 쓰던 '보험'인 존재이니 말입니다. 남을 통해서 듣게 되어도 '보험 열심히 붓더니 결국 타먹나 보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스스로를 초라하고 우습게 만드는 일이 될 뿐인 이 일은 절대 저지르지 마시길 권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B양과 구남친의 연애를 지탱해 오던 것은 'B양의 이해심과 인내심'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구남친은 책임도 의무도 없는 연애를 할 수 있었고, 그러던 중 B양이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니 그는 부모님 핑계를 대며 시간만 더 벌려고 했습니다. 그가 한 말의 속뜻을 보자면

 

"넌 우리 어머니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라는 건데, 자신의 부모님께 B양을 소개시키지도 않으면서 마냥 기다려 보자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무 대책도, 계획도, 생각도, 마음도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비밀스런 이야기라 여기다가 길게 적지는 못 하지만, 그 일이 있었을 때 그가 'B양이 포기하는 걸 선택하도록' 이끌어 간 것 역시 야비하고 더러운 짓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마치

 

"그래서 지금 결혼해야 한다는 거냐? 그럼 결혼 하자.

단, 난 분명 지금 결혼얘기 꺼내면 힘들어 질 거라고 말했다."

 

라는 식의 협박인데, 이런 남자와 왜 남은 반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반평생을 함께 살 수 있을지 저는 궁금합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내년 봄에는 결혼을…."

 

교통사고 표어 중에,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누가 봐도 현재 신호등이 구남친과는 빨간색, A씨와는 노란색인데, 빨리 가겠다고 그냥 질러가면 사고는 필연적입니다. A씨와 결혼얘기까지 하셨다고 하니 저도 마냥 축복만 해드리고 싶지만, 현재 A씨는 B양에게 '마음에 안 드는 닭'인데 B양이 과연 그를 존중할 수 있을지 저는 궁금합니다. 그가 B양을 쫓아다닌 것 역시 'B양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일 확률이 높은데, 그게 깨지는 순간 그와 B양이 감당해야 할 문제들이 저는 벌써부터 버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A씨가 얼마나 오랫동안 B양을 쫓아다녔든, 저는 적어도 4계절은 함께 보낸 후에 결혼을 결정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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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을 만큼 끌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방망이 깎던 노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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