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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싸우고 막말하고 상처주기를 반복하는 커플

by 무한 2014. 10. 14.

싸우고 막말하고 상처주기를 반복하는 커플

훈련이랍시고 주인에게 맞아가며 교육을 받은 강아지들은, 주인이 등을 긁으려 효자손만 집어 들어도 바짝 엎드려 도망갈 곳을 찾으며 꼬리를 만다. 히스테릭한 주인은 자신이 이름을 불러도 한 번에 오지 않는다며 강아지를 때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강아지는

 

'주인은 내 이름을 부르고 나서 날 때리잖아. 

그러면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날 때리겠다는 신호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혼란에 빠진다.

 

나와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는 정도의 지인 중에, 위와 같은 교육방식을 택한 지인이 있다. 그녀의 애완견은 4년간 세 번 바뀌었다. 첫 번째 애완견은 그녀의 교육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 버렸고, 두 번째 애완견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큰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세 번째 애완견은 그녀도 견디지 못 할 정도로 막무가내인 녀석이었는데, 그래서 그녀는 녀석을 지인의 농장에 넘겨버렸다. 참 신기한 게, 녀석은 그녀의 집에서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배변훈련이 되지 않았는데, 농장에 가서는 꼭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본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 보다 두 살 어린 푸들이 그녀의 '네 번째 애완견'으로 그녀와 살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는, 그녀가 강아지 때문에 열 받고, 강아지에게 화내고, 강아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애완견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녀의 두 번째 애완견이 큰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고 내가 위에 적었는데, 사실 동물병원에서는 녀석의 수술을 권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야기 한 수술비가 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수술 대신 안락사를 택했다. 그녀가 금전적인 문제와 사정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면 나도 그저 안타깝게만 생각할 텐데, 그녀가 그 수술비와 비슷한 액수를 '다음 강아지'를 입양하는데 썼다는 것이 날 좀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녀는 왜 이런 선택들까지 해가며 계속 강아지를 키우는 걸까?

 

 

1. 둘은 왜 계속 싸웠던 걸까?

 

굳이 잘잘못을 가리자면, 80:20 정도로 다영양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대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수치가 나왔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영양의 잘못 80 중 50이

 

- 남자친구와 사귀기엔 내가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답해주고 싶다. 저 생각은 마치 회사를 일 년 쯤 다닌 사원이

 

'나 같은 인재가 이런 회사에서 겨우 이 정도 취급을 받아선 안 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결국 그 회사원이 퇴사를 하고 말듯, 연애에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별을 하고 만다.

 

다영양이 한

 

"전 남자친구 성격 하나 보고 만난 건데,

남자친구 성격이 변했다고 느껴지니 제 마음이 떠나는 건지…."

 

라는 말을 보자. 난 다영양이 남자친구의 키와 외모를 마음에 안 들어 하고, 또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그의 경제적 상황과 학력에 불만이 있는 듯한 뉘앙스로 말하는 것에 놀랐다. 그렇다면 다영양은 그와 왜 사귀는 것일까?

 

다영양이 말하는 '내가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 점'들을 살펴보면, 전부 그가 다영양에게 잘 하거나 다영양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행동을 했을 때다. 그의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다거나, 그가 남자친구라서 든든하다고 느끼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다영양은 그를 계속 채찍질 해 '내가 원하는 남자'로 만들려고 하고, 그 와중에 그가 고분고분하게 나오지 않으면 그에게 욕과 막말까지 하기도 한다.

 

서두에서 말한 '네 번째 애완견 키우는 여자'이야기를 잠시 다시 보자. 그녀는 강아지를 분양받아 오면 며칠 정도는 손독이 오를 정도로 강아지를 귀여워 해주지만, 그 후 '교육'이 시작되면 돌돌 만 신문지로 방바닥을 쳐가며 매일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외부의 일로 짜증이 나면 강아지에게 "저리 가."하며 짜증을 내고, 훈련을 시킨다며 '왼 손, 오른 손'을 달라고 하다가 강아지가 구별 못 하고 아무 발이나 내민다며 또 짜증을 낸다. 지인들에게 '내가 키우는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강아지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럴 땐 사진 찍는데 가만히 안 있고 계속 움직인다고 또 강아지를 혼낸다. 강아지는 그녀와 사는 게 행복할까? 아니, 강아지가 행복하지 않다면 최소한 둘 중 하나인 그녀라도 행복해야 하는데, 그녀는 행복할까?

 

난 위와 똑같은 일이 다영양 커플에게 일어난 거라고 생각한다. 강아지야 말을 못 하고, 또 주인이 아무리 혼내도 꼬리치며 다가오도록 진화했으니 신문지로 머리를 맞고도 꼬리 흔들며 다가오겠지만, 다영양의 남자치구는 사람인 까닭에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네 기분 맞추려 늘 내가 사과해야 하는 게 억울하다."

 

라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남자친구에 대한 존중이 없었던 다영양은

 

'남자친구가 잘못이 아닌 이유를 대는데 내가 인정하기 싫음.

어쨌든 난 서운했으니 남자친구에게 사과 받고 싶음.'

 

이라며 '닥치고 무조건 네 잘못'의 자세만 취했다. 그러니 잘 하든 잘못 하든 그냥 여자친구 기분이 안 좋으면 그녀에게 차렷 자세로 정서적 폭력을 당해야 하는 게, 그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2. 다영양의 치명적인 문제들.

 

난 지금 이 매뉴얼을 작성하며, 매뉴얼을 발행한 뒤 다영양이

 

"아니요. A부분은 이러이러해서 아니고요, B부분은 이러이러해서 아니에요.

제가 C처럼 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D였던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E라는 마음이 있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F에 더 가까웠어요."

 

라는 식의 메일을 보내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간 '높은 자존심'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변명을 하는 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매뉴얼에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구에게

'너와 계속 사귀는 미래는 비전이 없다.'라고 말한 건,

그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준 것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쓰면, 제보자가 자존심 강한 사람일 경우

 

"그 사람도 제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준 게 있는데요? 저만 잘못인가요?"

"화나서 한 말이에요. 화나면 그럴 수 있잖아요. 진심은 아니었어요."

"제가 한 말만 적어서 저만 나쁜 사람 만드셨네요? 사연 내려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잘못이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그건 이래서 그런 거다.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라는 주장을 하며, 가위표(X표)를 중화시켜 세모표(△표)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때문에 다 잘못해서 가위표를 받은 부분들도 전부 절반의 점수를 주는 세모표로 바꿔, 스스로 '다 잘못했어도 50점'이라는 점수를 기록한다. 그렇게 기록한 점수로 누구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라도 해서 점수를 받아야만 안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영양이 다음번에 누군가를 만났다가 다시 또 헤어지게 된다면, 그 이유는 다영양의 '자존심' 때문일 가능성이 98.72% 이상일 거라 예상한다. 자존심은 위에서 이야기 한

 

-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거지'

- 남이 한 일에 대해서는 '어디 감히!'

 

라는 문제도 일으키지만, 더불어

 

- "나 이거 진짜 엎어버린다."라고 말하고 엎어버리기.

 

라는 문제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둘 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아는 것에 대해, "나 진짜 그래버린다."라고 말하고는 그걸 정말 저질러 버리는 문제라고 할까. 예를 들자면, 둘 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말다툼을 하다

 

"너 지금 사과 안 하면, 나 네 카메라 던져버린다. 내가 못 던질 것 같아?"

 

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도 억지로 사과하긴 싫기에 "마음대로 해. 너 그거 던지면 나도 너 안 봐." 따위의 대답을 하게 되는데, 이쪽에선 상대의 대답 중 '마음대로 해'라는 부분만 접수한 사람처럼 카메라를 던져 버린다. 그러고는

 

"네가 하라며? 난 네가 그러라고 해서 그런 거야."

 

라며 모든 책임을 미뤄버리는 것이다.

 

난 다영양에게 이건 '위협적인 행동'이 아니라 '경악스러운 행동'에 더욱 가깝다고 말해주고 싶다. 객기이자 진상인 행동이며, 타인으로 하여금 '인간적인 실망'을 불러오기 충분한 행동이다. 이렇게 행동해 놓고는 "하라고 해서 한 것뿐인데, 이게 왜 내 잘못이라는 건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상대는 아예 이쪽과의 대화를 포기하게 될 수 있으니, 앞으론 누구에게라도 다시는 그러지 말길 권한다.

 

 

3. 그럼 남친의 행동은 모두 다 옳은가?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 게 말 한 마디이기도 한데, 다영양의 남자친구는 반대로 말 한 번 잘못해 천 냥 빚을 지는 스타일이다. 다영양도 이미 그의

 

- 못/안의 구별 제대로 안 해 사용하는 것.

- '때문에'와 '덕분에'를 정확히 쓰지 못 하는 것.

 

이라는 문제들을 지적하긴 했는데, 그는 다영양을 잡으면서도

 

"어차피 못 헤어질 거 다 아니까, 우리 그냥 헤어지지 말자."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의도한 것은

 

"난 너 없이 살 수 없어. 너도 그렇지 않아? 그러니 우리 헤어지지 말자."

 

라는 의미였는데, 안타깝게도 말을 저 따위로 밖에 하지 못 했다. 안 그래도 자존심 강한 다영양은 저 말을 듣자마자 '얘가 날 무슨 다 잡은 고기인 줄 아나?'라는 생각하며 융단폭격을 했고, 그는

 

'얘는 내 마음 같지 않은가 보네. 헤어지고 싶어 하나보네.'

 

라는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어휘력이나 표현력이 부족하면 그걸 좀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시도를 더 해봐야 하는 건데, 다영양의 남친은 어차피 싸워봐야 자신이 지니 무작정 싸움을 회피했다. 눈치를 보다 다영양이 화난 것 같으면 그냥 '무조건 사과'를 했고, 풍부한 부연설명을 해야 할 때에도

 

"아니야. 그건 네가 틀린 거야."

 

라는 짧은 말만 하고 말아 오히려 다영양을 (의도치 않게)도발했다.

 

난 매뉴얼을 통해 "말 보다 행동을 보세요."라는 이야기를 원래 '말만 잘 하는 남자'를 구별해낼 때 사용하라고 권하는데, 같은 얘기를 다영양에게도 해야 할 것 같다. 저 우직하고 충실하지만 말은 드럽게 못 하는 남자에 대해서도 그의 '행동'을 보길 바란다. 다영양에게 신장이라도 하나 줘야 할 상황이 되었을 때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주겠다고 나설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아닌가. 그간 그는, 다영양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다영양에게 헌신했고 다영양을 배려했다. 그것까지 다 고려해서 그의 말을 받아들여야지, 단순히 그가 잘 못 하는 '말'을 가지고 그의 모든 것을 다 정의해 버리면, 그는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고도 칭찬은커녕 잔소리만 듣게 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 그 역시 '복수'를 꿈꾸게 되었고 말이다.

 

복수. 이게 내가 다영양 사연에 등장하는 그에게서 찾아낸 '가장 바보같은 짓'이다. 특히 내가 매뉴얼을 통해 권한 적 있는 '거울요법'을 그도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긴 했는데, 그는 최악의 타이밍에 다영양에게 거울을 들이대고는, 그걸 치우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전에 다영양이 그에게 폰을 안 보여준 적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그걸로 앙심을 품은 남친은, 나중에 다영양이 다급한 순간 배터리가 없어 남친에게 전화 한 번 급하게 쓰자고 할 때

 

"싫은데? 너도 전에 나 폰 안 보여줬잖아. 나도 내 폰 너 보여주기 싫어."

 

라는 이야기를 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정말 끝까지 폰을 빌려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까. 자신의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여자친구 입에 들어가는 것을 먼저 생각해 늘 다영양 밥을 먼저 챙겨주고 먹여주기까지 하던 사람이, 이런 바보 같은 '복수'를 하려다 관계를 망쳐버렸다는 게 난 참 안타깝다.

 

난 남자친구가 저런 모습을 보일 때, 차라리 다영양이 울길 바랐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같은 자존심을 지닌 다영양은 "그래? 그랬다 이거지? 너 죽고 나 살자."라며 같이 맞섰고, 결국 둘 다 치명상을 입은 채 현재는 헤어지자는 말을 끝으로 서로 연락을 안 하고 버티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난 이 둘이 다시 잘 만났으면 좋겠는데, 사연만 놓고 봤을 땐 그럴 가능성이 아무래도 희박한 것 같다. 다영양이 '내가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둘은 관성에 의해 다시 만나도 같은 패턴의 싸움을 반복할 것이고, 남자친구가 '복수'를 고집하는 한 그 행동이 다영양을 계속 자극해 둘을 최악의 상황으로만 이끌 것이다.

 

남친의 말 같은 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여자. 그리고 여친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 심술을 부리려는 남자. 두 사람이 '우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너 VS 나'의 이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지금도 다영양의 남친은 '이번엔 내가 먼저 전화 안 할 거야.'라는 생각을, 다영양은 '전화 안 한다 이거지? 그래 하지 마. 안 한다고 내가 아쉬워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다영양이라면, 이렇게 허무하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오늘 전화를 해 '부탁'을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부탁대신 지시나 명령만 해 왔으니, 이번엔 그러지 말고 '우리'가 되고 싶은 나 좀 도와 달라고 말이다. 그럼 그의 복수심도 사르르 녹아 둘은 '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영양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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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만들어 본 밤하늘 영상 -> http://youtu.be/tOu9u6w0W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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