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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자기주장 강하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남자와의 연애

by 무한 2014. 9. 17.

자기 주장 강하고 공감능력 떨어지는 남자와의 연애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현신을 바라보는 관점과 여러 태도의 집합, 그리고 삶의 방식의 차이라는 말이 있다. 피츠 제럴드의 시각을 설명하며 어느 책에서 인용한 문장을 재인용 한 문장이었는데, 정확한 출처를 지금 찾을 길이 없어 일단 대략 이렇게만 적어둔다.

 

내 지인의 병원에서 벌어졌던 한 연애를 살펴보면 저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곳의 페이닥터로 있던 한 초보의사와 막내 간호사가 사귄 적이 있다. 간호사는 자신이 수술방에서 겪는 힘든 일에 대해 남자친구인 의사에게 털어 놓았는데, 의사는 그걸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면서

 

"나나 너나 똑같은 병원에서 일하고,

또 똑같은 수술방에 들어가 비슷하게 일하는데 뭐가 힘들어?

직원들과의 문제? 원하지 않는 회식 자리?

그런 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겨. 원치 않으면 피하면 되잖아.

환자가 짜증나게 굴면 너도 그냥 딱 잘라서 말 해."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서열로만 따지면 원장 바로 아래였던 그 의사는, 병원 막내인 자신의 여자친구가 겪는 일들에 공감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야 손님들을 '환자'로 여기지만, 여자친구에겐 손님들이 '고객님'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 했다. 그녀가 무섭다고 하는 병원의 실장. 그 실장 역시 그의 앞에서는 "원장님 식사 하셨어요?"라고 웃으며 말 할 뿐이었으니, 그는 실장을 무서워하는 그녀가 더 이상한 거라 생각하고 말았다.

 

 

1. 입장과 공감(1) 

 

난 한 꼬꼬마에게 삼각형 각도 구하는 문제를 가르친 적이 있다.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도니까 그걸 응용해서 풀면 아주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한 쪽 각은 직각이라는 표시가 있으니 90도로 잡고, 이등변 삼각형이니 90나누기 2하면 나머지 두 각을 구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 꼬꼬마는 이전까지의 문제에선 두 각의 크기가 숫자로 적혀 있어서 쉽게 풀 수 있었지만, 이번엔 적혀 있질 않으니 아예 손도 대지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난 한 쪽이 직각이라는 걸 설명해주고, 이등변 삼각형이니 나머지는 두 각은 90나누기 2를 하면 구할 수 있는 거라고 설명해줬다. 그러자 그 꼬꼬마는

 

"나누기 2요? 왜 나눠요?"

 

라는 속 터지는 질문을 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한자와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였는데, 돌아가며 지문을 읽을 때 내가

 

"오, 시, 인? 시, 상, 여, 선, 적? 패? 가?"

 

라고 하자, 교수가

 

"오시곤시 상여포숙가.

인은 저기 대가 들어가지. 저건 목이잖아.

그리고 제목에도 포자가 나오는데 저걸 왜 몰라.

선적이 아니라 포숙이잖아.

적은 저거랑 비슷하게 생긴 글자도 없는데 왜 저걸 적으로 읽어."

 

라고 말했다. 난 속으로

 

'내가 모르는 한자 없고,

한자 한 번 보고 다 알 것 같으면 뭐하러 이 수업 듣냐?'

 

라고 생각했다.

 

 

2. 입장과 공감(2)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Y양과 Y양 남친은, 서두에서 말한 '페이닥터'와 '막내 간호사'와 비슷한 관계다. 직종을 밝히지 말라고 해서 적진 못하지만, 둘이 같은 직장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남친은 자유로운 직책에, Y양은 눈치를 봐야 하는 직책에 있었다.(지금은 그 상황이 너무 힘들고 남친도 공감해주지 않아 Y양이 직장을 그만 둔 상황이다.)

 

회식에 참여를 하든 안 하든 아무도 터치하는 사람이 없는 남친과 달리, Y양은 회식에 참여하지 않으면 직원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상사의 '눈치밥'을 먹어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남친은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 했고, 오히려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고 어렵게 생각한다며 Y양을 나무랐다. 때문에 Y양은 남친의 말을 따라 남친처럼 행동했는데, 그러다 결국 직장에서 겉돌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만 받다가 퇴사하고 말았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뭐 그래도 직장은 그렇게 퇴사하는 걸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친이 Y양의 가족관계와 전반적인 삶의 태도까지를 자신의 관점대로 이끌려 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가족과 삶은 회사와 달리 나와 버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잖은가. 때문에 지금은 '누구의 말이 옳은가?'를 따지며 한 가지를 선택하려 할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둘 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우선, '가정의 분위기'라는 것이 가정마다 전부 다 다름에 대해 남친과 대화하길 권한다. 남친의 가정은 개인플레이를 해도 묵인되는 집안이며, 남친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나가서 자취를 한지 꽤 오래된 까닭에 부모님의 터치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Y양은 이제 갓 이십대 초반에서 벗어났고, 아직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가족끼리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진 채 일주일에 몇 번씩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왔다.

 

이걸 두고 남친은 Y양에게 자립해야 하며 이제 어른이니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난 반대한다. 오히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일찍 들어와서 가족이랑 저녁도 먹고 그래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한다.

 

Y양과 Y양 남친의 차이를 보자. 만약 Y양 남친의 가정에서 남친의 부모님이 남친에게 저런 이야기를 하셨다면, 그건 갑자기 가정의 화목을 위해 의무적으로라도 저녁을 같이 먹으려는 억지 노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간 그의 가정에서는 '개인플레이'를 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Y양 가정에서는 퇴근 후 가족끼리 둘러 앉아 밥을 먹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그렇게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왔다.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족과 저녁을 먹자'는 Y양 아버지의 말씀은 억지나 강요라고 보기 힘들다.

 

이처럼 둘의 차이가 있기에 한 문제에 대해서도 반응이 전혀 다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Y양 남친은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했다.

 

"이해가 되질 않는다.

굳이 그렇게 정해서 일주일에 몇 번을 그래야 하는 게 웃기지 않냐."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Y양은 중간에서 양쪽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그게 그저 서로를 위한 변명을 대신 해주는 것에 불과했던 까닭에 아버지께서는 남자친구에게, 또 남자친구는 아버지께 안 좋은 감정을 갖는 최악의 결과만을 낳고 말았다.

 

 

3. '우리 둘이서만'이 불러온 문제.

 

이건 내가 고지식하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미리 밝힌다. 난 Y양 남자친구가 Y양에게 남자친구로서는 만점에 가까울 수 있지만, Y양 부모님께는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사윗감'으로 여겨져도 할 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Y양 부모님은 그의 친구가 아니고, 어른이다."라고 말하면 역시 고지식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난 성격 상 싹싹하게 굴기가 힘들다면, 최소한 연인의 부모님을 공경할 줄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Y양이 남자친구에 대해

 

"그는 때론 자기주장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강해서

윗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렇지만 부딪혀도 별로 개의치 않아 해요.ㅎ"

 

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

 

"그건 지금, 웃으며 좋아할 일이 아닌데요?"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자신감이 강한 건 좋지만, 경우도 없고 순서도 없이 들이 받는 건 좋지 않은 태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친은 그 태도를 Y양 부모님께도 보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Y양은 그가 하는 말이 대부분 옳게 들리니 그냥 듣고 있지만, 만약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Y양 부모님이 딸 남자친구에게 대우 안 해준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넌 Y양 부모님들께 뭘 얼마나 잘 했나를 생각해 봐봐.

너 만나고 Y양이 밖으로만 나갈 뿐 집에서는 얼굴도 보기 힘들어.

그건 뭐 연애하느라 바빠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너 명절이나 Y양 부모님들 생신에 문자 한 통 넣어봤어?

사귄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 그 분들 얼굴도 모르고 번호도 모르지?

딸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봐.

너라면 그런 예비 사위가 마음에 들고 흡족할 것 같아?

그래서 만나면 아이고 우리 사위 왔는가, 하면서 반길 것 같아?

나이도 서른이 넘었다니 뭘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닐 텐데,

어느 날 딸은 들어와선

'남친이 일주일에 딱 몇 번 정해서 가족과 밥 먹는 것도 이상한 거라고 하더라.'

라는 이야기만 해. 너라도 빡치지 않겠냐?

넌 지금 네 입장에서만 생각하니까,

'낳고 키웠지만 이제 딸도 성인이니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결론만 내겠지. 근데 저건, 밖에서 보면

여자친구 부모님들을 무슨 들러리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너희 부모님께서도 너에 대해 실망하고 계실 거야.

다만 네가 실질적 가장이다 보니 그냥 포기하고 네 뜻에 따르시겠지.

넌 너희 부모님께 이렇게 사귀다 '결혼 할 겁니다'라고 통보만 하면,

그 분들은 뭐 할 말도 없이 그냥 '결혼하나 보다'하고

받아들이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으시니까.

너희 집 사정까지 내가 왈가왈부 할 게 아니니까 이것도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태도를 여자친구 부모님한테까지 보이면,

넌 그냥 '기본도 안 된 사윗감'으로 여겨지고 마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난 Y양 아버지께서 하신

 

"남자친구하고 넌, 둘이 잘 만날 수 있는데도 둘 다 상황을 안 좋게 만들며 만나고 있다.

너희는 어디에 내놔도 예쁘고 잘 난 사람들인데, 왜 그런 식으로 만나냐. 문제다."

 

라는 말씀에 백 번, 천 번, 만 번 동의한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난 Y양 남친의 오만함과 개인주의적 성향, 그리고 상대가 누구든 절대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의견대로만 진행하려는 태도가 둘을 '남들에게선 축복받지 못 하는 커플'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차피 우리 두 사람이 같이 살 건데 타인이 뭐가 중요하냐.'라고 생각하며 그런 행동들을 한 것이겠지만, 바로 그 생각이 타인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만남에 혀를 차게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4. Y양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Y양의 남자친구가 진심으로 Y양이 잘 되길 바라며 Y양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 한다는 건 잘 알겠다. 퇴직 후 그가 Y양이 취득하고 싶어 했던 자격증 공부를 하라며 시험 준비하는 동안 자신이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것, 그리고 Y양 건강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긴 것 같으면 억지로 끌고라도 병원에 데려가는 것 등에서 Y양을 향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Y양을 챙겨 주고 Y양을 생각해 주는 건 물론 나도 축하해 주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선심과 호의와 지원을 베푼다고 해도, 존중이 없으면 그 행위들은 빛을 잃고 만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딸에게 한 달 용돈을 기백만원씩 주지만, "네가 뭘 알아. 그냥 입 다물고 있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육아방식과 같다고 할까.

 

Y양이 내 동생이라면, 난 그에게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 정도만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Y양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해결하라고 얘기해 줄 것이다. Y양도 처음엔 그러겠다고 했지만 그가 "그럴 시간까지 차라리 아껴서 공부를 해라. 그 정도는 내가 지원해 줄 수 있다. 두 가지 다 하다가 놓치지 말고, 시험에 집중하자."라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지금은 학원비에다가 용돈까지 받으며 공부를 하는 중이다.

 

좋게 보자면 감동적이기까지 한 그의 호의지만, 그게 현재 Y양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그 호의는 마음만 받는 게 맞는 거다. Y양은 고정지출이 있고, 또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닌 까닭에 여러 분야에서 자잘한 돈이 들어간다. 때문에 그의 지원만으로는 생활하기가 어렵게 되었는데, 이걸 두고 그에게 돈을 더 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와는 공부 하나에 매달리기로 한 까닭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마음이 여린 Y양은, 예정에도 없던 지출이 생겼을 때 혼자 속을 태우며 울기도 했고 말이다.

 

더불어 이 문제는 Y양의 가정에까지 번지기도 했다. Y양은 그간 월급을 타면 집안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자신이 구입하기도 했고, 또 집에 행사가 있을 때 얼마씩 내 놓기도 했다. 그런데 그에게 용돈을 타서 쓰는 생활을 하게 되며 그런 게 전부 끊겨 버렸고, 식구 중 누군가 "올 때 마트에 들려서 뭐 좀 사다줘."라고 이야기 하면, Y양은 빠듯한 용돈으로 그걸 해결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결제를 하고도 또 울었다. 그에게 부모님 생신이니 용돈을 좀 챙겨드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진 꺼낼 수 없었기에 역시 속을 태웠다.

 

이런 부분들 역시, 둘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일찍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남친은 Y양이 집안 생활용품을 사는 것, 생활에 얼마씩 보태는 것 등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을 읽으며 Y양이

 

"혼자 나가서 산다고 해도 사실 이 정도의 돈은 다 드는 거잖아.

이건 자기가 샴푸 떨어지면 샴푸를 사는 것과 같은 일이야.

다만 난 가족과 살고 있고, 자기는 혼자 살고 있으니,

내가 샴푸를 사 가는 게 자기한테는 가족을 위해 돈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자기가 '공부를 한다고 하면 가족들도 이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거,

나도 이해해. 그런데 집안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는 거잖아.

나도 만약 내 친구 누구처럼 부모님 명의의 건물 있고,

거기서 나오는 세로 부모님 사시는 거 걱정할 필요 없으면 나도 안 이래.

그런데 자기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집이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자기는 나더러 시험 때까지 집안에 대해서는 손 딱 떼라고 말하지만,

그게 나에게는 내 가족 일이라 그러기 어렵다는 걸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가족은 내게 서운해 하고, 자기는 내게 화내면,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라는 이야기를 하길 바랐다. 하지만 Y양은 그러지 못 했고, 그저 계속 중간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인 채 울기만 할 뿐이었다. 남친에게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지금으로서는, 남친이 이 돈은 어디다 써라, 거기엔 돈 쓰지 말아라 하는 주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 학원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은 Y양이 알바를 해 벌어 쓰길 권한다. 하루에 몇 시간을 빼앗기더라도 일을 해 돈 번 뒤 Y양 스스로 결정권을 가지고 쓰는 게, 용돈 타서 쓰며 늘 마음 졸이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백 배 나은 일이니 말이다.

 

또, 이렇게 내 편이 좀 되어 달라고-내 입장에서 좀 생각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도 남친이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 대답만 반복한다면, 그 때는 헤어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Y양은 그의 연인이지 액세서리나 꼭두각시가 아니잖은가. 그가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Y양에게 주문만 하는 태도를 고집한다면, Y양은 자신의 삶 없이 그에게 얹혀살며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겉으로는 반짝반짝 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영혼이 바짝 말라가는 삶. 그게 과연 행복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끝으로 난 Y양에게, 남자친구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고 해서 Y양이나 가족들의 모든 치부까지 다 드러낼 필요는 없으며, 가족들과 갈등이 있다고 해서 그때그때 남자친구에게 전부 생중계 하진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Y양이 아버지를 공경하면 남자친구도 아버지를 공경하게 된다. Y양이 단순히 아버지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를 소중히 생각하며 아버지의 말씀에 되도록 순종하려 노력한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면, 남자친구도 그 마음을 무겁게 생각하며 Y양을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Y양이 남자친구에게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하거나, 아버지의 과거 행적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살아오며 아버지에게서 상처 받았던 일들에 대해 푸념을 하거나, 아버지에 대해 평가 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면 남자친구도 자연히 Y양의 아버지를 무시하거나 비판하게 된다. Y양이 그랬다는 이야기는 사연에 적혀 있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Y양 가족들에 대해

 

"너희 집안 식구들은 고집이 세신 것 같다."

"너에게 또 무슨 일로 전화 하신 거냐."

"(Y양의 이야기를 듣다가)아버진 왜 그러신대? 거 참…."

 

라는 태도를 보인 걸로 봐서는, 그간 Y양이 중간에서 현명하지 못한 행동들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못 믿겠다면

 

"우리 아빤 맨날 이래.

나 들어올 때 전화 한 통 해선, 돈도 안 주면서 뭐 사다 달라고 주문만 해."

 

라는 말을 해서 시험해 보길 바란다. 그럼 다음 번 남자친구의 반응은

 

"그냥 받지 말아 버려. 어차피 또 뭐 사다달라고 하실 텐데."

 

일 확률이 99.82%이니 말이다. 단 한 번의 불평으로도 선입견은 쉽게 만들어 질 수 있고, 그렇게 선입견이 생기면 다음부터는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 상대는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 된다. 당장 속 시원하자고 불평을 해 선입견을 많이 만들어 둬 놓고는, 나중에 상대가 우리 가족 무시한다고

 

"넌 왜 우리 가족에 대해 그렇게 말해?"

 

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Y양에겐 가족들이 '미울 때 있어도 내 가족은 내 가족'이지만, 상대에겐 '미우면 그냥 계속 미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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