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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애를 시작했지만 예전처럼 헤어질까봐 두려운 여자

by 무한 2013. 6. 6.
연애를 시작했지만 예전처럼 헤어질까봐 두려운 여자
타인에게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은 딱 티가 난다. 내 주변엔 그런 유형의 결정체인 지인 Y양이 있는데, 얼마 전 그녀와 나눈 대화를 소개할까 한다.

Y양 - 에어컨이 갑자가 안 되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나 - 선은 꼽혀 있고?
Y양 - 응. 에어컨 가스 같은 게 떨어진 건가?
나 - (내가 어떻게 알아)글쎄. AS기사 불러서 물어봐.
Y양 - 기사 부르면 돈 많이 드나?
나 - 전화해서 물어봐봐. 출장비 얼마인지.
Y양- 그래야겠다. 만약에 가스 떨어진 거면 가스 채워야 하겠지?
나 - 그래야겠지.
Y양 - 가스 채우는데 돈 많이 받으려나?
나 - 전화해서 물어봐. 그럼 확실히 알 수 있잖아.
Y양 - 여기 1588번호 있는데, 여기다 전화하면 되는 거지?
나 - 그렇겠지….
Y양 - 전화 하면 바로 고쳐주려나? 아니면 오래 걸리려나?
나 -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사연을 보낸 S양에게서도 저 '의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S양은 현재 "첫 연애가 덤덤하게 끝났듯, 지금 남자친구와도 덤덤하게 끝날까봐 두려워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 보기엔 그건 문제도 아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오늘은 S양의 첫 연애와 S양이 연애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현재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자.


1. 헤어지고도 아프거나, 슬프거나, 그립지 않았던 첫 연애.


스무 살에 했다는 S양의 첫 연애는, 상대의 일방적인 헌신을 동력으로 돌아간 연애다. 상대는 S양에게 다 맞춰주고, 맹목적으로 호의를 베풀고, S양이 멋대로 굴어도 다 이해해 줬다. S양에게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라기보다는 함부로 굴어도 이해하고 맞춰주는 '보호자'에 가까웠다.

거기다 '남자친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의 말들은 S양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부모님의 명확한 '반대 멘트'가 적혀 있지 않아서 옮겨 적을 순 없지만, 아마

"걔랑 사귀기엔 네가 아깝다."


는 요지의 말이었을 것이다.

종합해 보자. 남자친구가 호의를 베풀면 베풀수록 둘의 관계에서 S양의 자만심은 커져갔을 텐데, 그 자만심에 부모님까지 힘을 실어 주셨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늘 혼자 희생해야 하는 일방적인 관계에 서서히 지쳐갔을 것이다. 그럼 또 S양은 남자친구에게 "왜 처음 같지 않냐."며 닦달을 하거나, 못마땅한 부분들을 지적하며 남자친구를 궁지로 몰았을 것이다.(이건 현재 S양의 연애를 토대로 추측한 부분이다. 이 모습을 S양은 아직도 지니고 있다.)

상대를 인생의 '걸림돌'로 생각하며 6개월쯤 지내면, 헤어져도 아프거나, 슬프거나, 그립지 않다. 내 반쪽이 떨어져 나갔다는 상실감 보다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나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테니 말이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거실의 낡은 테이블을 내다 버린 듯, 미련도 남지 않을 것이다.

하나 더. S양이 그 연애에 별 공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 또한 이별이 무덤덤해질 수 있는 원인이 된다. 그 연애의 조각을 대부분 상대 혼자 다 맞췄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10,000조각짜리 퍼즐을 다 맞춰 액자에 넣어서 선물했다. 퍼즐을 맞춘 사람에게 그 선물은 자신의 집중력, 인내력, 그리고 정성이 포함된 큰 의미겠지만, 받은 사람이 퍼즐에 별 감흥이 없다면, 그건 분리수거 하는 날에 내다 버려도 이상할 것 없는 선물 아닌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S양은 첫 연애를 하며 마음에 보호필름을 붙여 놓고 있었다. 때문에 연애가 끝나고 보호필름을 떼고 나니, 스크레치 하나 없이 말끔할 수 있었던 것이다.

S양은 지금도 그렇다. 현남친은 진심으로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데, S양은 남의 얘기 듣듯 '뭐, 결혼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랬으면 좋긴 한데, 암튼 나중 일이니까….'라고 생각하며 한 발짝 벗어나 있다. 그런 태도를 지닌 채 그저 놀러 다니고, 애정표현 하고, 수다만 떨면, 이번 연애 역시 '헤어져도 무덤덤한 연애'가 되고 말 것이다.


2. 좁은 생활.


이건 주로 '백수'상태에 있는 대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문젠데, S양에게서도 이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생활의 범위가 좁은 까닭에, 관심사가 생기면 그 관심사를 두고 해바라기 하며 지내는 문제다.

자전거 라이딩에 푹 빠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지금 그대에겐 '날씨'가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만, 자전거 타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중부지방엔 삼일 간 비가 오겠습니다."라는 예보에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비소식을 듣고도

'비가 하루 종일 오는 건 아닐 거야. 시간별 예보를 보고 나가서 잠깐이라도 타자.'


라며 기상청에 들어가 열심히 '시간별 예보'를 검색할 것이고 말이다.

이틀간 얼굴을 못 봤다고 '우울한 목소리'로 '퉁명스러운 대화'를 하는 건, 미안하지만 정상에서 살짝 옆으로 비껴있는 태도다.

"전화나 메신저로 말하는 건 해소가 안 되거든요."


해소라니! 남자친구는 S양의 도우미가 아니다. 현재 S양이 남자친구를 대하고 있는 방식은,

"날 심심하게도 하지 말고, 외롭게도 하지 말고, 언제나 즐겁게 만들라고!"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은 둘이 사귄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S양이 까닭 없는 심술을 부려도 남자친구가 다 받아주고 이해해 주겠지만, 머지않아 남자친구도 지치게 될 것이다. 엄마가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면 울음부터 터트리는 아이. 그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을 한 번 보길 바란다. 그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 약간의 신경쇠약을 앓고 있을 테니 말이다.

다행히 S양의 남자친구는 지혜롭다. 그는 S양이 심술을 부려도 포용할 줄 알고, S양 혼자 만들어낸 불안으로 자신을 괴롭혀도

"순간의 문제가 우리 관계의 전부인양 생각하면 민감해지지만,
그게 아니란 걸 이해하고 한 발 물러서봐. 좀 더 많은 게 보일 거야."



라며 S양을 다독인다. 이 남자 놓치면 S양은 평생 후회할 수 있다. 철학이 있는 남자다.

"무한님이 저 남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뭐라고 얘기하셨을 거예요?"


아마 별말 없이 함께 치맥을 먹으러 갔을 것이다. 난 쿠폰이 있는 남자니까.


3. 이 행복도 언젠가는 사그라들겠죠?


김삿갓이 말했다.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걱정하는 중생들아!"


행복이 사그라지는 것보다 S양이 늙어서 할머니 되는 게 더 빠를 것이다. 5년만 지나도 S양은 현재 하고 있는 고민이 '배부른 고민'이라는 걸 알 것이다.

예쁜 사랑, 칭찬 받는 사랑,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랑, 그런 거 하려고 하지 말자. S양이 꿈꾸는 그런 사랑은 현관문 밖에서만 할 수 있는 사랑이다. 곱게 차려입고 나가 행복한 웃음 지으며 맛난 거 먹으며 돌아다니는 연애. 집에 돌아오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도 지우고, 잘 때 침을 흘리거나 코를 골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S양은 사랑이 무슨 신데렐라 무도회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처음엔 정말 무도회 같았는데요?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그건 현실에서 발 떼고 잠시 붕붕 떠다닌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새도, 둥지를 틀려면 어딘가에 발을 디디고 내려앉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가장 가까운, 부모님의 결혼생활을 지켜보길 바란다. 거기서 일정부분 수정과 보완을 한 것이 S양의 결혼생활이 될 것이다. 그 모습과 전혀 다르게 S양의 결혼생활만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되는 게 아니란 얘기다.

현재 S양이 하는 얘기는,

"전원 걱정 없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없을까요? 배터리 용량이 무한대인…."


라는 말과 같다. 그 이상한 소리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앞으로는 '충전'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기 바란다.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내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었구나.'하는 반성을 하게 되고, 우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존경을 하게 되고, 내 지겨운 '같은 소리'에 변함없이 귀를 기울여주는 걸 볼 때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모든 연인들이 그렇게 충전해가며 산다.

"서로를 웬수라고 말하면서 사는 부부들도 있잖아요?"


S양은 엄마를, 혹은 아빠를 미워한 적 없나? 부모님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방문을 쾅 닫은 적 없나? 그냥 집을 나가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 없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를 엄마로, 아빠를 아빠로 대하고 있지 않은가. 가족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결혼은 상대와 '가족'이 되는 것이고 말이다.


남자친구에게만 유독 심술을 부리는 거, 그거 얼른 고쳐야 할 못된 습관이다. 여성대원들이 재회를 꿈꾸며 보낸 사연 중 절반 이상이,

"남자친구에게 못되게 굴었던 거 사과하고 싶어요.
전 호의를 받으면서 고마워 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그저 당연한 줄 알고…."



라는 사연이다. 있을 때 잘 하자. 이별하면 이별한 대로 배우는 게 있겠지만, S양의 현 남친은 '수업료' 정도로 여기기엔 너무 아까운 남자가 분명하다. 사연을 보낼 때처럼 얘기하기 바란다. S양은 사연에선 차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지만, 남자친구와 '진지한 얘기'를 했다는 부분에선 "나 불안하니까 얼른 안심시켜."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연애, 혹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연애를 하지 말고 서로를 위한 연애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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