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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이별을 부르는 성격결함 세 가지.

by 무한 2013. 4. 18.
이별을 부르는 성격결함 세 가지.
카톡 아이디를 공개한 이후로 여러 독자들이 카톡을 보낸다. 그 중에는 나를 추가한 후 '게임 머니' 받는 용도로 게임 초대만 하는 분들도 있다. 직접 말을 걸기보다 같은 게임을 하며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럴 수 있고, 또 게임 머니가 부족한데 초대할 친구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나에게라도 보내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간 조용히 '해당앱 추천안받기'만 눌러왔다.

그러던 중, 며칠 전엔 짜증이 좀 났다. 어느 분이 게임초대 메시지에 잠이 깼기 때문이다.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 카톡을 보냈다. "게임 초대는,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그랬더니 답문이 왔다.

"뭐, 게임 초대 받는 게 불쾌하시다면 안 보낼게요.
근데 이렇게까지 말을 하실 줄은 몰랐네요. 알겠어요."



저기다 "너 보통 녀석이 아니로구나! 이럴 땐 사과를 해야 하는 거란다."라는 대답을 해줄까 하려다가 참았다. 며칠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연을 보낸 분이었는데, 그걸 잊고자 게임하고 있는 사람에게 또 상처를 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연애가 쫑난 이유도 바로 저 '나만 잘못했냐?'라는 태도 때문이었는데, 여하튼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는 것 같고, 훗날 그녀에게 애정을 가진 분이 그녀의 가시를 떼어 주리라 믿는다.

오늘은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한 방에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독특한 성격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평상시엔 문제가 없다가 연애만 하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으니, 혹시 자신의 얘기가 아닌지 비교해가며 살펴보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분노발작 그녀.


매뉴얼을 통해 여러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시한폭탄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재미있게 데이트를 잘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 말 한마디에 감정이 폭발해 차 문을 열고 내려 버린다든가 하는 증상을 보인다. 결혼 한 커플 부대원들에게서도 이 증상이 나타나는데, 다투다가 짐을 싸 가지고 친정에 가 버린다거나, 서운한 점 하나만 생겨도 이혼 얘기를 꺼내는 모습으로 표출된다.

한 번 폭발하기 시작하면, 분출하기 시작한 화산처럼 멈출 수 없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어떻게든 극단까지 가는 걸 막아보고자, 폭발한 그녀를 붙잡은 남자들도 있는데, 그러다가

"내 몸에 손대지 마!"


따위의 얘기를 듣거나, 따귀를 맞은 경우도 있다. 어느 남자는 아직 분출이 끝나지 않은 줄 모르고, 화를 풀어주겠다며 케이크를 사갖고 갔다가,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케이크 잔해를 치우기도 했다. 그녀가 케이크를 집어 던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분노가 가라앉으면 그녀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생각해 보니 어젠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 등의 이야기로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연애 초반이라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라며 봉합이 가능하지만, 봉합한다고 해서 남자의 트라우마와 피곤함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 피로는 고스란히 축적된다. 때문에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더는 견디지 못하고 관계에서 로그아웃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잊지 말자. 어떠한 순간에라도 '핫라인'은 열려 있어야 한다. 혈관이 막히면 세포나 조직이 괴사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이 핫라인이 막히면 관계가 괴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괴사한 부분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시 예전처럼 돌릴 수 없다. 이런 경험을 한 번 할 때마다, 둘의 연애는 팔 하나, 혹은 다리 하나씩 쓰지 못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기감'을 느낀 남자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려 하지만, '좌절감'을 느낀 남자는 떠날 준비 한다는 걸 기억하자.


2. 그의 피해망상.


'그녀가 날 '완전히'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어떻게 손 쓸 방법이 없다. 그들이 원하는 '완전히'라는 건, 상대가 자신의 모든 외로움과 심심함, 그리움, 무료함, 우울함 등까지 해결해주고 채워주는 상태다.

이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밑 빠진 독과 같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그 결핍이 모두 상대의 '애정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결핍의 원인을 찾기 위한 음모론을 꾸미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그녀가 내게 호의적이지만, 곧 등을 돌릴 지도 모른다.'
'회식에 간 그녀가 연락하지 않는 건, 나랑 대화하는 것보다 회식이 더 좋다는 증거다.'
'난 보고 싶은 마음에 지금 나오라고 한 것인데, 못 나온다는 그녀는 마음이 없는 거다.'
'그녀는 지금 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내 생각을 안 하고 있다. 화가 난다.'



그러고는 저런 생각들을 토대로 함정수사를 시작한다. 말 돌려 하기, 떠보기, 몰래 사생활 조회하기 등 상대가 학을 뗄 정도의 진상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상대가 내게 마음이 없을 거라는 의심만 하고 있는 건 너무 괴롭다.
어떻게든 마음이 없다는 증거를 찾아내 상대 눈앞에 들이 밀겠다.'



대략 위와 같은 각오로 상대를 털기 시작한다. 놀라운 건, 누가 봐도 그의 행동이 진상짓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제 상대는 이쪽의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는데, 거기서도 '비련의 주인공' 코스프레만 하는 경우가 많다. 아래와 같은 레퍼토리다.

ⓐ 집착과 애정결핍 복합 증상을 보이며 막말과 감시로 상대를 괴롭힘.
ⓑ 너무 괴로운 나머지 상대가 이별선언.
ⓒ 남자는 그간 진상짓 하던 만큼의 에너지를 사과에 쏟음.
ⓓ 상대는 제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지만,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



위의 증상을 보이며 내게 사연을 보낸 어떤 분은, 괴상한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전 여전히 사과하고 있고, 그녀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저를 좋아한다며 만나자고 하는 여자도 있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그녀는 제 말에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이제 정말 화가 나려고 합니다. 최소한 제 말에 대답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마음 없이 그냥 심심해서 저랑 사귀었던 걸까요?
덕분에 제 멘탈은 아주 부서져 버렸습니다. 이 보상을 누구에게 받죠?"



뭐야 나 이 사람 무서워.


3. 심술쟁이 그녀.


별 상관 없는 남으로 지내거나, 썸을 타는 수준의 '썸녀'로 지낼 땐 문제가 없는데, 연인이 되고 나면 심술쟁이로 돌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체험판 서비스는 100점짜린데, 막상 본품이 나와 구매를 하면 20점짜리인 제품과 비슷하다고 할까. 각 부분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아래와 같다. 

(1)만남 
사귀기 전과 달리 사귄 후 급속도로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데이트를 할 때, 만나러 나온 게 아니라, 무슨 감사(監査)하러 나온 사람처럼 군다. '마음에 안 드는 모습 잡아내기 레이더'를 가동시킨 듯, 상대가 사소한 실수만 해도 벌점을 부여한다. (신기한 건, 그녀들은 남자에게서 별로 애정이 느껴지지 않을 땐 이 레이더를 작동시키기 않는다. 이 레이더가 작동되는 건, 남자가 이쪽에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호의를 베풀 때다.)
일반적인 커플의 경우, 서로 카톡으로만 대화할 땐 좀 의견차이가 좀 생겨도, 만나면 다 풀어지기 마련이다. 얼굴 보고 나니 다시 애정도가 충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유형의 여자들은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서로 떨어져 있을 땐 곧잘 애정표현도 하면서, 막상 만나면 의무적인 데이트를 하러 나온 사람처럼 군다.

(2)연락
연락과 관련해서도 위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연락이 없을 땐 서운하다는 식의 표현을 해 놓고, 막상 연락을 하면 왜 연락했냐는 식의 태도로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이러할 땐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놓고, 정작 그렇게 연락하면 엎드려 절 받는단 느낌으로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 - 잠자기 전엔 잔다고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
남자 - 응. 알았어.
(다음 날, 잠자기 전)
남자 - 나 이제 자려고. 자기도 잘 자~
여자 - 내가 연락하라고 했다고, 너무 의무적으로 지킬 필요 없어.


왓 더….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맞추라고 해서 맞추면, 의무적으로 맞출 필요 없다고 말하는 여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혼란스러운 남자는, 결국 그녀에게서 로그아웃을 하고 만다.

(3)대화
반대와 변명이 습관화 된 사람들이 있다. 이 역시 사귀기 전에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데, 사귀고 나면 그제야 이런 습관을 꺼내기에 문제가 된다. 아래와 같은 식의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남자 - 회식할 때 연락 못 하는 건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여자 - 내가 회식할 때 연락 못 하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잖아. 
남자 - 지금 우리가 싸우는 게, 회식 때 연락 안 한 것 때문이잖아. 
여자 - 나도 회식 안 해 본 거 아니고, 그 자리에서 연락할 수 없다는 거 알아. 
         내가 말하는 건 늦어지면 늦어진다고 말해달라는 거야. 
남자 - 내가 늦을 것 같다고 말했고, 넌 잔다고 했었잖아. 
여자 - 잠이 들려다가 깼는데 연락이 안 와 있어서 그런 거잖아. 
남자 - 그 때는 회식 중이었다니까? 자리 파하면 연락 하려고 했어. 
         봐봐. 그때가 너 잔다고 한지 40분 지났을 때야. 술자리 중이었다고. 
여자 - 대체 회식을 몇 시까지 하는 건데? 12시가 넘었잖아. 
남자 - 좀 제발,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이러면 나 정말 스트레스 받아. 
여자 -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내가 스트레스 준다는 거야?
남자 - 부탁할게.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 회식할 땐 좀 이해해 줘. 
여자 - 내가 지금 회식할 때 연락 못 하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잖아.


쉽게 말해,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 맞으면서 아니라고 우기는 여자'라고 할 수 있다. 왜 쓸 데 없는 걸로 힘 빼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런 소모적인 대화만 하다가 '소통 불가' 판정을 받곤 이별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들을 드느라 '그녀, 그' 등의 말로 설명했지만, 성별을 바꿔도 적용되는 얘기임을 밝혀둔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이별한 후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면, 저 사정을 모르는 지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들만 가지고 얘기해 줄 뿐이다. 실제로 '분노발작' 사연을 보낸 독자에게, 그녀의 지인들은 "남자의 마음이 거기까지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다. '피해망상' 사연을 보낸 독자에겐 "넌 할 만큼 했다. 인연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심술'사연을 보낸 독자에겐 "이제 질려서 그러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심술'사연을 보낸 독자는, 저 대화를 두고 친구들에게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했고, 친구는 그녀에게 "걱정하는 걸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 질려서 그런 게 확실 해. 처음에는 안 그랬을 거 아냐. 마음이 식은 거지."라는 얘기를 했다.

난 미지근한 위로를 하며 시간 낭비 할 생각이 없으니, 사연을 보낼 때에는 꼭 카톡대화를 첨부해서 보내주시길 바란다. 어제 6개월간의 카톡대화 1200페이지를 보내며 "무한님이 필요하신 부분만 걸러 가며 읽어 주세요."라고 말한 독자 분이 계셨는데, 그러는 거 아니다. 딱 보니까 본인도 읽다 지쳐서 그냥 보낸 것 같은데, 카톡대화는 초반 일주일, 후반 일주일만을 그대로 두고, 그 중간은 주요 상황별로 편집해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분량은 사연 A4용지 10장 이내, 카톡대화 A4용지 50장 이내로 부탁드린다.

하룻밤만 자면 후라이데이다.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보자.



▲ 카톡대화 400페이지 보내시곤 "Go or Stop 만이라도 대답해 주세요." 하시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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