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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최악의 데이트, 이것만 지키면 막을 수 있다.

by 무한 2013. 4. 24.
최악의 데이트, 이것만 지키면 막을 수 있다.
정당화와 합리화, 그런 걸 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시궁창이 된다. 한 차량이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을 해서 벌어진 사건을 잠시 들여다보자.

아줌마 - (역주행 하며)차 조금만 옆으로 빼 줘요.
아저씨 - 여기 일방통행이에요.
아줌마 - 알았으니까 조금만 빼 줘요.
아저씨 - 제가 왜 빼는데요?
아줌마 - 거기에서 조금만 빼면 되는데 왜 그래요?
아저씨 - 아니, 보세요. 여기는 일방통행이라고요. 저기 진입금지 쓰여 있잖아요.
아줌마 - 아 알았어 이 신발놈아.
아저씨 - 뭐라고?



데이트를 하다가 발생하는 갈등도, 대략 위와 비슷한 레퍼토리로 막장을 향하게 된다. 연인인 까닭에 서로에게 욕은 하지 않지만, 자기 입장만 강조하며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은 데이트를 하다가 이별하게 된 커플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최악의 데이트' 예방방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약속시간, 안 지킨 사람이 무조건 잘못이다.
 

변명은 필요 없다.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안 지킨 사람 잘못이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부터 살펴보자.

"세 정거장 남았다고. 늦고 싶어서 늦는 거 아니잖아. 늦어서 미안한 마음에 나도 초조한데,
이렇게 가고 있는 중에 나한테 뭐라고 하면, 난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새벽 3시 까지 놀다 들어간 사람은 누군가. 아침에 못 일어날 수 있으니 깨워달라고 해서, 상대는 모닝콜까지 해주지 않았던가. 한 번 늦었다면 사정이 생겨서 그런 거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위의 남성대원은 늘 늦었다. 습관이다. 일찍 자라고 하면 알았다고 대답은 잘 하지만, 결국엔 지키지 않아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 놓는 사람. 그래 놓고는 "내가 일부러 너 골탕 먹이려고 늦는 거 아니잖아?" 따위의 말만 하고 있으니, 아아 이별의 냄새가 난다.

그나마 위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시간약속이라도 하니 말이다. 추진력 없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일을 벌이기도 한다.

(오전 11시)
여자 - 자기 오늘 몇 시에 나올 거야?
남자 - 밥 먹고 만나자. 씻고 밥 먹으면 한 시 넘겠는데.
여자 - 응 알았어.

(오후 1시)
여자 - 준비 다 했어?
남자 - 어. 나 잠깐 엄마가 뭐 좀 도와달라고 해서 이것 좀 해 주고.
여자 - 응.

(오후 2시)
여자 - 자기 뭐해?
남자 - 울집 콘센트 하나가 미쳐가지고 밥솥만 꽂으면 전원이 내려가 ㅋㅋ
여자 - 응. 자기 언제 나올 거야?
남자 - 세 시에 볼까? 나갈 때 전화할게.


(오후 3시)
여자 - 오늘 그냥 우리 만나지 말자.
남자 - 왜? 나 지금 나가려고 준비 다 했는데?
여자 - 지금 나와서 여기 오면 네 시야.
남자 - 네 시인데 왜?
여자 - 나 열한 시부터 화장하고 기다렸어.
남자 - 그럼 그렇게 말해주지 왜 말 안했어? 난 너도 쉬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무슨 지박령(특정한 지역에 머물고 있으면서 떠나지 못하는 귀신) 같은 게 붙은 사람인가? 집에 나올 줄을 모른다. 시간약속을 대충 해 놓고, 그 시간이 넘으면 또 다른 시간을 내세우며 약속을 미룬다. 그가 영영 집에 있게 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2. 상대를 숨쉬기 곤란하게 만드는 침묵의 형벌.


이건 주로 여성대원들이 저지르는 일인데, 뭔가에 하나 팍 기분이 상하면 그때부터 발 밟힌 사람처럼 입을 다문 채 속으로 화를 내는 모습이다.

여자는 확실히 복잡하다. 그 날의 풍향, 온도, 습도, 화장상태, 바이오리듬 등 여러 가지에 영향을 받는다. 평소에 '벚꽃놀이'를 외쳐왔던 여자라 하더라도, 벚꽃놀이를 가려고 한 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하나 생기면, 극장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계속 의자를 발로 차대는 듯한 기분이 되고 만다. 

때문에 남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래를 부르던 벚꽃놀이를 데려왔는데, 여자는 짜증이 난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이 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 남자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캔맥주를 권하거나 번데기를 먹을 거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또 여자는 더 짜증 난다는 식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

"나 번데기 원래 안 먹어."


넌 이제까지 그것도 몰랐냐는 투다. 남자는 더욱 당황하게 된다. 이건 절대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왜냐면 그녀는 지금 벚꽃놀이고 뭐고 편한 곳에 앉아 상큼하게 딸기나 좀 먹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고 남자가

"번데기 싫으면, 그럼 오징어? 고둥?"

따위의 얘기를 해, 여자는 더욱 짜증이 난다. 좀 전까진 '아니, 됐어.' 등의 의사표현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아예 질문을 듣지도 못했다는 듯이 남자의 말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그 역시 입을 다문 채 생각하기 시작한다. 성격에 따라 대처가 좀 다르긴 한데, 터프가이들은 "너 그냥 집에 가라. 나 간다."라며 자리를 떠 버린다. 다정한 남자는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주겠다며 대화를 시도한다.(상대에게 "기분 나쁜 거 없어."라는 답변을 듣는다.)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들은 끝까지 괜찮은 척 하다가, 집에 돌아와 "불만이 있다면, 말해줬으면 좋겠어."라는 톡을 보낸다.

이 '침묵의 형벌'을 당한 남자에겐 피로도가 누적된다. 돌아오는 길에 화해해서 좋게 마무리 했다 하더라도, 전쟁터 한복판에 혼자 서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침묵의 형벌'을 사용하다가 차인 여성대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칼 같이 관계를 자를 수 있는 거죠?"


라며 억울하다는 듯 얘기하는데, 그게 다 차곡차곡 쌓인 피로 때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진지하게 만나는 관계인 경우, 저 '침묵의 형벌'은 '이런 여자와의 결혼생활은 지옥이 될 게 분명해.'라는 확신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를 쳐다보지 않고, 상대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그 연애가 끝나는 건 시간문제다.

+ 하나 더.
남자의 경우, 여자가 '침묵의 형벌'을 사용하면 어서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리고자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일단 얼른 이 위기에서 벗어나 혼자 생각한 후 다시 만나서 풀려고 하는 건데, 등을 보이면 끝장이다. 아무리 괴로운 순간이라도 '난 네 옆에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생각하고 무사귀가까지 책임지길 권한다. "왜 그래야 하죠? 그건 불공평한데요?"라는 얘기를 하실 분들은 그냥 등 보이고 집에 들어가도 좋다.
여자가 '침묵의 형벌'을 사용할 때에는, 그녀의 이성이 마비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아이가 징징거린다고 부모가 내팽개치지 않듯, 그 때는 잠시 '아빠'의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 그 너그러움에 훗날 그녀도 감동할 것이다.


3. 그 밖의 사소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


만날 약속을 잡을 때, 꼭 확인해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일기예보는 꼭 확인하자.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날씨'라고만 쳐도 주간 예보를 볼 수 있다. 비가 올 수도 있다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벚꽃놀이 약속만 잡으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더불어 걸어서 이동할 일이 많을 때에는 편한 신발을 신으라고 말해주자.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크다는 것도 늘 염두에 두자. 최근 야구를 보러 가는 커플들이 많은데, 전에도 말했지만 얇게 입고 야간경기를 보러 가면 저체온증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이론 상으론 여자가 남자보다 추위를 덜 탄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자의 옷이 남자의 옷보다 짧고 얇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역시, 추울 것 같으면 외투를 하나 더 챙기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게 좋다.

도로사정 및 상가의 사정은 변할 수 있음을 기억해 두자. 평소에 한산하던 도로도 출퇴근시간이나 공휴일에는 막힐 수 있다. 일산-서울을 기준으로 '20분' 정도의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으니, 영화를 예매했다거나 식당을 예약했을 땐 좀 더 서두르길 권한다. 식당이나 커피숍 또한 주말이나 공휴일엔 사람이 꽉꽉 들어차 자리가 없을 수 있다. 별 생각 없이 나갔다간 길거리에서 헤매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것 역시 염두에 두길 권한다.(계획이 틀어지면 남자가 멘붕에 빠지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며 답답해 하다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이라거나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서로에게 익숙한 곳을 상대에게 소개하는 식의 데이트를 하길 권한다. 내가 가던 식당에 같이 가고, 내가 자주 가던 곳을 데려가 설명해 주는 데이트가 좋다. 그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처음 간 곳에서 뻣뻣하게 얼게 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공쥬님(여자친구)이 졸업한 초등학교에 같이 가서 데이트를 한 적 있었는데 참 좋았다. 뭐, 내 모교이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확인받으려 하지 말자. 이번 데이트가 재미없었으면, 다음에 더 재미있는 데이트를 하면 되는 거다.

"재미없어요? 맛없어요? 뭐 하고 싶어요? 어디 갈까요?"


저런 질문을 해봐야 솔직한 대답을 듣기도 힘들 뿐더러, '친해지는 계기'와 '데이트'의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둘이 돈가스를 먹은 건 기억하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마음과 마음이 바로 만나고 있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걸 잊지 말길 권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저 지점들에서 수 많은 커플들이 넘어지거나 다쳤다. 연애를 하다 보면 그대 역시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로, 사랑하는 상대와 영영 얼굴 볼 일 없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몰라서 틀리는 걸 방지하고자 적어 두는 글이니, 저렇게 하면 남자가 손해네, 여자가 손해네 하시지 말고, 글을 참고해 여유를 한 뼘 정도 더 늘리시길 바란다.



"어플로 만난 여자가 비밀로 1박 바다여행 가자는데, 이건 뭐죠?" 새우잡이 배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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