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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여자12

집순이인데, 과외 해주는 오빠에게 호감이 가요. 대인관계의 셔터를 오래 내리고 살다 보면,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14박 15일의 여행준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떼고 우체국에 가서 그 서류를 어딘가로 부치는 일만 하고도 ‘하아, 오늘 정말 많은 일을 했어. 바쁜 하루였다.’ 할 수 있으며, 동사무소에서 서류 뗄 때 이성인 직원이 내게 지은 표정이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한 망상까지를 하게 될 수 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머리하러 간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와의 짧은 수다가 당장 이쪽에겐 가장 가까우며 강렬한 대인관계이니 거기다 의미부여를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친구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면 홀로 상처를 받곤 ‘역시 얘한테 연락할 필요 없는 거였어’라며 그 친구를 얼마 남지 않은 이쪽의 인맥관리장부.. 2018. 12. 21.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들이대던 여자, 왜 절 찬 거죠?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들이대던 그녀가 S씨를 차단까지 한 건, 그녀가 S씨와의 관계를 ‘번외편’으로 놓고 시작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가면무도회의 느낌으로 S씨와의 관계를 시작했으며,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며 언제 끝내든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니, 오히려 더 진솔하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보면 맞겠다. 대상이 꼭 S씨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가정사를 포함한 자신의 이야기와 이전의 연애사, 그리고 최근 이별한 남친에 대한 험담을 모두 늘어놓았을 거라 난 생각한다. 어차피 그녀가 그곳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의 동력은 ‘상대에 대한 호감’이 아닌 ‘나의 외로움’이었기에, 상대가 누구든 일단 붙잡고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얘길 하려 들며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여과 .. 2018. 2. 17.
헤어지는 것보다 사귀는 게 더 힘들다는 남친 외 1편 헤어지는 것보다 사귀는 더 힘들다는 남친 외 1편 많은 독자 분들께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어제 내시경은 무사히 끝내고 왔다. 내게 만성 식도염과 위염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내 대장이 작고 귀여운 용종을 하나 키우고 있었던 것도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그 러블리한 용종은 조직검사를 위해 떼어냈고, 2주 후에 결과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수면 마취가 중간에 계속 풀려 살짝 곤란한 상황이 있기는 했다. 검사를 위해 왼쪽으로만 누워있다 보니 왼쪽 팔이 저렸는데, 중간에 마취가 깨 돌아누우려고 하자 간호사(이렇게만 적으면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실 분이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하게도 내시경 받을 때 들어오셨던 그 분의 얼굴을 몰라 묻질 못했다. 데스크에 있는 분에게 내가 내.. 2015. 1. 8.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썸남과 멀어진 이유 잘 통한다고 생각했던 썸남과 멀어진 이유 J양의 문제는, 외롭고 심심하다는 걸 상대에게 전부 들킨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자면 '외롭고 심심해서' 상대에게 연락을 했던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그런 결핍이 사람을 사랑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그 결핍의 농도가 너무 짙은 사람들은 상대에게 '떠맡는 기분'을 들게 만듭니다. 동시에 상대가 이쪽을 떠맡지 않으면 이쪽에선 패배감과 좌절감을 맛보고 말입니다. J양의 이런 문제는 썸남과 만나기 전, 구남친과 사귈 때에도 나타났습니다. "오후쯤에 만나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가는, 그런 데이트를 하게 되는 거예요. 저도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주말에는 늦잠 자고 늦게 보는 게 나쁘진 않았는데 그게 너무 오래.. 2014.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