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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114

잘난 그 남자와의 이별 후 자존감이 바닥났습니다. H양은, 인생의 운전대를 상대에게 맡긴 후 상대의 궤변에 세뇌당한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럴 경우, 이쪽이 의사고 상대가 백수인 상황에서도 상대가 가타부타 하는 얘기에 휘둘릴 수 있습니다. 의사 그까짓 거 집에서 밀어주고 책만 파면 될 수 있는 건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겨우 의사 되었다고 우쭐댈 것 없다는, 의료계의 이러이러한 문제들과 병폐를 넌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거라는 식의 상대 이야기에 말려드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가 몇 년째 간단한 시험에서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망각한 채, 상대가 ‘진리의 말씀’을 해주시길 바라는 종교적 믿음까지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저런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상대는 그냥 무수히 많은 증권사 직원 중 하나일 뿐인데 그가 우리나라 .. 2018. 10. 13.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준비가 안 되었단 생각이 듭니다. 연애를 하고 싶지만 자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외국인과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하고 싶은데 자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어, 문법, 발음 등을 완벽히 마스터한 후 대화를 시도해보겠다고 하는 거랄까요. 그렇게 말하며 영어를 익히겠다면서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산속으로 공부하러 들어가는 모습이, 연애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면서 연애 이외의 것들만 열심히 준비하는 G씨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 G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대원들을 종종 봅니다. 그들의 특징은 -매사에 진지하며 고지식함.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댐. -내게 없는 걸 가진 다른 사람을 보면 곧장 비교함.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일이 벌어지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함.. 2018. 10. 6.
장기 미취업자인 남친과의 연애, 너무 힘든데 어쩌죠? 제가 이 사연을 읽으며 놀랐던 건, 남친이 오랫동안 백수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트비용을 많이 부담하고 있으며, 보통의 연인들이 하는 데이트도 두 사람이 문제없이 해왔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보자면, K양의 불평에 대해 “내가 취업 못 하고 있었던 건 맞아. 그런데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냐. 사귀는 동안 돈 쓰며 데이트한 것만 따지자면 남부럽지 않게 했잖아.”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따져 보면, 둘 사이엔 남친의 미취업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큰 모자람 없이 즐길 수 있는 건 즐겼으니 말입니다. 악순환이 반복된 것 같습니다. K양의 남친은 자신이 미취업 상태이다 보니, 형편에 따라 좀 긴축해야 할 것들에서도 오히려 호.. 2018. 10. 4.
취향도 잘 맞고 매너도 좋은 남자, 그와 사귀고 싶어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 성격이고 취향이고 뭐 그런 건데, 소영씨는 좀 긴장 푼 모습으로 편하게 대하기가 살짝 어려운 타입입니다. 같이 영화를 봐도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는 질색할 것 같고, 유행가 얘기를 했다가는 수준 낮은 사람처럼 보일 것 같으며, 와인 마시자고 해야지 소주 마시자고 했다간 미개하게 여겨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특이하고 흥미롭기는 한데, 편하지가 않습니다. 보통 소영씨 타입의 대원들이 보낸 사연을 보면 독백하듯 써내려가는 ‘사연신청서’엔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이 보이더라도 카톡에선 사람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소영씨의 경우는 사연신청서와 카톡대화 둘 다 잘 다려진 옷 같습니다. 각이 잘 잡혀있는 건 좋은데, 그래서야 어디 좀 철퍼덕 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영씨도, 상대와 대화하려면 막.. 2018.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