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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에게 수신차단 당한 K씨, 그의 세 가지 실수

by 무한 2011. 10. 7.
여자에게 수신차단 당한 K씨, 그의 세 가지 실수
매뉴얼을 통해 절대로 소개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다. 그건 바로 여자에게,

"다시는 연락 하지마세요. 부탁드려요. 연락 하지마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는 남자대원의 사연. 그간 딱 두 번 저런 사연을 다뤘는데, 두 번 다 문제가 생겼다. 첫 남성대원은 "내가 잘못한 건 알았으니까, 다시 연락할 방법을 알려 달라."며 비밀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그 댓글에 내가 답을 하지 않자 며칠 후, "그 여자는 버리기로 했고, 새로운 관심녀가 생겼다. 이 새로운 여자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해 달라."며 계속해서 메일을 보냈다.

두 번째 남성대원은 "내가 잘못했다 치자. 나만 잘못한 건가? 내가 잘못했다고 나에게 저런 이야기를 한 그녀도 잘못한 거다. 고로, 나만 유죄는 아니다."라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그리그 그 댓글에 다른 대원들이 "뒤통수를 쳤으니 상대가 화를 낸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걸 두고, '내가 뒤통수를 쳤지만 그건 모르고 한 거다. 잘못한 거긴 하지만, 상대가 그렇게 화를 내다니, 상대도 잘한 건 없다.'고 얘기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닐까요?"라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화가 났는지, 닉네임을 바꿔 비아냥거리고 나중엔 댓글로 욕설을 적어 두기도 했다. 닉네임만 바꾼 채 동일한 IP로 계속 난동을 부리는 그를 두고 볼 수 없어, 난 그에게 솔직한 답글을 달았다.

"다시는 노멀로그에 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려요."


그 답글을 단 다음 날, 그는 자신의 모든 흔적을 다 지우고 사라졌다.

그런데 이틀 전, 난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한 여자에게 "다시 한 번 이 번호로 연락하시면 저 전화번호 바꿉니다."라는 얘기를 듣고, 또 한 여자에게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들은 한 남성대원의 사연을 다루고 만 것이다.

사실, 몰랐다. 매뉴얼의 토대가 된 사연엔 저런 내용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매뉴얼을 발행하고 난 후 사연의 주인공은 '다음 이야기'를 보내왔고, 그 안에 저런 이야기가 그득 담겨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고, 사연 주인공의 활발한 '댓글'과 '메일'활동이 시작된 것 같으니, 피비린내가 나기 전에 막고 싶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진 모르겠지만. 출발해 보자.


1.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고
  

예를 들고 뭐고 할 것 없이, 까놓고 얘기해 보자.

여자 A를 소개받아 며칠간 연락을 주고받는다. 주변에서 A에 관한 험담을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여자 B를 또 소개 받는다. B와 만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 그리고 다음 날, 회사로 찾아온 A를 만나 역시 술을 마신다. 며칠 뒤, 친구사이였던 A와 B는 자신들이 같은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걸 두고 그대는 이렇게 말한다.

"A가 너무 살갑게 대하길래, 어떻게 해봐야겠다는 감정이 아니라,
그냥 동생을 만나는 기분으로 만나서 술을 마신 겁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자들의 '어장관리'에 대해 그렇게 분노하던 그대가 '걔는 그냥 동생을 만나는 기분으로'라는 이야기를 하면 어쩌자는 건가. 게다가 그대는 A와 통화를 할 땐 기본적으로 삼사십 분씩 통화를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잊었는가? 그대가 분노했던 여자들의 '어장관리'란,

'사귈 것도 아니면서 답장을 해 주며 가지고 노는 여자'
 
였다. 자, 그럼 이제 '그냥 동생 만나는 기분' 운운 하며 합리화 하는 건 그만 두고, 입장을 바꿔 보자. 그대가 지인에게 어떤 여자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그녀와는 삼사십 분씩 통화를 하고, 또 만나서 술도 마셨다. 그런데 며칠 뒤,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친구도 그녀와 연락하고 지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대가 그녀와 술을 마시기 전 날, 친구도 그녀와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깊은 빡침이 느껴지지 않는가? '우라질'따위의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녀가 '인간말종'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좀 솔직해지자. 처음 A를 소개받고 그녀와 연락을 하며 지낼 때, 그대에겐 A와 '연인'으로 발전할 생각이 있지 않았는가. 지인에게 그녀에 대한 험담을 듣고 B와 소개팅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래서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해 놓곤, B가 더 괜찮다 싶으니 A를 쳐내려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친구인 A와 B가 서로 '같은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안 거고 말이다. 그래놓곤,

"제가 둘 중 하나에게 고백을 했습니까? 모텔을 갔습니까?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왜 욕먹는지 이해가 안 가요."



라며 엄살을 부리고 합리화 하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닐까?


2. 내 편 모으기에 급급한 모습
 

자신의 모난 모습을 인정할 때,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모난 모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상대에게 사과할 때, 그 모난 부분의 날카로움은 무뎌진다. 그런데 이 모난 모습을 인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 상대의 아픔 보다는, 일단 내 아픔이 먼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내 편 모으기'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내 아픔에 대해 이해해 주고, 상대의 잘못을 같이 욕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내가 먼저 발을 밟아 일어난 싸움이라 해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따위의 얘기로 그 싸움에서 보인 상대의 모습을 힐난한다. 

그렇게 '내 편'을 모아 위안을 얻으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린다.

난 그대에게 완전 다른 얘기를 해 줄 수도 있다.

"정말 웃기는 여자들이네요. 
아니, 소개팅으로 알게 된 여자랑 무조건 사귀어야 하는 겁니까?
알아야 되니까 일단 만나 본 거고, 
만나봐서 별로다 싶으니까 안 만나겠다는데,
이건 무슨 연애라도 한 사이처럼 구네요.
그런 여자들이랑은 아예 연락도 하지 마세요. 딱 봐도 별롭니다.
걔들은 그냥 자기 좋다는 남자 모집하려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그대의 편에서 같이 손가락질을 한다고 뭐가 남겠는가. 

사고가 났다. 그대가 신호를 어기고 달린 게 원인이었다. 그대가 들이받은 차의 여자는 크게 다쳤다. 그대도 꽤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대는 내려서 외친다. "차가 오나 안 오나 잘 보고 들어왔어야 할 거 아냐!" 여자가 말한다. "신호를 어기고 달려와 놓고, 지금 무슨 소리예요!" 그대는 나에게 메일을 보낸다. "전 신호를 어길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고 한 일이라고요. 아무튼 그 사고로 전 심하게 다쳤어요. 그 여자는 계속 신호 타령만 하고 있고요." 그래서 나는 매뉴얼을 쓴다. "신호를 잘 봐야 하는 세 가지 이유(응?)" 그 아래 여러 댓글이 달린다. 그대는 몇몇 댓글에 분노해 답글을 단다. "다쳐보세요. 얼마나 아픈지. 전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위로는 없는 겁니까? 신호타령만 하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

그렇게 '내 편'을 모아 위안을 얻으면 마음은 편해지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가'를 알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린다.
 


3. 침울한 척 하다가 쉽게 화를 낸다


세상에 나 같은 피해자는 또 없을 거야, 따위의 얘기를 하다가 쉽게 화를 낸다.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에 사람들이 피하면, 또 침울모드에 돌입한다. 그러다 무언가가 자신을 자극하면 또 화를 낸다. 그 이후엔 침울모드와 화를 내는 모드의 반복. 

"그거, 정말 문제 있는 겁니다."


라고 얘길 해도 못 알아듣는다. 저건 그냥 남의 얘기겠거니, 하면서 넘길 뿐이다. 위에서 얘기한 '내 편 모으기'와 '합리화'를 계속 한 결과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이야기를 매뉴얼에서 수차례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그대는 "이런 상황에서 화 안 나는 사람 있나요?"라며 '내 편 모으기'를 하거나, '난 좀 변덕스럽긴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야.'라며 '합리화'를 한다.

그래놓고는 "예쁜 여자는 성격도 좋은데, 못 생긴 여자는 성격까지 더럽다."따위의 허튼 소리만 늘어놓는다. 커플들은 다 어쩌구저쩌구. 님도 어장관리를 당하는 걸껄요 운운. 그러면서 또, 연애를 위해서는 투망을 던진다. 뭐라도 좋으니 하나만 걸려 봐라, 식이다.

마음에 온통 자갈뿐인데, 거기서 무슨 꽃이 피겠는가.


고백하자면, 난 정말 상처받은 그 대원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노멀로그를 구독하는 다른 독자들과의 관계처럼, 축하할 일이 있으면 축하를, 슬퍼할 일이 있으면 위로를 나누며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어렵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과 다르면 거침없이 냉소를 흘리고, 누군가의 댓글에 금방 사생결단이라도 낼 것처럼 달려들고, 또 어느 때는 한 없이 침울해지고, 그런 그들에게 결국 난 그들이 상대에게 들었다는 그 말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저와 당신 사이에, 어떠한 접점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난 정말 저 말을 또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당신과의 관계는, 단절이 최선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대가 '나쁜 사람'이란 얘기를 한 게 아니다. 아무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번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며 별 일 아닌 듯 넘기길 바라본다. 

"괜찮으세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신호를 못 봐서."
 

이 한 마디로 해결 될 수 있는 상황을, 제발, 극단까지 몰아가지 말자.



▲ 워워, 후라이데이에 너무 심각해 지지 말자구요! 테킬라 붐붐! 테킬라 붐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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