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친구 생긴 연하남을 놓지 못하는 Y양에게

by 무한 2011. 10. 3.
여자친구 생긴 연하남을 놓지 못하는 Y양에게
제목에는 '놓지 못한다'고 써 놨지만, Y양은 절대 '놓지 못한다'는 내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 연하남이 '재미삼아'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연하남이 하고 있는 건 그저 장난일 뿐이고, Y양과 연하남의 관계만이 진정한

로맨스

라는 것이다.



▲ 가끔, 사연을 읽다,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출처 - 이미지검색)


남성대원들이 악용할 것을 걱정해 그간 매뉴얼에서 다루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에 몰래 적어두어야겠다. 여성에게 '로맨스'라든가 '소울메이트'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기호를 만들고,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도 드러나는 대화를 나누며, 운명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둘 만의 종교가 만들어 진다. 그리고 그 종교에서 여성을 설교자로 세우면, 성공이다. 이제 남자가 배신을 하더라도 여자는 그 배신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녀는 그를 '길 잃은 어린양'으로 볼 뿐이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놔두고 길 잃은 어린양 하나를 찾아 떠난다는 목자의 얘기처럼, 그녀도 '로맨스'와 '소울메이트'를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길 잃은 어린양'을 찾아 헤매다, 내게 A4용지 열세 장이나 되는 사연을 적어 보낸 Y양. 오늘은 그녀를 위해 "지금 그대는 무엇을 왜 쫓게 되었는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 자존심의 덫


Y양이 연하남을 만나기 전 사귄 남자는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고지식하고 무뚝뚝하며, 폭력까지 휘두르던 사람'이라고 한다. 전 남친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그녀는,

"그 남자를 겪고 나니, 다른 남자들까지 다 변태에 정신이상자로 보이더군요."


라는 얘길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연하남은 그녀에게 '축복'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연하남 특유의 폭풍 같은 들이댐과 "누나~ 누나~"하며 부리는 깨알 같은 애교, 거기다 가끔씩 반말로 염통을 쫄깃하게 만들어 주는 당돌함까지. 처음엔 그녀도 '에이,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얘랑 무슨...'이라며 그저 '좋은 동생'이 하나 생겼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하남은 자기 같은 남자랑 살고 싶지 않냐며 똭! 누나랑 결혼하고 싶다며 똭! 평생 누나의 머슴이 되겠다며 똭! 도끼질을 했고, 그녀는 넘어갔다. 

그런데 잠깐.

Y양이 넘어가긴 했지만, 연하남과 사귀지는 않았다. 이게 또 무슨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냐고 할 지 모르겠는데, 그런 경우가 있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여자가 자유분방한 남자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존심의 덫'에 쉽게 걸린다. 

'자존심의 덫'이란 이런 거다. 비오는날 우산이 없어 상가 입구에 서 있는 자존심녀가 있다. 자유남은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 없으시죠? 제가 우산 씌워드릴 테니까, 저한테 팔짱 끼세요."라고 말한다. 팔짱을 끼라는 말에 그녀는 정색하며 우산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말한다. 남자는, 팔짱은 농담이었고 그냥 우산을 씌워주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갈등한다. 남자는 다시, 아무 악의도 없으니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우산 속으로 들어 오라고 말한다. 그녀는 우산 속으로 들어와 그의 옆에 선다.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로 그녀를 즐겁게 한다. 그녀는 그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으며, '팔짱을 끼라고 한 처음의 얘기는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 꺼낸 게 틀림없어.'라고 심증을 굳힌다. 어느 순간, 남자는 볼일이 생겼다며 그만 가봐야겠다고 말한다. 여자는 혼란스러워진다. 남자는 "아까는 우산 같은 거 필요 없다고 하셨었잖아요. 그렇죠?"라며 그녀를 다른 상가 입구에 놔둔 채 돌아선다. 그녀는 다급히 그를 잡으려 하지만, 자존심의 덫에 걸려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Y양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연하남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여자와 사귀기로 했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 '언제 셋이 한 번 같이 보자'는 얘기를 꺼냈을 때, 그녀는 하나도 아프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만 했다. "응, 그래."라고.


2. Y양의 무모한 역습


내 주변엔 "난 정말 마음먹고 인연 끊으면, 평생 안 봐."라거나, "내 성격 아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나 건들지 못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대단히 무서운 사람이라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게 벌벌 떨 거라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남들에겐 그냥 '신경질'이나 '히스테리'로 보일 뿐이다. 

그간 자신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온 Y양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이와 관련된 얘기는 짧게 하도록 하자. 그녀가 덫에 걸린 뒤 오래도록 부린 신경질과 히스테리는, 상대에게 아무 위협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역습은 그녀가 덫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상대에게 잘 알려주었을 뿐이다.

Y양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의 특성상 만나는 이성도 많고, 저 좋다는 사람도 많아요.
단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거의 기억' 때문에 남자친구를 안 만들 뿐입니다."



그런 사정은 상대도 잘 알고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상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Y양이 자신에겐 마음을 열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멀리 있는 나에게도 보인다. 역습 중이라고 말은 하지만, 덜덜 떨고 있는 Y양의 모습이. 

정말 무시무시한 무기를 찾고 있는 거라면, 난 '무관심'을 권해주고 싶다. 신경질이나 잔소리가 12정도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면, 무관심은 95정도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역습을 할 거라면, 그 정도 공격력을 가진 무기를 들고 해야 상대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수 있다. 그 미만의 무기들은 모두 상대에게 '귀찮음'으로 받아들여지고 만다. 


3. 순교자


Y양은 말한다.

"제가 이용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내 생각에, 그런 걱정을 해야 할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난 것 같다. '어린양'을 찾아다니다 어딘가에서 Y양이 정신줄을 놓친 것 같은데, 상대는 이미 연애 중이다. 'Y양'이라는 집을 보러 들렀던 상대는, 이미 다른 집에 들어가 살고 있단 얘기다. 우리, 정신줄을 잡고 한 번 살펴보자.

"누나도 다른 남자 사귄 적 있잖아. 그래서 나도 사귀어 보는 거야."
"지금 여자친구를 사귀고는 있지만, 결혼은 누나랑 할 거야."
"여자친구랑은 손도 안 잡고 다녀. 걱정할 거 없어."



이건 뭐, 거의 '난 책을 읽고는 있지만, 독서를 하는 건 아니다'급의 얘기들인데, '어린양'을 찾아 헤맬 땐 이런 말에도 쉽게 현혹된다. 그런 까닭에, 다른 여자와 연애 중인 연하남을 두고 Y양은 이런 한탄만 늘어놓는다.

"제 사정 다 알면서, 왜 여자친구를 사귀어 저를 심란하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쯤 되면, 김간호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건 이미 '의학'의 문제로 접어들었다. 농담이고, 앞으로 어떤 고통이 찾아오더라도 Y양은 '순교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것이다. 연하남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도, Y양은 "그게 네 진짜모습이 아닌 거 알아. 그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이 아니란 걸 알아."라며 눈물로 부르짖을 것이다.


Y양도 힐끗 보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라 믿고 싶어 덮어 두었던 그 부분.

"설마 그 애가
'누나는 나 좋아하고 나한테 잘 해주니까 내가 이래도 돼.'
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건 아니겠죠?"



이 부분을 눈 크게 뜨고 펼쳐 보길 권한다. 착착착착, 명쾌하게 설명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에 '말'이 아닌 '행동'을 둔 채 귀를 기울여 보면, 그 소리를 분명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Y양에게 '상대'가 아닌 '자신'을 돌보길 권하고 싶다. 상대를 생각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것의 반만큼만 자신을 생각하고 존중한다면, 웃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편의점 들르듯 아무 때나 마음대로 오가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찾아온 '맛있는 것'을 만들어 주며 돌보려는 마음. 그 마음의 반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써 보자. 고삐 풀린 꼬꼬마는 놓아두고 말이다.



▲ 달콤한 '아첨'을 생각 없이 받아먹다 보면, '착각'으로 비대해지기 마련이다.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