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참가재 채집기, 아직 그곳에 가재가 살까?

by 무한 2011. 7. 29.
참가재, 토종가재, 민물가재, 채집기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마음에 불어왔다. 이렇게 마음에 바람이 불 땐, 바람에 몸을 맡겨야 시무룩해지지 않는다. 가자. 하고 싶은 일을 미루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지리산엔 예쁜 여자들이 혼자 등산을 오곤 한다.'는 글을 읽고는 '나, 솔로탈출 하러 간다.'며 지리산 종주를 다녀 온 홍박사(29세, 숲 해설가)에게 연락을 했다. 홍박사는 J군과 탄현 맥도널드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놓칠 수 없는 흥미로운 토론'이라 생각해 나도 맥도널드로 향했다.

토론은 결국 결판이 나지 않아 '하마와 코뿔소가 싸우면?'이라는 주제와 '사자가 기린을 피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라는 주제, 그리고 '장수말벌을 이길 곤충이 있는가?'라는 주제까지 흘러갔다가, '아마존에 사는 자이언트 모기는 흡혈량이 2L나 된다.'는 정보를 접하곤 자이언트 모기에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조..좋은 친구들이다.'

맥도널드에서 나와, 선약이 있는 J군을 집에 데려다 주곤 홍박사와 함께 파주의 S산으로 향했다. 비가 그칠 거라고 한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S산에 있는 절 옆에 주차를 하고 산을 올랐다. 산을 오르며 홍박사는,

"목사님은 '목사'라고 하잖아, 그럼 스님은 '스'라고 하나?"

라며 챙겨온 개그본능을 풀어 놓았다. '지리산 로맨스'를 기대하고 지리산 종주를 갔지만, 로맨스는커녕 시커먼 아저씨들과 대피소에서 잠을 잔 충격 때문인지 홍박사의 개그가 위축되어 있었다. 




드디어 계곡 도착. 십여 년 전엔 완만하게 흐르던 계곡이었는데, 언제 공사를 했는지 계곡이 계단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돌들로 층을 만들고 철망으로 감싸 놓은 것이 보인다. 며칠간 비가 많이 와 수량도 늘어났고, 위와 같은 모습을 한 곳에서는 가재를 찾기가 어려우니 계곡 상류로 올라가기로 했다.




물길 따라 계곡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니 낙차가 심하지 않은 곳이 나타났다. 하지만 며칠간 계속 내린 비로 인해 유속이 빠른 까닭에 중앙부에 있는 돌을 들춰 가재를 찾긴 어려운 상황. 사진에 보이는 계곡 가장자리 쪽을 공략했다.




"오셨습니까?"

집게발 하나 떨어진 참가재가 인사를 했다. 참가재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르며 모기에 뜯기고, 풀에 베이고, 나무에 긁힌 보람이 있다.




다른 녀석들을 더 찾으려 돌을 들춘다. 사진으로 보면 쨍한 날씨에 쾌적한 곳에서 채집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뭐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음습한 분위기에 모기 수십 마리가 '흡혈 대기표'를 들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치가재다! 태어난 지 두 세 달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치가재도 만났다.




난 참가재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내려가자고 했지만, 홍박사는 가재를 발견한 흥분 때문인지 'Man vs Wild'모드로 변해 있었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홍박사는 그렇게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갔다.




부절없는 참가재 발견.




상류로 갈수록 계곡의 폭이 좁아진다. 아쿠아 슈즈를 신고 간 홍박사는 계곡의 끝을 볼 기세로 거슬러 올라갔다. 운동화를 신고 간 나는 저 자리에 서서 '모기퇴치어플'에서 나오는 소리 성대모사를 연습했다.




홀로 떠났던 홍박사가 잡아 온 고만고만한 크기의 참가재.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나 허머 치가재와 비교했을 때, 같은 크기일 땐 참가재 쪽이 더 튼실한 집게발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재는 실컷 봤으니 집에 가고 싶은데, 홍박사에겐 여전히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었다. 난 사진에 보이는 더 돌을 밟고 물을 건너려다 물에 빠지고 말았는데, 그 이후로는 '에라, 모르겠다.'모드로 진입해 '공격적 채집'을 감행했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남자의 특성 때문에 더 이상의 채집 사진은 남기질 못했다. 남자는 그렇다. '채집'이든가, '사진'이든가. 그러니 남자친구와 전화통화 하다가 갑자기 남자친구의 말 수가 줄어들거나 대화가 끊긴다면,

"너 지금 전화 하면서 딴짓 하고 있지?"

라고 물어보자. 남자친구의 '자리비움'상태 였던 정신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저 녀석을 잡곤,

"오, 이거 크다!"

라며 홍박사가 만족을 한 덕분에 난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손가락 한 마디만한 크기였다면, 저 녀석은 손가락 하나만한 크기다.

녀석들 데려와 쇼크사 하지 않도록 봉지 째 어항에 넣어 물맞댐을 하고, 민물가재의 특성상 기생충이 여기 저기 붙어 있으니 칫솔을 사용해 살살살 목욕을 시켜 주었다.

그리곤 입수!




상황 파악 중인 참가재와 "오, 나 참가재 처음 봐!"라며 구경 중인 줄새우.


자, 이렇게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선 '아직 거기에 가재들이 살고 있다.'는 답을 얻었는데, '잠자리 수채를 잡아다 키워 우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는 바람이 또 마음속에 불어 왔다.

"그거, 병이야."

그래, 치료를 위해서라도(응?) 마음에 바람이 부는 곳으로 또 가 봐야 겠다.


[알림]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사정 상 작게 올리고 있습니다. 큰 사진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노멀로그 갤러리(http://normalog.blog.me/)를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노멀로그 갤러리엔 노멀로그에 올라오지 않은 사진들도 올라온답니다. ^^




▲ '마음에 부는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읽고 싶으신 분들은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연관글>

집에서 키우는 가재, 먹이는 뭘 줄까?
비 오는 날엔 떠나자! 미꾸라지 잡으러(응?)
애완가재 사육 반 년, 얼마나 컸을까?
물고기를 너무 키우고 싶었던 한 남자
우리 동네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까?

<추천글>

회사밥을 먹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