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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플로리다 허머(애완가재)를 위한 특별한 간식

by 무한 2011. 1. 31.

플로리다 허머의 사육도 이제 4주차에 접어들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사진 좀 제대로 찍으려 접사렌즈를 하나 주문했는데, 설을 앞둔 까닭에 택배 물량이 밀려 5일 째 희망고문만 당하고 있다.

'우리 밀당(밀고 당기기)은 그만 하자... 택배...'

인천영업소까지 올라왔던 내 렌즈가 왜 다시 대전영업소로 내려갔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설 전에는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상담원에겐 "차라리 절 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으니, 마음을 비우고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어항을 함께 들여다보자.




▲ "여어~ 왔어?" 라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그간 급여한 먹이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새우'다. 사실, 민물새우인 '토하(생이새우)'를 먹이로 주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구할 수가 없어 바다새우를 넣어 줬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인지 새우를 넣자마자 녀석들이 빛의 속도로 달려와 먹기 시작한다.




▲ 새우 위에 올라타 기쁨의 춤을 추고 있는 녀석.


사진의 저 새우는, 순댓국을 먹을 때 함께 나오는 새우젓의 새우와 크기가 비슷하다.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들은 저 새우를 흔적도 없이 다 먹어치우지만, 아직 크기가 작은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들은 새우의 머리 쪽만 공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화산석을 열심히 기어오르고 있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사진으로는 그나마 돌과 가재를 구별할 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돌 위에 있는 가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며칠 전 놀러와,

"도대체 가재가 어디 있다는 거야?"


라고 묻는 친구에게 라식수술을 권해줬다.




▲ 꼴뚜기의 머리를 공략하고 있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새우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비린내' 때문인지 녀석들에게 인기가 좋은 꼴뚜기다. 올 봄에 탐어를 가게 되면 꼴뚜기와 오징어를 집어제로 써 봐야겠다.




▲ 꼴뚜기의 얼굴(응?)을 공략중인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육식을 하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사냥감의 눈과 내장을 먼저 먹는 것처럼,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들도 새우나 꼴뚜기의 눈과 내장 부분을 먼저 공략한다.




▲ 아삭아삭 오이를 씹어 먹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현재까지 급여한 채소는 당근, 애호박, 고구마, 오이, 상추, 미나리, 배추가 있는데 그 중 먹이반응이 가장 좋은 것이 '오이'였다. 다른 채소들엔 잠깐 반응을 보이다가 금방 질려하지만, 오이엔 꾸준하게 반응한다.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들의 경우, 급여한 오이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 화산석에서 쉬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경계하는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오렌지 클라키와 비교했을 때, 플로리다 허머는 좀 더 겁이 많고 심하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이대면 순식간에 은신처로 들어가 숨어 버린다.




▲ 화산석 틈새에서 경계 중인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경계 할 때엔 저렇게 더듬이를 V(브이)자로 세우고, 집게발을 치켜든다. 다른 가재와 먹이다툼을 할 때에도 저런 자세를 취하는데, 아마 더듬이를 세워 자신이 더 크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명상 중인 플로리다 허머 치가재.


아 근데 진짜 지금 가재가 문제가 아니고 내 택배 어쩔 건지, 진짜. 이러면 안 돼. 릴렉스. 릴렉스. 진정하고 가재의 이야기를 더 살펴보자. 허머 치가재는 그닥 활동이 많지 않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까닭에 사실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신문지로 늘 어항을 덮어놔야 하는 'SP종(파푸아뉴기니산 가재, 극심한 야행성)'에 비하면 활발한 편이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 꼴뚜기를 맛나게 먹고 있는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


먹이를 주면 이렇게 좀 활발하게 나와서 뜯어 먹기도 하고, 먹이다툼을 하기도 하고, 해야 '오오, 싸운다.'라며 꼬꼬마의 마음으로 지켜볼 텐데, 위 사진의 오렌지 클라키와 달리 플로리다 허머들은 먹이를 줘도 별 반응을 안 보이다가 자고 일어나 다시 어항을 살펴보면 어느새 나와서 먹이를 다 먹고 다시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 꼴뚜기를 사이에 두고 눈이 맞은 오렌지 클라키 치가재 두 마리.


사진의 저 더듬이들을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처럼 합체시켜 교감을 한다는 건 훼이크고, 가재의 더듬이는 NASA에서 연구하고 있을 만큼 신비롭다. 아래는 NASA의 가재 연구에 대한 소개 글이다.

Crayfish help NASA explore cosmos

Crayfish do not just blunder around in the dark, bouncing off rocks, but use a sophisticated sense of touch to form detailed mental images of their surroundings, an Australian researcher says.

Professor David Macmillan of the University of Melbourne has previously piqued the interest of NASA, which has applied his earlier work on the crayfish, or yabby (Cherax destructor), to developing tiny space exploration robots.

Macmillan says, just as humans looking for the bathroom in the middle of the night grope around with their hands, yabbies in dark or murky waters use their antennae to orientate themselves.

They also use chemosensory receptors all over their bodies that allow them to detect chemicals in the water from food, mates or predators.

"We're trying to find out how crustaceans work out what their world is like," he says.

Yabbies are not renowned for having large brains, but Macmillan says his research, published in the current issue of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shows the crustaceans have an acute sense of touch that helps them to get around.

"People have made lots of assumptions that they're not that smart and they don't know what's going on out there but increasingly [we're] finding that they actually put together some pretty sophisticated pictures," he says.

- Judy Skatssoon of ABC Science Online


영어다. 울렁증이 있으신 분들은 어서 화장실에 다녀오시길 바라고, 아무튼 가재는 몸 전체가 센서라고 할 수 있으며, 그 특징을 NASA 우주탐사 로봇에게 적용한다는 얘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 며칠 전 포란한 화이트 클라키 백설이(암컷, 무직). 


이번 가재 이야기는 포란한 백설이의 소식을 전하며 마칠까 한다. 이전 글에서 몇 번 등장한 적 있는 백설이(화이트 클라키 암컷)와 대일이(화이트 클라키 수컷)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사진에 보이는 백설이는 포란 전의 모습이고, 지금은 꼬리를 말아 배다리에 포도송이 같은 하얀 알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포란한 모습을 찍어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먹이를 줘도 반응이 없고 은신처에서 한 발짝도 나오질 않는다. 억지로 꺼내려면 꺼낼 수야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을 털어버릴 위험이 크다기에 지금은 '절대안정'상태로 유지하는 중이다. 4주 후에는 꼬물꼬물 거리는 하얀 화이트 클라키 치가재들이 어항을 뒤덮을 것 같다. 백설이의 포란 모습은 다음 번 가재 이야기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자 그럼, 기다림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포기하면, 편해요."라는 진리를 전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월요일을 꿀꺽, 삼켜 버리시길!


<추>

▲ 랍스타 먹어 보신 분은 손가락, 못 먹어봤는데 먹어봤다고 말한 적 있는 분들은 손등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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