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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친해진 남자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방법

by 무한 2010. 6. 7.
주말이 지나고 나면 항상 "어떡하죠?" 라는 사연이 줄을 잇는다. 평일에 꽁꽁 묶어두었던 봉인을 주말에 상대와 만나 푼 것이다.

회사 일 때문에 알게 된 쇼핑몰 MD와 드디어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K양(28세,왕십리거주)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K양은 평일엔 메신저 대화명을 통해 상대가 말을 걸어오도록 유도했으며, 상대에게 문자가 오면 속으로 100까지 세곤 답장을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우편으로 보내도 되는 서류를 직접 만나서 상의할 부분이 있다며 만남의 기회도 만들었고, 만남이 있는 날에는 샴푸냄새로 상대를 정신 못차리게 만들려고 평소보다 샴푸를 2배나 썼다고 한다.  

이처럼 노력을 했지만, 상대는 만만치않은 '철벽남'이었다. K양의 연락에는 달려와서 와락 안을 것 처럼 화답하지만 먼저 만나자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절도있는 상대의 태도에 K양은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상대의 미니홈피 수색을 하고, 그 미니홈피에 글을 남긴 모든 여자들의 미니홈피를 파도타기해가며 '블랙리스트'도 만들었다.

위와 같은 상황으로 지내다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면, 여러분은 어떠한 방법으로 상대의 마음을 두드릴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솔루션'을 이야기 하자면, 이때는 상대가 이쪽의 연락에 성실히 답변해 주므로 '부탁을 통한 가까워짐'을 추천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미친듯이 풀어가며 귀찮게 하기보다 상대와 관련있는 이야기로 노크를 해야 한다는 거다. 대부분의 솔로부대원이 몇 번 연락이 이루어진다 싶으면 '재미도 감동도 없는' 자신의 일상생활을 주절주절 늘어 놓다가 상대의 '답장없음'으로 둘의 관계를 마무리 하게 된다. 그러지 말란 얘기다.

쇼핑몰 MD라면 그가 담당하는 코너에 있는 물건들에 대해 질문을 하는 거다. "남자는 부탁에 약합니다."라고 말한 것 기억하는가? 부탁 뿐만 아니라 질문에도 약하다. 위의 사례에선 상대가'가구'부분의 MD였으니, 일반가구와 원목가구가 어떻게 틀린 지 물어보는 것 등이 좋다. 어항을 올려놓고 쓰려고 하는데 추천해 줄만한 가구가 없는 지 따위를 물어보는 거다. 그럼 자연히 "물고기 키우세요?" 같은 질문이 되돌아 오거나, "어항 크기가 얼마나 되세요?"라는 물음이 올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K양은 좀 성급했다. '연락 할 때는 이산가족 상봉보다 반갑게 맞아주는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인가?'만을 알아내려 했다.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는 데 1과 예상문제 풀어보곤 합격점 이상 나왔다고 바로 시험 보러 간 것과 같다. K양은 '술'을 택했다. 알콜이 그의 철벽을 무너뜨리고 진심을 꺼내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매뉴얼 본문에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이건 '승부수'와는 좀 거리가 있다. 아무튼 술이 둘 사이의 서먹함도 풀어주고 긴장도 풀어주었지만 K양의 괄약근까지 풀어주었고, 결국 K양은 1차 우렁찬 방귀공격에 이어 "춘식씨에게 저는 어떤 존재죠?"라는 2차 부담공격까지 한 뒤 "많이 취하셨네요."라는 말만 듣고 돌아오게 되었다.

K양의 사연처럼, 택배 박스를 칼로 뜯다가 안의 내용물까지 잘라버리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오늘은 "친해진 남자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커플부대원이 보내준 '연애로 도움닫기'의 실제 사례를 소개할 예정이지만, 수 많은 변수들이 있기에 이게 '절대공식'이라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육상경기 중 '세단뛰기'를 하는 선수들의 방법은 거의 같지만, 기록은 천차만별이니 말이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시원하게 긁은 커플부대원들의 '연애로 도움닫기' 중 눈여겨 볼 부분만 가져가시면 되겠다. 달려보자.


1. 남자의 '착각'을 이용하기


관심있는 남자가 생겼다며 메일을 보내는 솔로부대원들이 내미는 '관심'의 증거는, 대부분 '착각'이거나 '자신만의 의미부여'인 경우가 많다고 이미 밝힌 적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얘기를 해도 "신발사러 갔을 때 그가 신발끈 까지 매줬다니까요? 나중에 깔창 하나 더 사러 갔을 땐 저를 기억하고 있기도 했구요. 이래도 제 착각인가요?" 와 같은 이야기들로 강한 부정을 하는 대원들이 많다. 뭐, "저도 매장에서 일해본 적 있는데, 특이하게 생겼거나 재미있게 생긴 사람들은 기억에 남습니다."라는 얘기까지 하고 싶진 않고, 오늘 매뉴얼에서는 이 '착각'을 역이용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만 적어두겠다.

상대가 '의미부여'를 하게 만들기 위해선 함께 있는 시간에 무조건 챙겨주는 것이다. 같이 밥 먹으러 가서도 '평소처럼 먹으면 날 꿀돼지로 생각하겠지?'라며 내숭 떨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수저부터 챙겨주자. 대부분의 여자대원들은 회식자라에서 '앞치마'를 가져다 준 남자사원에 대해 '나한테 관심 있는 게 분명하군.'이라며 심증만으로 상대를 구속시키기도 하지 않는가. 이것을 역이용해 상대에게도 '심증'을 선물하는 거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챙겨주는 것이나, 상대의 생일을 챙겨주는 것 등등 뭐든 좋다. 대화 중에 알게 된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안부를 묻거나 걱정, 염려, 칭찬 등으로 다가가는 것도 좋고 말이다. 단, 절대로 24시간 방영하는 케이블 TV처럼 되어서는 안된다. 당신만의 '화면조정시간'을 가져야 한다. 소설이나 영화가 재미있는 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 아닌가. 스스로 스포일러가 되는 행위는 멈추길 바란다. 상대가 당신을 궁금해 할 틈을 주잔 얘기다. 


2. '친구'로 정해놓고 시작하기
 

매뉴얼을 통해 가장 강력하게 권하는 '접근방법'이다. 직장에서 친해지고 싶은 동성의 사원이 있으면 어떻게 하는가? 밥을 같이 먹든가, 주전부리를 하든가, 상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 아닌가. 이 쉬운 방법을 동성에게는 잘 적용해 나가면서, 이성에게는 벌벌떨며 헛발질만 해 대는 대원들이 많다. 

상대에게 고백하거나 고백받는 것을 '도박'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그 사람, 저랑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 있구요.
대충 제가 관심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여자친구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고백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사연을 보내려고 준비중이신 분은 길게 메일을 쓰지 말고 동전을 던지길 바란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찍는'거라면 동전을 던지나 조언을 들으나 별 차이 없을테니 말이다. 둘의 사이를 '친구'로 정해놓고 동성 친구와 놀듯 같이 노는 거다.

노멀로그 응급실을 통해 꽤 많은 커플들이 탄생하는 것 같은데, 솔로부대원 둘이 며칠 밤마다 채팅을 하다보면 사귀는 건 시간문제다. 사랑이 고픈 두 사람에겐 작은 스파크만 일어나도 금방 불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그러드는 것도 시간문제다. 사소한 다툼이라는 바람이 불어도 막아줄 바람막이가 없고, 충동성이 강한만큼 단순변심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함께 옷을 고른 적도, 버스 옆자리에 앉아 유년기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시린 날 손을 꼭 잡아준 적도 없다. 남아있는 '불씨'가 없기에 장작만 더 넣어도 불이 다시 붙는 모닥불과 달리 다시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가스만 새는 '가스렌지'가 된단 얘기다.

사람마다 경험유무 및 가치관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인데, 나는 이 물음에 대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라고 생각한다. 둘 사이엔 '불씨'가 있기 때문이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장작 하나만 추가 되어도 불이 붙기 쉽다. 이걸 반대로 활용하면 '친구로 시작하기'가 된다. 그냥 '아는 친구'가 아니라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화려한 꽃이 되면 벌이 날아올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벌은 날아와 꿀만 빨고 나면 다시 돌아간다. 당신은 꽃이 될 것인가, 보금자리가 될 것인가.


3. 성공만큼 실패도 많은 질투심 유발


이 부분이 참 소개하기 애매하다. 상대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수단으로 많이 쓰이지만, 그와 반대로 완벽하게 바보가 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쪽에 대한 상대의 호감이 막 싹을 틔울 때 뒷발로 밟아버리는 듯한 경우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

질투심 유발로 연애에 성공한 커플부대원들은 서로의 감정을 어느정도 확인한 상태에서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친구라고 하기도 그렇고, 연인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대시를 받은 사실을 이야기 하거나 다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가며 '지금이 아니면 난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라는 위기감을 조성한 것이다.

상대는 이쪽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혼자 버라이어티한 일인극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자면, 이 방법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에게 '실망'을 선물할 위험이 크다는 거다. 질투심 유발은 '밀고 당기기'와 관련이 있는데, 상대가 그냥 줄을 놔 버리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다른 남자'를 통한 방법은 질투심보다는 짜증을 일으키기 쉬우며, 작은 유혹에도 뿌리채 흔들리는 여자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질투심 유발을 사용하고 싶다면, '선약'이 있다며 상대의 만남요청을 다음으로 미루는 정도가 좋다. 물론, 이것도 둘이 그동안 잘 만나다가 한번 정도 양해를 구하는 것에 한한다. 선약의 상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대충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상대가 "친구 누구요? 남자친구들이요?"이라고 묻는다면, 정색하며 "아니요."라고 답하기 보다 "왜요?" 정도의 뉘앙스를 흘려주는 것 정도로도 충분히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단 얘기다. 어느 대원의 경우처럼 "나 소개팅 들어왔는데 할까요? 말까요?" 라고 말했다간 "하고 싶으면 하는 거죠."라는 대답을 듣고 고민 하나 추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취중진담>이라는 노래도 있는 것 처럼, 일부 대원들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고백을 유도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고 테이블의 조명, 거기에 술이 불러오는 본능이 고개를 들면 고백을 유도하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고백은 술이 깨고 나면 흐지부지 되거나, 단순히 '의무감'으로 출발했다가 얼마 가지 않아 지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 번에 소개한 '막장연애'시리즈에서 나온 사연처럼 술 마실 때만 연인이 되고 술 깨면 딴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어정쩡한 사이로 지내다가 다른 사람에게 상대를 빼앗기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 대원들도 보인다. 그건 사귀게 된 뒤에도 늘 따라다니는 걱정이다. 당신이 학창시절 가족보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며 소식을 알 수 없게 되거나, 그 우정의 한계를 느끼거나,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 처럼 사랑에도 그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몇은 새로운 상대를 갈구하기도 할 것이고, 당신의 마음이 변하거나, 상황이 둘을 갈라놓거나, 갈등이 찾아와 멀어질 수도 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 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당신과 그 사람이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남동생이 아무리 밉고 속 썩여도 결국 세상에 남동생은 하나 인 것 처럼, 그 사람에게도 당신이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며 당신에게 그 사람 역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고백은 인터넷 쇼핑몰에 구입 당시 남긴 상품평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별 다섯개 찍으며 포인트 받으려 호들갑을 떨더라도 시간 지나며 실망하는 구석을 발견하거나, 지름신이 왔을 때완 달리 무덤덤한 마음이 되는 것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려 노력하기 보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늘리려 애를 써 보자.




▲ 만약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난 만년으로 하고싶다. -<중경삼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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