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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애할 때 성격탓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하이킥

by 무한 2010. 3. 1.
노멀로그에 연재되는 매뉴얼을 읽으며 '억울하다'고 하는 남성대원들이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와는 문자로만 연애하는 게 답이다."라는 주제의 매뉴얼에서는,

"전화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떨려서 못하는 데 어쩌란 말입니까?"
"어장관리가 아니라 진심입니다. 저처럼 진심인 경우도 있다구요."
"친구로 지내자네요 ㅠ.ㅠ 일흔 네번 째 친구가 생겼어요..."



이런 가슴 아픈 고백들이 줄을 이었다. 연애에는 관심 없고 스킨십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에 대한 매뉴얼에서는 여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방시켜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고, 아들이 초등학생이라는 어느 남성분 께서는 여자는 패야 말을 듣는 게 진리라며 맥주병으로 부인을 폭행한 사연을 자랑스레 올려주시기도 하였다.  

이번 매뉴얼에서는 그동안 '성격탓이다.' 라거나 '뭐가 문제냐?' 라며 달린 댓글을 종합해 살펴볼 예정이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잘/잘못을 가리자'라는 말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학창시절처럼 '예/아니오 로 답하시오.'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 종 치면 침 흘리는 관성은 이제 접어두고, 매뉴얼에서 놓쳤을 수도 있는 상황의 '뒤통수'까지 살펴보자.


1. 여자는 남자를 귀찮게 해? (연락 없는 남자)


여러 책과 심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남자는 원래 사냥꾼 체질이라 사무적이고 간편한 의사전달을 선호하기 때문에 연락(문자)에 무심할 수 밖에 없다. 큰 사슴과 싸우러 가는 도중 옆에서 '자기 나좀 봐', '이거 이뻐?', '오늘 뭐해?' 이러면 짜증 안 나겠나?" 라고 말씀해 주신 분이 있었다.

나 역시도 주변의 여러가지 경우를 살펴보거나 개인적인 상황을 살펴봐도 위의 말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남녀의 뇌를 연구한 학자들도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과정 중 남녀가 사용하는 뇌의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한 바 있고, 사회적인 맥락에서도 그동안 남녀가 담당하던 일이 달랐으니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면 이제 연락 없는 남자에 대해서 인정한다는 거냐?" 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을 하기 전에 노래를 한 곡 듣자. 코리안 프로그레시브 하드코어 트로트(응?) 보컬인 문주란 씨의 노래다. 

처음에 사랑할 때 그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밤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울 약속을 하더니
이제는 달라졌어 그이는 나보고 다 해달래
애기가 되어버린 내 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문주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중에서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은 노래다. 그저 위의 댓글 중 "이러면 짜증 안 나겠나?" 라는 부분을 보고 떠오른 노래니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자, 산은 산이고 물은 셀프다. 연락 없는 남자에 대해 진화의 측면에서 살펴보거나, 뇌를 관찰하잔 얘기가 아니다. 댓글에 남겨진 말 처럼 여러 책과 심리전문가의 말을, 예 어서오십쇼, 하며 구십도로 허리를 꺾어 맞이 하자.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남녀는 이러이러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 연락 없는 남자를 이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치질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까닭이, 찬 바닥에 오래 앉아 있어서라는 걸 알았다. 알았으면 이제 들여보내야 할 것 아닌가. 지금도 큰 사슴과 싸우는 남자들이 계시다면, 그 분의 연락 없음은 여자들이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꽃사슴도 아니고 큰 사슴과 싸울 정도의 터프가이라면, 인정한다. 그러나 큰 사슴을 잡으러 나가는 것과 거리가 좀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나 원래 이래. 남자는 원래 이런 거야." 라고 얘기 하기 전에 문자 하나 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지금 내 기지에 포토 하나 없는 상황에서 저글링들이 쳐 들어왔다고 해도 말이다.

아빠가 있을 때 엄마에게 하는 행동과 아빠가 없을 때 엄마에게 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모든 탓을 진화과정으로 돌리는 것도 좀 뒤통수가 가려운 일이다.


2. 남자와 방목과 바람과, 어장관리


무슨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제목을 짓는 기분이지만, 아무튼, 제과점에 "이 케잌은 인공색소가 아닌 과일만으로 데코한 케잌입니다." 라는 문구에 "거기에 들어간 설탕이 몸에 좋지 않은 건 왜 안 말 하냐? 그리고 케잌 살 사람이 알아서 사겠지 설명은 뭐하러 붙여놨냐?"식의 댓글이 있어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어려웠다.

대부분 여자들이 방목같은 상황에서도 좋아서 견딘다. 남자상담가들이 쉽게 그 남자가 연락없는 게 당신에게 안 반해서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러저러한 행동은 안하니 헤어져라고 하는 것의 위험성은 크다. 물론 같은 남자로서 남자심리 잘 알겠고 여자가 당하는 것처럼 보이고 나부터도 내 여동생이 그런 대접 받으면 헤어지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나 또한 방복 비슷한 걸 당해본 사람으로서 그런 말 들으면 글쎄..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어차피 선택이 오십프로 헤어지냐. 만나냐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에겐 이러저러하게 만나면 도움이 된다라는 구체적 행동지침을 가르쳐주는 게 도움 될 것이며 ... 차라리 그렇게 헤어지라고 하고 싶으면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방법이나 그동안 희망고문 하며 날 괴롭힌 데 대한 통쾌하면서도 건전한 대응방법을 알려주는게 낫다.

-<이런 직업의 사람과 연애하기 어렵다? BEST3>에 달린 댓글 중


매뉴얼에서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오해'때문이 아닌가 한다.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시즌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인데도 불구하고, 한 편의 매뉴얼만 보고 UMC말대로 "빨간티를 입은 거 보니까 빨갱이구나."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 그닥 유쾌하지 않다.

방목을 당하면서도 모질게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기 마음의 칼자루를 이미 상대에게 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여섯 번쯤 이야기 한 것 같다. 그래서 "당신 마음의 주인은 당신이다." 라며 스스로 걷지 못할 상태에서 의지할 목발같은 문장을 적기도 했고, 어장관리를 당하거나 희망고문을 당하는 중이면 "너 아니어도 돼" 라는 마인드가 그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리라 얘기했다.

사랑 못 하고 죽은 귀신이 빙의된 상태처럼 하루 종일 핸드폰만 바라볼 수 밖에 없으며,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지웠다 하는 몽유(夢遊)의 상태라면 중독성이 강한 온라인 게임을 하든가, 멍하니 킬링타임 할 수 있는 티비나 영화의 도움을 받으라는 얘기도 했었다. 또한, 이렇게 백날 이야기를 해도 스스로 그 자빠링의 바닥을 치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을 거라고도 썼다.

무슨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만날 때에는 사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헤어지면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상대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딱 부러지게 현재 상대가 나에게 하고 있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말했다. 대부분 어장관리자는 유야무야 넘어가며, 자존심때문에 말하지 못할 부분을 이용할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꺼내도 "그건 니가 오버해서 생각 한 거 아니야?" 같은 상대의 필살기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

잘 헤어지는 방법이나 그동안 희망고문하며 괴롭힌데 대한 통쾌하고 건전한 대응방법? 차라리 로또 1등 하는 방법을 찾는 게 더 현실성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맨손을 활활타는 난로 표면에 갖다 대도 화상을 입지 않는 방법이 있는가? 어떤형태로든 이별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그것이 당장 후련하게 생각되는 이별일지라도 말이다.

또한, 희망고문은 스스로 고문기구에 앉는 것이지 누가 앉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다 내가 맨홀에 빠진 모양이 된단 얘기다. 맨홀에서 나와 누구에게 복수할 것인가? 당신에게 뒷 모습을 보이고 있던 그 사람에게? 왜? 그가 뭘 잘못했는가? 계속 여지를 남겨 혼란스럽게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 확실한 확답을 받는 것이 좋을 거고, 상대가 양다리 중이었다면 그것을 드러나게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거짓말을 했다면 법에 저촉될 경우 법으로 해결을 할 수도 있겠고 말이다. 그것 말고는 뭘 탓하겠는가? 자기 욕심에 자기가 걸려서 넘어진 거라면, 화풀이 대상을 찾지 말자.



이야기가 '성격탓'에서 시작해 '댓글에 대한 답글'로 흘러가 버려 읽는 분들에겐 죄송스럽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소제목 1번에서 다 얘기했다고 생각한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난 좀 다혈질인 대신 뒤끝 없잖아."

이런 얘기는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거나, 잘못에 대한 설명으로 쓰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에게 "니가 잔소리 할 때마다 헤어지고 싶다고. 너랑 있는 게 짜증나." 라고 말해놓고 '욱하는 성격탓'으로 없는 일이 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변화의 발걸음이 큰 시기라고 생각한다. 백여년 전만 해도 집에서 정해준 사람과 혼인해서 사는 것이 당연한 일로 생각되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연애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졌단 얘기다. 이 변화에 적응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주말 연속극만 잠깐 봐도 알게 된다.(주말 연속극은 대부분 이러한 '시차'가 주제가 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쓰여지고 있는 이 매뉴얼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촌스럽고 웃긴 옛날 얘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10년의 삼일절을 맞이하는 지금은 힘주어 말해야 겠다. 성격탓이나 남녀의 특성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거름이 될 뿐이지, 상대가 나를 이해해야 하는 무조건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상대를 아프게 할 때에는 더욱.





"맞아요. 남자의 유두도 필요 없는 기관이 되었죠." 과연 그럴까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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