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여자친구 있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

by 무한 2010. 3. 3.
제목만 보고 "그거 그냥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그러는 거지 뭐." 라고 쉽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어금니 부서지도록 물며 고통을 참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있기에 이 매뉴얼을 적는다. 개나리 피면 굿이라도 해야겠다는 그 긴 사연조차 "여자친구 있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로 요약될 수 있다는 것에 현기증을 느끼겠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역시 "유부녀 좋아하다 권총자살한 얘기"로 요약되는 것 아닌가.(베르테르 지못미)

주변에서 "그 남자가 너 가지고 노는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한 것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그의 사랑한다는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해보잔 얘기다. 이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마음껏 달리는 일만 남은 걸까? 달리기 전에 잠시 살펴보자.


1.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방


스물 일곱의 여성대원이든, 서른 넷의 여성대원이든 여자친구가 있는 상대를 설명하는 것에는 모두 '소울메이트'라고 적어 주셨다. 대화는 맛있고, 강한 호감을 느끼게 되며, 소름끼치도록 잘 맞는 부분을 찾았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전 매뉴얼에서 "선수들의 리액션과 당신을 향한 배려, 그리고 정말 당신을 위해주는 것 처럼 보이는 스킬들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 한 적 있는데, 이번엔 그 이야기를 접어두자. 당신이 느낀 감정을, 아니, 둘이 느낀 그 감정을 사실이라고 하자. 계획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고 해두잔 얘기다.

당신은 상대가 가진 마음의 방에 들어갔고, 그 곳을 겨우 찾아낸 당신의 보금자리라 생각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다른 남자들과는 달랐어요."
 

전에 한 번 이야기 했지만, 남자는 다 다르다. 내 여동생이 있으면 절대 소개시켜 주고 싶지 않은 친구가 연애를 시작했을 때, 그 친구의 여자친구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덕후씨는 정말 달라요." 물론, 이게 나쁘거나 잘못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 내다놔도 내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훨씬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비슷한 거니 말이다.

사랑의 대부분이 의미부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건, 사랑의 감정이 결국 뇌의 도파민이 분비되며 일어난다는 얘길 하는 것 만큼이나 참을 수 없이 가벼워 보이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자면, '그 사람'보다는 '그 시절'이나 '그 순간'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적어야겠다. 당신은 그가 가진 마음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지, 그 사람만 마음의 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 그 남자에게 당신은 남의 떡일까?


당신이 바라보는 그 남자, 그리고 그 남자가 바라보는 당신, 모두 '남의 떡'이 될 수 있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원인 중에는 "행위자-관찰자 편향 (Actor-Observer Bias)"이라는 것이 있는데, 운전할 땐 차도의 빨간 불이 길게 느껴지고, 길을 걸을 땐 횡단보도의 빨간 불이 길게 느껴진다는 예문이 붙어다니는 심리효과다. 

그가 단순히 '그저 한 번 어떻게 해 보려고' 당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당신에게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봤거나, 당신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의 복합으로 당신에 대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여자에게 느낄 수 없는 모성애를 이 사람이 가지고 있다던지, 지금의 연애가 일반적인 연애라면 이 사람과의 교감은 플라토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마음의 저울에서 당신쪽으로 더 기운다면 고통받는 것은 현재 여자친구가 될 것이다.(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와 소울메이트 같은 거라고 주장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통받는 사연은 얼마나 많았는가!) 

사실 이번 매뉴얼을 작성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그저 "너 가지고 노는 거야." 라는 조언들에 무차별 폭격을 당하면서도 그게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 정말 그게 아닐 수 있다. 상대 역시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며,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당신을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만화가 P씨나 배우 S씨 등등, 이 상황에서 새로 알게 된 사람을 택한 경우도 있다. 

여기부터는 무수히 많은 의견들이 나오겠지만, 위에서 말한 P씨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나는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바람 안 피우고 한 여자만 보고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이런 남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내 단골 룸살롱 마담의 생일을 챙길 정도다."

-만화가 P씨, 여성중앙 2006년 9월호 인터뷰 중에서
 

개인적으로, 위의 인용문이 정말 확실한 건지 여기저기 찾아볼 정도로 좀 충격적이었다.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세트메뉴도 아니며, 마음 속에 감동을 줬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가 '좋은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채식을 한다길래 자연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어느 여자분이 잠자리 날개를 손으로 뜯으며 웃고 있는 걸 봤을 때의 기분이랄까. 2006년 9월호 여성중앙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웹에 소개된 출처를 기록했음을 밝힌다. 

남의 사생활에 가타부타 할 생각은 없다. 인터뷰의 부분을 옮겨놓은 까닭은 윤리적이거나 신의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은 나와 완벽하게 다른 뿌리를 가질 수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지금 상대를 바라보며 그가 현재 연애중인 '가짜사랑'에서 자신과의 '진짜사랑'으로 넘어온다고 생각하겠지만, 상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최악의 경우, 종착역이 될 거라고 생각한 당신의 기대와는 달리, 앞으로 시작 될 상대의 기차여행에 당신은 첫 번째 간이역이 될 수도 있단 얘기다. 
 

3. 판타지의 증축공사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진 이후, 상대에 대한 판타지는 마음속에서 증축공사를 시작한다. 먼저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상대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마음이 변해가는지 살펴보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한 철학자 김진영씨의 강의 중 일부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처음 봤을 때 텍스트에 나온 것처럼 로테를 보면 욕망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테를 보게 되면 마음이 안정되고 로테가 마치 정신적인 존재로 여겨져서 성스러운 종교적 의미까지 띠고 있는데, 중요한 인물 중에 하나인, '로테의 주인'인 알베르트라는 남자가 나타나면서 베르테르가 가지고 있는 로테에 대한 태도가 바뀌게 되죠. 로테가 이제 욕망의 대상이 됩니다.
로테가 남의 것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가 없게 되죠. 그러면서 소유욕이 생기는데 알베르트가 나타나기 이전에는 로테가 결코 소유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로테가 알베르트의 소유의 관계라는 것이 확실시 되면서 베르트레와 로테 사이에 소유라는 개념이 들어갑니다.
사랑이 소유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사이에 알력관계가 생기게 되고, 그래서 당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소유하지 못한 자가 갖는 소유한 자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상태, 다시말해 '질투'가 되죠. 질투가 강렬하게 개입이 되고 한마디로 얘기하면 로테 같은 여자가 어떻게 알베르트 같은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도저히 얻어내지 못합니다. 인정을 못하죠.

-김진영 <내러티브로 읽어 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녹취록인 까닭에 매끄럽진 않지만, 소설해서 발견해 낸 '판타지의 증측공사'는 현재 여자친구 있는 남자, 혹은 남자친구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굵게 처리한 부분 중 제일 아래부분을 다시 읽어보자.

'로테 같은 여자가 어떻게 알베르트 같은 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 있는가'


판타지의 증측공사는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핀트가 벗어나는 얘기지만, 자신이 2년간 기다렸던 남자친구가 제대 후 이별을 선언한 뒤 대학에 복학해 새내기 여자후배와 사귀고 있다는 사연을 주신 분, 그 여자분이 반복하던 얘기가 바로 저거다.

지금의 쟤들은 가짜, 나와의 관계만 진짜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의 조언이나 충고가 그닥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거다. 오히려 자신의 사랑을 해하려 한다는 반발심리가 일어나 귀를 막는다. 뿐만아니라 상대가 믿음을 져버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인지부조화가 눈을 가리게 된다. 안타깝지 않은가. 눈과 귀를 가린 사랑.



여자친구 있는 남자분과 교제를 하며 누구 하나 "그 사람이 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 라고 말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들 상대가 여자친구와 하는 연애는 하찮고 대수롭지 않으며, 그저 여자친구가 정 따위로 그 남자를 붙들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고, 그 남자가 현재의 여자친구에게 미안해서 이별의 말을 못 꺼내고 있는 것 같다고 적어주셨다. 그 남자가 힘들어 하고 있으며, 차라리 자신을 향한 마음을 접거나 여자친구를 얼른 정리해 주면 이 상황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 뜨뜨미지근한 상황이 너무 싫다며 긴 하소연을 사연으로 적어 보냈다. 그에 대한 한 줄의 답장을 적을까 한다.

아플 수도 있으니 똥꼬에 힘 꽉 주고 들으시기 바란다.

그게, 양다리다.





▲ 모든 일이 처음만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응?)






<연관글>

이런 남자, 헤어져야 할까 이해해야 할까?
고백하기 알맞은 타이밍을 알아내는 방법
고백했다 퇴짜맞았을 때 알아두어야 할 것들
헤어진 남친, 그는 당신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민되는 이성과의 대화, 술술 풀어가는 방법


<추천글>

회사밥을 먹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같이 지내실분, 이라는 구인광고에 낚이다
내 차를 털어간 꼬꼬마에게 보내는 글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