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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소심한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by 무한 2009. 12. 29.
이전 글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 그의 속마음은?]에는 '소심한 남자'라는 부분을 생략했었다. 일반적으로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라고 하면 '어장관리자''간보는 남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들에 대한 대처법으로 '문자로만 연애하는 남자에게는 문자로만 만나주는 것이 답이다.' 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위의 매뉴얼을 '소심한 남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 정말 착하고 곧은 사람들이며 유리와 같아 상처잘받는 성격의 소유자들 입니다." 라는 댓글도 달린 것 아니겠는가. 그 댓글을 적어주신 분 말처럼, 과거경험이나 상처들로 인해 문자로만 연락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여린마음' 때문에 문자로만 연락을 취했던 것인데, 그게 '어장관리자'로 보이거나, '간보는 남자'로 오해받았기에 억울한 마음도 이해한다. 마치 정말 책 읽는 일이 좋아서 취미를 '독서'라고 적어 냈는데, 일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들도 '독서'라고 적어낸 상황과 같은 심정이라는 것, 안다.

그렇다면 "문자로만 연애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착하고 곧으며, 유리와 같아 상처 잘 받는 성격의 소유자도 있습니다." 라고 하면 끝일까? 문자로 연애를 거는 것이 '현대적 접근법'이라고 적어주신 분도 있지만, 오늘은 이 '소심함'이 타인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지, 소심한 남자가 연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1. 확인이 아니라 확신이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것 만큼이나 듣고 싶지 않는 것이, 자꾸 확인하는 물음이다. 소개팅에서 소심한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꺼내놓을 수 있는 말들을 보자.

"왜요? 재미 없어요?"
"제가 마음에 안드세요?"
"정말 외모는 안 보세요? 전 어때요?"
"연락 꼭 하실거죠? 다음에 또 보는 거죠?"



내가 대신 차례로 대답해 주겠다. "재미있어요. 아뇨, 괜찮아요. 착하신 것 같아요. 네, 연락 드릴게요." 이제야 좀 마음이 놓이는가? 자기 마음에 굵은 기둥 하나 없는데 누가 내 마음에 들어와 집을 지어주길 바라는가. 유리와 같다는 이야기를 또 할 생각이라면, 깨질 위험이 없도록 꽁꽁 숨겨두길 권한다. 자신이 꺼낸 '확인의 질문'을 방에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면, 아무 쓸모도, 필요도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혹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받은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건가? 경기도 일산에서 취업준비중인 Y군(27세, 무직)처럼 "야, 이번에는 잘 될 것 같아. 빕스에서도 많이 웃었고, 나보고 눈이 강아지 같다고 하던데. 맘에 안 들면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꼭 전화한다고 했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진 않은가? 굳이 이 착각을 깨고 싶진 않다. 다만, 상대에게 '확인'이라는 구걸을 하지 말길 바란다. 자신감은 남들에게 확인 받아가며 키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확신을 가진다면, 자신감은 알아서 자랄 것이다.


2. 소심함은 멋대로와 맘대로를 낳는다


지난 매뉴얼에 '이기적이며 밥맛 떨어진다' 라는 이야기도 적어 주셨던데, 그래. 그렇게라도 화를 풀어야 수명이 줄지 않을 것 아닌가. 그 매뉴얼은 이기적이며 밥맛 떨어지는 것으로 해두자. 그렇게 한다고 내일 종말이 오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

자, 그럼 이제 그 매뉴얼이 '이기적이며 밥맛 떨어지는' 이유로 적어주신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자. "만일 상대 여자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가 어장관리를 하는 거였다면 상처가 될 것이 뻔하기에 문자로 연락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댓글이 있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것은 그닥 나쁜 자세가 아니지만, 숨어서 돌멩이 던지는 일은 비겁한 짓이다. 여자가 느낄 감정은 생각해 봤는가? 한 여자사람은 "놓아주지도 않으면서 여자에게 끔찍한 외로움을 겪게 하는 남자" 라고도 말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당신이 상처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남성은 아예 관심이 없는 이성에게는 예의적인 문자메세지 조차 보내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적어주셨다. 근거는? 설마 '내가 그렇기 때문에' 라고 하시진 않을 거라 믿는다. 여자사람의 어장관리가 걱정된다면, 남자의 어장관리도 생각해보자. 백번 양보해서 위에 남겨주신 말이 '참'이라고 해도, 그 상대가 '한 명'이 아닌 경우라면? 좋다. 더 양보해서, 그 상대가 한 명이라고 해보자. 그 '관심'이라는 게, 상대와 사귀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타이거우즈 처럼 되고 싶다는 거라면?

싸우자는 게 아니라, 위의 질문은 그저 출퇴근 길에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둘 중 하나가 '참'과 '거짓'중에 '거짓'이 되어야 한다면, 내가 되어도 상관 없다. '거짓'이 된다고 엄마가 아침밥을 안 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이 전부 다인줄 안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시간낭비는 아니라 생각한다.

상대가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답장을 보내지 못했을 뿐인데, 마음속에서는 별 생각 다하며 전화를 꺼두거나 마음속으로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든 적은 없는가? 상대의 마음을 떠보고자 확인 문자를 보냈다가 내가 기대한 대답과 거리가 먼 내용의 메세지가 오면 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한 적은 없는가? 혼자서 저 멀리 달려나갔다가 상대가 쫓아오지 않으면, 돌변해 상처가 될 말을 한 적은 없는가? 자신의 감정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남을 바보로 만든 적은 없는가? 함께 생각해보자.


3. 여린마음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늘 말하지만, 상대에게 텔레파시의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언어나 문자로 전달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새벽기도를 나가며 내 마음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거나, 텔레파시를 쓸 수 있길 절에 가서 비는 것 보다 한 번 이야기 하는 것이 더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상처가 있기 때문에 망설이는 '여린마음'을 나쁘게 얘기하자면 '피해의식'이다. '소심함' 때문에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것 역시 나쁘게 말하자면 용기부족이다.

면허증 시험을 준비하며 백날 친구들에게 "어려워?" 혹은 "내가 붙을 수 있을까?"를 수만 번 물어봐도 당신에게 면허증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시험장에 가서 원서를 접수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지 합격을 점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도 내가 붙고 싶으니까 물어보는 거라구요!!"


이렇게 대답하리라 생각한다. 그 마음 모르는 거 아니다. 상대에게 안테나를 고정시키고 수신을 기다리고 있는 거 안다. 행여 부정적인 이야기라도 나오면 땅바닥에 그림 그리는 것도 안다. 근데, 그거, 결코 자랑이 아니다. 시험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오길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단지 '여린마음'이라고 해서 모든 망설임까지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거, 욕심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궁금해 할 지도 모르겠다. 프로필에도 적혀있듯 난 '여린마음 동호회' 회장이었다. 너무 여린 사람들만 있어서 정모를 해도 멀리서 문자 하나 남기고 돌아가 버리는, 그런 동호회 였다. 누가 게시글을 올리면 '저건 나한테 하는 얘긴가…' 하며 조용히 회원탈퇴를 하던 동호회, 자유게시판은 조용하고 익명게시판에만 구구절절한 사연이 넘치던 동호회. 부끄럽지만, 난 당시 아래와 같은 글들을 일기처럼 적어갔다.

"니가 찍은 마침표에 난 죽어 있었을 뿐."


열심히 팠다. 모두 내 얘기 같은 발라드를 들으며 파고, 내 상상에 상대를 초대해 잠시나마 즐거워 하며 파고, 미아가 된 듯한 심정으로 파고, 저녁이 되면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팠다. 그렇게 계속 파다가 알았다. 내가 그리는 그림은 추상화였다. 상대가 읽으면 구역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흉측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며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같은 거짓을 공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슬픔에서 꺼내지 말아달라는 엄살이었다.

그래서, 당신이 조금 더 거기 있고 싶은 것 안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그 이야기, 당신마저 돌아서 버리면 정말 끝인 것 같아서, 폐허가 된 기억에 앉아 있는 것도 안다. 무슨 시험을 봐서 될 일 같으면 평생을 걸고라도 미친 듯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도 안다. 엄마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거 안다.

이건,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다.



▲ 손가락 버튼을 누르고 연애를 시작했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신도…?


▲ 오늘은 분리수거가 있는 날입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이야기는 휴지통에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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