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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자신도 모르게 데이트를 망치는 사례 BEST5

by 무한 2009. 12. 26.
크리스마스 이브,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왔다. 공짜로 표가 생겨서 공주님과 나들이를 했는데, 공연을 보러 온 솔로부대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데이트신청까지성공하고, 드디어 데이트를 하는 모습들. 마음이 뿌듯해 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남자대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PC방에 들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스티커 사진을 찍고 있던 여자대원들의 표정도 그닥 밝지는 않았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발레공연을 보며 언제 박수를 쳐야 할 지 몰라 꽤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부분에서 내가 박수를 쳤더니 다 따라 치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공연을 다녀오며 지켜본 솔로부대원들의 모습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도대체 그들이 망치고 있던 데이트의 모습은 무엇인지, 우리는 그러지 말기를 다짐하며 살펴보자.


1. 그만 먹자


남부터미널에서 내려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목, 커플이라기 보다 이제 막 만남을 시작한 솔로부대원으로 보이는 남녀가 우리 앞쪽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잠시 신호대기를 하고 있을 때,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여자 - 오빠, 저거 와플 맛있을 것 같은데, 하나 먹으면 안돼요?

남자 - 배 안불러?

여자 - 와플 딱 하나만 먹고 가요.

남자 - 야...하루 종일 먹었잖아...


절규에 가까운 남자사람의 이야기를 잊을 수가 없다. 데이트는 밥먹자고 만나는 게 아니다. 며칠을 굶고 '이게 기회다' 라고 생각했다면 할 말은 없지만, 식당-노점-커피숍 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콤보는 나중에 먹은 음식들만 기억나게 할 뿐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는 분명 다 먹지 못할 것 같은데 식탐이 발동해 이것 저것 일단 시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식을 목적으로 두지 말고, 대화를 이끌어 내 줄 매개체로 활용하길 바란다.


2. 당신이 사진 잘 찍는거 안다


공연이 끝나고 일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람들 뒤를 쫓아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미니홈피에 올리기 위함인지 어느 여자사람은 점프까지 해가며 "찍었어? 찍었어?"를 연발하고 있었고, 자판기 옆 찬란하게 장식해 놓은 조명 옆에서는 아직 어색한 사이인듯 "저 쪽에 서봐, 팔은 내리고, 웃어."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사진을 찍는 커플이 있었다. 남자사람이 들고있는 카메라가 한 눈에 봐도 중고차 한 대값은 되어 보였기에 유심히 보며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앜ㅋㅋㅋㅋㅋ 주차장이잖앜ㅋㅋㅋ'

다시 걸어온 길을 되짚어 와야했다. 차가운 농촌남자답게 예술의 전당에서 길을 잃고 나니 목이 말랐다. 자판기에서 '오오, 신용카드로도 음료를 뽑을 수 있다니!!' 라는 감탄을 하고 있을 때, 아까 봤던 카메라 커플이 걸어오며 계속 사진을 찍고 있었다. 조각상 옆으로 가길 요구했다가, 뒷 배경에 예술의 전당이 나와야 한다며 계단으로 오르라고 했다가, 조명을 등지고 서면 얼굴이 까맣게 나오니 조명을 바라보라고 했다가, 흔들렸으니 다시 찍어야 한다는 말을 하다가, 그만 가자고 하는 여자사람에게 일단 벤치에 좀 앉아 보라며 사진을 찍다가, 진짜 제발 가자고 하는 여자사람에게 고독하게 걸어가는 포즈를 취하라고 주문하고 있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말도 있지만, 당신의 데이트가 사진만 남으면 곤란하다. 사진사가 되고 싶은건가 아니면 연인이 되고 싶은 건가. 예전 DSLR 동호회 활동을 할 때에도, 사진만 예쁘게 찍어주면 자길 좋아해주거나 사귀어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머, 잘 나왔다. 너무 고마워." 따위의 이야기에 "됐어, 넘어 왔어."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딴에는 정성들인 선물이라며 그동안 찍은 사진을 포토앨범으로 제작해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결과는 그닥 좋지 않았다.

여자들이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라는 말을 왜 하는지, 남자는 정말 모를 때가 있을 것이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라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데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 포토앨범을 만들고, 이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과정'을 살필 수 있길 권한다. 절대로 이벤트 '한 방'을 노리지 마라. '스트레이트'가 아니라 '잽'이다.


3. 너무 아픈 신발은 패션이 아니었음을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이전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듯 자신에게 맞지 않는 -혹은, 맞는지 안 맞는지 잘 모르는- 아이템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남성들의 경우, 무슨 향인지 모르는 향수를 그저 이성을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과하게 사용하는 일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으며, 여성들의 경우, 데이트라는 설레임 때문에 새 구두를 신고 나오는 일은 커다란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남부터미널역까지 걸어오며 새 신발 때문에 걸음을 잘 못 걷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발 뒤꿈치에 물집이라도 잡히면 그 날의 바이오리듬은 최악이 되고, 온통 신경이 뒤꿈치에 쏠려 상대에게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익숙한 것만 찾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밑창이 다 닳아버린 어그부츠를 신은 어느 여자사람의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겠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4. 감사는 적당히 하자


실어증에 걸렸다가 이제야 막 말문이 터진 듯, 백여 미터를 걸으며 쉴 새 없이 속사포를 쏴 대는 여자사람이 있었다. 아마, 남자가 데이트신청을 위해 공연을 예매했던 상황으로 보였다.

"근데 진짜 오빠, 어떻게 이거 볼 생각을 했어요? 나 대학교 때 몇 번 보고 발레 한 번도 안봤거든요. 음악도 좋고 너무 좋았어요. 아, 미정이 알죠? 걔도 발레 했었는데. 아세요? 암튼, 너무 잘 봤어요. 아까 나온 거 CF에 나왔던 음악 아니에요? 그거 실제로 연주하는 거 처음 들었어요. 벨소리도 그걸로 봐꿔야지. 히히. 오빤 원래 이런거 잘 보러 다니세요? 원래 남자들은 스포츠를 더 좋아하지 않나? 아, 갈릭쇼? 갈라쇼? 그런 것도 보세요? 오빠, 건너요."


데이트에서 '말'은 백지수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적으면 구두쇠가 되고, 너무 많이 발행해 버리면 가치가 떨어진다. 아무리 마음이 들뜨더라도 수다쟁이가 될 필요는 없다.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것은, "응, 아니"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보다는 서술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라는 거다. 문자를 보내더라도 "밥 먹었어?" 라기 보다는 "저녁 뭐 먹었어?" 같은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데이트를 준비해 준 상대에게 아무리 고맙더라도 감사는 적당히 하자. 당신은 상대의 팬클럽 회장이 될 게 아니니 말이다.


5.  어깨를 펴라 


내 앞에 한 커플이 지나가도 그 둘이 '연인'인지, 아니면 이제 막 만나보기 시작한 '두 솔로부대원'인지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다. 걷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보는 것이다. 선천적인 이유를 제외하면 그 둘은 큰 차이를 가진다. 물론, 추운 날씨에 손을 잡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알아보는 쉬운 방법이 있지만 손을 잡고있기 어색한 공간에서도 어깨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

당신이 솔로부대원이라면 데이트의 기억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당신의 무게중심이 앞 쪽으로 쏠려 있진 않은가? 필요이상으로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거리를 걸을 때의 모습이면 된다. 자꾸 안경이나 코를 만지거나 입을 가릴 필요는 없다. 당신의 자신감을 보여주라는 말이, 상대에게 자기자랑을 늘어 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아는 사람이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이라는 쓸데없는 말 대신 자신감있는 행동으로 보여줘라. 자신감은 마음속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을 알아두거나 좋아하는 번호, 좋아하는 영화장르 등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고 했더니 무작정 Q&A 놀이를 하는 솔로부대원들이 보인다. 스무고개 하는 거 아니다. 순서를 정해서 그녀에게 물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녀가 말하는 내용 중에서 캐치하라는 얘기다. "무슨 색깔 좋아해?" 라고 묻는 대신, "핸드폰도 핑크고, 지갑도 핑크네, 핑크색 좋아하나봐?" 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가로등 불빛이 얼굴에 그림자를 만드는 모습에 상대가 호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듣곤 가로등이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오래 나눴다는 메일을 보낸 솔로부대원이 있었다. 그런 식의 이야기라면 나도 수백가지는 적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계단을 오를 때에는 그녀보다 먼저 오르는 것이 좋으며, 실내에 들어갈 때에는 문을 열고 그녀 먼저 들여보내라는 말 따위 말이다. 백날 차 문 열어주고, 의자 빼준다고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는 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서점에 가면 영어를 정복했다는 수 많은 사람들의 자전적 이야기 부터, 영어공부 어쩌구 하는 책들이 있다. 그거 읽는다고 내일부터 버터발음이 되지 않는 것 처럼, 연애에 관한 수 많은 이야기를 읽는다고 연락하지 말자고 하던 그녀가 미친 듯 전화를 걸어오기 시작하고, 나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이성들이 제발 만나달라고 조르는 거 아니다. 그런 걸 원한다면 '그녀에게 전화오게 만드는 방법' 같은 걸 인터넷 게시판에 옮기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열심히 매뉴얼로 지원사격을 하고 있겠다. 실제로 현장에 나가는 것은 당신이다. 크리스마스의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솔로부대원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할 거라 생각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날은 365일. 66세의 할아버지가 오로지 걷기만으로 전국일주를 하셨는데 30일이 걸렸다고 한다. 당신은 더 젊지 않은가? 상대의 마음까지 다가갈 시간은 충분하다. 할아버지가 전국일주를 마치고 한 이야기를 기억하자.

"버린 건 무기력, 얻은 건 자신감"

다가오는 2010년은 당신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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