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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데이트 비용 100만원 쓰고 선물도 사줬는데, 불만이 있어?

by 무한 2022. 1. 12.

그런 남자들이 있습니다. 

 

"자, 연애 시작!"

 

하는 것과 동시에 애정공세를 시작하고, 선물을 들이밀며,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데이트'를 하려 애쓰고, '너무 멋있고, 즐겁고, 행복하고, 오빠 최고!'라는 말을 들으려는 듯 '절대적 사랑꾼'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말입니다.

 

 

하버드대 연애학과의 레이첼 교수는 이런 성향의 사람들에 대해 '전력투구 금사빠'란 정의를 내린 적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으로는 

 

-'연인'이라는 한 사람에게가 아니라, '내가 지금 연애하는 중'이라는 것에 흥분함. 

-자신이 연애 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앞다투어 꺼내며 그것을 헌신이라 생각함.

-자신이 기획하거나 베푸는 것에 연인의 100% 칭찬과 립서비스가 없으면 실망함.

-연인이 그 연애 판타지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으면 금방 헤어질 생각까지를 함.

 

이라는 것들이 있는데, 이게 얼핏 보면 참사랑꾼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간 이렇게까지 날 위해 베풀고 헌신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런 남자가 정말 좋은 남자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야 정말 좋아하니까 그러는 거지, 안 그러면 누가 그렇게까지 하냐. 이런 걸로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배부른 고민이야."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 정말 배부른 고민인가 싶기도 한데, 당사자인 자신이 느끼기엔 아무래도 뭔가 상대의 주문대로만 끌려가는 느낌인 것 같고, 데이트는 성대하게 하는데 인간적으로 친해지지는 않는 느낌이 듭니다. 화장실에 욕조가 없었어도 좋은 사람과 함께 가서 맛있는 것 먹었던 펜션에서는 정말 행복했는데, 이건 일단 5성급 호텔에 끌려와서는 "그간 해본 데이트 중 가장 최고고, 제일 좋은 곳에 온 거라 얼른 말해!"라는 강요를 받는 느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H씨의 남자친구가 바로 위의 '전력투구 금사빠'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기에, H씨가 사연에 적은

 

-내가 한 실수는 무엇이며, 난 무엇을 고쳐야 하나. 내 미숙함이나 표현의 서투름 같은 것때문에 나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남자를 내가 떠나가게 만든 것 아닌가. 

 

라는 부분에 대해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H씨가 오히려 상대가 바라는 대로 다 리액션 해주고 더 적극적으로 풍덩 빠져 같이 전력투구 했다면, 이 연애는 100일 전후로 끝나버렸을 거라 전 생각합니다. H씨의 이성적인 태도에 상대가 안달이 났으니 계속 "더더더더!" 하면서 그나마 반 년 정도 간 거지, 같이 불태웠으면 이미 진작 다 타서는 아침에 거리에서 잠 깬 사람처럼 '내가 왜 여기서 잤지? 얼른 집에 가야지.'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가 잘해주고 헌신하는 것 같다고 무작정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연애 말기에 H씨도 경험하셨듯, 상대와 같은 사람들은 훗날 자신의 헌신과 선물을 권력화 하기도 하고, 그것들을 모두 열거하며 이쪽에 채무가 있는 듯 말하기도 합니다. 꼬꼬마 시절 차 가지고 생색내는 친구가 지 기분 좋을 때에는 집까지 데려다 주면서 그렇지 않을 때에는 심술을 부리며 그냥 가버리곤 하는 것처럼, 이번엔 네가 받은 만큼 해보라거나, 내 마음이 뜨는 것 같으니 노력해서 잡아보라는 식의 말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헌신이 과했다면 그 크기만큼 치환된 심술이 돌아올 수 있고, 내가 지금 얼른 헌신하고 싶은데 왜 넌 지금 그걸 받을 상황도 안 되나며 짜증을 내는 괴상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싼 음식점 겨우 예약해 놨는데 아파서 못 갈 것 같다하니 짜증을 내는, 그런 주객전도된 상황 말입니다. 


제가 걱정되는 건, 이런 연애를 경험해 본 H씨가, 이후 맞이하게 될 다른 연애에 대해 

 

'이전 남자친구가 보인 헌신의 반도 안 되네. 전남친은 선물을 백화점에서 사줬었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입니다. 제대로 된 연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 받았던 헌신과 선물로 인해, 속된말로 '눈만 높아져서' 이후의 연애를 제대로 못하는 대원들이 종종 있습니다. 맨날 연인이 집까지 태우러 오고 태워다 주지 않으면 마음이 적은 거라고 생각한다든지, 제대로 이벤트나 데이트를 계획하지 않으면 성의가 없다고 생각한다든지, 선물을 백화점에서 사지 않으면 뭔가 좀 부족하다 생각한다든지 해 섭섭해하거나 서운함을 내비치면 '잘 될 관계'도 꼬아버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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