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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소개팅남과 또 흐지부지된 헛똑똑이 여성, 문제는?

by 무한 2019. 1. 9.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과도 문제없이 지내는데, 연애에선 꼭 고전하는 여성대원들을 전 ‘헛똑똑이’라 부르곤 합니다. 사연을 주신 S양에게도 이 ‘헛똑똑이’의 여성대원들의 특징이 보이는데, 마침 S양이 자신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들에 민감해하고 있으니, 오늘은 ‘헛똑똑이 여성대원들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로 매뉴얼을 대신할까 합니다. 자 그럼, 출발.

 

소개팅남과 또 흐지부지된 헛똑똑이 여성, 문제는?

 

1. 대화에 문제는 없지만, 영혼도 없어.

 

실제로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일부러 관심이 있는 듯 묻고, 그냥 상대가 좋아할 만한 리액션 해주는 것으로 대화를 채워간다고 할까요. 참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호회에서 어느 회원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단톡방에서 그냥 예의상 걱정하는 멘트를 해주는 것 같은, 그 정도 느낌으로 소개팅이나 선 상대를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막 알아가기 시작한 사이일 때, 한 1~2주 정도는 뭐 저런 식으로 상대를 대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일 때문에 연락하고 지내야 하는 거래처 사람과의 관계를 봐도, 몇 년을 마주했든 그냥 딱 저 정도의 대화만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잖습니까? 그것처럼, 딱히 친밀한 관계가 될 필요 없는 사이라면 진심이 어떻든 상대가 기분 좋을 리액션 해주고, 늘 덕담 정도만 받기 좋게 포장해서 보내주면 갈등이 생길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다 친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상대와 썸도 타고 연애도 하려는 게 바로 그걸 넘어선 가까운 사이가 되기 위해서지, 서로 듣기 좋은 말해주고 웃는 낯으로 대화하는 인맥 하나 더 늘리기 위해서는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대가 내게, 호감 있고 사귀고 싶어한다는 확신을 주지 않아서.

 

라는 이유로 그냥 약간의 내 개인정보와 기호, 스케줄 알려주고 마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귀기 전까지는 딱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겠다 마음먹은 채 말입니다.

 

그래 버리면, 괜찮은 상대를 만나도 심심이랑 대화하는 것보다 재미없는 대화만을 하게 될 수 있으며, 이쪽도 마음과 감정을 모두 감춘 채 ‘영혼 없는 여자’만 연기하는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두셨으면 합니다. 만에 하나 그러다 상대가 이쪽을 ‘다 받아줄 것 같은 여자’로 오해해 연애가 시작됐다 하더라도, 연애 시작 후 이쪽이 드러내는 감정을 보며 상대는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어려운 연기 하지 마시고, 영혼 없는 접대용 멘트만 생각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그냥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바로 그럴 때 사무적인 태도는 사라지고, 사람다운 모습이 드러날 테니 말입니다.

 

 

2. 계산하고, 분석하고, 공식을 찾고….

 

소개팅이나 썸을 너무 막 그렇게, ‘나에 대한 상대의 호감 찾아내기’나 ‘나에게 얼마나 집중하며 들이대는지 관찰하기’등의 주제로 파헤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이걸 막 ‘연애’라고 생각하니 뭔가 머리도 열심히 써가며 허점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여기게 된 것 같은데,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

 

-어제 내가 선톡했는데, 오늘은 먼저 말 거나 안 거나 보기.

-이번 주말에 만나기로 한 날인데, 언제 말 꺼내나 보기.

-시간 된다고 하면 쉬워 보이니, 다음 주엔 만나자고 해도 거절하기.

 

등의 모습으로 계산하고 분석하다 보면, 스스로도 피곤할 뿐더러 상대에게는 이쪽이 별 감정을 안 가지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 만남 이후로는 저에 대해 별로 묻질 않더라고요? 근데 또 아침저녁으로 연락을 해오는 걸 보면서, 이건 대체 무슨 마음인 건지 너무 헷갈렸죠.”

 

그러니까 그런 지점은, 이쪽이 ‘상대가 내게 몇 프로쯤 호감이 있나? 나에게 들이대나 안 들이대나.’ 등만을 찾아내려 하니 혼란스러워지는 겁니다. 이쪽도 지켜만 볼 게 아니라 먼저 선톡하고 되묻기도 했다면 둘의 관계는 흥미롭고 풍성해졌을 텐데, 관계가 자라기도 전에 돌보긴커녕 자꾸 뭘 점치고 알아내려 하니 잘 될 리가 없었던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상대가 내게 확신을 주나, 안 주나’만 파악하려 하지 말고, ‘나는 상대에게 뭘 얼마나 보여줬는가’도 꼭 함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S양의 경우 상대는 그래도 계속 선톡하고, S양에 대해 묻고, 데이트 신청하고, 자신의 일상도 공유하려 했기에 75% 가량 노력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S양은 연락하나 안 하나 보고, 일부러 약속 있다며 밑밥 깔아 놓고, 기분 별로면 얼른 끝인사 하며 대화 종결해 버리고 했기에 40% 미만의 마음을 할애하며 간 본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대답 하나 잘 해서, 또는 어떤 예쁜 모습 하나 보여줘서, 아니면 열심히 간만 보다가 나중에 진심이라며 장문의 메시지 하나 보내서 모든 게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헛똑똑이 대원들 중엔 기회가 있을 땐 관계를 팽개쳐 두었다가 차게 식은 후에야 제게 들고 와 해결책을 묻는 대원들이 많은데, 시도야 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시도보다 쉽고 확실한 방법은 ‘기회가 있을 때 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상대를 홀리거나 꼬실 수 있는 기술 같은 것만 찾지 마시고, 관계가 이어져 있을 때 상대에게 집중하며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선톡이나 질문, 칭찬, 리액션 등으로 꼭 표현하셨으면 합니다. 계산하고 분석하느라 그런 거 꼭꼭 숨겨두고 있다간, 상대에게 그냥 ‘간만 보는 어장관리자’로 여겨져 인간적인 실망을 안기게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3. 나는 주인공이고, 상대는 조연?

 

이건 헛똑똑이 여성대원들을 까려는 게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기에 꺼내는 말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헛똑똑이 대원들은 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연애 말고는 다 잘하는 특징이 있는데, 때문에 연애 외의 다른 부분에서는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으며, 지인들에게서도 ‘너 같은 여자가 왜 연애를 못 하는지, 눈이 너무 높은 건 아닌지’ 등의 이야기를 듣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자부심과 자존심이 높으며, 자신이 만나야 할 남자는 ‘내 레벨 + 알파’의 능력을 지닌 채 여러 지점에서 이쪽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얕잡아 보자면 상대가 누구든 다 얕잡아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스펙 좋고 집안 좋지만 못생긴 게 흠’이라고, 또는 ‘스펙 좋고 잘생겼지만 집안이 별로인 게 흠’이라고, 아니면 ‘스펙 좋고 잘생기고 집안도 좋지만 그래서 잘난 체 심한 게 흠’이라면서 말입니다.

 

이거 너무 이렇게 빙빙 돌려 말하다간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좀 더 질러가자면, 상대도 지인들에게 ‘내 자랑스러운 친구, 명문대학 출신 친구, 제일 잘 나가는 전문직 친구’ 일 것이 분명한데 그런 상대를 두고 ‘외모가 별로이며 말 잘 못 함’ 정도의 평가만 하며 얕잡아 봐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하는 말을, 조건으로 유불리를 따지라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얘기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일부러 상대를 얕잡아보지 말고 시작해야 하며, 상대라는 사람이 꾸려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려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존중이 없으며, ‘전전 소개팅남이 조건 더 좋음. 상대는 학벌은 되지만 집안이 안 됨.’ 같은 이상한 기준으로 ‘나’만 주인공으로 둔 채 상대가 알아서 조연의 역할을 하길 바라면 안 됩니다.

 

둘 사이가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상대를 얕잡아 보거나 조연쯤으로만 생각해 망치고 마는 사례가 놀랄 정도로 많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에 진짜 피곤해서 상대가 먼저 잔다고 하니 그게 기분 나빠 이쪽은 삐치거나, 상대가 밥도 사고 집에도 데려다줬는데 이쪽은 ‘잘 들어갔냐고 묻지도 않네?’라면서 빈정상해 하거나, 선톡 언제 하고 만나자는 말 언제 꺼내는지 보겠다며 그냥 오는 연락에만 대답해 주는 사례 등등. 이건 상대가 좀 더 확실하게 마음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구애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러는 거겠지만, 그 모습이 전부 상대에겐 ‘이기적이며 관심도 안 보이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고 싶은 건, ‘내가 먼저 손 내밀어서 없앨 수 있는 상대의 단점’에 대해선 이쪽도 좀 노력을 해보자는 겁니다. 모든 상대에게 다 그러는 게 아니라, 사연을 보낼 정도의 관계라면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하듯

 

-호감 가며, 다른 소개팅남이나 썸남보다 훨씬 관심이 가는 상대

 

를 대상으로 두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불만족스러운 부분만 찾아낼 게 아니라 이쪽이 먼저 말도 걸고 제안을 하기도 해야지,

 

“애프터 만남 때, 식당에서 상대가 별로 말을 하지 않아 불편했어요.”

“음료라도 마셔야 하지 않냐 말했는데도, 상대가 센스 없이 멀뚱히 서 있더라고요.”

“저라면 ‘잘 도착했나요?’ 물었을 것 같은데, ‘잘 도착했어요’라고 보냈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특히 저

 

“저라면 안 그랬을 텐데…(내가 상대라면 더 잘했을 텐데).”

 

라는 부분! 그렇게 ‘가장 이상적이며 모든 면에서 날 만족시키는 무결점 모델’과 상대를 비교하고 있으면 상대가 열에 아홉을 만족시켜도 한 가지 안 되는 것 때문에 불평하게 되는 법입니다.

 

데이트 신청도 상대가 하길 바라고, 만나서 리드도 상대가 하길 바라고, 집에 데려다주는 것도 상대가 하길 바라고, 그러고 난 뒤 잘 들어갔냐는 연락까지 상대가 하길 바라는 건 너무 한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그 연락까지를 다 상대가 했는데도, ‘잘 도착했나요?’라고 한 게 아니라 ‘잘 도착했어요’라고 보냈다며 그걸로 불평을 한다면, 그건 상대가 답답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이쪽이 너무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안부 연락도 늘 상대가 먼저 하는데 그걸 두고도 그 내용이 부실하다며 불평만 할 뿐이라면 정말…. 그러니 상대가 소극적이며 센스 없는 것 같다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이쪽은 뭐 그냥 그 누굴 데려다 놔도 할 수 있는 1차원적인 리액션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반드시 돌아보며, 내가 상대에게 관심 있으며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떤 형태로든 꼭 표현하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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