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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띠동갑 남친, 엄마의 반대, 정말 그만둬야 하나요?

by 무한 2018. 3. 22.

내 지인 하나가 요즘 천체망원경에 꽂혀선, 차까지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가진 망원경을 차에 실으려면 운전석을 뺀 의자를 다 접어야 겨우 들어가는데, 더 큰 망원경을 사고 각종 전자장비들까지 추가 구매하려니 차에 안 들어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새로 구입 할 망원경이 들어갈 수 있는, SUV를 알아보고 있다.

 

이미 비슷한 짓(응?)을 해 본 나로서는, 친구의 망원경 업글과 차량 업글을 반대하는 중이다. 내가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건

 

-365일 중 별 볼 수 있는 날이 며칠이나 되냐.

-그거, 집까지 올리고 내리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차에 계속 싣고 다니면 광축 다 틀어진다.

-업글한다고 밤하늘이 컬러로 보이는 거 아니다.

-천문대 망원경을 먼저 봐라. 뭘 사든 그것 미만으로 보인다.

-그게 끝이 아니다. 발전기, CCD, 테이블과 의자, 노트북 등도 사야 한다.

 

등으로, 어느 수준을 넘어설 경우 ‘돈 투자한 것만큼의 진짜 성능 업글’이 아닌, ‘체감하기 어려우며, 그저 심리적 만족의 영역이 더 큼’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내가 아무리 말려봐야, 이미 업글에 꽂힌 지인은 구매할 가능성이 높지만.

 

띠동갑 남친, 엄마의 반대, 정말 그만둬야 하나요?

 

 

K양의 어머니께서 K양의 연애를 반대하시는 건, 저 위의 이야기에서처럼 유경험자가 ‘내 경험’을 근거로 말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망원경과 SUV는 샀다가 아니다 싶으면 팔면 되지만, 연애와 결혼은 그렇게 간단하게 무를 수 아니기에 극렬히 반대하고 계신 것 같다.

 

K양의 남친은 K양에게

 

“내가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거기다 나이도 많지만, 이런 나랑 같이 연애하고 고생해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다.”

 

라는 이야기를 했으며 K양은 그 말을 듣고 감동했다고 하는데, K양이 감동한 바로 그 지점이 ‘어머니께서 엄청난 염려를 하시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략

 

[K양] 남친이 놀이동산도 데리고 가주고, 맛있는 것도 사준다.

[어머니] 그저 데이트비용만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이지 않은가.

 

[K양] 남친 말 속에 진실함이 묻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어머니] 말은 변하면 끝이다. 연애할 땐 다들 그렇게 말한다.

 

[K양] 남친도 이제 돈을 모아가며 결혼까지 할 생각인 것 같다.

[어머니] 그 나이면 이미 돈은 꽤 모아놨어야 한다.

 

[K양] 일에, 또 정서적인 부분에 남친이 많은 도움을 준다.

[어머니] 그건 남친이 열 살 이상 많으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정도의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고, 특히나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결혼생활을 예로 들어 반대하실 정도로 ‘마음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건 아니더라’라는 생각이 강하신 까닭에, ‘같이 고생’한다는 지점에 대한 염려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K양은 내게

 

-엄마가 반대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없는지? 아니면 엄마 말대로 헤어져야 하는 건지?

 

를 묻고 있는데, 난 일단 K양이 어머니와 ‘왜 이 관계를 반대하시는 건지’에 대해 깊이 대화를 나눠봤으면 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K양은 ‘이미 대화는 나눠봤다’고 할 텐데, 그간의 대화는

 

어머니 – 어른들이 반대할 땐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K양 – 우리 잘 사귀고 있고 문제없다. 내가 선택한 거다.

 

라는 식의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였을 뿐이니, 어머니께서 염려하시는 부분이 정확히 어떤 지점인지, 그리고 K양은 어머니께서 염려하시는 것 이외에 어떤 부분에서 남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털어놓는 대화를 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연애 후, 이전에는 안 그랬던 K양이 외박을 하거나, 일도 공부도 손에서 놓고는 연애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 곤란하다. K양이 일상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머니께는 그게 전부 ‘연애 탓’으로 보일 수 있으니, 연애 이외의 생활을 추려가는 것에도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사실 이 사연은, K양이 ‘남친과의 관계’보다 ‘어머니의 반대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8할 이상 적어준 까닭에 나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K양은 신청서에

 

“어쩌면 제 판단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라고 적었는데, 그런 지점들을 놓고 보면 K양 역시 남친에 대한 강한 확신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둘의 연애 역시 K양이 ‘어머니의 반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남친에게 풀면 남친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쩔쩔매고 데이트 시 좀 더 잘해주는 것으로 풀곤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임시방편의 진통제 복용 같은 방법보다는 ‘이 관계에 대한 남친의 생각’도 들어보고, 두 사람이 K양 부모님께 무슨 모습을 어떻게 보여드리며 현재 최악인 이미지를 회복할 것인지도 대화 나눠봤으면 한다.

 

 

만약 내게 K양과 같은 나이의 여동생이 있고, 그 여동생이 현재 K양이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난 여동생의 남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것 같다. 조건이 어떻고를 떠나 여친 어머니를 뵌 자리에서도 그는 “헤어질 수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며, 이후엔 그저 여친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전환 데이트를 하는 것 정도로 당장의 위기만 넘겼기 때문이다.

 

그가 뭐라도 해서 증명하려는 모습을 보였으면 밖에서 바라 보는 입장에서도 믿음이 갔을 텐데, 띠동갑 여친이 어머니의 반대로 인한 스트레스를 얘기하면 그저 투닥거리거나 싸움으로 이어간 게 실망스럽다. 또, 당장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거야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띠동갑 여친이 남친의 돈 쓰고 모으는 패턴을 보고도 부정적인 평가를 할 정도라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거나 데이트 비용을 부담할 때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가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건지 알기가 어렵다. 만약 그에게 아무 준비나 계획도 없는 거라면, K양의 선택은 어머니의 말씀을 더 참고해 내리길 권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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