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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제가 조급증과 불만족이 심한 여자친구인 건가요?

by 무한 2018. 3. 10.

보통의 경우와 비교해 L양에게 조급증과 불만족이 있기도 한데, 그것보다는 남친이 무뚝뚝하고 무심한 부분이 더 큰 것 같다. L양 남친이 워낙 마이웨이를 사는 사람인데다 집돌이고, 또 대인관계에 대해선 즐거움보다 피곤함을 더 느끼는 사람인지라, 그 자리에 어떤 여성대원을 데려다 두든 L양과 같은 불안과 염려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제가 조급증과 불만족이 심한 여자친구인 건가요?

 

 

그러니까

 

“연락하는 것도 귀찮고, 만나는 것도 귀찮아. 인생 어차피 한 번 사는 건데, 그냥 나 편한 대로 하고 살래.”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에겐 관심과 애정을 줄이는 게 답이다. 현재 L양은 먼저 연락하고, 만나러 남친 집에까지 가고, 그렇게 집데이트를 한 달 내내 해도 별 소리 하지 않으며, 또 여행 가는 계획도 L양이 알아서 짠다. 심지어 숙소도 L양이 검색해 예약하고 거기까지 운전하는 것도 L양이다. 이렇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저절로 돌아가는 연애이니, 남친은 배가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런 연애를 하는 대원들의 경우 남친으로부터

 

“너도 취미를 좀 가져봐라. 자격증 공부라도 해라.”

“너도 쉬며 네 할 일 하는 거고 나도 쉬며 내 할 일 하는 건데, 뭐가 불만이냐.”

“난 원래 친구랑도 얘기 잘 안 하고 잘 안 만난다. 너랑 대화하고 너 만나는 것에 대한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라는 이야기를 듣기 마련이며, 그런 얘기를 듣고 서운함을 표시하거나 울며 불평을 해봐야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만나자.”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감정은 알아서 좀 해결하자.”

“너랑 나랑은 진짜 안 맞는다. 헤어지자.”

 

라는 반응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배부른 사람에게 ‘내가 이렇게 부탁할 테니 한 입만 더 먹어달라’며 애걸복걸을 할 경우, 상대는 아쉬울 것 없으면 귀찮기만 할 뿐이니 ‘됐으니까 저리 가라. 안 먹는다고 몇 번을 말하냐’라는 반응만 보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늘 애기하지만, 연애 초기엔 누구나 ‘내가 아닌 모습’을 연기해서라도 120%의 호의와 열정을 보이기 마련이니 그 3~4주의 기억 하나로 막 2~3년을 버텨서는 안 되며, 상대를 만나며 겪어봤으면 그걸 다 종합해서 상대를 판단해야 한다. L양 남친의 경우 처음엔 일주일 내내 만나려 들고 하루종일 전화하려 한 적도 있지만, 그건 잠깐이었고 이후엔 분명 달라지지 않았는가.

 

더불어 L양이 상대와 사귀며 들여다보게 된 그의 본색은

 

-대외적으로는 밝고 유머러스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무뚝뚝하고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며 대인관계에 피곤함을 느끼는 타입.

 

이었다. 그랬으면 L양도 그것에 맞춰 태도를 좀 바꿨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L양은 초반에 경험한 그의 모습이 그의 본모습이며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 상대가 바뀐 거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래서 상대가 무관심해지고 무뚝뚝해질수록, L양이 알아서 눈치를 보고 점점 더 위축된 채 사과하는 일은 늘게 되었다.

 

그렇게

 

-이게 남자친구와 사귀는 건지, 아니면 남자친구를 모시는 건지 모르겠는 연애.

 

를 하다 보니 숨이 막혀왔고, 숨 좀 쉬려고 아는 언니에게 상담을 했더니 언니는

 

“야, 너 이것도 하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말고, 그것도 하지 마. 왜 여자친구 대접도 못 받는 연애를 하고 있어? 이거, 저거, 그거 앞으로 다 하지 말아버려. 그런 거 전부 다 여자가 하는 거 아니야.”

 

라는 조언을 하고 말았다. 그 조언을 들은 L양은 ‘맞아. 진짜 그렇네? 이것부터 당장 하지 말아야지.’하는 다짐을 했지만, 관성처럼 굳어진 관계를 일순간에 바꾸긴 힘드니 속으로 더 큰 불만을 품거나, 예전처럼 알아서 다 하면서 동시에 남친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서운하다고 말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말았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나도 그 ‘언니’가 지적한 부분들에 공감은 하는데, L양의 행동이 바뀌지 않은 채 말로만 그 부분을 어필할 경우 말싸움으로 전락하거나 또 징징거리는 것으로만 여겨질 가능성이 98.72%이다. 그건 L양도 친구를 만나며 자기 시간을 갖고, 또 주말에도 지인이나 가족들과 약속을 잡아 그들과 어울리고, 나아가 남친이 꿈쩍도 안 하고 지박령처럼 집에 박혀 있으면 L양 혼자서라도 움직였어야 한다. 단언컨대

 

“우리는 왜 영화 같이 안 봐? 예전엔 영화도 곧잘 봤는데 왜 이젠 영화 보자고 안 해? 이번에 나온 영화 괜찮다는데 내가 예약할까? 나만 같이 영화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네.”

 

라며 2박 3일 동안 얘기하는 것보다, 그냥 혼자 가서 두 시간짜리 영화 보고 온 뒤 상대가 물어보면 혼자 보고 왔다고 말하는 게, 훨씬 상대를 더 다급하게 만들며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랬다가, 앞으로 그럼 계속 혼자 보라며 헤어지자고 하면요?”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연애는 L양이 지속하는 것보다 내려놓는 게 L양에게 훨씬 편하며 신경이 바짝바짝 마르거나 매일 얻어 맞은 사람의 표정으로 있는 일을 막아줄 것이다. 이건 나쁘게 말하자면 집돌이인 남친이 이미 L양을 불청객으로 여기고 있는 관계라 할 수 있는데, 거기 가서 ‘숨죽이며 아무 소리도 안 할 테니 옆에만 있게 해달라’며 같이 있는 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니 거기서 ‘한 달에 한 번은 집 밖으로 나가서 데이트하기’ 같은 걸 약속받으려 노력하지 말고, 상대와 헤어진 후 L양의 두 다리에 힘주고 살아가는 연습부터 해봤으면 한다. 그런 변화를 상대가 눈치챌 수 있어야 상황이 변해도 변하는 거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고, 데이트준비까지 다 하며, 방치해 두어도 꿋꿋하게 버틸 뿐이라면 하소연하느라 L양의 목만 쉬고 우느라 L양의 눈만 부을 것이다. 자 그럼, 바로 이번 주말부터라도, 알아서 찾아가 헤어질까 두려운 마음에 남친 눈치만 보는 생활을 청산하시길!

 

“무한님 저 지금…, 이미 남친 집에 와 있는데요.”

 

그렇다면 내일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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