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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들이대던 여자, 왜 절 찬 거죠?

by 무한 2018. 2. 17.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들이대던 그녀가 S씨를 차단까지 한 건, 그녀가 S씨와의 관계를 ‘번외편’으로 놓고 시작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가면무도회의 느낌으로 S씨와의 관계를 시작했으며,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며 언제 끝내든 끝나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니, 오히려 더 진솔하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보면 맞겠다.

 

대상이 꼭 S씨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가정사를 포함한 자신의 이야기와 이전의 연애사, 그리고 최근 이별한 남친에 대한 험담을 모두 늘어놓았을 거라 난 생각한다. 어차피 그녀가 그곳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것의 동력은 ‘상대에 대한 호감’이 아닌 ‘나의 외로움’이었기에, 상대가 누구든 일단 붙잡고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얘길 하려 들며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여과 없이 털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들이대던 여자, 왜 절 찬 거죠?

 

 

S씨는 내게

 

“그녀는 제 썰렁한 농담도 잘 받아주면서, 매일 3시간 넘게 통화를 했습니다. 아침저녁 가릴 것 없이 제게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 저를 붙잡고 얘기를 하기도 했고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마음이 잘 맞아서’라고 해석하는 S씨와 달리, 난

 

-생각지도 않았던 해방구에 털어놓고 보니 속이 후련해지고, 또 혼자 외로움에 쩔쩔매는 일 없이 언제든 전화만 걸면 몇 시간씩 통화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겼기에.

 

라고 생각한다. 둘의 대화를 보면

 

“나 노래 불러줘.”

“대청소했당.”

“나 너무 졸려 ㅠㅠ”

 

와 같은 상대의 아무말대잔치가 대부분인데, 저런 대화는 애정을 기반으로 좀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지금 누군가와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 연결이 끊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해 S씨는

 

‘이렇게까지 내게 다 이야기하며, 나랑 계속 대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이 정도로 내 얘기를 잘 받아주고, 시도 때도 없이 통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나?’

 

라는 생각으로 점점 마음을 키운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난 그게 정상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녀가 S씨의 썰렁한 농담까지를 다 받아주는 건 하루종일 대화를 이어가려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그녀가 S씨에게

 

“뭐해? 나랑 연락하기 싫어? 뭐야. 답답해. 여자랑 있나? 연락 안 할래.”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호감을 기반으로 한 집착이라기보다는 얼른 자신의 외로움과 심심함을 지우고 싶은데 S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그저 당장의 감정을 아무렇게나 다 얘기해버리는 것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다.

 

S씨와 연락하는 동안 그녀는 구남친과도 연락했으며, 심지어 구남친과 만나고 돌아와 뒤늦게야 그걸 이야기한 적도 있고, 구남친과 완전히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갑자기 또 슬프다느니 우울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며 그것에 대해 S씨가 뭐라고든 말해주길 바라고 있지 않은가. S씨는 이걸 두 남자 사이에서 그녀가 갈등하는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그게 본편에 대한 감정들을 번외편에 덜어내며 해소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얘기에 보이는 S씨의 반응을 보며 은밀한 즐거움도 느끼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S씨는 자신이 상대에게 꽁한 모습을 보이거나 틱틱거렸던 부분들에 대해 반성한다며 그것에 대한 사과라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S씨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 일이다. 상대는 자신의 감정선이 복잡하거나 외롭고 심심할 때가 아니면 S씨를 안 찾았다. 게다가 정서적으로는 S씨에게 의존하는 듯 온갖 위로와 격려와 응원을 받아놓고는, 결국 본편인 생활에선 자기 마음대로 해놓고는 그것에 대한 감정해소를 또 S씨에게 했을 뿐이다.

 

그래서 난 S씨가 이 관계를 진지하고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그녀가 수다스러운 타입이며, 딱 자기 편한 대로 몇 시간씩 통화는 하지만 S씨가 제안하는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거절해버리는 게 그녀의 진심과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하길 권해주고 싶다.

 

또, 누구 만나러 나갈 땐 S씨 연락처 지우고 차단해 버리거나, 자기가 외롭고 답답할 땐 언제든 전화하거나 얼른 답장하라며 무섭게 집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나한테 감정 갖지 마’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자는, 이쯤에서 끊어내는 게 S씨의 몸과 마음과 정신과 인생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알게 된 지 한 달도 안 되어 이미 수차례의 차단과 연락처 삭제, 그러다 다시 연락해 몇 시간씩 통화하다가 또 삭제하고 차단하는 관계는 분명 죽음의 골짜기로 향하는 길이니, 추격본능을 자극받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쫓진 말았으면 한다. 당장은 내 이런 얘기가 불쾌하거나 불편하더라도, 6개월쯤 지나 돌아보면 ‘무한형 덕분에 내가 함정에서 벗어났던 거구나.’하게 될 거란 예언을 적어두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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