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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연애 중 부모님과 얽혀 벌어지는 문제들, 미리 예방하려면?

by 무한 2017. 9. 6.

연애 중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과의 갈등까지 얽힌 사연은 8할이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연인과 이쪽의 부모님은 이미 원수가 되어 있거나, 상대 부모님에게 이쪽이 악의 축으로 여겨지고 있거나, 선을 넘은 말들이나 비판과 무시의 말들이 오간 까닭에 당사자는 자신 빼고는 모든 게 문제인 상황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난 ‘헤어지는 마당이니 쓴소리 한 번 하고 가겠다며 연인의 부모님에게 훈계를 한 사연’을 하나 읽고 왔는데, 제 삼자인 내가 그 소리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니, 그 부모님들께서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만 갈래로 쏟으며 반성과 참회를 하실 가능성은 0.003% 미만이라 할 수 있겠다. 상황이 그 정도까지 진행되었다면, 이번 생에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고 말이다.

 

넘지 말아야 할 그 선을 넘는 건 정말 순간적으로 일어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내 연인과 내 부모님의 사이를 멀게 만들 수 있고, 또 좁은 시각으로 당장의 감정만을 우선시한다면 상대 부모님만이 아니라 상대 가족 누구와라도 원수가 될 수 있다. 물론 부모님들의 인격이나 인간성의 한계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도 있긴 하지만, 일단 그건 당장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 여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출발.

 

 

1.부모님과 연인은 나를 통해 서로의 이미지를 만든다

 

연인과 자신의 부모님을 원수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연인에게 내 부모님에 대한 불평과 불만 늘어놓기. 부모님 비판하기

-부모님에게 연인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 늘어놓기. 내 연애 중계하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저 행동을 대략 한 달 정도 꾸준히 하면 독립하라거나 헤어지라는 소리가 등장할 것이며, 눈물까지 흘려가며 세 달 정도 하면 아직 서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연인과 부모님은 원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천천히, 하지만 결국은 그 둘을 원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서운하고 섭섭하고 속상한 일들이 생길 때마다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불평과 불만, 비판을 늘어놓는 것이다. 연인에게는 부모님께서 자신을 키우실 때 했던 험한 말, 트라우마를 남긴 행동, 부모님의 실수, 강압적이거나 무관심한 태도에 대해 말하면 된다. “내가 친자식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었다.”와 같은 말들과 함께 그런 얘기를 하면, 어느새 연인은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이쪽의 부모님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부모님께는 연인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게으른지, 어떤 행동으로 날 힘들게 하는지, 내게 어떤 심한 말을 하고 어떻게 약속을 어겼는지 등을 시시각각 보고하면 된다. 연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밥도 안 먹고 방에 들어가 울고 있거나, 연애로 인해 발생한 분노와 짜증을 가족들에게 풀면 더욱 효과적이다. 연인의 부모님을 뵙고 난 뒤 마음에 남은 앙금들을 내 부모님께 털어 놓으면, 즉각적이며 반영구적인 적개심까지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걸 감추거나 거짓으로 말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은데 부정적인 얘기만 한 건 아닌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별 것 아닐 일을 너무 성급히 말한 건 아닌지?

-내가 이해하거나 판단하거나 처리해야 할 일은 아닌지?

-당장의 내 편이 필요해 내 입장만 생각하며 말하려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자는 거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에게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축적되게 되고, 나중엔 한 쪽의 갈등이 해결되어 소고기 사먹으러 다닐 정도가 되어도, 부정적 이미지는 계속 남아있게 되니 말이다. 내가 먼저 내 부모님을 존중하고 연인을 존중해야 그들도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지, 매번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으면 그들도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잊지 말자.

 

 

2.오지랖은 접어두고, 서로가 판단하고 결정하게 하자

 

연인으로 하여금 내 부모님에게 뭔가를 해주기를, 반대로 내 부모님으로 하여금 연인에게 뭔가를 해주시길 요구하지 말자. 종종 벌어지는 일로는

 

-연인을 내 부모님 회사, 또는 부모님 지인의 회사에 취직시키기

-부모님께 연인에 대한 경제적, 물질적 지원 요청하기

-부모님의 편의를 위한 부분을 연인을 통해 해결하기

-사람을 고용해서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연인에게 요청하기

 

등이 있는데,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도움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모르며, 계속 베풀면 당연한 일인 줄 아는 문제

 

가 벌어지곤 한다. 서두에서 말한 ‘헤어지는 마당이니 쓴소리 한 번 하고 간다’의 사연에서도, 그 남자는 여친의 부모님에게 여러 지원을 받았다. 지원을 받았으니 무작정 침묵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자면 헤어지며 그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해도 모자란 판에 자식교육에 대한 훈계를 늘어놓으니 피가 거꾸로 솟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쪽이 수소문 해 연결해준 곳에서, 연인이 난장을 피우거나 무례한 행동을 해서 여러 사람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사람이라지만, 취직을 못해 쩔쩔매던 사람을 취직시켜 놓았더니 대우에 대한 불평을 하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회사를 신고하겠다거나 하는 일로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이쪽의 요청으로 인해 연인에게 도움을 준 경우,

 

-걔는 내 덕에 돈 버는 것. 나 없었으면 그 일 못 했을 것

 

이라며 지속적이고 순종적인 충성이나 보답을 원하거나, 연인의 삶에 대한 지분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례도 있다. 도움을 한 번 준 후 계속해서 보고하길 원하거나, 이후의 일에 대해서도 깊이 참견하려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난 되도록 둘 중 한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오기 전에는 되도록 앞장서서 관여하지 말길 권하고 싶으며, 상황이 절박하거나 정말 꼭 그 일이 지금 벌어졌으면 좋겠는데 아무 말도 없을 경우 ‘내 생각은 이러이러한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정도로 먼저 운을 띄운 뒤 조심스럽게 일을 추진하길 권하고 싶다.

 

더불어 이미 결혼해서 살고 있는 대원들의 경우 몇 번 도움을 받고 난 뒤엔 어려울 때마다 “부모님께 도움 좀 달라고 말해봐라.”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사례가 있으며, 아홉 번 도와주다 한 번 안 도와주면 그걸로 앙심을 품는 사례도 있으니,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꼭 진중하게 세 번 다시 생각한 후 행동하길 바란다. 도와주는 사람 생각과 도움 받는 사람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자.

 

 

3.상대 부모님과 싸우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거다

 

드라마에서처럼 안 해도 된다. 아니, 드라마에서처럼 하면 안 된다. 드라마는 최대한 그 상황과 감정을 증폭시켜서 보여줘야 하니 작가가 머릿속에서 떠올린 최악의 상황을 배우들로 하여금 연기하게 하는 건데, 그런 걸 막 현실에서 재현하며 한바탕 하곤 홀로 괴로워할 필요 없다. 드라마에서 긴장이 고조된 음악이 나올 때의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면, 현실에선 바로 그 순간이 ‘마지막 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공격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그냥 내 생각과 감정이 어떻다는 식으로 풀어 말해도 대부분의 경우 다 이해한다. 그렇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고 털어낼 수 있는 건데, 꼭 뭔가 뒤집어지는 상황이 벌어져야 제대로 한바탕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대원들 때문에 내가 속이 탄다.

 

연인의 부모님에게

 

“한번이라도 미정이에게 이러이러한 적 있습니까? 뭐뭐한 적 있으세요? 저는 미정이를….”

 

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이제 막 가자는 것’일 뿐 그것 이외의 의미는 없다. 그리고 그게 직접 대면해서 떨리는 목소리로라도 꺼낸 거라면 그 용기라도 칭찬해주겠지만, 저런 식의 디스를 하는 경우 대개 문자나 카톡으로 쏟아낸 후 그걸 확인하고 상대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오면, 그 전화는 또 안 받는다. 그래놓고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상대 부모님께서 보시기에 그 행동은 ‘더없을 만큼 건방진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인의 부모님과 이쪽의 관계는, 그냥 연애에 묻어 세트로 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하나의 관계인 거다. 연애에 묻어 세트로 가는 관계로 여기며 마냥 긍정적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연인처럼 날 사랑해주고 응원해주고 늘 애정을 베풀어 줄 거라 쉽게 생각하진 말자. 보통의 대인관계에서 내가 하는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연인의 부모님과의 관계 역시 그런 관계일 수 있다. 그러니 연인의 부모님이 내 부모님처럼 애정을 베풀며 응원하고 지원해줄 거라 기대부터 하지 말고, 그분들과의 관계 역시 내가 개척해나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연인의 부모님에 대해 분노와 증오를 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면 본인들도 그분들에게 잘한 것 없으면서 그냥 홀로 그런 감정을 키워간 사례가 많다. 연인을 통해 연인의 부모님까지를 움직이려 들거나, 왜 맹목적으로 우릴 축복하고 응원해주지 않느냐고 불평불만을 하는 사례도 있고 말이다. 2년 사귀며 상대 부모님 두 번 뵀으면 그냥 딱 그 정도의 관계인 거 아닐까? 같이 스무 해 이상을 살아온 내 부모님과도 말 안하면 모르고 또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 건데, 겨우 두 번 뵌 연인의 부모님이 내 부모님보다 날 더 인정하고 응원해주실 거라 생각하진 말자.

 

무엇이 어찌되었든, 일단은 좀 긍정적인 해답을 얻어낼 마음으로 노력해봐야지, 너무 쉽게 대립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해 판을 엎지 말자. 다만 그 노력이 ‘모욕적인 상황이 벌어져도 그냥 참고 마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 맹목적인 인내 말고 ‘그분들의 인간적인 부분’을 공략해 가까워지는 것으로 해결해보도록 하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카메라 좀 빌려달라고 하면 어이가 없지만,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내가 잘 안 쓰는 카메라 그 사람 줄 생각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분들에게 ‘정언명령에 따라 움직여달라’고 요구하듯 논리적, 이성적, 도덕적, 윤리적이길 기대만 하지 말고, 안으로 굽는 그 팔 안으로 들어가 보자. 그러면 둘 사이에 문제가 있어 갈등을 겪을 때, 그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실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하나 더 적어두고 싶은 건, ‘상대의 부모님’에 대한 문제는 일단 상대와 상의한 후 결정하자는 거다. 수습이 불가능한 극단적인 행동은 대개 상대와 상의 없이 벌이기 때문에 하는 얘기며, 나아가 어떠한 부분을 상대에게 좀 들어가며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행동해야지 단순히 ‘내 입장’에서만 옳고 그름을 판단한 후 일을 벌이면 거기엔 많은 오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상대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 상대는 부모님을 먼저 변호하거나 이쪽을 이해시키려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염두에 두자. 상대 부모님이 8할 이상 잘못하신 상황이라 해도, 상대는 ‘내 부모님’인 까닭에 일단 문제를 축소하려하거나 그분들의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며 희석하려 할 수도 있다. 이건 ‘연인이 내 편을 안 들고 부모님편을 든다’라는 문제가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이니, 그것을 두고 또 대립하지 말고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부분들이 서운하고 마음 아프다’라고 말하듯 전달하길 권한다.

 

매뉴얼에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B양에게 내주는 결론이 없는 것 같아 이것만 마저 적자면, 난 B양이 남자친구에게 ‘부모님의 입장’에 대해 좀 더 변호하길 권하고 싶다. B양이 남친 아버지에게 ‘남친 뒷바라지’에 대한 지시를 받고 있는 걸 B양 부모님이 보시고 고개를 저으신 건 당연한 거다. 그리고 그는 B양과 잠깐 헤어졌을 때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으며, 같이 부담하고 있던 것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가 B양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그런 모습을 전부 목격한 B양의 부모님께서 그와 계속 만나는 걸 반대하시는 건 역시 당연한 일이며, 그 와중에 B양 부모님이 반대하신다고 악에 받친 문자를 보낸 남친은 정말 큰 실수를 한 거다.

 

그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는, 지극히 보수적이신 그분들이 둘을 위해 당신들의 원칙까지 어겨가며 여러 지원까지를 해주시지 않았는가. 하지만 둘의 연애와 이별은 실망스러웠고, 그런 모습들을 근거로 미래를 상상해보면 그 미래는 고생길이 될 것이 뻔해보였다. B양은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만나며 더 사랑하게 되었다지만, 부모님들께서 보시기엔 이번 이별을 하며 그가 보인 태도까지를 종합해보면 ‘절대불가’라는 판단이 더욱 확고해지셨을 것이다. 지금은 그도 마음이 다시 잔잔해져 ‘다시 잘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 조금 쏟아진 것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기가 힘들다는 말을 해줘야할 것 같다. 아무 계획도 대안도 없이, 그냥 이제 또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감정이 앞서 연락만을 한 그를 두고, B양 혼자 모든 고민을 하진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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