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고립된 모태솔로라면, 연애보다 먼저 해야 할 것들

by 무한 2017. 9. 4.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까마득함이 느껴지는 사연들이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연애하며 곤란해하는 지점이 ‘컴퓨터 오류 메시지’를 접했을 때와 같다면, 이 대원들의 사연은 ‘타이핑에 어려움을 겪어 컴퓨터 사용을 잘 못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잘못된 타자습관으로 손가락 놓는 자리에 문제가 있다거나 키보드의 키 기능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거라면 그나마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들은 한글을 아직 다 몰라 뭔가를 읽거나 타이핑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사연을 매뉴얼로 발행하면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당연한 소릴 하시네….”

“이런 특수한 경우 말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내용을 좀 다뤄주세요.”

“이거 실화인가요? 이런 사람이 정말 있을 수 있나요?”

 

라는 댓글이 달리기 마련인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존재하며 그 수는 생각보다 많다. 폰에 친구 몇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거나, 친구와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떨어본 적이 없다거나, 어쩌다 연락하게 된 이성과 한 달 넘게 안부 묻는 사이가 되긴 했지만 상대의 사는 곳이나 가족관계, 전공이 뭔지는 아예 모르는 사례들. 남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이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아부하거나, 자랑하지 않고 연락하며 지내보기.

 

대인관계 경험이 적은 대원들의 사연을 받으며 내가 발견한 것 중 하나는, 그들의 대화법이

 

-내가 관심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함.

-내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에겐 자꾸 우쭐하며 자랑을 늘어놓음.

 

이라는 둘 중 하나의 패턴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의견이나 주관이라는 게 전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며, 상대를 칭찬하고 상대의 설교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납작 엎드린다. 상대에 대한 칭찬에 상대가 질려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 애완동물을 칭찬하거나 상대가 좋아하는 노래를 칭찬하거나 상대의 구매이력에 대한 칭찬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물론 짝사랑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이긴 한데, 열 네다섯쯤에 시작된 저런 행위가 스물 네다섯이 지날 때까지도 이어진다는 게 문제다. 어떤 그룹에 속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그 사람에게 위와 같은 태도를 보이며, 그게 잘 안 통하면 그 그룹에 있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그룹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역시나 저런 태도를 보인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와 친해져 본 적 없으니 계속 그런 태도를 보이게 되며, 어딘가에서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데이트 신청을 해보면 좋다’는 팁을 듣고는 그걸 사용해보지만, 애초에 팬클럽으로 시작되어 굳어진 관계라 통하질 않는다.

 

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의나 관심을 보이는 건 ‘대인관계 초기의 행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그 행운을 ‘내 자랑’이나 ‘내 얘기’하는 것으로 다 써버리곤 한다. 때문에

 

“지난주까지는 분명 분위기 좋았는데, 왜 이번 주에는 상대가 읽씹하는 걸까요? 제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대답 안 하는 이유를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라며 내게 하소연을 하곤 한다.

 

탁구라고 생각하자. 핑퐁핑퐁. 그렇게 주고받듯 오가는 대화가 되어야지,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져주며 상대를 칭찬하거나, 상대가 받기도 어렵게 서브를 넣는 일에만 몰두하면 그 경기는 다시 하고 싶지 않아진다. 이게 무서운 건,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가 지적해주는 일이 적어지며 그냥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회피해버리는 경험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니, 지금이라도 ‘내 모습이 남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나처럼 대화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그런 상대를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생각하며 정비하도록 하자.

 

2.내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관계 전체를 보기.

 

고립된 생활을 하던 모태솔로부대원들의 두 번째 문제는, 새로 누군가를 알게 될 경우 그 사람에게 쉽게 기대하거나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간 무인도에서의 삶과 비슷한 삶을 지내온 까닭에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나자 기뻐서 그러는 것일 수 있지만, 이제 겨우 통성명을 마친 사인데 삶의 절반 이상을 급격히 공유하려 드는 모습은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과 ‘상대가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보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일로, 보통의 경우 상대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거나 자고 있을 게 거의 확실한 새벽시간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당장의 내 감정’에만 몰두한 까닭에 별 생각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실시간 대화를 하기 곤란한 상황에 연락하곤 상대의 답장이 늦거나 단답만 온다며 시무룩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것과 연관해 ‘상대가 내 제안에 응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서두에서 말했듯 어떤 남성대원의 경우 상대와 한 달 넘게 연락하고 지내면서 상대가 어디 사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던데, 그 와중에

 

“**좋아해? 우리 동네에 **파는 곳 있는데 같이 먹을래?”

 

라며 약속을 잡으려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자 상대는

 

“거기까지 가긴 좀 멀어서 부담스럽네.”

 

라고 답했는데, 이렇게 ‘어디 사는지를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원은

 

“아 그래? 맞다. 근데 프로필 사진에 있는 그림, 직접 그린 거야?”

 

라고 대화를 이어갔을 뿐이다. 이런 일을 벌이고 나서도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점점 멀어지는 건지’를 내게 묻던데, 이렇게 다 적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면, 나 역시 대체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피상적인 대화만을 하며 ‘이렇게 지내다 어느 날 연애도 시작되고 행복한 데이트도 하게 되겠지’라고 막연한 꿈을 꾸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둘의 관계는 진행 중이며 바로 지금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펼쳐져 있다는 걸 잊지 말자.

 

 

3.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어 있지 말고 현재를 살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삼십대가 꺾인 나 역시 마음은 여전히 스물 셋 정도에 머물러 있다. 내가 이 나이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있으며, 어느 순간부터 남들은 다 어른으로 사는 법을 어디서 배워와 살고 있는데 나만 혼자 스물 몇 살 때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종 어루만지는 추억 역시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그리고 군대에 있을 때의 추억이며,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추억도 있기는 하지만 뭔가 시끌벅적하고 치열하던 기억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지금은 갈린 가지에서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친구나 지인들에 대해,

 

“걔들 다 어디 갔어? 그때 그 시절로 돌아오라고 그래.”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그 시절의 추억만을 어루만지며 현재를 번외편처럼 보내선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에 대인관계가 서툴렀다고 해서 영영 서툰 것 아니며, 이전에 아웃사이더였다고 영영 아웃사이더로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다. 어떤 대원은 그런 삶을 살아온 것을 두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특별했던 삶’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은 남들과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던데, 다르다고 다 좋은 것 아니며 누가 아웃사이더인지 아닌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사실 별 관심이 없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런 고립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현재 만나거나 연락하는 사람 없음

 

이라는 상황을 탈피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대인관계를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걸 잊지 말자. 그래버리면, 축구를 해본 적 없이 TV로만 본 사람이 입축구를 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동네 축구장에라도 나가 공을 차보면 ‘아…, 내 발엔 무슨 정형외과적인 문제가 있나….’하며 자신의 헛발질에 대해 알 수 있을 텐데, 그 경험이 없는 까닭에 자신의 실질적인 문제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오해하거나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활을 너무 오래 지속한 까닭에, 내게 보내는 사연신청서에마저 실제로 벌어진 사실은 2% 정도, 나머지 98%는 상상과 예측과 짐작으로 채워넣는 경우도 있다. 난 그런 사연을 읽으며 이게 연애사연인지 연애판타지소설인지를 헷갈려하곤 하는데, 여하튼 아직 만나서 밥 한 번 먹지 않았는데 A4용지 10장이 넘는 사연신청서를 쓰게 된다면, 그건 너무 많은 의미부여와 촘촘한 분석, 그리고 앞선 걱정들이 가까운 길도 돌아가게 만들고 있는 거라 생각하자. 얼른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만 앞세우지 말고,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먼 길 갈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채비를 했는지, 그리고 내가 가려고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를 꼭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단언컨대 분명 좋아지며, 또 나아질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볼링을 오랫동안 쳐 온 사람에게 ‘팔꿈치가 흔들리지 않는 것’만 말해줘도 안정적인 점수대를 유지할 수 있듯, 위에서 이야기 한 지점들을 생각하며 대인관계에 임하기 시작하면 실수와 실패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공의 스핀을 어느 쪽으로 주느냐 하는 문제보다는 ‘팔꿈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생각하며, 매일 공짜로 주어지는 내 가장 가까운 대인관계에부터 적용해 보길 바란다. 사람이 달라지면 필연적으로 상황도 달라지는 법이니, 언젠가 다가올 거라며 행복한 순간을 꿈만 꾸지 말고 지금부터 만들어 가보자.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공감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