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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모임에서 만난 그녀, 앞으론 모임에서만 보자네요

by 무한 2017. 6. 13.

이제 막 새로운 이성과 알고 지내게 된 남성대원들 중엔,

 

-리드해야 한다.

-상대가 좋아할 만한 걸 해야 한다.

 

라는 강박을 가진 채, 상대에게 어딜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무얼 먹고 싶은지 등을 물어 그걸 전부 해주려는 대원들이 있다. 뭐, 상대의 호불호를 파악해 되도록 좋은 쪽으로 이끌려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닌데, 그냥 전부

 

“뭐 하고 싶어요? 그럼 그거 하죠.”

“뭐 먹고 싶어요? 그럼 그거 먹죠.”

“어디 가고 싶어요? 그럼 거기 가죠.”

 

라는 태도를 보이는 건,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이때다 싶다며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다 말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천천히 만나며 알아가 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계속 접대 받는 느낌이고, 또 오로지 한 쪽의 취향과 기호에 맞춰주는 것으로 진행되는 만남이라면 분명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종진씨의 경우는 이 지점에서 실패한 거라 할 수 있다. 차라리 그냥 아주 노멀한-커피숍에 가서 대화를 한다든지, 아니면 영화를 본다든지 하는-만남을 가졌다면 나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종진씨는 막 ‘북카페 가서 함께 독서하기’와 ‘절에 가서 절밥 먹기’같은 만남을 기획했다. 상대가 좋아하는 ‘독서’라든가, ‘언제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에 꽂혀서 말이다.

 

“제가 오랜만에 이성과 단둘이 만난다는 것에 들뜨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만남에서 노력을 해봤지만 너무 과하게 하는 건 역시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과 나이, 사는 곳, 직업 정도밖에 없는데, 상대가 ‘언제 한 번 다 놔두고 제주로 떠나서 올레길 걸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해서 ‘제주도 같이 가서 올레길 걷는 것’에 너무 꽂히면 안 된다. 그걸 얼른 실행하려고 상대에게 휴가 언제 낼 수 있냐고 물어보고, 외박 가능한지 물어보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는 거 어떤지 물어보고 막 그래서도 안 되는 거고 말이다.(종진씨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행위를 ‘노력’으로 생각하며 애먼 부분에만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더불어 종진씨에게 주어진 기회는 만남 외에도 카톡, 전화통화 등이 있었는데, ‘상대가 하고 싶다는 걸 해주는 만남’에만 너무 꽂힌 나머지 다른 기회들을 전부 뭐 하고 싶냐고 묻거나, 언제 어디서 몇 시에 만날지 정하는 것으로만 다 사용한 건 아닌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건, ‘오늘 만나서 어디를 함께 다녀왔다’는 것 하나로 카운팅 되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함께 가기 위해 나눴던 대화와 그곳에서 같이 했던 일, 그리고 그곳을 다녀와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나눈 과정들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런데 종진씨는 이 지점들을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이제 알게 되었으니 됐어’라며 생략하거나, ‘다음엔 또 뭘 하고 싶은지 물어야지’하며 그냥 넘어가 버렸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해주고 싶은 건, 상대에게 부담을 갖지 말라거나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라면서, 반대로 자신은 부담을 주거나 덜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는 거다.

 

[종진씨가 상대에게 한 말들]

“제가 많이 서툴러요.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았거든요.”

“**씨와 처음 만났을 때 참 특별한 만남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금씩 천천히 갈게요. 저도 오늘 실은 계속 생각났거든요.”

 

이래버리니까, 상대가 만나서 같이 밥 먹다가 체하게 되는 거다. 종진씨만 해도, 친구가 ‘뭐해? 맥주나 한 잔 하자. 나와~’해서 나갔는데, 친구가

 

“근데 난 너랑 더 친해져서 베프가 되고 싶다.”

“난 너와의 관계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부담 없이 만나며 친해지자. 내일 뭐하냐.”

 

라는 식의 태도만 보이면 아무래도 좀 불편하고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혼자 속으로 해야 할 생각은 속으로 해야지, 그것까지 다 꺼내서 보여주며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가까워지려 노력 중이다. 오늘도 실은 계속 생각났는데, 조금씩 천천히 다가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면 그 자체로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종진씨는

 

“이제 어떡하죠? 포기를 하더라도 솔직한 얘기를 한 번 해보고 포기할까요? 아니면 그냥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모임에서만 보며 지내야 할까요?”

 

라고 물었는데, 난 후자를 권해주고 싶다. 그녀가 늦는 법이 없다고 하니 종진씨도 모임에 일찍 나가면 잠시나마 단둘이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고, 그때 안부도 묻고 ‘연애나 하고 싶은 일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말을 놓는 사이’가 될 정도로 친해지는 걸 목표로 했으면 한다. 사적인 연락은 나중에 모임 관련 얘기로 자연스레 말을 건 뒤 분위기 봐가며 이어가면 된다. 막 너무 빨리 다 해치우려 하지 말고, 마음의 고삐를 좀 당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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