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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길냥이 구조 1년, 집에서 고양이 키우기의 기록

by 무한 2017. 5. 11.

까망이(12개월, 코숏)가 우리 집에 온 지도 이제 1년이 되었다. 내 인생에 고양이를 키울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분유도 타서 먹이고, 엉덩이를 톡톡톡 두드려 배변활동도 시키고, 놀아주고, 재워주고, 장난감도 만들어 주고, 집도 마련해주고, 뭐 그렇게 되었다.

 

 

사실 까망이는, 사촌누나가 분양 받아가기로 했었다. 사촌누나 집엔 낮에 집에 사람이 없는 까닭에 분유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 분유 뗄 때 까지만 우리 집에 있기로 했던 건데, 까망이를 그 집에 데려갔던 날 비싼 가죽쇼파에 까망이가 발톱손질을 하는 걸 보곤 그 집 식구들이 경악했다.

 

그래서 다시 우리 집에 있게 되었고, 이후 동생이 아는 식당에, 어머니 지인의 공장에, 그리고 우리 외가댁 마당 등에 분양될 수 있었음에도 내가 반대해 계속 우리 집에 있게 되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외가댁 마당에다 까망이를 데려다 놓자고 계속 주장하시는 중인데, 내가 까망이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계속 미루는 중이다.

 

그런 곳에 데려다 놓으면 들개들에게 쫓기고, 애정 담긴 쓰담쓰담도 못 받고, 무슨 위험이 어디서 올지 몰라 늘 긴장상태에 있는 까닭에 신경이 바짝 마를 것 같다. 가족들은 야외인 곳에 까망이를 분양하면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까망이가 친구도 사귀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뭐 그럴 거라고 하는데, 난 산책만 하러 나가도 얼어붙거나 숨어버리는 까망이가, 아무래도 적응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가족들이 까망이를 싫어하고 나 혼자 까망이를 아끼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사실 번거로운 건 어머니께서 다 하고 계시며 난 그냥 예뻐하기만 한다. 그래서 어머니께선

 

“예뻐만 하는 건 누가 못해. 네가 얘 화장실을 치워, 털을 치워? 아무 것도 안 하잖아.”

 

라고 하시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서 할 말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나빴다. 화장실 치우는 조건으로 계속 키울 건지 재협상을 한 번 다시 해봐야겠다.

 

아, 마지막 포스팅 후 난 까망이 사진을 찍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찍고 나서 분양하기로 했기 때문에 계속 미뤘는데, 그러는 동안 어머니께선 아이패드로 까망이 사진을 계속 찍으셨다. 아래 사진은 전부 어머니께서 찍으신 것이며, 어머니께선 이전에 사진을 찍어보신 적 없이 까망이 때문에 처음으로 셔터를 눌러 보셨으며, 또 아이패드가 구형인 까닭에 화질이 좋지 않음을 미리 알려드린다.

 

 

 

요 귀요미! 작년 여름의 모습이다. 이때만 해도 까망이가 물고 할퀴는 게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인형 같았기에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이 전부 예쁘다고 말하며 자기들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었는데….

 

 

 

 

 

얼마나 귀여웠던지, 우리 집에 들러 까망이를 한 번 본 사람들은 일부러 애완동물용품점에 가서 고양이 간식이나 장난감을 사오기도 했다. 서로 자기에게 오게 하려고 간식으로 유혹해가며 이름을 부르곤 했었는데….

 

 

 

 

 

 

호기심이 왕성하던 시절. 이즈음 싱크대를 공략하고 발코니를 장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발코니에서 까망이가 내다보고 있는 곳이 까망이를 구조해 온 곳인데, 그걸 알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밖이 그냥 신기해서 그런 건지, 창밖을 오랫동안 내다보고 있는 것이 까망이의 취미가 되었다.

 

 

 

 

 

 

 

 

 

 

 

호기심이 많은 만큼, 잠도 많던 시절이다. 놀다가 지치면 자고, 다시 일어나 놀다가 먹고 자고, 뭐 그러면서 지냈다. 참 다양한 자세로, 다양한 공간에서 잠을 잤다.

 

 

 

숨바꼭질을 즐기며 비닐에 큰 흥미를 보이던 시절. 비닐 소리만 나면 달려와서 참견을 하고, 쓰레기통을 비워 놓으면 거기 들어가 놀기도 했다.

 

 

 

어머니의 과한 연출욕심이 담긴 사진. 누가 봐도 자는 고양이에게 인형을 갖다 놓은 모습인데, 어머니께서는

 

“인형 안고 자는 것 같지? 보살피듯이?”

 

하며 연출에 만족해 하셨다.

 

 

 

 

 

놀고, 먹고, 자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이다. 저 위의 사진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커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까망이는 가끔 이렇게 혀를 내밀고 잔다. 검색해보니, 더울 때면 온도조절을 위해 저렇게 혀를 내미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긴장의 끈 완전히 풀고 편안하게 자는 모습. 어머니께서 찍은 사진 대부분이 ‘까망이 자는 모습’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까망이는 잘 때만 얌전히 있다. 놀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까닭에 전부 흔들렸다.

 

 

 

 

 

 

자는 모습 모음.

 

 

 

 

살이 좀 쪄서 그런지, 옛날엔 잘 때 ‘웃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잘 때 ‘못생김’을 창작한 모습이 된다. 만취한 상태로 곯아떨어져선 수면 무호흡증을 겪고 있는 얼굴로 잔다. 코 골 것 같은 느낌.

 

 

 

 

 

물론 이렇게, ‘귀여움’을 다시 장착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요즘 TV에서 하고 있는 <윤식당>을 보면 발리의 고양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 가족들은 그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곳 고양이에 비하면 까망이는 얼짱 수준이라는 대화를 나눈다. 동네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까망이만큼 얼굴 작고, 비율 좋고, 눈매 또렷한 고양이를 본 적 없다.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는 듯한 수면자세. 그리고 엄청나게 빠지기 시작한 털.

 

 

 

여전히 혀 내밀고 자는 모습.

 

 

 

어머니께서 그간 찍은 까망이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세어보니 1,500장이었다. 거기에 자극 받은 나도 까망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저런 빈 박스에 담아 배달해주는데, 배달 아저씨가 오면 까망이가 제일 먼저 박스로 뛰어 들어간다. 다른 사람이 오면 까망이가 등과 털을 세우고 경계자세를 취하는데, 마트 배달직원아저씨, 택배아저씨가 오면

 

“새 박스는 가져왔겠지? 자 그럼, 물건부터 확인해 볼까.”

 

하며 어서 박스를 내려놓으라고 재촉한다.

 

 

 

창 밖을 보고 있던 녀석을 부르니, 돌아서는 저렇게 다소곳이 앉아 있다.

 

 

 

스크레치 판을 파괴한 모습. 우리 집은 매일, 까망이의 털과 스크레치 판에서 떨어져 나온 골판지 조각으로 뒤덮인다. 스크레치 판 새로 사주면 며칠 만에 저렇게 만들어 놓는 까닭에 지금은 분리수거 날 상자를 주워다 주고 있다.

 

 

 

기묘한 자세로 자다가 깨선,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

 

 

언제까지 까망이를 우리 집에서 키울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털빠짐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는 모두 올라가 점령해버리는 문제, 여기저기 영역표시를 하는 문제, 새벽에 놀자고 울어대는 문제, 점프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물건들을 전부 재배치하는 문제 등이 남아 있다. 간디(애프리푸들)의 딱 반만큼이라도 얌전하면 참 좋을 텐데, ‘고양이는 1년 지나면 얌전해진다’는 말이 무색하게 까망이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사실 화장실 훈련도 시키고, 또 사람들이 와서 자꾸 까망이에게 손으로 놀아줄 때 막기만 했어도 몇 가지 문제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좀 무심했던 것 같다. 변명을 좀 하자면, 강아지는 먹이에 집착을 하니 그걸 구실로 훈련을 시킬 수가 있는데, 고양이는 ‘기다려’를 가르치려고 하면,

 

“뭐 하는 거야? 안 줄 거면 말아.”

 

하듯 도도하게 그냥 가 버린다. ‘안 돼’하며 손가락을 내밀면

 

“맛보라고?”

 

라고 되묻듯 손가락을 입에 넣어버리고, ‘이리와’하고 손을 흔들면

 

“흔들리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하며 달려들 준비하며 추진력을 모으기 위해 엉덩이를 흔들어 댄다.

 

그래도 뭐, 어찌어찌 하다보면 또 잘 될지도 모르니, 오늘부터라도 관심과 애정을 더 듬뿍 쏟아가며 함께해봐야겠다. 자 그럼, 까망이와 함께한 1년 압축일기는 여기까지! 다들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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