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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까망이(새끼 고양이) 가출소동과 어머니의 사진욕심

by 무한 2016. 7. 2.

일주일 전쯤의 일이다. 밖에서 잠깐 친구를 만나고 새벽 1시쯤 집에 들어오는데, 어머니께서 아파트 복도에서 뭔가를 찾고 계셨다.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아무래도 까망이가 현관 방충망 아래로 가출을 한 것 같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좀 전까지 까망이와 놀아주다 자려고 3~4분 정도 준비하셨는데, 그 사이에 까망이가 조용해져서 제 집에 들어간 건가 확인하니 거기에 없었다고 하셨다.

 

까망이가 잠들면 아무리 만지고 불러도 꿈쩍하지 않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3~4분 사이에 그렇게까지 금방 잠들 수 없으며, 종이를 긁고, 방울을 흔들고,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집에 없는 게 확실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급히 옷을 입고는 나와서 지금 막 찾는 중이라고 하셨다.

 

가족 전부가 나와서 까망이를 찾기 시작했다. 대략 새벽 1시 30분 정도부터 까망이를 찾기 시작해서, 가족들은 3시정도까지 찾다가 포기하고 들어갔고, 난 새벽 5시 동이 터올 때까지 까망이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다. 검색을 해보니 새끼 고양이는 낮은 음성으로 친근하게 부를 경우 “냐옹~”하며 대답한다길래, 15층부터 1층까지 두 번을 왕복하고 옥상과 지하실까지 뒤지며 “까망아, 까망아~”를 반복했다.

 

우리 동네 길냥이 서열 1위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이고, 서열 2위는 하얬지만 먼지 때문에 회색고양이처럼 보이게 된 페르시안 고양이다. 서열 3위는 흰색과 황색이 섞인 누렁인데, 각각 얼룩이는 아파트 단지 입구 쪽, 페르시안은 지하주차장 쪽, 누렁이는 후문 쪽이 주 활동지역이다. 가끔씩 사이가 좋은 듯 붙어 다닐 때도 있긴 한데, 어쩌다 마찰이 생기면 무서운 소리를 내며 추격전을 벌이곤 한다.

 

셋 다 다른 고양이들을 물리치고 각각의 영역을 차지한 녀석들이며, 누렁이가 좀 뒤처지긴 하지만 나머지 둘은 나무를 타고 올라 까치집을 공격할 기세로 덤비는 녀석들이다. 셋 모두 애프리 푸들인 간디보다 몸집이 큰데, 그런 녀석들에게 주먹만 한 까망이가 걸리게 되는 날엔 ‘하악’소리도 못 내보고 목덜미를 물어 뜯기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정문부터 후문까지 오가며 까망이를 불러댔고, 좀 무섭긴 했지만 지하 주차장 구석까지 뒤지며 까망이를 불러댔다. 옆에 있는 공원 쪽엔 너구리가 살고 있고, 운동장 쪽엔 족제비가 살고 있기에 빨리 찾아야 했다.

 

까망이를 찾으러 다니다 지칠 때쯤 정말 수 백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밖에서 태어나 우리 집에 왔다가, 다시 밖으로 갈 운명이었나.’

‘이 바보 같은 놈이 대체 어딜 간 거지. 설마 대로변까지 나갔으려나….’

‘아파트라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찾아올 수도 없을 텐데….’

 

라는 것들이었다. 난 급한 마음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까닭에, 오랫동안 걷다 보니 발 안쪽 살이 까지기 시작했다. 멀리서 까치 소리가 들리면 혹시 까치들이 까망이를 발견하고 짖는 건 아닌가 싶어 그쪽으로 가보기도 했고, 아파트 복도에 불이 켜지는 걸 보면 혹시 거기서 까망이가 움직여 센서등이 작동한 건 아닌가 싶어 올라가 보기도 했다.

 

그렇게 찾다보니 트럭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었고, 그 후로도 더 찾다 보니 날이 밝기 시작했다. 그만 찾고 들어가려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갔다가, ‘아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돌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세 번쯤 동네를 더 돌았다. 그렇게 아무리 찾아도 까망이가 보이지 않아 결국 난

 

‘이제 나도 모르겠다. 죽으면 지 팔자지. 아 진짜 몰라. 난 찾을 만큼 찾았어.’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집에 가면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부탁해 아침부터 좀 동네에 붙여달라고 할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얘기를 공쥬님(여자친구)에게 하자 자꾸 “울었어? 울었지?”라고 하던데, 울컥하긴 했지만 울진 않았다. 슬프기보다는, 까망이가 다른 동물들에게 어떻게 될까봐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더 컸다.

 

그대로는 잠들지 못하고 계속 찾으러 나가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게까지 잘해줬는데 그 정보다는 호기심에 이끌려 나가 위험에 처한 까망이가 괘씸하기도 하고 해서, 소주를 한 병 샀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그냥 다 정지시킨 채 잠들고 싶었고, 몸도 마음도 지친 까닭에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고 싶었다. 편의점을 다녀오면서도 마지막으로 “까망아~ 까망아~”하며 불러댔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소주를 꺼내는데, 병이 담긴 봉지가 바스락 소리를 내자 까망이가 서랍장 밑에서 “냐옹~”하며 내며 기어 나왔다. 사람이 갑자기 너무 안도하게 되면 욕이 나오는지, 까망이를 본 나는

 

“하아, 진짜 이 미친놈이….”

 

라며 눈에 흘러넘치려는 눈물을 매단 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까망이를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까망이는 그런 나를 보며, 빨리 사료나 달라는 듯 “냐옹~”거릴 뿐이었다.

 

 

 

비싼 집을 사줬는데도 까망이는 거기엔 며칠 들어가다 안 들어가고, 쇼핑백이나 박스 같은 곳에 들어간다. 그런 곳에서도 며칠 머물지 않으며, 계속해서 몸을 숨길 수 있는 다른 곳을 개척하고 있다. 상상도 못한 곳이나 절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 있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하튼 까망이 가출소동 때문에, 난 이후 이틀간 다리에 파스를 붙이고 살았다. 당시엔 발이 까진 것 말고는 아픈 걸 잘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니 무릎과 종아리와 허벅지에 근육통이 찾아왔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봐 우리 집은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어젠 목에 달 수 있는 목줄과 방울까지 사왔다. 목줄이 너무 커서 아직은 까망이가 쉽게 벗기는데, 좀 더 크면 맞을 것 같다.

 

 

까망이 가출소동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가출소동 만큼이나 날 힘들게 만들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욕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쟤 저러고 있는 게 참 예쁘지? 사진으로 찍으면 예쁠 텐데….”

 

라고 하셔서, 집에 있는 구형 아이패드로 사진 찍는 법을 알려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아이패드로는 널찍하게 미리보기를 할 수 있기에, 시원시원하게 찍을 수 있어 좋다고 하셨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을 찍으신 뒤 소장하실 생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어머니께서는 계속

 

“이 사진 어때?”

“이거 아까 찍은 건데 봐봐.”

“요고요고. 경례하는 것 같지?”

 

라며 당신께서 찍으신 사진을 내게 확인 받으려 하시는 중이다. 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 아이패드를 내미시고, 방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들어오셔서는 또 아이패드를 내미신다. 여기서부터는, 어머니께서 아이패드로 찍으신 사진들을 좀 소개할까 한다. 구형 아이패드라 카메라 성능이 별로 좋지 않으며, 어머니께서는 카메라를 다뤄보신 적 없다는 걸 염두에 둔 채 봐주시길 바란다.

 

 

 

위와 같은 사진을 찍으신 뒤, 내게 와선 “이거 봐봐. 잘 나왔지?”하며 확인 받으려 하시는 것이다. 그럼 난

 

“잘 나오긴 했는데 귀가 잘려서….”

 

라고 답하는데,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다시 나가 찍어 오신다.

 

 

 

귀가 잘렸다는 말에, 위의 사진을 찍어 오시곤

 

“봐봐. 귀까지 다 나왔지? 이불 덮고 자는 것 같잖아.”

 

라고 하신다. 그러면 난

 

“잘 나오긴 했는데, 이불이 주인공인지 까망이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어서….”

 

라는 대답을 하고, 그럼 어머니께선 또 다시 나가 사진을 찍으신다.

 

 

 

그러곤 또 위의 사진을 찍어 오셔선,

 

“이건 귀도 안 잘리고 까망이도 크게 나왔어. 괜찮지?”

 

라고 물으시는 것이다. 어머니께서 왜 ‘아들이 오케이 할 때까지’ 사진을 찍으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렇게 찍은 사진을 요즘은 집에 손님들이 올 때마다 보여주시곤 한다.

 

 

 

주무시려고 누웠다가도, 까망이가 새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또 아이패드를 들고 사진을 찍으신다. 찍으신 뒤에는 내게 와서

 

“이거 귀엽게 나왔지?”

 

라고 확인을 받으시는데, 그럼 난

 

“불을 다 켜고 그림자가 까망이를 가리지 않게 찍어야 하는데….”

 

라며 팁을 드린다. 그래서 지금은 어머니께서 까망이를 찍을 때, 불을 다 켜고 그림자를 신경써가며 찍으시고 있다. 그런데 진짜 왜 그렇게 열심히 찍으시는 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별로 색다를 것 없는 사진인데도, 어머니께선

 

“이건 앞발을 내밀고 있잖아. 귀엽지? 귀엽지?”

 

라고 물으신다. 난 좀 무뚝뚝한 편이라,

 

“이거 초점 잘 맞았네.”

 

정도로 대답해 드리는데, 그 정도의 대답에도 참 좋아라 하신다.

 

 

 

지금은, 까망이가 평소와는 다른 포즈를 하나만 취해도 어머니께선 아이패드부터 찾으신다. 이번에 어머니께서 찍으신 사진을 정리하려고 보니 그간 대략 500장정도 찍으셨던데, 2/3는 흔들린 사진이긴 했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찍으시는 중이다.

 

 

 

찍은 사진엔 직접 작품명도 붙이신다.

 

“이거 생각하는 것 같지? <생각하는 까망이>”

 

뭐, 그런 식이다.

 

 

 

위의 사진을 찍으시곤, 내게 오셔서

 

“랩 하는 것 같지? <랩퍼 까망이>”

 

라며 내 동의를 구하신다. 그럼 난 “진짜 그러네.”라고 맹목적인 동의를 해드리는데, 내가 그렇게 영혼 없는 동의를 해드려도 즐거워하신다.

 

 

 

어머니께서는 특히 까망이가 새로운 곳에 들어가 잘 때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으시는데, 그런 사진은 내가 나중에 다시 찍으려 해도 까망이가 협조를 안 해주는 까닭에 찍기가 어렵다. 내가 까망이를 저 바구니에 넣으려고 하면 까망이는 바구니를 물어뜯을 뿐인데, 어머니께서는 까망이가 바구니에서 놀다 지쳐 잠들었을 때 저 사진을 찍으셨다.

 

 

 

이제는 사진에 자신이 좀 붙으셨는지,

 

“경례하는 거 같지? 이런 사진은 진짜 순간포착 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거야.”

 

라며, 자화자찬을 하시기도 한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라, 저렇게 연출을 시도하시곤 한다. 내가 저 사진을 보곤

 

“이건 억지로 집어넣는 것 같은데….”

 

라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지가 들어가서 노는 거야.”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다시

 

“까망이가 혼자 들어가서 저 박스의 문까지 닫을 수는 없을 텐데….”

 

라고 하자, 어머니께서는

 

“쟤가 어렸을 땐 저기 혼자 들어가고 그랬어. 그리고 쟨 좁고 어두운 거 좋아해.”

 

라며 대답을 회피하셨다. 그래서 난 어머니께, 귀여운 사진을 찍고 싶은 건 좋지만 그렇다고 연출을 과하게 하면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사진욕심이라는 게 전이되는지, 지금은 친척누나와 조카까지 ‘까망이 사진 찍기’에 몰두하고 있다. 친척누나는 주말마다 와서 까망이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고 있으며, 어머니도 같이 가서는 거기서 머리를 맞대고 작품활동에 열중하시는 중이다. 아래 사진들은 친척누나와 조카가 찍은 사진들이다.

 

 

 

어머니와 친척누나와 조카는, 사진을 찍고는 서로 품평회를 한 뒤 그 중 몇 장을 골라 내게 카톡으로 전송한다.

 

“이거 봐봐. 어때?”

 

라고 묻는데, 역시나 난 왜 자꾸 내게 동의를 구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사진의 초점과 구도를 중심으로 대답을 해주고 있다.

 

 

 

친척누나 집에만 다녀오면 까망이가 피곤해하는 걸로 봐선, 거기서 혹독한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분유병이 빈 걸로 봐서는 연출인 것 같은데, 연출이든 아니든 아무튼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 같다. 저때만 해도 까망이는 혼자 분유병을 쥐고 잘 먹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 분유병을 빨 줄 모르게 된 건지 아니면 분유가 먹기 싫은 건지 분유를 먹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수평을 맞추고 좀 더 좌측으로 앵글을 옮겼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여하튼 까망이가 저 자세로 분유를 먹을 때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하게 계속 쳐다보고 있을 수 있는 사진이다.

 

 

 

식빵자세로 불리는 포즈. 저러고 있다가 꾸벅꾸벅 졸곤 한다.

 

 

 

혀 내밀기를 좋아하는 까망이의 메롱.

 

 

 

잘 때는 저렇게 두 앞발을 얼굴까지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리를 꼬고 길쭉하게 누운 모습.

 

 

 

친척누나 옆에서 세상모르고 편안하게 잠들었다며 보낸 사진.

 

 

 

얼굴 클로즈업.

 

 

 

조카 배 위에 올라가 앞발 하나를 내밀고 잠든 사진.

 

 

 

누워서 자고 있길래 이불을 덮어줬더니, 이불에 손을 올리고 사람처럼 누워 잔다며 보낸 사진.

 

 

 

자다가 만세를 한다며 찍어 보낸 사진. 이런 사진들을 계속 찍어 내게 보내는 까닭에, 주말이면 쉴 새 없이 카톡이 울린다. 사진을 찍다 정이 들었는지, 친척누나가 까망이 집과 장난감과 간식과 자잘한 고양이 용품 등을 계속 구입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관심과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걸 보면, 까망이가 참 많은 복을 타고 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내 카메라도 이제 핀교정과 클리닝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이번 주부터는 나도 까망이 사진을 좀 찍어야겠다.

 

자 그럼, 까망이 얘기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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