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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저 같은 남자는 연애 불능자인 건가요?

by 무한 2017. 2. 23.

만약 내가 솔로부대원이며 오늘 거리로 나가 눈에 띌 정도로 예쁜 여자에게

 

“저기,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키스하실래요?”

 

라고 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답으로 경멸의 시선을 받거나 경찰서에 끌려가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예쁜 여자’에게 들이대서 실패한 것 같다며 ‘안 예쁜 여자’에게 키스 좀 하자고 하면, 그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M씨가 주장하는 ‘나만의 사랑법’이라는 게, 여기서 보기엔 위의 저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평소에는 아무 교류도 없지만 금사빠라서 사랑에 빠지고 나면 상대에게 불타오르게 되고, 불타오르면 안절부절못하며 빨리 상대도 자신과 같은 상대로 만들려고 하는 것. 그러면서 상대가 거절하면 상처 받고, 나아가 얼른 끝이라도 보겠다며 빨리 결판내려 하는 것. 이러니 결과가 안 좋은 건 필연적인 일 아닐까?

 

 

 

난 사실 M씨의 사연을 읽으며 좀 황당했다. ‘상대가 예쁘지 않고 주변의 평가도 좋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그런 건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게 당황스러웠고, ‘내가 내년 3월이면 다른 지역으로 발령 받으니까 지금 고백했다가 차여도 힘들어 하는 건 짧다’고 생각하는 게 이기적으로 보였으며, ‘이런 여자에게까지 거절당하는 걸 보면 나는 병신인가’라고 말하는 것엔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직장에서 남을 좋아하는 게 제 입장에선 드문 일이라….”

 

라는 말은 또 어떤가. 이쯤 되면 M씨가 철저히 본인 위주로만 생각하며 마음속엔 근자감과 오만을 가진 채 상대를 떠보는 식으로 다가간다는 게 보이지 않는가?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내가, ‘예쁜 여자에게 다짜고짜 키스하자는 말을 하는 게 제 입장에선 드문 일이라’라고 말하면 그게 성희롱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겠는가?

 

“너무 상처가 컸습니다.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에 크게 상처 받았고, 제가 준 음료수를 상대가 다른 사람에 줬다는 것에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제 연애는 왜 이럴까요? 전 상대와 만나서 진지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상대는 왜 거절할까요? 그런 거, 한 번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나는 좋아하는 건데 왜 상처 받아야 하는 건지. 이런 게 너무 싫습니다. 제가 싫고, 세상이 싫습니다. 저 같은 남자는 연애하면 안 되는 건가요?”

 

 

연애, 해도 된다. 되는데, 어떤 일이든 준비도 필요하고 순서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혼자 하는 거라면 지금 M씨가 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면 상대의 사정과 기분도 생각해야 하며, 같이 하기 위한 교감도 있어야 한다.

 

M씨와 상대 사이엔 ‘교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았는가. 이건 뭐 거의 직장 내에서 M씨가 상대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좋아한다고 고백한 뒤 상대가 사귀어주지 않으니 자폭으로 이어지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방법으로는 상대에게 거부감과 부담만 들게 만들 뿐이다.

 

내가 그간 수많은 매뉴얼을 통해 말하지 않았는가. 내 마음이 급하다며 당장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갈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상대가 날 초대하거나 내 방문을 기쁘게 생각하게 만드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그리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게, 상대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빨리 연애하고 싶고 고백했다 차여도 몇 달 후에 난 어차피 다른 곳에 발령 받으니 들이대 보는 거라면, 그런 짓은 해선 안 되는 거다.

 

M씨는 인간관계가 어렵다고도 했는데, M씨에게 인간관계가 어려운 건 평소 그 관계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M씨가 매일 봐야 하는 동료 직원들. 그들의 생일이 언제인지를 M씨는 몇 명에 대해서나 알고 있는가? 그런 걸 알고, 챙기고, 서로의 생활에 대해 얕게라도 주고받는 게 대인관계의 초석이다. 그런 거 없이 지금의 M씨처럼 ‘관심이 없으니 대화 안 함’, ‘눈에 차지 않으니 말도 안 붙임’의 태도로 대하면 고립은 필연적인 일이며, M씨가 다급하다고 그제야 사람들에게 애정이나 관심이나 도움을 구하면 그들은 ‘내가 왜 저 사람을 도와야 하지?’ 라는 반응만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M씨는 너무 전부 다 자기위주로만 생각한다. 상대에게 고백을 한 게 M씨가 몇 달 동안 고백할까말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한 거라고 해서, 상대가 그것까지를 다 감안해 M씨에게 넙죽 절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고민을 했든 번민을 했든 그건 M씨 사정인 거다. 그 보상을 왜 상대에게 바라는가? 그리고 상대가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왜 그걸 ‘저런 사람을 좋아한 내가 병신’이라든가 ‘저런 사람에게도 안 받아들여지는 걸 보니 난 참 병신’이라고 말하는가?

 

사람들에게서 정을 느끼고 싶다면 평소 그들과의 관계를 돌보자.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M씨의 마음이 이러니 빨리 사귀어달라고 들이대지 말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오늘 기분은 어떤지를 알아가자. 이런 건 아무 것도 하지 않아 놓곤 “저 같은 남자는 연애하면 안 되는 건가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그냥 징징거림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만 호감 가는 이성들을 대해왔기에 계속해서 퇴짜를 맞게 된 것일 뿐이니, 이걸 무슨 운명인 듯 받아들이며 한탄하는 건 그만하고 위에서 이야기 한 태도들을 바꿔보길 바란다. 안 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까지 노력을 했다느니 하는 얘기하지 말고, 방법을 바꿔보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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