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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다섯 번 헤어졌다 다시 만났던 남친과의 관계, 이젠 끝인가요?

by 무한 2016. 9. 27.

J양이 제 여자친구라고 해도 저는 아마 이별을 말하게 될 것 같습니다. J양을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조율은 충분히 시도해 보겠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열심히 막아도 어느 순간 팍팍 와서 꽂히는 화살들을 아무렇지 않게 버텨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조율이 이루어지려면 우리 둘 사이에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J양이 남친을 바라보는 시각대로라면 저 역시

 

- 조건 별로이며 자격지심까지 있는 남자

 

로만 여겨질 것입니다. 때문에 저런 취급을 받는 와중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관계에 대해 J양은 ‘내가 아깝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데, 그러면 저는 J양에게 갚아야 하는 것만 남은 채무자처럼 느껴질 것이기에, 제가 우리 관계에 대한 조율을 시도해도 그건 주제넘은 일로만 보여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게 주어진 임무란 속된말로 ‘닥치고 헌신하며 충성하기’라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상대와 사귀긴 J양이 아깝고 상대가 별로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 관계에서 나오는 게 낫습니다. 속으로는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고는 애정과 미련 때문이 붙잡는 듯 상대를 잡으시면, 상대는 또 거기에 속아 넘어갔다가 결국 그게 아님을 깨닫고 다시 이별을 통보하게 됩니다. 사실 J양이 ‘내가 아깝다’라고 여기는 것 역시 저는 착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까지를, 아래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사귀자마자 부모님의 반대?

 

남친이 자존심이 센 게 아닙니다. 상대가 어느 누구든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행동을 J양이 한 거고, 상대는 그것에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 열 명을 붙잡고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는데, 한 쪽에서

 

“근데 우리 집에서 오빠 학력이랑 직업 때문에 사귀는 걸 반대해.”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정상적인 일인지.

 

J양은

 

“그때는 저도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커지지 않았고, 만나다 헤어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면서 결혼은 같은 직종의 사람을 만나서 하고 싶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저런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과는 오래 만날 수가 없는 법입니다. 게다가 J양은 처음부터 상대의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런 생각과 저런 마음을 지닌 채 부모님께 상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반대를 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딸이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는 남자와 연애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는데, 그 연애를 축복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얘기를 다 듣고 마음의 정리를 하는 상대를, J양이 울며 ‘노력해보자’는 이야기로 잡은 게 저는 좀 당황스럽습니다. 상대를 결혼상대로는 불만족스럽게 생각하지만 헤어지기는 싫다는 건데, 이러면 그건 상대에게 고문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시 J양은 자신의 생각은 그렇지 않으며 ‘부모님의 반대’만이 문제인 것처럼 말해 상대는 노력해보기로 했지만 말입니다.

 

바로 저 부분이, 두 사람 연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같은 편이 되지도 못한 거고, 그 와중에 J양은 또 부모님이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를 ‘이방인’으로 두었습니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두 사람 모두 그 관계에 지치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2. ‘조건’에 대한 이야기.

 

J양이 남친에 대한 고민을 지인들에게 털어 놓았을 때, 어느 지인은

 

“집안은 나쁘지 않은데 그 사람 직업이 너에 비해 별로다.”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 분에겐 미안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저 따위 이야기를 듣고 있다간 인생 망칠 수 있습니다. 노후보장까지는 안 되는 직업이라지만 어쨌든 남친은 J양보다 소득이 많고, 게다가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J양과 지인은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두고도 ‘조건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고소득자’라는 조건보다 ‘집안이 부유한 것’이 훨씬 강력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억대 연봉을 받아 평생 모아도 못 모을 돈을, 이미 상대의 집안에서 소유하고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걸 ‘집안은 나쁘지 않은 그 사람 직업이 너에 비해 별로다’라는 말로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저는 좀 귀엽기까지 합니다. 세상물정 잘 모르는 꼬꼬마가 월급 얼마 받냐만을 가지고 단순계산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반대로, 높은 눈만을 가지고 있는 그 꼬꼬마는, 상대가 억대연봉을 받는다고 할 경우 “직업은 괜찮지만 집안이 별로다.”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고 말입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첫 연애라 더 이것저것 생각해보느라 그러셨을 수 있지만, J양이 누구를 만나든 반드시 그 사람보다 나은 조건의 사람은 존재할 겁니다. 착한 남자를 만나면 착하고 돈 많은 남자가 있을 수 있고, 착하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면 착하고 돈 많고 다정한 남자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거 다 따지며 계속 ‘다음, 다음’ 하고 있다간, 불혹에 접어들어서도 예전에 치과의사랑 소개팅을 했네, 서울대 다니는 오빠랑 만났었네, 어쩌네 저쩌네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연애나 결혼이라는 게 J양만 그렇게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상대 역시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상대 역시 J양보다 집안 좋은 사람, 직업 좋은 사람, 학력 좋은 사람, 외모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데, 이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상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면, 결국 그 마음은 어느 순간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드러나게 되고 상대도 그걸 분명하게 목격하게 됩니다.

 

 

3. 아 몰라 그냥 짜증나. 기분 나빠졌어.

 

이건 위에서 이야기 한 ‘내가 아깝다’는 속마음과 J양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J양이 한 말을 보겠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낮에 데이트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일을 마무리 하려면 저녁시간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낮에 만나자고 약속을 했던 건 아니지만, 일찍 만나고 싶었는데 만나지 못하게 되어서 전 화가 났습니다. 갑자기 만나기 싫어졌다며 그 사람에게 화를 냈어요. 그 사람이 나름 제 화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전화를 해서 풀어주려고 했지만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서, 다음 날 아침까지도 제가 기분 나빠서 못 만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하루 종일 연락이 없더군요. 제가 전화를 했는데, 그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아 전 화가 나서 카톡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헤어지는 답장이 오더군요.”

 

저 사연을 작성하시면서도 뭔가 느끼는 게 없으시다는 게, 전 좀 놀랍습니다. 저걸 연인사이가 아닌 친구사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친구에게 저럴 경우, 절교선언을 당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잖습니까? 낮에 만나고 싶다는 건 상대에게 말한 적도 없는 J양 바람인데, J양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상대에게 모두 맡겨 놓고 있다간, 그가 뭔가를 제안하면 그제야 그것에 화를 낼 뿐입니다.

 

이건 철저히 이기적인 태도이며, 열 번 중 아홉 번은 상대에게 짜증을 부리게 되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연애는 상대가 J양에게 베풀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어디 한 번 너 골탕 먹어 보라며 만날 기분 아니라고 심술 부려 놓곤, 상대가 또 가만히 있으면 왜 가만히 있냐고 갈구면, 철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해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하나 더 보겠습니다.

 

“데이트 중 그 사람이, 자신이 요새 밖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고, 이번 달에 얼마로 살기로 했는데 돈이 얼마 밖에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오랜만에 얼굴 보는데 돈 얘기를 계속해서 기분이 상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도 돈 얘기를 자꾸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을 했고요. 그렇게 서로 기분 나쁜 말을 하곤 며칠 연락 안 했는데, 이후 다시 연락을 했을 때 다시 싸우다가 그가 또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땠을 것 같습니까? J양이 차 사고를 내서 수리비가 많이 든 까닭에 이번 달 돈을 쓰는 게 어렵다고 말했는데, 그가 오랜만에 만나서 왜 돈 얘기만 하냐며 짜증난 얼굴을 하고 있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집에 돌아가서도 그가, 돈 얘기를 자꾸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면, J양은 그와 계속 사귈 이유를 다 잃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어려움을 이야기하는데, 왜 어렵다는 얘기만 하냐며 짜증난다고 하는 사람과의 미래는, 잿빛임이 틀림없으니 말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시고 난 뒤, 최종적으로

 

“이제 진짜 드디어 헤어졌습니다. 횟수로 세어보니 다섯 번 헤어졌네요. 그 사람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게 다섯 번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더불어 J양은

 

“객관적으로 아니라는 말을 들어야 제가 정신을 차릴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적으면서 느낀 건데 이미 그 사람은 저에 대해서 마음이 떠났는데 제가 계속 붙잡은 것 같습니다. 매번 헤어지자는 말을 그 사람이 하고 제가 붙잡았습니다. 참 속상하네요.”

 

라고 하셨는데, 그게 전 지금까지도 J양이 철저히 자신의 감정과 기분만을 생각하며 상대를 악당으로 분류할 뿐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다시 만날 수 없으며, 다시 만나선 안 되는 관계인 게 맞습니다. 위와 같은 갈등을 여러 번 겪으며 이제 상대는 ‘오면 받아는 주지만, 가면 잡진 않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있는 중인데, 단호하게 막는 거 아니라고 J양이 계속 거기 가서 저런 일들을 반복하면 느는 건 나이와 주름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J양이 재회를 꿈꾸지 않도록 J양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함구한 채 상대를 ‘객관적으로 봐도 좀 아닌 사람’이라고 억지로 지어서 말할 순 없는 것이며, 또 그래봐야 J양은 자신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음 번 연애에서도 비슷한 헛발질을 할 수 있어 드리는 말씀이니, 모쪼록 ‘왜 내 편 안 들어주고 내 잘못만 말하냐’라며 분노하시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번 연애에선 위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기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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