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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그녀가 세 달을 못 넘기는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이유.

by 무한 2016. 9. 26.

만나고 싶은 지인과 만나기 싫은 지인이 있다. 만나고 싶은 지인은 그와 만났을 때 나도 그처럼 해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지닌 사람이고, 만나기 싫은 지인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인생이 재미없고 지루한 걸 다른 사람들에게 하소연이나 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후자의 사람을 만나면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만날 때마다 징징거리며 기대려고 하면 자연히 그의 전화를 피하게 된다. 내가 어미 새인 것도 아닌데, 상대는 아기 새처럼 입 벌린 채 내게 ‘만나서 놀자’, ‘술 한 잔 하자’, ‘나 헤어졌다.’, ‘지금부터 준비해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뭘까’ 따위의 이야기만 하니 버거워진다.

 

만나서 얘기를 하고 나면 상대의 마음은 좀 후련해질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선 그런 일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그걸 상대의 한계로까지 생각하게 된다. 심지어 내가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는 걸 두고서도, 그는 자신과 놀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서운해 하니, 난 결국 상대가 실망을 잔뜩 발라 전달하는 목소리마저 듣기 싫어진다.

 

상대 자신이 타파할 생각도 하지 않는 외로움과 심심함을, 왜 내가 만나서 놀아주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내 책임이 되어야 하는가? 그건 그 관계를 자기 현실의 도피처로 삼거나 망각제로 삼으려고 하는, 상대의 책임인 게 맞다. 길 위를 걷다 넘어진 것도 아니고, 아예 드러누운 채로 누가 끌고 가주거나 같이 드러누워 자신을 안도하게 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대인관계에서 벌어지는 저 일은 연애에서도 벌어진다. 세 달을 못 넘기는 연애를 반복하게 된다는 S양의 사연이 그 좋은 예니,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그런 남자가 좋은 건 알겠는데, 그 남자도 S양이 좋을까?

 

S양이 한 말을 보자.

 

“저는 막 좋아하면서 하는 취미가 없어서, 반대로 뭔가를 하는 사람한테 매력을 느꼈어요. 예술이든 운동이든. 그런데 저는 이렇게 저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데, 사람들은 자기랑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고 찾는 것인가 싶어요.”

 

별로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난 S양과 남친의 문제를 ‘서로 다른 관심사와 성향의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에겐 취미가 있지만 S양에겐 없어서 갈등이 생긴 게 아니라, S양이 자신의 삶에 바짝 다가앉아 있지 않으면서, 그것으로 인해 발생한 외로움과 심심함을 모두 상대가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친과 S양이 주로 뭘 하고 있었는지를 비교해 보자.

 

[남친]
- 영어 스터디 하는 중.
- 운동하는 중.
- 강의 듣는 중.

 

[S양]
- 쇼미더머니 보는 중.
- 마리텔 보는 중.
- 다시보기로 무도 보는 중.

 

TV를 봐서 문제라는 게 아니라, 직장인인 남친과 취준생인 S양의 일과가 뭔가 바뀐 것 같다는 게 문제다. 취준생이라고 해서 여행 가면 안 되는 거 아니고, 친구들과 카페 가면 안 되는 거 아니며, 또 영화 보고 싶어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S양의 일상을 보면 아무래도 좀 많이 느긋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친에게,

 

“오빠 머해? 바빠?”
“그거 끝나고 머해?”
“저녁에 볼랭?”
“운동 언제까지야?”
“스터디 끝나고 죽었써??”

 

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물론 상대가 연애에 삶이나 마음을 별로 할애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S양의 경우는 그것보다 상대에게 자신의 기쁨과 즐거움을 거의 전부 맡기고 있어 문제가 되는 거라 할 수 있다. 매일 연락하고 한 주에 두세 번 보는 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건데, S양은 남친과 계속 연결된 상태로 있으려다 보니 스스로 서운한 마음을 더 키우게 되었던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2. 취준생과 회사원이 연애할 때 발생하기 쉬운 문제들.

 

취준생과 회사원의 연애에선, 데이트비용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연의 주인공인 S양만 하더라도

 

“데이트비용은, 남친이 일했으니까(회사원이니까) 주로 남친이 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계속 그래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쪽은 지치게 될 수 있다. 호의를 받는 쪽에서는 내 돈 나가는 것이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돈 내는 사람은 월말에 카드 명세서 받아보곤 정신이 번쩍 들 수 있단 얘기다.

 

연애 초반에야 무슨 영화 보고 싶냐고 묻곤 예매하는 게 그것 자체로 기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몇 달을 만났는데 만나서 영화 보면 여자친구가 겨우 콜라 하나 사면서, 영화도 내가 보여줘야 하고 밥도 내가 사야 하는데

 

“오빠 우리 심야영화 볼까?”

 

해버리면, 자연스레 오늘 피곤하니까 주말에 보자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더불어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회사원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취준생에게 ‘심야영화’의 무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게다가 S양은

 

“제 친구 커플과 저희 커플을 비교하게 됐던 것 같아요. 친구 커플은 친구가 완전 갑이고 남친은 친구를 정말 좋아해요.”

 

라고 했는데, 사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 타인의 연애와 자신의 연애를 단순 비교하는 건 분명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다. 친구 남친이 몇 달 호구짓 하다가 자신의 처지가 염전노예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곤 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는 건데,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S양의 남친도 친구 남친과 똑같이 굴다 결국 이별을 말하길 S양도 바라진 않을 것 아닌가.

 

“초반에는 제 남친도 술 마신 다음날에 속이 안 좋아도 저 만나러 오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그걸 ‘상대의 성실도 하락’이라 단정 짓고는 남친만 쫄 게 아니라, 남친에게 과연 이 연애가, 그리고 S양이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S양이 꿈꾸던 ‘연애란 이런 것’과 ‘현실에서의 연애’가 좀 많이 다르다는 걸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배려하고, 또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는 연애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연애를 들여다보면 그런 희망사항만 가지고 있을 뿐 사실은 서로에게 짐이 되거나 서로를 힘들게 하는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간 만났던 남친들에게 S양은, 그리고 S양과의 연애는 어떤 의미였을지 한 번 되돌아보길 권한다.

 

 

3. 저는 왜 긴 연애를 못 하는 거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S양은 상대와 달달함 터지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하긴 하는데,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S양이 신청서에 상대에 대해 적은 것들을 보자.

 

“자세히 물어본 적 없음.”
“아마 ~인 듯.”
“묻지 않아서 모름. 그냥 지금은 ~인 것 같음.”

 

S양이 자신의 이전 연애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보자.

 

“짧게 만난 게 워낙 많아서, 잠깐 만난 사람들이 다 기억나진 않음.”

 

그냥 그렇게 소비적인 연애만 하게 되면, 둘만의 끈끈한 애정이나 단단한 기반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먼 길을 같이 갈 길동무가 될 수 있는 건데, S양은 버스를 타고 가다 누군가 옆자리에 앉으면 당장의 이슈들로 수다 떨며 심심해지지 않으려는 것에 더 열중한다.

 

S양이 말하는 ‘내 사람이다 싶으면 잘 챙겨주고 밀당 같은 거 안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심을 갖는 게 먼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오래 사귄 연인들을 보면, 상대의 자기소개서를 인터뷰 없이도 대신 써줄 수 있을 만큼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역사를 알고 있기에 상대가 더 특별한 것이며 서로가 묶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데, S양의 경우는 그런 것들 보다는 ‘오늘 저녁에 만나자고 하면 승낙하나, 안 하나’같은 것에만 더욱 집중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남친 사무실에 몇 명이 근무 하냐고 물으면, S양은 대답 못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이상한 건진 모르겠지만, 내 경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현재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가장 마음을 두고 있는 게 뭔지,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자신의 미래 모습은 무엇인지를 대략 알고 있다. 그냥 간판만 ‘친구’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쩌다 만나면 옛날 얘기를 공유하거나 형식적으로 안부 물으며 수다나 떨 뿐이지만 말이다. S양은 연인에 대해 내가 후자인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 정도의 관심만 가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속 가능한 관계를 바라는 거라면 그것의 곱절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의 사연과 비슷한 사연은 그간 매뉴얼을 통해 여러 번 다뤘는데, 그런 사연을 접할 때마다 내가 가장 답답한 건,

 

“남친이 이렇다는 건, 제게 관심이 없다는 거죠?”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건 ‘이 관계가 왜 이렇게 변했는가?’인데, 사연을 주시는 분들은 ‘남친이 변한 거다.’라는 부분에만 주목한 채 자존감까지 내버려가며 스스로를 처량하게 만든다. 실제로 위와 같은 연애를 하게 될 경우 이별을 결심한 남자가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모습만을 보이다 이별통보를 하는 까닭에, 그 기간 동안 매일 조금씩 멘탈이 무너져 내리는 일도 많고 말이다.

 

S양 이야기의 결론은, 취업 후에는 S양이 걱정하는 것의 2/3가 해결될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다만 소제목 3번에서 이야기 한 부분이 교정되지 않으면 누굴 만나도 현재만을 잠깐 즐기다 금방 끝나는 연애를 하게 될 수 있으니, 그 부분은 꼭 노력해 교정하길 바란다. 내 경우, 상대의 이야기를 토대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가 빠진 부분들을 채워가기 위해 자연히 여러 가지를 질문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확실히, 함께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말이다. 이런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이 매뉴얼 하나를 작성하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들었는데, 얼른 올리고 나가서 시원한 것 좀 마셔야 할 것 같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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