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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남친의 잘못, 잘못이 아닌가요?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 외 1편

by 무한 2016. 6. 21.

이러시면, 내가 참 곤란해진다.

 

“남자친구가 이러이러한 잘못을 한 적 있습니다. 전 그 잘못들이 생각나서 괴롭고요. 보통 그런 잘못을 하는 게 흔한 건가요? 제가 어느 정도가지 이해해야 하나요? 그리고 이해하는데 기준이 있다면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남자친구의 잘못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하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며 고민을 털어 놓으시곤, 각색을 요구하는 부분에

 

“남자친구의 잘못에 대해서는, 제가 지인들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 있어서 각색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공개되면 저라는 걸 알 것 같아서요.”

 

라고 적으시면, 이건 <신데렐라>이야기에서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제외하고 매뉴얼을 써달라는 것과 같은 요청이 되고 만다. 그래버리면,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무도회장에 가고 싶었던 미성년자의-그것도 호박을 마차로 바꾸는 등의 흑마법에 빠진 미성년자의- 단순비행이 되지 않겠는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각색을 하면 그 이야기 전체가 이상해질 수 있으니, 각색은 되도록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만 요청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오랜만에 쓰는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남친의 잘못, 잘못이 아닌가요?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

 

홍콩 공항에서였나, 어느 한국인 아저씨에게 홍콩 경찰이 줄을 다른 곳에 서라고 말하던 중, 한국인 아저씨가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악수를 청하려 손을 내미는 순간, 홍콩 경찰 네 명이 달려들어 그 아저씨를 제압하고 이후 포박해서는 연행해갔다. 경찰은 아저씨가, 자신이 차고 있던 권총을 탈취하려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딸과 함께 홍콩여행을 와선 경찰이 차고 있는 권총을 탈취할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으니, 사실 이건 오해로 생긴 해프닝이다. 그런데 해프닝치곤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서, 그 아저씨는 경찰들에게 전치 4주의 폭행을 당한데다 현지에서 재판은 진행되어 1심에서 2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총기탈취 혐의가 완전히 인정되면 14년 형까지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나중에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 아저씨는 재판에 임하느라 사무실과 차를 팔아 법정다툼을 하느라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한다. 1년 6개월 동안 시간 당 150만원이 드는 변호사 비용, 체류비용, 통역비 등을 감당하느라 파산에 이른 것이다. 홍콩 법원은

 

“호두를 깨는데 큰 해머를 썼다.”

 

라며 총기탈취 미수 혐의를 적용한 게 지나쳤다고 판결했지만, 무죄 판결 후에도 그 아저씨는 체류연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구류되었다가 이후 홍콩에서 추방당했다.

 

J양의 사연에 저 아저씨 얘기를 길게 쓴 건, J양에게서도 저 ‘큰 해머로 호두 깨기’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남친은 자신이 회사에 두고 온 물건을 전해주러 온 직장 동료를 잠깐 집에 들였다가 보냈을 뿐인데, J양은 그걸 두고 ‘여자를 집에 들였다’고 표현하며 분노했다. 그것도 바로 남친을 추궁해 들은 게 아니라, “나 이외의 여자를 집에 들인 적 있냐, 없냐.”라는 함정수사를 해 남친이 “그런 적 없다.”라고 말하자 ‘너 잘 걸렸다.’라는 마음을 먹은 채 퍼부어댔다.

 

좀 더 당황스러운 건, 남친이 J양에게 장난치며 팔을 건드린 것을 가지고 J양이 ‘폭력을 썼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J양도 이걸 자신이 과민반응 한 것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중엔 저를 밀쳐서 넘어뜨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라며 부정적인 상상을 덧붙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J양이 남친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지나가는 사람 열 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아홉 명 정도가 “그게 왜, 어떻게 잘못이야?”라고 말할 만한 것들이다. 잘못인 게 맞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냥 J양 커플을 갈라놓고 싶어 J양의 부정적 상상에 부채질을 하는 것일 거고 말이다.

 

잘못을 따지자면, 오히려 남친이 자신이 그런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런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말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 J양이 더 잘못한 거고, 다른 갈등으로 인해 남친이 조율을 원할 때

 

“그럼 그런 여자 만나. 나 만나지 말고.”

 

라며 극단적인 반응만 보인 게 잘못인 거다.

 

주로 강한 자존심과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닌 대원들이 J양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런 대원들은 당장은 남친이 받아주니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갈구곤 하는데, 참고, 이해하고, 말 안 하고 넘어가고, 한 번 더 참아보기로 했던 남친이 훗날 인연을 끊겠다는 결심을 하면, 그제야 뒤늦은 후회를 하며 자신이 잘못했던 것을 너무 늦게 깨닫곤 한다.

 

내가 보장하는데, J양의 남친은 절대 J양을 무시하지도 않고, 또 기만하지도 않는다. 그랬다면,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서적 폭력을 휘두르는 J양과 지금까지 사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그의 단점을 찾아내 부풀린 후 제압하려 하지 말고,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대해봤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J양은 자신과 가장 가깝고,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앞장서서 괴롭히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그가 제발 말꼬리 잡아 화내는 거 그만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럼 말꼬리 안 잡는 여자 만나’라는 말만 하지 말고, 말꼬리 대신 그의 손이라도 잡길 바란다.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을 왜 못 괴롭혀서 안달이 난 사람처럼 갈구며 보내는가. 그러지 말자.

 

 

2. 연락처 물어본 뒤 몇 주 분위기 좋았는데, 결국엔…. 어쩌죠?

 

승훈씨는 본인과 상대의 카톡대화를 세 번 정독 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어느 시점에서 상대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의무적인 대답만을 해주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힌트는 5월 31일이니, 이전과 그 이후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달변가인 사람은 상대의 호감을 금방 살 수 있는 반면, 말이 많기에 실언 역시 많이 하게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또, 이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이쪽이 하는 말을 토대로 이미지를 형성하기 마련인데, 드립 욕심이 과해 뭔가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과격한 언행을 쓰는 사람은 그게 전부 그의 이미지가 되고 맙니다.

 

승훈씨가 카톡대화에 사용한

 

“**씨도 한 주접 하죠?”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밥 먹어요.”

“A라는 친구는 이러이러한 쓰레기라.”

“조뺑이 치러 갈게요~”

 

라는 말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저 말들은 그걸 듣는 여자의 마음을 –273.15℃인 절대영도까지 순식간에 떨어뜨릴 수 있는 말들입니다. 다양한 드립에 섞어 쓸 경우, 상대는 당황스럽긴 하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그저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도로 대처를 할 텐데, 그걸 또

 

‘아, 내가 뜬금포를 터트린 거구나. 다음에 또 써먹어야지.’

 

라고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비속어와 욕설을 섞어 카톡을 보내면, 상대는 결국 이제 그만 연락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상대가 이해해줄 수 있는 허용선은 이미 한참 전에 넘었는데, 이쪽에선 그걸 모른 채

 

“그런 밀당 어디서 배웠어요 ㅋㅋㅋㅋㅋ 끼 부리지 마요 ㅋㅋㅋㅋㅋ”

 

따위의 말이나 하기 때문입니다.

 

초반에 젠틀하면서도 재치 있는 것 같았던 승훈씨의 모습이, 뒤로 갈수록 무례하고 속된말로 ‘동네 양아치’처럼 구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을지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전 솔직히 “미친 소리 하지 말고 밥 먹어요.”라는 문장이 나왔을 때,

 

‘아, 여기서 끝이구나. 저건 만회가 안 되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말한 거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장난을 가장하긴 했지만 승훈씨가 보낸 카톡에 ‘씨발’, ‘개씨발’이란 단어도 등장하지 않습니까? 거기서 끝난 겁니다. 이래버리면, 나중에 아무리 기프티콘을 보내고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같은 안부 카톡을 무릎 꿇고 보내도 만회가 안 됩니다.

 

승훈씨는 며칠 뒤 상대가

 

“전 아직 연애 할 생각이 없어요.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봐요 ㅠㅠ”

 

라는 이야기를 한 것을 가지고, 현재

 

“여자분이 저를 좋은 사람이라고까지 표현했는데, 그러면 나중엔 사랑하고 싶은 남자가 될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기다릴 순 있는데, 기다리고 난 뒤에 어떻게 하면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향적인 부분에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자분이 제게 고마움을 느끼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분께서 마음의 정리가 되고 여유가 생기면 제게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이 0.03% 정도 된다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거절하기 미안하니까 붙여 준 반창고 같은 거지, 진짜 상대가 승훈씨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닐 겁니다.

 

승훈씨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좋은 사람’이란 말 한 마디 때문에 이상한 기대를 가지고 계속 기다렸다간 더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렇게 시릴 정도로 객관적인 매뉴얼을 드리게 되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깨닫지 못한다면 다음번에 기회가 찾아와도 계속 “끼 부리지 마요 ㅋㅋㅋㅋㅋ”라는 이야기만 하다가 썸에서 강제탈퇴 당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니, 이 시간 이후로는 과한 드립욕심을 내려놓는 것과 상대를 무례하게 대하지 않는 것에 보다 신경을 쓰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매뉴얼을 발행하며 이야기 하려 했는데, 어쩌면 매뉴얼을 발행하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휴재공지를 해야 할 것 같다. 22일과 23일에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후배가 싸게 나온 상품이 있다고 알려줘 가게 되었다. 예보에는 일본에 22일과 23일에 비가 많이 온다고 나와 있다. 내가 어디 좀 가려고 하면 꼭 이런다.

 

1박 2일이라곤 하지만 23일 점심쯤 귀국이라 24시간 정도의 여행이 될 것 같다. 다녀온 후기는 [일본어로 숫자도 못 세면서 떠난 일본여행]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지 않을까 싶다. 며칠간 후쿠오카 스트리트뷰를 하도 봐서, 시내에 나가면 ‘아, 여기!’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본어를 할 줄 모르기에, 속편하게 그냥 가려고 하는 곳들의 위치와 간판을 외워버렸다. 후쿠오카 시내에 날 떨어뜨려 놓으면 지도 없이 걸어서 숙소까지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 급한 내 사연 다뤄야지 어딜 이틀씩 가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가서 라면도 먹고 초밥도 먹으며 충전한 뒤 돌아와 불꽃 포스팅을 하겠다는 약속을 해드리겠다. 근데 비행기에 우산 가지고 타도 되는 건가? 알아보러 가야겠다. 다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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