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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자연스럽게 전화번호 물어보는 방법 없나요? 외 1편

by 무한 2015. 10. 15.

전화번호 말입니까? 우리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 때 쓰는, 그 전화번호? 공일공 뭐 이런 앞자리로 시작하는 진짜 그 전화번호? 그런 전화번호라면 그냥,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라는 이야기로 시작해 알아내면 됩니다. J씨와 상대는 처음 보이는 사이도 아니니, 저 이야기를 해 상대가 '뭘 물어보려는 거지?'하며 살짝 긴장할 때,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라고 얘기하면 긴장을 풀며 미소와 함께 알려줄 텐데, 왜 이걸 가지고 삼 개월 째 고민만 하고 계시는 건지….

 

저 방법이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 망설여진다면, '카톡 아이디'를 좀 알려달라고 하면 됩니다. 커피나 햄버거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 마침 저한테 그 체인점 버거 쿠폰이 있거든요. 카톡 아이디가 어떻게 되세요?"라면서 은근슬쩍 묻는 겁니다.

 

저것도 부담스럽다면, J씨의 경우는 회사전화로 상대와 연락이 가능하니 통화 중 상대에게 "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는데, 이거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등의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이것도 아닌 것 같으면 그냥 아무 번호나 하나 댄 뒤, "혹시 공일공 뭐뭐뭐, 수지씨 번호예요?"라고 물으면 상대는 당연히 아니라고 할 테니, 그러면 "아니구나. 전 점심시간에 부재중 전화가 와 있길래, 혹시 일 때문에 전화하셨었나 했어요." 등의 이야기를 한 후, "아, 그런데 이제 보니 수지씨 번호가 없네요. 번호 좀 알려주세요." 등의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고 말입니다.

 

 

1. 자연스럽게 전화번호 물어보는 방법 없나요?

 

서두에서 이야기 한 것 외에 심리테스트나 마술을 빙자해 물어보는 꼬꼬마스러운 방법부터, 이쪽의 전화번호를 먼저 알려주며 뭔가를 부탁을 해 상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등의 방법까지, 대략 241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 J씨에게 필요한 건,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말하는 방법'이 아니라 '나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3개월간 큰 그림을 그리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큰 그림만 그리고 있다 보니, 점점 조바심도 나고 힘듭니다. 뭔가 되어가는 건 없는 것 같고, 제 스스로도 스케치를 했다가 지웠다가 다시 했다가 지웠다가 하는 걸 반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그저 혼자 큰 그림을 그려서 될 일 같으면, 저는 매뉴얼을 올리는 대신 '큰 그림 동호회'를 하나 만들 겁니다. 제가 그런 동호회를 만들어 J씨와 

 

"J회원님은 어디까지 스케치 하셨죠? 첫 키스까지 스케치 하셨나요? 그럼 이번 주엔 여행계획까지 스케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로 먼저 스케치 해보세요."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상대는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 상견례 준비를 하고 있다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다시 큰 도화지를 준비해 새로운 큰 그림을 위한 스케치를 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J씨라면, 우선 저를 '이성과 만나 뭔가를 하는 것'에 노출 시킬 겁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그냥 연락처만 알고 있을 뿐인 이성에게 연락을 해, 밥을 한 번 같이 먹자는 이야기를 할 겁니다. 그게 좀 이상한 것 같다면, 가족에게라도 이야기를 해 일단 상황을 만들어 볼 겁니다. J씨에겐 누나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전 누나에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할 겁니다. 왜? 그렇게라도 해봐야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머릿속으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하는 남성대원들은, 현실에서 그런 상황을 마주쳤을 때 처참히 무너지곤 합니다. 그저 혼자 집에 앉아서 상상할 땐 상대와 만나 드립도 치고 멋있게 리드하며 여운까지 남기는 걸 떠올리지만, 막상 만나면 자신이 걷는 속도나 음식을 먹는 속도 따위에 신경을 쓰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상대의 반응이나 다른 여러 변수들에 당황해 자신이 현재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꼭 이성을 대하는 것에 능숙해야만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부분이 너무 부족해 버리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이쪽의 마음과 달리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J씨도 어느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인사는커녕 본 척도 하지 않고, 벨을 누르자 그냥 옆에 와서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주문만 받아간다면, 그분들을 오해하거나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것처럼, 상대에게 밥 먹자고 해서 만났는데 이쪽에서 멀뚱멀뚱 있거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손 놓고 있으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J씨의 매력을 보여주긴커녕 말도 없고 재미도 없는 남자로 여겨질 수 있고 말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건, J씨가 남중-남고-공대-군대-남초직장의 솔로부대 엘리스코스를 밟은 모태솔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J씨가 신청서에 적은 이야기들과 카톡대화를 보면 J씨가 나쁘거나 비뚤어진 사람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는데, 그것 외에 임팩트 있는 무언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찬스를 열심히 찾는 중인데, 대시할 만한 좋은 찬스가 보이질 않습니다."

 

'큰 그림'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대시할 찬스' 역시 문제가 아닙니다. 하늘이 도와 당장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고 해도, 그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J씨는 별 생각이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니 모든 에너지를 '연락처를 알아내 개인적으로 연락하다가 대시'하는 것에만 쏟지 마시고, 사람을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건 상대와 연락하고 지내며 들어주고, 물어주고, 기억해 주는 것으로 시작하면 되는 거니,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2. 수능이 얼마 안 남았어요. 도와주세요.

 

안녕 J양. 사연 읽으면서 완전 귀여워서 한참 웃었네. 설명을 돕기 위해 J양이 직접 그렸다는 독서실 지도까지, 깨알같이 귀엽더라고.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사연이니까, J양의 부탁대로 "공부하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여동생이라 생각하며 이야기를 해볼게.

 

우선 J양에겐, 혼자 걱정하고 혼자 결정해버리는 문제가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해. J양은 이걸 두고

 

"저, 피해망상증 있는 것처럼 너무 심하죠? ㅠㅠ"

 

라고 했는데, 살짝 좀 그런 편이야. 실제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J양 혼자 상황에 대한 의미부여를 다 하고 상대 행동에 대한 이유까지를 마음대로 상상해 버리거든. 뭐, 이게 그냥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친다면 혼자 속상하고 말 수 있는 건데, J양은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게 해버리고 행동으로까지 옮기고 말아.

 

"걔가 그러는 걸 보니까, '혹시 내가 불편해서 그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까 확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공부가 안 되잖아요. 그래서 그냥 막 짐을 챙겨서는 나와 버렸어요. 집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내가 보기엔 저 부분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가져야 할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거든? 그런데 J양은 어디서 어떻게 찾은 건지 부정적인 느낌을 받곤 혼자 실망해선 나와 버리잖아. J양에게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는 그 연애전문가 친구도 참 귀여워.

 

"관계를 계선하긴 좀 힘들겠네. 근데 걔도 만약 그렇게 생각하면, 왕자병인 거지."

 

나 저 부분 읽고 있을 때 사과 먹고 있었는데, 모니터에 뿜었어. 뭐랄까, 초등학교 6학년 형아가 5학년 후배에게

 

"5학년 때 많이 놀아놔. 6학년 되면 정말 힘들어. 나 먼저 간다. 구몬 밀려서 풀어야해."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거든. 뭐 여하튼, 다 좋아. 그게 또 나중에 다 추억이 되는 거니까. 10년 쯤 뒤에, 꼬꼬마시절 독서실 복도에서 둘이 녹차를 훌쩍이며 다른 학교 남자애에게 왕자병 진단을 내렸던 것을 떠올리면 얼마나 재미있겠어. 뭐든 다 해도 돼. 괜찮아.

 

약속한 대로 공부 얘기는 하지 않을게.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수능으로 인해 충분히 압박당하고 있을 테니 말이야. 공부 얘기 말고 내가 권해주고 싶은 건, 좀 더 뻔뻔해도 좋으니 과감하게 저지르라는 거야. 모르는 문제를 상대에게 한 번 물어본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어. 근데 내 어느 매뉴얼을 읽고 문제를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 상대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걸 물어보라고 했잖아. 문제를 물어볼 거였다면, 쉬운 걸 물어봤어야 해. 그런데 J양은 자신도 어려워서 못 푸는 수학 문제를, 문과인 상대에게 물어봤지…. 그런 거 말고 아주 기본적인 걸 물어봤어야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야. 다음에 또 물어본다면, 절대 풀이에만 15분 이상 걸리는 문제를 물어보진 마. 알았지?

 

대화는, 수능 어디서 보냐, 어느 학교 생각하고 있냐, 어느 과 지원할 거냐, 뭐 이런 주제들 많잖아. 아니면 둘 다 인강을 듣고 있으니 어느 인강 보냐고 물어봐도 되고, 그 인강 선생님 괜찮냐 뭐 그런 걸 물어봐도 돼. 그러면서 슬쩍 통성명 끼워 넣으면 되는 거고. 또, 수능 이후 소개서와 면접, 또는 논술 준비해야 하는 것들 있잖아. 그런 거 얘기하면서 정보교환을 구실삼아 연락처를 교환해도 되는 거야. 노멀로그에 있는 자기소개서 매뉴얼 인쇄한 뒤 거기다가 J양 전화번호 적어서 줘도 되는 거고. 그럼 상대가 고맙다고 문자라도 보낼 거 아냐. 이렇게 쉽게 생각하자고.

 

어때? 이 정도면 J양이 친구들과 함께 짠 '정수기에서 물 받는 척 하면서 기다리다 상대가 나올 때 말 걸기' 라는 계획보다 훨씬 낫지 않아?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는 걸 자연스레 표시하면 돼. 절대 수학 문제는 물어보지 말고 말이야. 그럼 내가 해줄 얘기는 다 해준 것 같고. 나도 질문 하나만 할게. 요즘 애들 무슨 간다라 미술 발생 초기처럼 가방에 인형 달고 다니던데, 그건 유행이야? 인형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서 신분이 증명되는, 뭐 6두품 같은 그런 건가? 난 내 조카랑 조카 친구들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우리 동네 학생들이 전부 가방에 인형 달고 다니더라고. 부적 같은 의미인가? 수능 끝나면 비밀댓글로 남겨줘. 나만 보게. 수능 잘 봐!

 

 

불금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다들 불금맞이 준비 잘 하시고,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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