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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여자친구 개조시키려다 연애를 망친 남자 외 4편

by 무한 2015. 1. 30.

불금이 돌아왔다. 지난 주 불금에는 내시경 결과에 낙담하며 양배추를 씹어 먹고 있었는데, 이번 주를 돌아보니 그새 정신줄을 놓곤 치맥, 소시지, 뼈 해장국 등을 먹어치운 것 같다. 근데 늦은 저녁 지인과 만나 식사를 하며 먹으며 샐러드에 물만 마실 수는 없는 거니까…. 뭐, 이런 생각들로 합리화를 해본다.

 

오늘은 그간 밀린 사연들을 짧고 굵게 짚어가는 '밀린 사연 모음'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 사연 당 다섯 문단 안에서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여자친구 개조시키려다 연애를 망친 남자.

 

내 친구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을 때, 사연을 보낸 S군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웹에는 '행복하게 연애하는 방법', '여자친구랑 즐거운 데이트 하는 방법' 등의 글이 있었는데, 거기엔

 

- 상, 하권으로 나뉜 책을 사서 서로 바꿔 읽기.

- 동전을 여러 개 가져다 놓고 태어난 해에 발행된 동전 찾기.

-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지 않고 둘이 흠뻑 비에 젖어 보기.

 

등의 조언이 적혀있었다. 누가 썼는지 모르지만, 당시 저 조언들을 웹에 올렸던 글쓴이는 솔로부대원이었을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거기엔 실제로 해보면 재미도 없고, 괜한 마찰만 발생시킬 수 있는 여러 꼭지들만 적혀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그저 머릿속으로 상상을 할 때는 흐뭇하지만, 현실에서 실행하면 '데이트를 위한 데이트'가 되는 까닭에 노동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내 친구는 저런 조언들이 '행복한 연애를 위해 꼭 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며 여자친구에게 함께 하길 요구했다. 그녀도 그와 연애 중이니 일단 알았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그것에 붙질 않아 수동적인 태도로 임했다. 둘은 상, 하권으로 나뉜 책을 서로 읽고 다시 바꿔 읽은 뒤 소감을 얘기하기로 했는데, 그녀는 책을 앞의 몇 페이지만 보고 읽지 않았던 것이다. 내 친구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실망하며 연락을 할 때마다 얼른 읽으라고 재촉을 해댔다.

 

취미가 독서이신 독자 분이 계시면 아시겠지만, 꾸준한 독서를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은 사람에겐 '두 권짜리 책'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흥미로운 소설이 잘 얻어 걸리면 쭉쭉 읽힐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닌 경우 108개의 계단을 뒷걸음으로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하기 싫어진다. 게다가 '하권'부터 읽게 된 사람은 앞의 내용도 모르는데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권'은 내 친구가 배려차원에서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앞의 내용을 모르니 계속 -아직 읽지도 않고 읽기도 싫어하는-여자친구에게 "상권에서 걔가 언제 등장해? 걔는 어떻게 만나는 거야?"라는 질문을 해댔다. 그러다 결국 헤어졌고 말이다.

 

S군의 모습이 내 친구의 모습과 비슷했던 건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더불어 서로는 '다른 사람'인 까닭에 취향이나 생각이 다른 게 당연하다는 점, 가정의 분위기 역시 다른 까닭에 내가 명절에 친척집에 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해서 상대도 그런 건 아니라는 점, 내가 일기 쓰듯 매일 편지를 써서 상대에게 준다고 해서 상대도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아, 그리고 S군이 아는 걸 상대가 모른다고 해서 상대가 '더 배워야 할 사람'은 아니라는 점도 말해주고 싶다. 부산에 사는 S군은 자갈치 시장이 서면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지도를 보지 않아도 알겠지만, 타 지역에 사는 여자친구나 나는 모를 수 있다. 반대로 S군은 경복궁이 서울시청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아는가? 모른다면, 이걸 모른다고 해서 S군이 교양이나 생각이 없는 것일까? S군이 자신만을 중심에 놓고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는 그저 오랑캐처럼 보일 수 있다. 여자친구를 오랑캐처럼 여겨 그녀의 자존심까지 상하게 만들지 말고, '그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권한다.

 

 

2. 남친이랑 헤어져야 할까요?

 

이 사연은 심각한 사연은 아니지만, 아주 간단한 사실 두 가지만 알면 보다 매끄럽게 사귈 수 있는 사연이라 다루기로 했다. N양에게는, 아래의 두 가지만 기억하길 권해주고 싶다.

 

- 남친은 철이 없다.

- N양은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안 한다.

 

남친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인관계나 연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거라는 걸 기억하자. 그는 초보다. 그래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투박한 형태로밖에 관계를 이끌 줄 모른다. 예컨대 그는

 

'나랑 우리 부모님이랑 친하고, 나랑 N양이랑 친하다.

그럼 다 같이 만나면 더 친해지고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난 우리 엄마가 전혀 안 불편한데 N양은 왜 불편해하지?'

 

라는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이건 N양이 가르쳐주고, N양의 마음을 설명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남친이 말도 없이 가족들과 최신영화를 보고 와선 "어? 나 그거 지난주에 가족들이랑 봤는데?"라는 이야기를 할 때, N양의 기분이 어떤지를 말해주자. 또 그는 아직 철이 없는 까닭에

 

"회사에서 누가 나 좋아하는 것 같아. 호감을 표시 하던데 어떻게 하지?"

 

라는 말을 여자친구에게 한다. 그의 평소 행실이 머리를 써가며 N양을 이용하려 한 것이라면 저건 어떤 음모가 숨겨진 말이겠지만, 그가 그런 사람은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가 '몰라서 저런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저런 철없는 남친의 행동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가르쳐야 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N양이 몇 번 이야기 한 부분들은 전부 수정되고 그도 이제 같은 문제를 또 일으키진 않잖은가. 그러니 엎드려 절 받는 기분이 들더라도,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설명해주길 바란다.

 

N양 스스로에 대해서 돌아봐야 할 건,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안 하는 부분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나도 연애 초반에 공쥬님(여자친구)으로부터 펜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고급스러운 펜이었지만 나는 수성펜을 쓰지 않는 까닭에, 또 그렇게 촉이 굵은 것 말고 가는 것만 쓰는 까닭에 사용하질 않았다. 그랬더니 공쥬님이 서운해 하던데, 난 "이건 나중에 사인 할 일 있을 때 쓰려고 아끼는 거야."라고 먼저 이야기를 한 뒤, 평소에 내가 촉이 가는 유성펜을 쓴다는 걸 말해줬다. 그 이야기에 공쥬님은 살짝 서운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잠깐 서운할지라도 그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N양은 스스로 다 감당하려는 듯 솔직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그저 '접대용 멘트'같은 걸 남친에게 할 때가 있는데, 그게 당장은 그 상황을 매끄럽게 넘어가게 만들어줄지 몰라도, 풀리지 않는 오해와 꼬리를 무는 갈등을 낳게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두자.

 

 

3. 부담스럽고 싫은 남자가 자꾸 들이대요.

 

받질 마세요.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받지 마세요. 그거 다 받고, 자기 전까지 연락하고,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질문들을 주고받으면 누구나 '썸'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합니다.

 

"맛있는 거 사주시려구여? ㅎㅎ"

 

겉으로는 저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하고 있으면서 속으로만 '부담스럽고 싫다'고 생각하다면, 상대가 아니라 P양이 이상한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P양은 이 사람 말고 이전의 남자들도 김칫국을 마시곤 고백했다고 하시는데, 그건 당연한 겁니다. P양이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모두 받아들이고, 절대 거절하지 않으며, 새벽 세 시에 전화를 해도 다음 날

 

"에궁, 어제 자느라 전화 못 받았네여. 무슨 일 있으셨어여?"

 

정도로 다시 연락을 하니, 상대는 그걸 '그린라이트'로 해석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P양이 상대에게 하는 행동들은, 여기서 제가 봐도 분명한 '여지'로 보이고 말입니다. 정말 이게 싫으신 거라면 앞으로 딱 세 가지만 주의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마음이 없는 사람과 쉽게 밥이나 술 먹지 말 것. 영화도 안 됨.

- 연락하기 싫은 사람에게 예의상으로라도 되묻지 말 것.

- '나중'을 기약하는 말을 하지 말 것.

 

성격 상 상대에게 거절하는 게 너무 힘들면, 차라리 아무 대답도 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P양의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하는 것'의 레벨이, 보통 사람의 '정말 좋아서 승낙하는 것'정도의 레벨입니다. 거기다 타고 난 애교와 습관화 된 되묻기 습관, 천부적인 보호본능 자극 등이 상대를 오해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만약 P양이 보낸 카톡대화를 남자분이 보내며 '이 여자, 어장관리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면, 저는 그 남자분과

 

무한 - 이 여자 분은 분명 발라드를 좋아할 겁니다.

남자 - 발라드요? 왜요?

무한 - 님을 발라드시려고 하니까.

남자 - ….

 

라는 대화를 나눴을 겁니다. 그나저나 P양, 언제 한 번 노멀로그 독자 분들을 위한 '애교학 특강'을 해 주실 생각 없으십니까? 싫어서 밀어내고 싶은 남자에게도

 

"아항, 친구 분 결혼식은 어디서 하세여?"

 

라는 말을 해 그를 수다쟁이로 만드는 기술이, 조자룡의 무예를 보는 듯 했습니다. P양의 '명품 김칫국 제조법'을 공유해주시면, 노멀로그의 철벽녀 대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4. 추파를 던지고 다니는 남친.

 

민지야, 이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면 너는 물론이고 너의 가족, 나아가 훗날 남친과의 사이에서 가지게 될 수도 있는 아이에게까지 큰 망신이 될 거야. 몇 해 전인가, 유부남 원로 배우가 나와서

 

"난 연하 애인 있다. 연하 애인이랑 사귀는 게 뭐가 어떠냐?

부인에게 미안하긴 뭐가 미안하냐.

부인 인생은 부인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라고 이야기 한 적 있잖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래를 네가 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민지 남친 정도로 여자들에게 껄떡거리는 건, 미안하지만 거의 병적인 수준이라고 봐야 할 거야. 그는 뭐 이전 학교 동창, 대학 후배, 동네 친구 등을 가릴 것 없이 찝쩍거리고 다니잖아. 솔직히 난 민지가 그런 상황을 다 겪고도 아직까지 사귀고 있다는 게 좀 놀랍더라.

 

"오빠한테 시집 와라."

"너 시험 붙으면 나랑 결혼하자."

"네가 제일 예쁘다."

"섹시해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저런 이야기를 다른 여자들에게 흘리고 다니는 남자와 계속 사귈 것인지를 고민하는 건, 사실 그냥 시간낭비일 뿐이야. 난 저 대상 중 민지도 알고 있는 그 학교 후배가, 자기 친구들과

 

"근데 저 오빠 여친이 민지 언니 아니야?

그 언니도 남친이 저러고 다니는 거 알까?

그 언니가 완전 불쌍하다. 왜 사귀는 거지?"

 

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 떠올라서 내가 다 부끄럽더라.

 

민지야. "내가 바람을 피웠냐? 바람 피운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 "그럼 이성이랑은 말도 하지 말고 지내라는 거야?" 따위의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들어주고 있을 필요는 없는 거야. 그가 이성 문제와 관련해서만 저렇지, 민지 너와의 관계에서는 그래도 힘이 되거나 좋은 관계를 유지한 부분도 있다고? 그건 당연해. 그것도 없는데 저런 남친과 지금까지 사귀었으면 민지 너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겠지. 민지야, 이상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그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듣고 있지 말고, 끼를 주체하지 못 하는 남자는 그냥 알아서 끼 부리며 살라고 두자.

 

"남자친구는 자신이 그렇게 장난식으로라도 맺는 관계가 있어야

자존감과 소속감을 느낀다고…."

 

그러니까 민지야, 더 말해봐야 입 아프니까, 걔는 그냥 그렇게 자존감과 소속감 느끼라고 두고 우리는 가자고. 남친이 "난 다른 여자를 꼬실 때에만 내 존재감을 느낀다."라고 말하면, 서로 맞춰가고 배려하기 위해 그러라고 두며 살 거야? 아니잖아. 동네 창피한 일 더 생기기 전에 정리하자. 세상에 좋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거기서 가슴앓이 하고 있어? 얼른 일어서서 나와.

 

 

5. 심남이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M양.

 

솔직히, M양의 카톡 대화법 자체가 사람을 좀 귀찮게 만듭니다. M양은 그 대화법에 대해

 

"여우같은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 친구가 불러주는 대로 보냈어요."

 

라고 하셨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여우같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카톡대화를 읽고 떠올린 건, 아주 순박한 토끼 둘이서

 

M토끼 - 야, 그래도 네가 좀 여우처럼 생긴 토끼니까 뭐라고 보낼지 말해봐 봐.

친구토끼 - 일단 이모티콘 팍팍 붙여. 여우스럽게. 표정 막 >< 이런 거 쓰고.

 

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참 귀엽긴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후의 대화는 그냥 '인터뷰'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사실 별 관심이 없는 걸 계속 물어가며 저 멀리 빙빙 돌아가는 길고 지루한 인터뷰였습니다. 가능하다면 전 3번 사연의 P양을 좀 데려다가 M양 교육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P양은 관심이 없는 사람과도 고향 얘기 하며

 

"저 거기 한 번 놀러가 봤어여~"

 

라며 공감대의 금맥을 캐는데, M양은 무슨

 

"오빠는 멋지니까 좋은 언니 만나실 것 같아요~"

 

따위의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그 원인을 'M양이 문자대화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라고 생각합니다. M양은 오프라인에서 그를 만났을 때에는 대화도 가장 많이 할 정도로 가까웠지만, 카톡대화를 하면서부터는 무슨 말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몰라 남이 불러주는 대로 보내거나, 아니면 자신이 생각해도 자다가 이불을 찰 정도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전 그게, M양이 '통화로 1분이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카톡으로 20분 동안 붙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친구의 조언 때문인지 아니면 사정 때문인지 M양은 자신이 말을 걸어 놓고도 한참 이따가 다시 대화로 돌아오는데, 실시간 대화를 할 것도 아니면서 실시간 대화 할 때 하는 질문들을 하면 상대는 짜증이 나게 됩니다. "오 정말요? 몇 분 정도 그러는데요?"라고 해 놓고는 몇 시간 지나서 다시 대화에 참여 하면, 사실 궁금하지도 않은 걸 그냥 물었다는 게 바로 드러나는 법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그러지 말고 차라리 전화를 하시길 권합니다. 카톡으로는 M양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이모티콘 귀엽네요 ㅋㅋㅋ" 정도의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야기만 할 뿐이니, 차라리 종목을 전화로 바꿔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괜히 상대를 떠보려 '소개팅'이나 '연애'이야기로 떡밥만 던지는 게 아니라면, 아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간 지인들의 결혼식 축가를 몇 번 불렀다. 축가를 부르기 전 참고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부른 축가영상을 보곤 했는데, 몇몇을 빼 놓고는 대부분의 영상을 보며

 

'노래도 잘 못하거니와 반응도 별로고,

떨고 있는 게 다 보이네. 저 노래 내가 부르면 두 배는 잘 부를듯.'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내가 부른 축가를 녹화한 영상을 보며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몸에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은 멘트로 시작하는 부분, 일명 '뽕삘'이라고 하는 "줘여허~"하는 부분, 알앤비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닌 이상한 꺾기 부분, 왼 손을 어디다 둘 줄 몰라 로보트 같은 동작을 하는 부분 등을 보며 좌절했다.

 

자신의 사연을 내게 보낸 독자 분들 역시,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매뉴얼을 보며 충격과 공포에 빠지는 경우가 꽤 많다. 남의 사연일 때에는 그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던 문제들이 정작 자기 자신의 사연 속에도 감춰져 있었다는 걸 보며 패닉상태에 빠진다. 나만 잘못한 게 아니라 상대도 잘못한 게 있고, 또 내가 저런 이야기들을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들인데 매뉴얼에는 그런 변호가 안 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잘 한 부분은 왜 말 안 하나요?"

"상대가 잘못한 것도 있는데 그건 왜 안 나오나요?"

"그래서 저만 잘못한 거라는 건가요?"

"제가 그런 말 한 건 다 이유가 있는 건데 저긴 그 이유가 안 나오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이건 서로의 잘잘못을 가려 공표하는 판결문이 아니라 사연을 보낸 분에게 보내는 매뉴얼인 까닭에 이쪽에서 돌아봐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쪽이 가시를 왜 세우게 되었나?'보다는 '이쪽의 가시가 상대를 어떻게 아프게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린 마음을 지니신 분들이 종종 자신의 사연을 매뉴얼로 확인하곤 "그럼 내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가요?"라며 충격과 공포에 빠지시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어제 매뉴얼 끄트머리에서 밝힌 대로 사연을 그 심각함의 경중에 따라 좀 건너뛰며 다루려고 했는데, 내가 간디를 키우는 걸 아는 대원, 노멀로그를 5년 째 보고 있는 대원, 공쥬님의 안부까지를 물어주는 대원들이 보낸 사연들이라 건너 뛸 수가 없었다. 마음 이렇게 약해서 나 어떡하지? 다음 매뉴얼부터는 좀 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안타까워도 건너뛰며 다룰 생각이다. 그럼 다들 불타는 금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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