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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애가장이 되어 애쓰다 결국 헤어진 여자

by 무한 2014. 11. 24.

연애가장이 되어 애쓰다 결국 헤어진 여자

누군가 J양을 위해 뭔가를 해주면 고맙게 받으면 됩니다. 자꾸 거절하며 아니라고, 됐다고 하는 거 별로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특히 남자친구가 J양을 위해 뭔가를 해주면, 예의상 한 번 정도 아니라고 사양한 뒤 고맙게 받으면 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자신이 뭔가를 해주는 것에 여자친구가 기뻐하며 그것의 고마움을 표현해 주는 것에 뿌듯해하지, 그걸 여자친구가 거절해 자신이 대신 혜택을 보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요즘 날도 춥고 하니 장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녁시간,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남친은 장갑이 있고 J양은 장갑이 없습니다. 때문에 남자친구는 장갑을 벗어 J양에게 주려 하는데, J양은 한사코 거절하며 "난 주머니에 손 넣으면 된다. 오빠 손도 시릴 테니 오빠가 껴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지 말자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남친이 계속 장갑을 껴 얻게 되는 행복도가 60이라면, 여친에게 장갑을 주고 여친이 고마워하며 손을 녹일 때의 행복도는 90이니 말입니다.

 

아, 이렇게 장갑을 예로 들면 '남녀차별'이라는 얘기를 하며 발끈할 남성대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손익을 떠나 '희생과 양보'의 측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요즘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에 민감해진 분들이 많은지 "남자는 손이 얼어도 된다는 거냐?"라며 항의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건 아마 남친 옆구리 찔러 장갑과 외투, 목도리까지 탈취하는 여자 분과 만난 적 있거나, 아직 연애 경험이 없기에 주변에 떠도는 '여자 사람'에 대한 무시무시한 루머를 듣고 지레 겁먹은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오늘은 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 아래에서 다른 비유를 들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너무 굳센 금순이.

 

블랙박스 사건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남친은 그날 친구 웨딩촬영을 도와주곤 J양 집에 와서는, 차에 블랙박스를 달아주겠다고 했습니다. J양은 어차피 남친이 '예비신랑인 친구의 보답 뒤풀이'에 가야 하니, 블랙박스는 나중에 달고 그냥 잠깐 쉬다가 가라고 했고 말입니다.

 

그럴 땐 J양의 생각을 꺼내 한 번 이야기 한 후, 그래도 남친이 블랙박스를 달겠다고 하면 달도록 두면 됩니다. 그걸 굳이 계속 사양하며 '나중에 달라고 하는데 대체 왜 저러지?'라는 생각으로 피곤하게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남친 입장에서는 자신이 해주겠다고 한 것을 미루고 친구를 만날 가는 게 마음 불편해 그랬을 수도 있고, 또 자신이 생각하기에 블랙박스를 달 시간을 충분하니 달아주겠다고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럴 땐 그냥 남친이 J양을 생각해 그 수고를 해 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며 그의 호의를 받으면 되는 겁니다.

 

J양은 상대의 호의나 친절을 받는 것에 대해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라는 생각을 먼저, 그리고 강하게 합니다. 혼자서도 잘 하는, 굳센 금순이 같은 느낌이랄까요. 맹자가 '辭讓之心禮之端也'라며 사양하는 것이 예의 극치라고 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관련된 북한 속담 중에는

 

"사양이 배 불러지지 않는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이 예의를 지키기 위하여 사양한다고 해서 시장한 배가 불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지나치게 겸손하고 사양하는 것은 도리어 좋지 않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블랙박스 사건이 있던, 바로 그 날 저녁부터의 일을 보겠습니다. 남친은 예비신랑의 뒤풀이 장소에 갔고, J양은 집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자고 일어나니 J양은 속이 울렁거리며 배가 아팠고, 남친에게 전화해 속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약을 먹겠다며 끊었고 말입니다. J양은 내심 그가 다시 전화해서 속은 괜찮아졌는지를 물어봐주길 바랐는데, 그에겐 전화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짜증이 난 J양은 다시 남친에게 전화를 걸어

 

"아픈데 혼자 있으면 서럽다.

오빠가 전화라도 해서 챙겨줬음 좋겠다.

나 아픈데 걱정 좀 해줘라."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곤 잠이 들었는데, 그 이후로 남친은 며칠간 연락도 먼저 안 하고, J양의 연락에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J양이 -해 준다 그러면 됐다 그러고, 안 해주면 또 안 해준다고 서운해 하는- 살짝 청개구리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상대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J양은 이 일을 두고 '살짝 투정을 부린 것 가지고 남친이 이해할 수 없는 잠수를 탄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것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좀 더 크게 보면 '청개구리 같은 모습'의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저 와중에 만약 남자친구가 약을 사서 달려오겠다고 하면 J양이 그래달라고 수긍했을까에 대한 의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J양이 "아냐, 집에 약 있어. 안 사가지고 와도 돼. 일단 약 먹고 자볼게."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데, 그럴 경우 '문제해결'을 중점으로 생각하는 남자 입장에선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하지 못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J양은 그의 저 말에, 그가 그 정도로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편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친 입장에선 여자친구가 '아프다'는 문제를 꺼내놓곤 그걸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말까지를 해버리니 '그럼 난 뭘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답답함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간 J양이 늘 알아서 혼자 해결한다고 했기에,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하며 넘길 수도 있고 말입니다. 더불어 그의 입장에선 자신은 분명 낮에 J양의 집에 들러 블랙박스까지 달아줄 정도로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날 저녁에 J양이 전화해 서럽고 서운하다는 얘기를 하니 부담감에 맥이 풀렸을 수 있습니다.

 

 

2. 남친의 담임이 된 J양.

 

위의 이야기는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J양에게 '원하면서도 사양하는' 습관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심각할 정도로 상대의 호의나 친절을 불편해 하거나 불쾌해 하는 정도는 아니니 말입니다. 케이크 사건만 보더라도, J양은 자신의 생일파티를 위해 남친이 케이크를 사려고 하자 역시 '청개구리 습관'이 발동해 계속 그럴 필요는 없다고 사양했지만, 결국 남친이 케이크를 사오자 감동하며 고마워했습니다. 이렇듯 이건 남친이 리드하거나 박력을 발휘하면 해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저 '나보다 남을 생각해 사양하는 태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오직 너만을 위한 대화법'은 꼭 고쳐야 합니다. 이 사연을 통틀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 부분이니 말입니다. 둘의 대화를 가져다 살펴보겠습니다.

 

J양 - 하아, 그건 이러이러해야 하는 거잖아.

남친 - ….

J양 - 왜 말이 없어?

남친 - ….

J양 - 무슨 말 할지 모르겠어?

남친 - 응.

J양 - 그러니까 그럴 땐 이러이러하게 말해주면 돼. 잘 하겠다고.

남친 - 응.

J양 - 잘 하겠다는 거지?

남친 - 응.

J양 - 그래.

 

뭐가 문제인지 아직 잘 모르시겠습니까? 그러면 둘이 한바탕 다투고 난 뒤, J양과 남친이 했던 대화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J양 - 그렇게 단호하게 헤어지자 말도 못 하면서 왜 사람 힘들게 해.

J양 - 나랑 잘 해볼지 헤어질지가 고민이면 그냥 다시 만나!

J양 - 내가 하자는 대로 해 그냥!

남친 - 알았어.

 

그러니까 이게 제가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하는 '가르쳐 주기'와 비슷하긴 한데, 거기서 두 발짝 정도 더 나가버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이쪽에서 '남친을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결론'을 다 내곤 그렇게 하라고 통보하거나 맹목으로 남친을 이해해가며 짜 맞추는 느낌이랄까요. J양의 이런 태도는 두 사람이 '결혼 얘기'를 할 때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J양 - 난 내후년쯤엔 결혼하고 싶어.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남친 - 음….

J양 - 내후년 가을 어때?

남친 - 내후년 가을에서 그 다음해 봄 사이?

J양 - 왜 기한을 늘려 ㅋㅋㅋ

남친 - 너무 딱 정해 놓지는 말자. 어떻게 딱 정해 놔.

남친 - 그때 가봐야 알지.

J양 - 알았어. 어쨌든 그 때쯤이야. 약속하는 거다?

남친 - 알았어.

 

마치 꼬마를 어르고 달래 J양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상대의 마음까지 움직인 것은 아니고, 구두약속을 받기 위해 유도신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백 번 약속을 받아내 봐야 헤어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인데, J양은 '구두로 약속받기'에 열을 올립니다.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상대에게 "잘 할 거지? 잘 하겠다는 거지? 그렇지?"라며 듣고 싶은 대답을 유도해 들은 뒤 넘어가 버리는 것입니다.

 

 

3. 연애가장.

 

J양이 재회를 위해 애썼다는 걸 설명하며 쓴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다가 그냥 그를 찾아갔죠.

제가 가도, 놀라지도 않더군요.

제가 그간 너무 많이 찾아갔는지 당연하다는 듯한 그의 태도…."

 

라는 문장만 보더라도, 그간 J양이 '연애가장'으로서 얼마나 총대를 매고 수습을 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문장을 더 보겠습니다.

 

"저는 그가 바쁘면 제가 찾아갔고,

지루해 질만하면 특별한 행동을 해서 기쁘게 해 주려고 했습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연락도 열심히 하고

저를 아침 일찍부터 만나려고 노력을 했지만

뒤로 갈수록 그렇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J양의 이번 연애 패턴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남친의 불성실함, 혹은 잘못으로 인해 J양이 화가 남.

ⓑ그걸 남친에게 따지면 남친은 이별을 의미하는 말을 함.

ⓒ남친에게서 며칠간 연락 없으며 J양 역시 연락하지 않음.

ⓓ정말 이게 이별인가 싶어 놀란 J양이 남친에게 달려감.

ⓔ차갑게 식은 남친을 J양이 열심히 회유해 겨우 연을 이음.

 

사연신청서를 띄운 뒤 'Ctrl + F'를 눌러 '찾아갔'이라는 말로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남친이 이 연애를 팽개치려는 순간엔 늘 J양이 찾아갔다는 걸 발견할 수 있지 않으십니까? 가서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하거나, 남친으로부터 사과를 듣거나, 다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며 재회를 한 것도 아닙니다. 둘의 그간 재회가 어땠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화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J양 - 우리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남친 - ….

J양 - 다시 잘 해보는 거지?

남친 - 응.

 

J양은 현재

 

"하지만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걸 더 시도해 보고 노력해 보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J양에게 전,

 

"J양은 그간 남들의 곱절보다 더 노력해 왔습니다.

이 연애의 가장이 되어 이끌어 왔으며,

갈등이 있을 땐 긴급출동 해 상대를 견인하는 견인차 역할도 했습니다.

거의 상대를 업고 달리듯 달려오신 건데, 여기서 더 노력한다는 건

J양 등에 업혀 승차감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상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계속 사과하는 모양이 될 것 같습니다."

 

라는 대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전 J양도 이 사실을 계속 인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J양이

 

"친구의 웨딩촬영을 도와주러 갔을 때,

전 우리가 혹시나 헤어지게 되면

그 사진(남친과 함께 들러리를 서 준 사진) 자체가 남으니까,

들러리 촬영은 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은, J양 역시 그에게 온전한 확신은 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니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때문에 더 J양이 '아쉬운 여자'가 되어 그를 회유하려 한 것일 수 있지만…, 여하튼 이 관계에서 J양은 연애가장이 되어 그의 몫까지 전부 노력해 왔습니다.

 

 

이별 이후 몇 달 동안 J양은, 이별에 함몰되는 것을 피해 자신의 삶을 살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그를 잠깐 보게 되었을 때, 연애 할 때와 똑같은 J양의 태도는 튀어나오고 맙니다. 그가 헤어져야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없음을 밝힌 후 안부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 J양은 이별에서마저 가장이 되어 상대를 회유하려 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때 그냥 J양이, 그와 똑같이 안부인사와 반가움만 남기고 돌아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후 다시 한 번 그를 회유하고자 그에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한 것 역시 저는 안타깝습니다.

 

전 J양에게, 이별 후에도 그를 먼저 챙기며 그를 위해 노력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J양 자신을 먼저 챙기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보기에 그는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아예 시작조차 안 하는 걸 택하는 타입이었고, J양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 그 책임을 J양이 질 수 있을 때에만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성향 탓에 J양은 더더욱 연애의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여하튼 J양과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때가 되어 봐야 아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해달라고 부탁해도 못 하겠다고 말하는 남자를 위해 J양이 노력은 더 하지 말길,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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