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푼수로 보이고 만 그녀 외 2편

by 무한 2013. 12. 20.
[금사모] 푼수로 보이고 만 그녀 외 2편
지영씨. 철근이랑 공구리 쓰지 말고 건물 올리라고 하면 우리 공사 못하지. 이거 똑같은 거야. 지영씨 사연을 다루는데 지영씨가 술자리에서 한 행동 적지 말라고 하고, 또 상대가 카톡으로 한 말들 적지 말라고 하고,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걸 아무도 모르게 써달라고 하면 내가 뭘 쓸 수 있겠어.

분당에 살고 있다는 건 말해도 되나? 에헤이, 이것도 안 되잖아. 애독자라면서 알 만한 사람이 이러면 곤란하지. 전부 다 오프 더 레코드 걸어 달라고 하니 층 올리는 건 불가능 할 것 같고, 여기선 지반공사만 해보자. 그럼 힘차게 첫 삽을 뜨며 출발.


1. 푼수로 보이고 만 그녀.


지영씨, 내 주변에 모태푼수가 세 명 있어. B양과 H양과 L양이야. 그 중에 제일은 L양이지. 혹시 저게 Belief, Hope, Love에서 앞 글자 따온 거 아니냐고? 어떻게 알았지? 최근 지인들이 노멀로그를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어서 실명을 밝힐 수가 없거든. 여하튼 그건 그렇고. 난 저 세 명을 12년간 관찰하며 '푼수의 3요소'를 발견했어.

- 2절까지 말하기.
- 뒤늦게 눈치 보기.
- 자신을 개그소재로 삼기.



사연에서의 지영씨 태도는 저 세 가지 요소에 턱턱 걸리거든. 난 우선, 기분이 들뜨면 심호흡을 한 번 하길 권해주고 싶어. 안 그러면 결국 남들이 극한까지 끌어 놓은 분위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되거든. '받고 더'를 하게 되는 거야. 사람들이 농담할 때 지영씨가 그 농담을 '받고 더' 한 까닭에 결국 수위를 벗어나고 말았잖아. 그거 축구 골대 앞에서 패스를 받은 사람이 있는 힘껏 공을 차 골대를 넘기고 만 것과 비슷한 일이야. 공 넘어가면 같은 팀 선수들 표정이 썩잖아. 지영씨의 농담에 썸남의 표정이 썩은 건 바로 이와 같다고 보면 돼.

그 다음으로는, 뭔가 자신이 일을 저질렀다는 촉이 왔을 때 당장 수습하려 애쓰지 마.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자전거 타다가 넘어져서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막 함부로 일으키면 안 되는 거거든. 혹시나 목 다쳤는데 억지로 일으키면 신경까지 손상될 수 있으니까. 이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수습하려고 꺼낸 말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어. 아, 카톡대화에서 이모티콘은 좀 가져다 써도 되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 상황이 불편하다고 해서 갑자기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하거나, 조금이라도 빨리 상대의 기분이 풀어지길 바라며 장난 식으로 수습하려고 하면 곤란해.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무 심한 농담을 한 것 같아. 내가 네 입장이었다면 기분 나빴을 거야. 미안해."정도만 해도 충분하거든. "내가 또 진상 짓 했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미안해어어엉.................."하는 순간 지영씨는 '가벼운 여자'가 된다는 걸 잊지 마.

"몸무게가 가볍다는 건가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거 하지 말라고. 그게 바로 위에서 말한 '2절까지 말하기'야.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런 강박 때문에, 모임에서 스스로를 개그소재로 삼는 행동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는 거거든. 그 모임에 개그맨 시험 보러 간 거 아니잖아. 거기서 사람들 웃기지 못했다고 버림받는 거 아니야.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함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점점 지영씨를 만만하게 보고, 또 함부로 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

"난 진짜 패션감각이 없어. 오늘도 보라색 양말 신고 왔잖앜ㅋㅋㅋㅋ"하면, 그 다음부터는 정말 사람들이 지영씨를 '패션감각 없는 여자'로 여길 거야. 그럼 또 지영씨는 주눅 들고,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다시 개그욕심을 부리면 그 부분이 또 무시당하고….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해. 악순환이 계속 되다간 '얘 말은 무시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영씨는 '내가 만만한가?'하는 상상만 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

지영씨는 내게 "그에게 진상 짓 한 기억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라고 했는데, 그건 맨인블랙 케이에게 뉴럴라이저를 빌려오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권하고 싶은 건, 일단 더는 그 얘기를 꺼내지 마. 지영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게 대단히 심각한 일은 아니거든. 오히려 그걸 수습하기 위해서 납작 엎드리고 장난기 섞인 사과를 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져.

그리고 그가 속한 소모임에는 끼워달라고는 하지 마. 거기에 있는 악의 축 언니가 일부러 지영씨 밀어낸다며. 차라리 썸남과의 단독루트로 접근해. 이거 아무래도 난 지영씨가 "뭐함? 난 크리스마슨데 약속도 없고ㅜㅜㅜㅜㅜㅜㅜㅜ 나랑 놀아줄 생각 없음?" 하면서 썸남 떠볼 것 같은데, 그러진 마. 그냥 웃으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한 번 해 줘. 그 다음부터는 위에서 말한 모습들 조금씩 수정하면서, 썸남에게 '그런 모습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도 있네.'하는 업데이트를 해주는 거야. 그냥 하던 대로 계속 직진하면 "도로 끝. 길 없음."표지판 나오니까, 거기서 돌아 나와 앞서 말한 길로 가보길 바라.


2. 그에게 어떤 여자였는지?


저도 K양 친구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가 다시 만나자고 하는 건, 너 만한 여자가 없어서 그렇다."


라는 말 말입니다.

"저만한 여자, 많을 것 같거든요.
제가 뭘 그렇게 엄청나게 대단하게 잘해준 것도 아닌 것 같고요."



아뇨. K양은 구남친에 대해 '사람'이라는 것만 봤거든요. 그럴 수 있는 여자가 흔치 않아요. 그가 가진 모든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사람 자체로만 볼 수 있는 여자요. 아니, 어쩌면 K양 역시 그의 결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럼 뭐 어때?'라고 스스로를 이끌며 그 길을 걸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에 대한 제 근거는

"뻔히 보이는 길을 가기로 선택했어요."


라는 K양의 문장입니다. 저건 미래가 밝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가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미래를 쳐다보지 않고 가는 태도거든요. 제가 보기엔 K양이나 구남친이나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몰라. 가다보면 어떻게 되겠지 뭐.'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건 둘 다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쟤가 내겠지.'하는 생각으로 식당에 덜컥 들어가 버린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먹을 때까지는 즐겁습니다. 맛있고, 배부르고, 행복하죠. 하지만 다 먹고 난 뒤 상대가 계산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 곤란해집니다. 서로 "난 네가 계산하는 줄 알고 온 건데…."하는 이야기만 할 뿐 해결책을 찾지 못하죠.

K양은 아무 것도 안 보고 반년쯤 상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는 K양이 고개를 돌릴까봐 노심초사했고, K양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반짝이는 것들을 K양 눈앞에서 흔들어댔던 것 같습니다. 이게 저도 참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가

"어느 놈이랑 있어?"


라고 묻는 대신 청사진을 준비했다면 그대로 둘의 집을 지을 수도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여하튼 그러다 그는, 반짝이는 것들을 흔들어 대는 일에 지친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 정도만 하더라도 대단한 일이거든요. 중간중간 그의 본심이 튀어나오긴 합니다만, 그의 본심을 본 K양이 고개를 돌릴까봐 그는 부리나케 사과하고 다시 K양을 달랩니다. 하지만 완벽히 감추지는 못했기에 K양도 그가 K양을 속이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그렇게 서로가 현실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을 때 둘은 헤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보고 느낀 K양의 이야기입니다.  

이후 상대가 계속 연락을 하며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전 걱정되진 않습니다. K양이 이미 현실을, 그리고 상대를 한 번 경험한 까닭에 돌아갈 일은 없거든요. 달콤했던 꿈은 악몽으로 끝이 났고, 다시 잠을 청해도 같은 꿈을 꿀 수 없듯 이전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순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안쓰러움을 사랑이라 착각한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만난 남자. 이 정도며 답변이 되셨을런지요?


3. 알 만한 나이잖아 혜정아.


혜정아, 이건 뭐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클럽에서 놀다가 만나 손잡고, 다음에 만났을 때에는 뽀뽀하고, 그러다 좀 더 과감하게 스킨십 나가려고 하는 거, 그냥 놀자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거든.

이거 그냥 솔직하게 다 말해도 되나? 난 혜정이랑 혜정이 친구 둘 다 위험하다고 생각해. 남자애들은 지들끼리 뒤에서 시시덕거리면서 품평회 하잖아. 그러다 조언이랍시고 "걔는 네가 이러이러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한 것 같다."하며 말해주는 거, 그게 진짜 조언이라고 생각해? 여기서 보기엔 완전히 가지고 노는 걸로 보이는데?

난 사실 혜정이 사연 보고 어이가 없어서 나이를 확인했는데, 이십대 초반도 아닌 이십대 후반이더라. 알 만한 나이잖아 혜정아.

"사귄 건 아니지만, 오빠는 절 마치 여자친구인양 대했습니다."


그거야 말로 위험한 거잖아. 사실 난 혜정이에게 약간의 공주병이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

"횡단보도에서 차가 오는데도 저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도운 거야. 혜정이가 저렇게까지 '배려'를 따지는 여자가 아니었다면 엄청 쉬웠을 테니까. 상대는 혜정이가 좋아하는 거라면 자기도 다 좋아한다고 하고, 혜정이가 말하면 방청객 뺨치는 리액션 하고, 혜정이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웃는 얼굴로 받아주거든. 먼저 어디 가자고 말하는 법은 없어도 혜정이가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자기도 가고 싶었다면서 나오잖아. 그건 '오는 여자 완전 반갑게 맞아주기'라는 작전이야.

보통 그 작전을 사용하면 약간의 호감도 금방 증폭이 되어 무장해제 되는 경우가 많거든. 그런데 앞서 말했듯 혜정이의 공주병으로 인해 그게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어. 그러니까 상대도 슬슬 버거워진 거지. 그냥 좀 놀 생각을 했는데 혜정이는 연애를 하려고 하니까.

"오빠를 너무 안 좋게 보신 거 아닌가요? 그럴 오빠가 아닌데요."


다시 말하지만 혜정아, 알 만한 나이잖아. 네가 선물이랑 편지 준 거 가지고 그가 앞에서는 "이거 진짜 갖고 싶었던 건데. 고마워. 역시 혜정이 밖에 없어!"라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뭐라고 했어? 뭐 이런 선물을 주냐고, 편지까지 써서 준 거 보니까 부담스럽다고 말했잖아. 이걸 넌 네가 조언자라 믿고 있는 썸남의 친구에게서 들었고 말이야.

혜정아. 네가 최대한 둘이 진지한 관계인 것처럼 사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느껴. 그럼 이건 진짜 아닌 거거든. 조언자에게 한 이야기가 썸남의 귀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갔을 수도 있는 게 아니라 백프로 들어가는 거야. 걔들 하는 거 보면 알잖아. 여기다 밝힐 수는 없지만 걔들은 네가 지나가는 말로 한 그 이야기들까지 지들 단체카톡방에서 떠들면서 웃고 있잖아. 조언자라는 그 사람이 널 가지고 노는 걸 보면 내 손발이 떨려오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초급 수준의 떠보기에 화를 내긴커녕 넌 대답을 해주고 있으니…. 내년이면 너도 서른이야 혜정아. 우리 이러지 말자.


끝으로 기념일을 꼭 챙겨야 하는지, 기념일 선물로는 뭐가 좋은지를 물은 독자 분께 대답을 하며 금사모를 마칠까 한다.

기념일은 챙길 수 있다면(그리고 일방적으로 챙기는 게 아니라면) 챙기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100일 단위로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그것 외에 1년 단위의 기념일들도 있는데, 그건 추억이 담긴 날로부터 햇수로 계산해서 함께 축하하곤 한다.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부담되지 않도록 식사나 선물은 간소하게 하게 하는 편이다. 전날 꽃집에 예약해서 공쥬님께 꽃바구니 보내고, 와인과 케이크를 준비해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는 건 훼이크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같은 때엔 장갑, 목도리 등의 방한용품을 선물하면 괜찮을 것 같다. 난 얼마 전 공쥬님께 전기찜질기를 선물 받았는데 깔고 앉아서 글을 쓰니 따뜻하고 정말 좋다. 단, 엉덩이가 따뜻하니 잠이 솔솔 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커피로 이겨내고 있다.

상대의 동선을 쭈욱 떠올려보면 뭐가 필요한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낡은 제품들을 업데이트 시켜준다든지, 아니면 허술한 부분들을 정비시켜준다든지, 또는 상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꼭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 이만큼 노력하며 만나온 것에 감사하며 함께 주꾸미삼겹살을 먹어도 행복할 테니,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꼭 한 번 안아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남친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요." 청각장애, 난청은 이비인후과로. 추천은 의리!





<연관글>

연애할 때 꺼내면 헤어지기 쉬운 말들
바람기 있는 남자들이 사용하는 접근루트
친해지고 싶은 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찔러보는 남자와 호감 있는 남자 뭐가 다를까?
앓게되면 괴로운 병, 연애 조급증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